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53 화 – 눈을 뜨고 마주한 세계.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153 화 – 눈을 뜨고 마주한 세계.
영혼을 잃은 육체에 빙의되는 것.
비슷한 상황을 꽤 여러 번 경험했기에
리아인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었다.
단지,
신생아가 아닌 육체에 빙의 적은 없었었다.
신의 손길에 의해 뒤틀린 이후,
평범한 삶을 잃어버리고
주변까지 뒤틀어버리는 저주 같은 자신이
주변에 피해 주지 않기 위해
망할 신들의 손길에서 벗어나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도망쳤었다.
그러나, 뒤틀렸기 때문인지
도망치는 것도 힘들었고
어쩔 수 없이 최후의 선택을 했는데도
제대로 죽지도 못하고 있었던 중.
드디어 죽음의 안식이 찾아와 눈을 감았으나
눈은 다시 떠지면서
낯선 환경과 마주해야 했었다.
그리고 이내
자신이 아기로 환생한 것을 알게 되면서
어떻게 된 일인지 감이 잡히지 않던 그때.
아기의 부모가 나눈 대화와 보인 행동.
아기의 숨이 멈췄다가 다시 숨을 쉬며 깨어난 것을 기뻐하는 것에서 알 수 있었고
인지했다.
빙의에 의한 환생.
기억이 그대로인 채 환생한 것이 의문이며
뭔가 껄끄럽긴 했으나,
뒤틀림에서 신들한테서 벗어나게 되었다는 것에 기뻐했다.
그러했으나···,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뒤틀림이 여전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뒤틀림의 영향으로 인해 부모인 자들이 피해받는 모습에 절망을 맞이하다가
더 큰 절망인 신들이 찾아와 끌려갔고
또 다른 신의 손길에 뒤틀리는 고통을 당해야 했다.
그러다, 운이 좋았는지 어쨌는지
도망칠 기회가 생겼고
그 과정에서 다시 죽음을 맞이했으나,
죽음이 아닌,
또다시 영혼이 없는 아기의 몸에 빙의해 환생하게 되었다.
그 뒤 혹시나 했으나 아니나 다를까,
주변은 자신의 뒤틀림에 엉망이 되었고
기다렸다는 듯이 신들이 나타나 끌고 갔다.
그렇게 뒤틀리고 도망치다 죽고
빙의 환생한 후 끌려가기를 반복하다가
다른 세계에서 빙의 환생이 되어
작은 희망을 품었었다.
그러나,
희망은 처참하게 깨졌고
강제 차원 이동 당하며 끌려갔으나.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어
또다시 도망치다가
빛의 사막에 들어서게 되었다.
더 이상 도망갈 수 없다는 듯이
사방에서 찌르는 빛들.
정말 쉬고 싶고
이제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지만
그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그때.
마주하게 된 어둠.
그 어둠 속에서 류안을 만났다.
* * *
리아인은 잠시 어둠 속에서
과거를 회상하다가 눈을 떴고
눈 부신 햇빛에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찌르는 듯한 햇빛을 가렸다.
그리고
시체 더미 밑에 묻혀있는 자신을 보았다.
“하···.”
리아인은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이내 몸을 움직여서
시체 더미에서 빠져나와 몸을 살펴봤다.
큰 상처가 좀 보이기는 했으나
앞서 고문당했던 육체보다는 버틸만했다.
몸 상태를 확인한
리아인은 시선을 돌려 주변도 살펴봤고
이곳 역시 완전히 다른 세계.
앞서 중세유럽 같았던 세계들과는 달리
이곳이 원시 세계인 것을 알 수 있었다.
떨고 있는 원시인들과
천적을 피하듯 도망가고 있는 공룡들.
그리고
원시인들을 떨게 하고
공룡들을 도망가게 한 천적.
자신한테 손길을 내밀어 뒤틀리게 한
또 한 명의 신이
하늘에서 하찮다는 듯이 아래를 내려다보며
도도하게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원시인들은 한껏 몸을 조아리며
신이 노여움을 풀어주기를 빌며 기도하고 있었다.
“우가가-우가──.”
“우가각-!!!”
산 제물을 바치면서···.
하지만,
신은 손을 내밀며 뒤틀린 기운을 퍼트렸고
뒤틀린 기운이 거대하고 거친 해일이 되어 주변을 덮치게 되며
리아인은 뭔 대처도 할 틈 없이 휩쓸려선
다시 어둠에 묻혔다.
이런 식으로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자의 영혼 없는 육체에 빙의해 깨어나고
육체의 힘이 다하거나,
다른 이유로 죽임을 당하는 상황을 계속 반복해갔다.
동양 사극, 무협의 세계.
서양의 서부 세계.
미래인듯한 SF 세계 등등을 거치면서
한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자신이 빙의해 깨어난 곳의 세계를 뒤트는 신들이 모두 자신한테 강제로 손길을 내렸던 그자들이라는 것이었다.
리아인은 단순한 우연일까?
의문이 생기던 중.
찰싹. 찰싹.
어둠 속에서 뺨을 치는 감촉이 느껴졌다.
찰싹. 찰싹! 찰싹!!
뺨을 치는 횟수와 강도가 세지면서
통증이 밀려와
리아인은 인상을 잔뜩 구기며 눈을 떴다.
얼마나 세게 오랫동안 뺨을 치고 있었는지
뻘겋게 달아오른 손바닥이 먼저 보였다.
그리고,
“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안경알에도 눈물방울이 가득 맺혀있고
얼굴 또한 눈물범벅인 남성이 안도와 기쁨에 환하게 웃고 있는 것이 보이면서
그 남성이 참으로 낯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리아인은 저도 모르게 얼빠진 소리를 했다.
“······어?”
“어는 무슨 어야?”
“네가 죽었는지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알기나 해?”
낯익은 남성은 안경을 한 손으로 치켜들고
다른 손등으로 눈물을 닦으며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끅끅거리며 진정시키고 있었다.
얼굴, 목소리, 행동.
분명 자신이 잘 아는 남성의 모습이었고
리아인을 확인하기 위해 입을 움직였다.
“박민하?”
그 이름에 눈물을 다 닦은 남성은
리아인을 빤히 쳐다보며 답했다.
“그래, 내가 ‘박민하’다 왜?”
“평소 붕어똥 취급하더니 죽다 살아나니까 친구의 소중함이 새삼 느껴졌냐?”
‘하···.’
리아인은 이 어이없고 황당함에
나오려는 헛웃음을 일단은 속으로 삼켰다.
‘가쉬’로 강제 차원 이동 당하기 전
고등학교의 교우이면서
학교생활 내내 들러붙어 있어 ‘붕어똥’ 취급하며 무관심하게 대했던 오컬트 매니아 그 녀석이었다.
리아인은 돌고 돌아
이곳 세계로 돌아왔나 생각했으나,
아니었다.
박민하가 그나마 깨끗한 옷자락으로 안경을 닦은 후 얼굴에 쓰면서
그 안경 유리알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리아인의 모습이 아닌
검고 짧은 머리카락을 가진 다부진 군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딱. 딱.
박민하가 리아인의 바로 눈앞에서 손가락을 튕겼다.
“야, 노록원.”
“이제 막 깨어나서 정신없는 것은 알겠지만, 정신 차려.”
‘아, 빙의한 이자의 이름이 ‘노록원’이구나.’
리아인은 몸을 일으켜 세웠다.
온몸에 타박상으로 인한 통증은 있었으나
베이거나 찢긴 상처는 없는 듯했다.
앞서 이래저래 얼마 버티지 못한 것에 비해
잘하면 류안이 찾으러 올 때까지 한동안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후우─.”
리아인은 깊이 숨을 내쉰 후,
주변을 살펴봤다.
하늘에는 뒤틀림에 의한 균열이 가득했고
그 균열의 틈으로 괴수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크아아아-악!!
“모두 전투태세를 갖춰라-!”
“포격부대 앞으로-.”
“발사-!!!”
콰과과광-!!!!!
키아아아아악!
크악!!!
그 괴수들을 익숙하게 대응하며
대처하고 있는 군인들의 모습도 보였다.
“아, 이런. 숨어.”
박민하는 리아인의 팔을 붙잡고는
황급히 부서진 건물 벽 틈으로 몸을 숨겼다.
그런 후,
얇은 막을 벽 틈에 둘렀다.
박민하도 눈물로 얼굴이 엉망인 것과는 달리
베테랑 군인의 모습이었다.
리아인은 박민하가 보인 특수 능력과
수많은 괴수를 상대하는 군인들의 모습을 보며 이곳 상황을 파악하려던 중.
하늘에서 모습을 비친 자가 눈에 들어왔다.
“아··· 저 망할, 빌어먹을 신 또 왔네.”
박민하는 치가 떨린다는 듯이 중얼거렸고
리아인 역시 그 신을 보고는 치가 떨리는 것을 넘어 격한 분노에 휩싸이면서
저도 모르게 손에 백금빛 전류 파편들을 모았다.
자신한테 제일 처음
강제로 손길을 주어 뒤틀리게 한 신.
‘마찰의 신’이었다.
너무나도 오래전이라
얼굴도 기억에서 사라질 정도였으나,
결코, 반갑지 않아도
다시 보게 되니 바로 알 수 있었다.
파직! 파직! 파직!
리아인은 점점 거칠게 모여드는 전류 파편에
순간, 아차 하면서 전류 파편들을 거뒀다.
하지만, 이미 늦었는지
박민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리아인을 보고 있었다.
박민하는 엄청나게 놀라 하면서 입을 움직였다.
“너···.”
리아인은 사실대로 말해야 하나 난감했지만,
박민하의 입에서 나온 말은
예상했었던 것과 달랐다.
어쩌면 너무 뻔해서 예상 못 했을지도···.
“너, 능력 각성했구나.”
“이야- 축하한다. 축하해-.”
“죽다 살아나더니 환골탈태했냐?”
“암튼, 다시 축하한다. 인마.”
박민하는 소곤거리면서
계속 축하의 말을 전하다가 다른 뒷말을 이었다.
“축하는 축하이지만.”
“일단 지금은 그 힘 넣어둬.”
“?????”
“괴수들 상대할 때는 맘껏 써도 되는데.”
“저 망할 신 놈 앞에서 전기 혹은 번개의 힘은 되도록 드러내지 않는 것이 좋아.”
박민하는 틈에 두른 막을 살펴보더니
문제없는 것을 확인한 후
다시 뒷말을 이었다.
“저 빌어먹을 신이 차별 없이 뒤틀어대고 있긴 한데.”
“이상하게도 전류, 번개의 능력을 가지 이들한테 과잉 반응을 하고 있거든.”
리아인은 자신한테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박민하 말투에서 이질적인 것이 느껴졌지만,
정확하게 뭔지는 알 수 없었다.
“이유는 정확하게 모르겠는데.”
“뭔가를 찾는 듯, 기대한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 이내 실망하고는 분풀이하듯이 뒤틀어 버려서 희생된 능력자들이 몇몇 있으니까, 조심해.”
박민하는 한참 설명하다가
리아인의 표정을 보더니 한마디 덧붙였다.
“뭐, 너도 아는 사실이겠지만.”
“죽다 살아나면 기억에 혼란이 생기기도 하고, 주의해서 나쁠 것이 없어 노파심에 오지랖 부린 거다.”
“···어, 그래. 알았어.”
박민하는 리아인의 표정을 보고는
다시 설명에 들어갔다.
그 설명을 토대로 정리해 보면,
이곳 세계는 괴수가 종종?
아니 자주 넘어와 그에 따라
헌터들과 군인들이 주 활동을 하고 있었고,
그러던 와중에 약 20년 전.
신이라는 자가 뜬금없이 나타나서는
능력을 주겠다며 손길을 내밀었으며
신을 믿는 자들이 있고
능력 또한 필요했기에 몇몇은 그 손길을 받아들였으나
이내, 손길이 뒤트는 것이라 걸 인지한 이들은 거부하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얼마 가지 않아 괴수뿐 아니라
신과도 전쟁하게 되었고
신은 자신 뜻대로 이곳 세계를 뒤트는 것이 잘되지 않아서인지 물러나는 듯했지만,
어디선가 뒤틀린 괴수들을 끌고 와
한바탕 난리부르스를 치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확실히 앞서 잠깐 있었던 세계들은 뒤틀림에 괴멸 직전이었던 것에 비하면
이곳 세계는 뒤틀림을 나름 잘 막아내고 있었다.
아마도 오랜 기간 괴수들을 상대하며 숙련된 경험과
다양한 능력자들이 있어서 인지도···.
마찰의 신은 뒤틀린 괴수들을 잔뜩 풀어놓고
다른 볼일이 있는 것인지
차원의 뒤틀린 틈으로 들어가 버렸다.
차원의 뒤틀린 틈, 균열은 여전히 그대로 있었지만,
감지 능력이 있는 박민하는 더 이상 신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것을 인지하고는
얇은 막을 해제했다.
“망할 신 놈이 또 오기 전에 얼른 이동하자.”
“어···, 그래.”
리아인은 박민하를 따라 조심히 움직였고
얼마 움직이지 않아서
지하에 있는 주둔지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군인들이 자신을···
정확하게는 자신이 빙의한 ‘노록원’을 반가이 맞이해 주고 있었다.
마치, 죽었다가 살아 돌아왔다는 것을 안다는 듯이.
“이야, 노록원 이 자식이 마지막 예지라면서 말리는데도 위험 1급 지역에 가야만 한다고 그렇게 황소 옹고집을 부리더니.”
“새로운 능력 각성하러 간 것이었어.”
“수고했고 축하한다. 인마.”
‘마지막 예지? 새로운 각성?’
‘이건 뭔 소리야?’
리아인은 어리둥절했다.
지금 눈앞의 상황이 어째서인지
누군가가 짜놓은 각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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