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68 화 – 각자 할 일.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68 화 – 각자 할 일.
“네가 더 위험하지 않아?”
류안의 이 말에 헬리는 흠칫했다.
“무슨··· 말이야?”
“응?”
류안은 헬리를 기억해내기 위해 기억을 더듬다가 누구인지는 여전히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본 것이 기억나서 한 말이었다.
리아인, 워스만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어 류안을 바라봤다.
그 시선에 류안은 말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 것이 아닌가 고민하고 있을 때.
“뭘 알고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네가 신경 쓸 일 아냐.”
헬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표정은 무덤덤한 것 같으면서도 묘해져 있었다.
“그래? 그럼 그쪽도 우리 일에 신경 접어.”
리아인이 그 말에 맞받아쳤고
헬리는 한숨을 쉬었다.
“그러지, 너희나 우리나 각자 할 일이 있는 것이니까. 서로의 일에 신경 접는 것이 가장 좋은 대처일 것 같군. 대신 한가지 경고··· 아니, 부탁하겠어.”
헬리의 표정이 비장해져 갔다.
“이상하다 싶거나 조금이라도 위험해질 것 같으면 바로 도망가라.”
목소리 역시 비장했다.
“그럼, 서로 더 이상 마주치지 말고 각자의 일 잘 마무리되길 바란다.”
그러고는 뒤에 조용히 은신해 있는 친구이자 동료인 마법사한테 손짓을 보였고
마법사는 텔레포트 마법진을 펼쳐 둘은 빛과 함께 골목길에서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방음 마법과 시각 교란 마법도 풀어졌다.
* * *
숙소로 돌아온 리아인과 류안, 워스만.
쇼트, 루카테르 그리고 무역상인 비크가
방으로 들어온 세 명의 분위기가 뭔가 심상치 않은 듯 묘하다고 느끼고 있을 때,
워스만이 입을 열었다.
“작은 도련님. 도둑도 침입했었는데 그에 대비해 경계 마법을 더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요?”
워스만은 아주 능청스럽게 호위기사 연기를 잘하고 있었다.
“어? 아아. 안 그래도 경계를 강화해 놓은 척, 이곳에서의 대화는 극히 일부만 들을 수 있게 해놔서 무슨 대화를 하는지 알 수 없어.”
워스만은 류안의 말에 흡족해하며 말했다.
“그래, 그럼 좀 전에 만난 그 남자에 대해 나한테 설명을 해줘도 되겠군.”
워스만의 말에 류안을 리아인을 봤으며
그 시선에 리아인이 나서서
금발의 남성 헬리는 우리들의 위장용 상황을 위해 후원해주고 있는 헨즈 공작부인이 잃었다가 류안, 벨드라엔과 쌍둥이 둘의 도움으로 찾은 외아들이라고 설명해주었다.
류안은 기억 속에서 그때의 일을 대부분 잊은 상태였기에 설명해 줄 수가 없었다.
“그래? 그렇다면 국왕 레이쉴한테 따로 밀명이라도 받고 이곳에 온 것인가?”
워스만의 말에 리아인도 같은 생각을 했으나
뭔가 이상했다.
당연히 이상했다.
투명한 돌에 관련된 일에 류안 이외의 자한테 밀명[密命]을 낼 리가 만무했으니까.
“류안, 아까 헬리한테 말한 더 위험하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 거야?”
“응? 아, 그 사람이 헬리였어?”
이제야 금발의 남성 헬리가 기억났다는 듯 반응하는 류안을 보며
예전, 류안이 관심 없으면 금방 잊어버린다고 했던 말이 실감이 나는 리아인이었다.
“음─···, 밀명이라면 밀명이지.”
그 말에 리아인이 놀라며 물었다.
“뭐? 정말 국왕 레이쉴이 헬리한테 따로 밀명을 지시했다는 거야? 그래서 위험하다고 했던 거였어?”
“아니, 레이쉴은 아냐.”
“···그럼, 누가?”
류안은 잠시 리아인, 워스만을 보다가 다른 일행도 한 번씩 바라봤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알 것은 알아야 하겠지?”
“───······?”
리아인이 긴장하는 와중에
뒤통수가 싸해지는 류안의 말이 들려왔다.
“검은 옷 조직에서의 밀명.”
그 말에 모두의 표정이 일순 경직되었다.
그리고, 뭐라고 말하기 전
뒤이어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이 류안의 입에서 나왔다.
“거기에 더해 스스로한테 내린 밀명.”
“뭐? 그게 무슨···?”
류안은 리아인의 물음과 함께
방 안에 있는 모두의 좋지 못한 표정을 보고는 말을 이었다.
“적의 내부에 있는 적이라고 하면 설명이 되려나?”
무겁게 내려앉은 분위기 아래
류안의 말이 의미하는 것을 리아인, 워스만이 인지하고 있을 때.
루카테르가 손을 들어 보였다.
“지금 너희 셋이 하는 말. 특히 류안이 하는 말을 내가 제대로 들은 것이 맞나 싶어 확인차 하는 말인데.”
이 말에
류안과 리아인, 워스만은 말해보라는 듯이 루카테르를 응시했다.
“그러니까, 헨즈 공작부인의 아들인 헬리라는 자가 알고 보니 검은 옷 조직의 일원이었다. 그런데 그자가 그 조직의 내부를 뒤흔들 뭔가 위험한 일을 꾸미고 있다. 이 말인 거냐?”
“응. 맞아.”
류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루카테르는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것을 확인하고는 별일 아니라는 듯 덤덤하게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별 반응 없이 있는 가운데,
유일하게 한 사람만이 엄청난 얘기를 들은 것 같은 당혹감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입을 움직여 말했다.
“···저기,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응? 뭘 어떻게 해?”
리아인이 불안해하며 말하는 비크의 물음에 의문을 보였다.
비크는 리아인의 눈치를 살펴보며 그 의문에 조심스레 말했다.
“그, 제가 감히 참견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후 일정에 대해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말이죠···.”
“달라질 것 없어. 우린 우리가 하던 거 계속하면 돼.”
“네─?”
“뭐야? 왜 놀래?”
리아인은 눈이 동그래지며 놀라는 비크를 보면서 미간을 구겼다.
“아니, 그··· 그분 도와드리지 않아도 되는 건가요? 그 조직이라는 곳에서 혼자 위험을 감수하시는 것 같은데···.”
“혼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자가 계획한 일에 우리가 참견하고 끼어들어야 할 이유 없어. 그냥, 만에 하나 그자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돌발상황에 대비만 잘하고 있으면 돼.”
“···그러면 되는 건가요?”
“어, 그러면 돼.”
무덤덤하게 말하는 리아인을 보며
비크는 수긍을 하려 했지만
저들을 후원해주고 이곳에서의 일로 금전적인 지원까지 크게 해주고 있는 공작 가문의 외동아들이라고 하는데···,
한편으로는 너무 냉정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워스만이 그런 비크를 보며 말했다.
“너와 상관도 없는 일에 괜히 책임지지도 못할 관심은 접고 가만히 있는 것이 현명한 행동일 것이다. 쓸데없는 관심은 오히려 방해만 될 뿐이야.”
비크는 그 말에 흠칫했다.
“네! 네 압니다. 위험한 것이 아닌가 싶어 쓸데없는 오지랖을··· 죄송합니다.”
“알았으면 조용히 입 다물고 있도록.”
“···네.”
워스만은 헬리라는 자에 대한 말이 행여라도 세어나가지 않게 비크한테 은밀히 침묵의 제약을 걸어놓은 후,
류안을 봤다.
류안은 혼자 뭘 생각하는 듯하더니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의아했다.
류안은 스쳐 지나가듯이 봤거나,
관심 두지 않으면 기억에서 금방 지워버리는
형편없는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본인 스스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헬리. 이름을 듣기 전까지 그자가 누구인지는 전혀 기억해내지도 못했으면서···
기억을 더듬어봤다고 한들
만나기도 전의 헬리가 그 당시에 하고 있었던 일들을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인지
참으로 의아했다.
류안은 저도 모르게
헬리와 첨 만났을 때 받은 목 옷깃에 달린 작은 붉은색 브로치를 매만졌다.
그 행동에 따라
붉은 브로치에 오래전부터 새겨진 기억의 기록이 류안의 ‘방’으로 흘러들어오면서
다시금 헬리가 검은 옷 조직에 있으면서 했던 것들이 보였다.
마치, 붉은 브로치가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했다.
비록,
류안의 기억에는 인식되지 못하고
곧바로 사라졌지만.
그것을 지켜보고 있는 한 존재.
류안의 ‘방’에 더부살이 중인 ‘---’의 사념체의 표정에는 안쓰러움이 있었다.
아마도···
웬만한 신들조차도 감당하기 힘든 것들을 보는 듣고 느끼는 어린 신이
몸과 정신이 과부하[過負荷]에 걸리지 않도록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기억력을 감퇴시킨 것이라 인지할 수 있었다.
“─???”
류안은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워스만의 목소리가 들렸다.
“넌 어쩔 생각이지?”
“응? 뭐가?”
“적의 내부에 있는 적이라고 해도 그자가 우리의 아군이라는 보장은 없어.”
그는 냉정하게 말했다.
“그런 자가 우리가 하는 일에 큰 걸림돌이 된다면 어떻게 할 생각인지 알았으면 하는데.”
류안은 잠시 눈을 깜박이고는 답했다.
“걸림돌이 된다면 바로 처리해야지. 너도 그럴 것 아냐?”
망설임 없는 그 말에
워스만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 내가 괜한 것을 물었군.”
버크는 자신이 감당하기에는···
좀? 많이 버거운 그들의 냉정한 대화에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간섭할 수 없는 일이라고 속으로 주문을 외우듯이 되새기며 내일 일정에 집중했다.
* * *
킵스트 도시의 경계가 강화되었다.
귀빈[貴賓] 그 이상인
듀아 왕국의 왕실 전속 무역 상인과 함께
1 왕자 다미엔이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이곳의 영주인 유예누 후작이 다미엔을 맞이했다.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다미엔 왕자님.”
“네, 반갑습니다. 유예누 후작님.”
다미엔은 후작과 가볍게 인사한 후,
시선 돌리기 미끼 역할을 실행하기 위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듀아 왕국의 국왕을 위한 선물.
허세와 겉치레가 심한 국왕을 만족시킬 초고급 보석과 장식을 선점하는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제 명예를 걸고 국왕께 어울리는 보석과 장식으로 추천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후작님.”
유예누 후작은 1 왕자 다미엔과 듀아 왕국과의 연줄을 잡기 위해 그한테 집중했고
그로 인해
류안과 일행들한테 보인 관심과 감시가 느슨해졌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류안과 일행들은 출입이 제한된 유령도시 ‘야누’를 관광하고 싶다고 했으며
야누를 관광도시로 추진 중인 유예누 후작은
헨즈 공작 가문의 연줄,
투자를 받을 기회 또한 놓칠 수는 없어 관광을 허락해 주면서 안내인을 한 명 붙여주었다.
유예누 후작은 직접 안내하고 싶었지만,
1 왕자 다미엔한테 더 신경을 쏟아야 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 * *
안내인과 함께 유령도시 ‘야누’에 온
류안과 리아인, 쇼트, 워스만, 루카테르.
그리고 무역상인 비크.
그들은 폐광된 광산 내부를 둘러보고 위해 출입구 모여 있었다.
안내인은 류안과 일행들한테
위치추적 마법 장치를 한 사람당 하나씩 건네주었다.
“아시겠지만, 광산 내부길은 미로처럼 얽혀있기에 이곳에 대해 모르는 상태에서 잘 못 돌아다니면 길을 잃기 쉽습니다. 그러니, 부디 단독행동은 자제해 주시고, 저를 따라 움직여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그리 말한 안내인은
폐광 안 관광 장소로 공개가 된 곳과
붕괴 위험이 있어 접근 금지인 곳을 알려주면서 착실히 길 안내를 했다.
관광산업을 추진 중이라 그런 것인지
내부로 통하는 길 중 일부는 돌아다니기 불편하지 않게 잘 조성되어 있었다.
그에 반해
조명장치는 아직 설치되어 있지 않았기에 안내원이 마법 등불 세 개를 허공에 띄웠고
좀 어둡기는 했지만,
구경하는 것에는 크게 지장은 없었다.
오히려 지나치게 밝지 않은 불빛이 운치를 돋우었으며,
저벅. 저벅. 저벅. 저벅─···.
─··· ─··· ─··· ──···.
폐광 동굴 벽면에 부딪혀 울리는 발걸음 소리가 귀를 간질었다.
그 소리를 들으며 길을 따라 좀 더 깊숙이 들어가자,
인위적으로 뚫은 동굴과 자연동굴이 자연스럽게 연결된 곳들도 보이며 경관이 좋았고
그 두 동굴을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었다.
또한,
오랜 기간 사람의 손길이 끊긴 덕인지 동굴 생태계가 자연 조성된 곳도 있었다.
그래서 유예누 후작도 지금 상태를 최대한 보존하며 관광지로 개발 중이라고
안내원이 설명을 덧붙여주었다.
그렇게 내부를 구경하는 와중에
류안은 안내인이 위험하다고 알려준 곳 중 몇 군데를 눈여겨 봐두었다.
그리고, 그날 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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