- 제 223 화 외전. 드래곤 루카테르.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223 화 외전. 드래곤 루카테르.
세계에는 여러 존재가 있었고
그런 존재 중에서
‘신’ 다음가는 상위존재라 할 수 있는 드래곤.
하지만,
드래곤들은 이 표현을 좋아하지 않았다.
신의 권능, 힘을 무시해서가 아니었다.
자신들 드래곤보다 강하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었다.
단지,
신들이 드래곤들을 대하는 태도 때문이었다.
신들은 자신들 외에는
다 하찮은 미물을 보듯이 취급하고 있었고
‘신’ 다음가는 상위존재라는 것도
알고 보면 미물 중 상위존재라는 표현이었다.
물론 안 그러는 신들도 이었지만,
대다수의 ‘신’은 이기심과 자만심으로 똘똘 뭉쳐있는 집약체로
신의 권능과도 비슷한 ‘속성’을 지닌
상위급까지는 아니어도
웬만한 신한테 뒤지지 않는 힘을 가진
드래곤들을 미물 취급하며 무시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거기에다가
하찮은 미물 취급하는 존재가
신 못지않은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못내 불만이었던 신들도 있어
그냥 두어도 될 것을
어떻게든 드래곤들이 기어오르지 못하게 내리누르려 하고 있었다.
그러한 대립과정에서
몇몇 신이 건방진 싹을 일찍 자른다며
드래곤 해칠링[Hatchling]을 괴롭히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고
드래곤들의 신의 향한 증오는 날로 커져만 가고 있었다.
신들한테 괴롭힘을 당한 해칠링 중 하나였던
드래곤 루카테르는 신들한테 대항할 수 있는
더 나아가 신을 죽일 방법을 찾고자 애썼고
그로 인해 가지게 된 속성이 ‘찾기’였다.
대체로 드래곤은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나면
독립하기 위해 레어를 만들고
자신만의 공간에서 은둔하듯이 지내면서
세상사에 관여하지를 않겠다는 듯 조용히 지내고 있었다.
이는
신들이 권능에 따라
여기저기 관여하면서 간섭하는 것과는 달리
드래곤인 자신들은 속성에 따라 간섭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루카테르는
신들한테 당한 것이 있어서 삐뚤어진 것인지
신과 못지않은 힘을 가진 상위존재 드래곤이라는 자존심과 자부심에 이기심이 생긴 것인지
성장하면서 양아치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사춘기를 잘못 겪었다고 할 수 있었다.
또한,
루카테르는 그런 은둔 생활은 사양이었다.
그래서 레어를 만들지 않고
신의 약점을 찾겠다는 이유로 여기저기 떠돌아다니기 시작했고
신들한테 시비를 걸며 다녔다.
그런 모습에
신들은 어이없어하며 무시하기 일쑤였으나,
성질이 사나운 신을 잘못 건드린 루카테르는 목숨이 위험해질 정도로 한바탕하다가 겨우 도망을 쳤다.
그러나,
깊은 상처를 입은 상태로
기력이 많이 떨어지면서 폴리모프가 풀어져
드래곤의 모습으로
어느 숲속에서 기절해 쓰러졌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드래곤 모습으로 정신을 차린 루카테르는
낯선 장소, 움막 안에 와있음을 인지했다.
움막 안은 드래곤이 있을 정도로 컸으며
그에 비하여 간소한 가구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주변을 살펴보던 루카테르는
신의 기운을 느끼고는 경계했다.
그리고,
움막 입구용 천을 위로 들어 올리며 안으로 들어오는 존재.
돌봄의 신 ‘에니’와 마주하게 되었다.
돌봄의 신 ‘에니’는
드래곤 모습의 루카테르한테 괜찮냐고 물었다.
루카테르는 그런 에니를 보며 쭈뼛거리며 아무 말 없이 있었다.
한 덩치 하는 드래곤이 쭈뼛거리는 모습을
에니는 귀엽게 바라보고 있었다.
에니는 우유인듯한 하얀 액체가 담긴 그릇을 루카테르한테 건네주었고
루카테르는 갈증도 났고 배도 고팠기에
얌전히 그 그릇을 받아 안에 있는 하얀 액체를 마셨다.
하얀 액체는 우유가 맞았다.
드래곤 덩치에 비해 적은 양이었지만,
갈증과 허기를 달래기에는 충분했고
어느 정도 기력을 회복한 루카테르를 힐끗 에니를 봤다.
에니는 미소를 방긋 지어 보이며
신한테 덤비는 것은 좋으나, 상대를 봐가면서 덤비라고 했다.
루카테르가 덤볐다가 깨진 한 성질을 하는 신이 돌봄의 신 에니였고
에니는 인간 모습으로 쓰러져있었으면
죽든 말든 무시할 생각이었으나,
드래곤 모습인 것을 보고 루카테르를 치료해 주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며칠 동안
루카테르는 드래곤 모습으로 에니의 돌봄을 받았다.
에니가 자신은 인간을 싫어하기에
상처가 나을 때까지는 원래 모습인 드래곤으로 있으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며칠 후,
상처가 거의 다 아물고 나은 루카테르는
에니의 영역을 떠나기 위해 움직였다.
에니는 좀 더 있어도 된다고 했지만,
루카테르가 인간의 모습으로 폴리모프하자
바로 정색하며 얼른 가라고 손을 휘저어 보였다.
루카테르는 떠나기 위해 비행하면서
에니의 영역인 섬을 힐끗 봤다.
자연이 그대로 보존되어있는
다양한 동물들이 자유로이 다니는 모습에
다른 것은 몰라도
이곳의 ‘돌봄의 신’만큼은 건들지 말자고 생각했다.
이 일을 계기로 조금 얌전해지나 했으나
제 버릇 남 못 준다고 했던가···.
신한테 시비 걸며 다니던 것이
어느새 일상의 버릇이 되어버린 루카테르는 ‘양아치 드래곤’이란 호칭을 얻게 되었으며
어떤 신하고 한바탕한 후,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터덜터덜 움직이며 쉴만한 곳을 찾던 중
발에 툭 하고 차이는 백금빛 털 뭉치를 봤다.
살아있는 생명체인지
바들바들 떨고 있었는데,
제대로 먹지 못한 듯 털은 푸석하고
원래 작은 덩치인 듯하나 말라 있어서 더 작아 보였다.
루카테르는 이게 뭔가 싶어
별생각 없이 손가락으로 집어 들어 봤고
멸족되어가는 기생 마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대로 두면 기생 대상을 찾지 못해 죽을 터,
예전이었으면
발에 치이든 말든 관심 자체를 주지 않겠지만
만신창이가 된 지금의 자신 모습과 닮아 보였던 것인지···.
자업자득이긴 했지만,
상처 입은 몸을 돌봄의 신한테 돌봐진 경험 때문인지,
아니면
힘없는 해칠링 시절 신들한테 휘둘린 기억이 생각나서인지···.
차마 무시하지 못하고
손가락으로 집어 든 채 가만히 기생 마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적당한 짐승 한 마리라도 잡아 기생할 수 있게 해주면 되나 싶어
주변으로 시선으로 옮겨 훑어보던 중.
기생 마수의 금색 눈동자가 시선을 마주하게 되었다.
몸은 엉망이지만
생생하게 빛나는 죽지 않은 눈빛에
루카테르는 방심했다고 해야 하나
경계하지 않았다고 해야 하나
암튼,
백금빛 기생 마수는 루카테르의 손가락을 통해 스르르 스며 들어가면서
기생하기 시작했다.
루카테르는 완전히 기생해 융합되기 전에 튕겨내려 했으나,
살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전해 느껴지면서
그냥 그대로 기생 마수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로 인해
루카테르의 오른쪽 눈가에는
독특한 문양과 함께 세 개의 금색 돌 장식이 표식으로 생겨났다.
또한,
기생 마수가 융합하면서
자신의 힘이 조금이지만 증폭되는 것을 인지할 수가 있었으며
기생 마수의 능력이
숙주의 능력 증폭과 보조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다른 존재들이
기생 마수의 이러한 능력을 알았다면
기생 마수가 이렇게까지 하대받지는 않았을 텐데···.
기생 마수는 힘이 좀 있는 존재한테는
기생하기도 전에
공격당해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았기에
부득이하게
힘이 약한 존재 위주로 기생을 하다 보니
기생 마수의 이러한 능력을 제대로 인지하는 이들이 없었다.
그렇게 기생 마수의 능력 덕분에
루카테르는 평소보다 빨리 상처를 회복할 수 있었고
신하고 좀 더 대등하게 맞설 수 있었다.
그렇다 해도
신이란 것들을 이길 수는 없었으며
약점을 찾기도 쉽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신에 맞서는 양아치 드래곤의 존재가 점차 널리 알려지면서
상대하기 싫었던 신들은
드래곤들 자체를 상대하지 않게 되었고
루카테르는 그것에 나름대로 만족해 가고 있었다.
정작 드래곤들은
루카테르의 이런 행동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루카테르는 드래곤을 함부로 건들면
어떤 귀찮은 꼴을 당할지 알려주듯이 계속 양아치 짓을 하면서
신한테 시비를 걸고 다니던 중,
문제가 생겼음을 인지했다.
기생 마수의 상태가 이상해지고 있음을 인지했다.
이미 증폭된 자신의 힘에는 딱히 문제가 없었는데,
융합된 기생 마수의 상태가 이상하게 날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었다.
기생 마수가 괴로워하고 있었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루카테르는
뭔가 방법을 찾다가 순간 뇌리에 번뜩 떠오른 한 존재가 있었고
서둘러 그 존재가 있는 곳으로 찾아갔다.
인간 모습의 루카테르가 온 것을 본
돌봄의 신 에니는 거부하려고 했으나,
루카테르 안에 기생한 존재를 인지하면서
영역 안으로 들어오게 해주었다.
그리고,
그 존재의 상태를 면밀하게 살펴봤다.
좋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죽어가고 있었다.
기생 마수는 강한 존재한테 기생할수록
생존율이 오르기는 했으나,
드래곤한테 기생하기에는
드래곤의 힘이 기생 마수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강했다.
지금껏 기생 마수가 버틴 것이 용할 정도였다.
게다가,
드래곤한테 기생하여 융합하려 할 때
힘 차이로 인해 바로 죽었을 확률도 높았는데
기생 마수가 루카테르한테 기생할 당시
루카테르의 힘이 많이 약해져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루카테르는 방법이 없나 도움을 부탁했으나,
에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돌봄의 가호를 내려준다고 한들
임시방편에 불과했기에···.
그리고
완전히 융합된 상태에서는 기생 마수를 분리할 수가 없었으며
혹, 운 좋게 뒤트는 방법으로 분리한다고 해도
분리되는 순간,
숙주와 함께 생을 같이 하는 기생 마수는
숙주와 분리되면서 바로 죽음을 맞이할 수가 있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속에
기생 마수의 생명의 빛은 점점 희미해져만 가고 있었다.
루카테르는 이대로 그냥 둘 수는 없어
방법을 필사적으로 찾아 헤맸고,
자신의 속성 ‘찾기’에 의해 한 가지 방법을 찾았다.
그것은 기생 마수를 가사상태에 들어가게 해
자신의 힘에 영향받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숙주와 생을 같이 하기에
숙주인 루카테르의 드래곤 힘이 기생 마수한테 영향을 주어 생긴 문제이니
기생 마수가 죽은 것처럼 속여
힘의 영향을 받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이미 많이 쇠약해져 있기에
잘못하면 가사상태가 되어 그대로 죽음을 맞이할 위험이 컸지만,
돌봄의 신 에니의 도움으로 아슬하게 성공할 수 있었다.
그 증거로
기생 마수가 죽게 되면 사라져야 할 표식이
다행히 그대로 있었다.
루카테르는 이제 기생 마수와 함께 있음을 느끼기도 힘들게 되었지만,
죽지 않고 이대로 버틸 수 있다면
언젠가는 가사상태에 들게 한 기생 마수를 깨울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자신의 속성 ‘찾기’를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앞서 전쟁의 신도 그러했듯이
루카테르도 함께 하면서 정들은 존재를
여전히 몸 안에 기생하고 있다지만,
더 이상 느낄 수 없는 것에 허전함을 느꼈고
자신의 판단과 선택으로 기생 마수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자책과 자괴감이 들면서
이것이 잘못된 방법으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신한테 괜히 화풀이하듯이
시비 걸고 다니는 것이 전보다 심해졌고
드래곤 수장 카르티아까지 나서서 말렸지만
루카테르는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러다가 심지어는
전쟁의 신 워스만한테 덤비기 시작했다.
워스만은 당연히
이 드래곤이 미쳤나 생각하면서 귀찮음에 없애버리려 했지만,
드래곤 루카테르의 오른쪽 눈가에 있는 기생 마수의 표식을 보게 되었고
탐색으로 기생 마수의 상태를 알게 되면서
예전 자신의 ‘아이’들이 생각난 워스만은
루카테르를 봐주면서 상대했다.
이를 알 리가 없는 루카테르는
틈만 나면 계속해서 덤벼댔고
워스만은 적절히 죽지 않을 정도로 정성껏 즐겁게 상대해 주었다.
그렇게 루카테르의 삐뚤어진 양아치 행보가 계속되던 중,
그것이 더 엉뚱한 곳으로 향하게 되었고
결국에는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인간의 영역인 레쉬아 왕국에 쳐들어가 한바탕 난리를 피우기 시작했다.
당연히 왕국 병사들이
루카테르를 막기 위해 맞섰지만,
일반 병사들이 드래곤의 힘을 막기에는 턱도 없는 것이었고···.
마법사들과 다른 능력을 지닌 이들이 나서서 막아보려 했으나,
이 역시 역부족으로
루카테르의 손짓 한 번에 마법사들과 능력자들 그리고 병사들은 힘없이 날아가고 쓰러졌다.
그러다가
드래곤 루카테르의 만행을 보고 참지 않은
국왕 후계자로 왕궁에 있던
어린 ‘레이쉴’이 나서서 상대하게 되었고,
어리다고 깔보던 루카테르는
제대로 자신의 힘을 발휘하기도 전에
어린 레이쉴한테 처참하게 깨지게 되었다.
신하고 한바탕할 때도 아니었는데
이때는 정말 타 죽는 줄 알았던 루카테르였다.
레이쉴이 가진 불의 속성 힘이 남달랐기 때문이었다.
뭐, 그 덕에 레이쉴은
이미 국왕 후계자로 지목되어있긴 했지만
그 입지를 더 확고히 할 수 있었다.
드래곤보다 하위존재인 인간한테 깨져서인지
루카테르는 자신이 한 행동의 잘못을 깨닫게 되었다.
인간을 드래곤보다 하위존재로 여기며
레쉬아 왕국에 와서 난리 피운 것이
신들이 드래곤을 깔보고 무시한 것과 다를 것 없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무슨 이유에서인지 자신의 속성 ‘찾기’가
이 왕국에 있으라고 속삭이고 있었다.
루카테르는 자신의 잘못을 사죄도 할 겸,
어린 레이쉴한테 한 가지 제안했다.
레이쉴이 국왕이 될 때
자신이 이 왕국의 수호 드래곤이 되어 도와주겠다고.
레이쉴은 이건 뭔 소리인가 했지만,
신의 만행으로부터 왕국을 지킬 수 있게
소중한 이들을 괴롭지 않게 보호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는 루카테르의 말에
자신을 위해 희생하고 있는 누님 세이지를 생각하면서
그 제안을 승낙했다.
루카테르는 그렇게 레이쉴이 성장한 후 정식으로 국왕이 되었을 때,
자신이 한 약속대로
레쉬아 왕국의 수호 드래곤이 되어주었고
뜻하지 않게
왕국이라는 레어를 얻게 되었다.
그 후로도
루카테르는 신들의 약점을 찾겠다고
기생 마수를 깨울 방법을 찾겠다고 여기저기 돌아다고 있었다.
그러면서 전쟁의 신과 또 한바탕하고
겨우 무승부로 결론지으면서 국왕 레이쉴한테 한 소리 듣기 전,
왕국으로 돌아가려다가
기력이 딸려 실수로 텔레포트를 잘못하면서
어떤 일행의 여행용 마차 앞에 떨어지게 되었다.
루카테르는 이게 뭔 창피인가 하다가
자신의 속성 ‘찾기’가 환호성을 지르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우연히 찾았고, 만났다.
자신처럼 기생 마수를 데리고 있는 존재와
숙주 안에 건강하게 있는 기생 마수.
루카테르는
가사상태에 있는 자신의 기생 마수를 깨워줄
희미한 생명의 빛을 어둠으로 환하게 밝혀줄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이하면서 신비로운 소년을 만났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 작가의말
아이고...
추워서 손도 얼고 머리도 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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