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89 화 – 어쩌다 이런 일이···.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189 화 – 어쩌다 이런 일이···.
순조로웠다.
타지헤 왕국 전체에 벌어지는 사태를 막을
그 틈과 시기가 왔기에,
다들 각자 자신들이 할 일에 들어갔고
차질없이 진행되는 듯했었다.
레이쉴, 다미엔, 뮤리나
자신들의 하얀 창을 이용해
검은 옷 조직의 사냥꾼들과 창술사들을 상대하고 있었고,
드래곤 수장 카르티아, 쌍둥이 네우는
왕궁 전체에 펼쳐진 마법진의 중심부로 가
마법진 해제 혹은 파괴 작업에 들어갔으며,
벨드라엔과 쌍둥이 제우는
나름대로 계획을 방해하러 온 자들을 막고 있었다.
그리고,
워스만은 하얀 날개를 펼친 신을 잃은 아이
‘화희’를 상대해 주고 있었다.
또한,
왕국 전체에 둘려진
마법진을 교란, 파괴하기 위해
루카테르가 드래곤들을 잔뜩 이끌고 와 대기하고 있었고
까마귀 수인 쿠우카도 같이 있었다.
그렇게
각자 할 일과 상대해야 하는 자와 맞서며
순조롭게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 줄 알았는데···.
어디서 잘 못 된 것인지
리아인은 바닥에 강제로 엎드려진 채로
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아무런 말도 못 하고 동공만이 하염없이 흔들릴 뿐이었다.
새하얀 신전 제단 위
류안이 의식을 잃은 상태로
금빛 실들에 양팔이 옭매어져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
거기에 더해
류안이 가지고 있던
심판자가 자신의 아이 처형자들한테 하사한
네 자루의 하얀 창 모두
검은 옷 조직의 ‘그분’이라는 자의 손에 들어가 다섯 자루의 하얀 창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신의 아이’의 힘을 빌려
검은 옷 조직에서 만든 수많은 하얀 창이
류안을 겨누고 있었다.
“──···!!!”
리아인은 류안을 깨우기 위해 소리쳤으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빛의 찌름에 고통이 밀려오고 있었다.
리아인은 자신한테 손길을 내밀어 뒤틀리게 한 신들 가운데 있으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하지 못하는
무력감에 치를 떨며 눈을 감아버렸다.
* * *
타지헤 왕국의 왕실,
검은 옷 조직,
조력하는 신들이 저지르려고 하는
왕국 전체를 제물로 삼으려는 계획을 막을
적절한 틈과 시기가 왔다.
타지헤 왕궁 내에 있는
검은 옷 조직 중앙 본거지가 아닌
왕국 곳곳에 자리하고 근거지들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공격을 받기 시작한 것.
더 정확하게는 외부 공격이 아닌,
내부에서 일어난 반란이었다.
신을 거부하고 검은 천사를 받아들이자는 자들의 반란.
그 반란에는
금발의 남성 ‘헬리’와 그의 친구 마법사가 한 몫 거들고 있었다.
미리 안 것은 아니고, 우연이긴 했으나
그 덕분에 적절한 틈이 만들어지고
계획을 실행할 시기가 온 것이었다.
그렇게
타지헤 왕국 내에서 일어난 사태에
진전 없기만 하던 피해보상과 무역 재개에 관한 면담은 중단되었고
타지헤 국왕 티테아는 레쉬아 국왕 레이쉴한테 양해를 구하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레이쉴과 함께 면담에 참여했던 다미엔도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수호신으로서 동행한 워스만, 벨드라엔
그리고
쌍둥이 제우와 네우, 스체스 왕국 수호자 뮤리나와 같이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각자 방으로 들어간 이들은 진짜가 아닌
은신한 채 이들 곁에 있던
드래곤 수장 카르티아가 만든 분신[分身]용 허상이었다.
그리고 그 시각.
쌍둥이 네우한테서 미리 허상 마법 장치와 은신용 마법 장치를 받은 리아인과 류안은 방에서 조용히 나왔다.
방에는 침대에서 잠자고 있는 류안의 허상과
그 옆에서 의자에 앉아 책을 보고 있는 리아인의 허상을 남겨놓은 상태로.
리아인과 류안은 이곳에 온 후 지금까지
한결같은 모습으로 있었고
그런 잔상을 이용해서 만든 허상이라
의심한다거나 들킬 염려는 없었다.
그렇게
타지헤 왕실 측 사람들의 시선과 신경이
갑자기 드러나게 된
검은 옷 조직의 근거지들로 향하는 사이,
한자리에 모인
레이쉴, 벨드라엔과 쌍둥이, 다미엔과 워스만, 뮤리나, 은신 중인 카르티아
그리고 리아인과 류안은
왕궁 내에 있는
검은 옷 조직의 중앙 본거지로 향해갔다.
류안이 영상장치를 통해서 보여줬던
넓은 복도를 지나 마주한
웅장함을 풍기고 있는 거대한 문.
거대한 문에 설치된
톱니바퀴들 잠금장치를 본 쌍둥이 네우가
잠금장치를 풀기 위해 톱니바퀴에 손을 댔고
잠금 해제용 마법을 걸려던 그때,
끼리리─릭. 철컥. 철컥.
톱니바퀴들이 회전하기 시작했고,
쿠구웅─.
묵직한 소리가 울리며 문이 열리고 있었다.
해제용 마법에 반응했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빨리 문이 열렸다.
쌍둥이 네우는 의아함이 드는 와중에
완전히 열린 문 안쪽은
빛으로만 가득 차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흐아암-.”
류안이 별 반응 없이 하품하는 모습에
뒤틀린 기운은 없다는 것은 확인한 이들은
하나둘 문 안쪽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워스만이 문 안으로 들어가고
리아인과 류안 둘만이 남아 있는 상태.
리아인은 천천히 문 안으로 들어가려 했고
그 찰나,
하품하느라 제대로 상황파악 못 했던 류안이
황급히 리아인의 목덜미 옷을 잡아 멈춰 세웠다.
“!!!!!!!”
류안한테 갑자기 목덜미 옷을 잡혀서
뒤로 끌려간 리아인은 눈이 동그래지며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돌려
류안을 바라봤다.
그 순간.
쿠웅─!!!
거대한 문이 거칠게 닫혔다.
이건 또 뭔 일인지···
리아인은 말없이 그 문을 보고 있었고
류안은 리아인의 목덜미 옷을 놓은 후,
웅장하고 거대한 문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류안은 문 톱니바퀴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철컥. 끼릭- 끼리리-릭 끼릭. 끼릭.
조금 전,
쌍둥이 네우가 잠금장치를 풀려고 했을 때는
한자리에서 돌아가기만 하던 톱니바퀴들이
이번에는 각자 회전하며 이동하기 시작했다.
끼리리리─릭.
철컥. 철컥. 철컥.
원래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간 듯
안착한 톱니바퀴들은 움직임을 멈추었고,
쿠구구구구───.
문이 다시 묵직한 울림과 함께 열렸다.
하지만,
아까와는 사뭇 다르게
빛으로 가득 차 아무것도 안 보이던 그곳에
밖이라고 표현을 해야 할 듯한 풍경이 드리우고 있었다.
흡사,
작은 유토피아를 닮은
푸르른 나무들과 싱그러운 풀들과 꽃들
그 사이로 반듯한 돌길이 있었고
그 끝에 빛으로 둘러싸인 새하얀 신전이 자리해 있었다.
“·········.”
리아인은 잠시 그 풍경을 멍하니 보다가
발을 움직였다.
그러나, 이내 움직이던 발을 멈췄다.
류안의 표정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류안은 아까부터 계속 신경을 거스르는
수많은 신의 기운에 졸림을 넘어 짜증이 밀려와 미간이 구겨졌다.
그러다,
짜증 나는 그 기운들을 털어내려는 건지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고
그에 따라 검고 긴 머리카락도 좌우로 흩날렸다.
“하아···.”
류안은 한숨도 내뱉었다.
딱히,
짜증이 진정되지는 않았지만
이러고 가만히 있어 봐야 나아질 게 없기에
류안은 문 안··· 아니,
문밖으로 보이는 신전을 향해 발을 움직였고
리아인도 그 뒤를 따라 움직였다.
* * *
빛으로 가득 찬 곳으로 들어온 후,
이상함을 가장 먼저 인지한 것은
워스만 이었다.
쿠웅-!!
문이 거칠게 닫히는 소리에
워스만은 신속하게 주변을 탐색해보았고
리아인과 류안이 아직 들어오지 않은 것을
확인하는 것과 동시에
앞서 들어갔던 이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 있음을 인지했다.
“하─.”
“이거 아주 재밌는 상황이군.”
빛으로 가득 찬 곳에 홀로 있는 워스만은
곧 새하얀 빛 사이로
빛을 품은 새하얀 날개를 펼치고 다가오는 존재를 볼 수 있었다.
신을 잃어버린 아이 ‘화희’였다.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전쟁의 신이시여.”
반가이 인사를 건네는 화희를 보면서
워스만은 그다지 반갑지가 않았다.
“···너 나 좋아하냐?”
“예?”
“아아-, 전쟁의 신으로서 존경합니다.”
“···난 너 ‘아이’로 받아주지 못해.”
“예, 그것도 압니다.”
“오래전에 저의 신이 소멸하긴 했지만.”
“여전히 ‘신의 아이’이기에 다른 신의 아이가 될 수 없다는 것 잘 압니다.”
“그런데, 왜 자꾸 내 주위를 맴도는 거지?”
워스만의 물음에
미소진 채 있던 화희는 더 짙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건 전쟁의 신께서 더 잘 아실 것 같은데요.”
“뭐?”
“전 절 ‘아이’로 받아줄 절대자가 절실하거든요.”
“그래, 전에도 그 말 했지.”
“그래서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지?”
“상관이 아주 많죠.”
“절대자를 선택할 검은 천사를 당신께서 ‘아이’로 받아들이려 하고 있으니까.”
“!!!!!”
“놀라실 것 없습니다.”
“제가 신을 절실히 원하다 보니, 비슷한 당신의 심정을 알게 된 것뿐입니다.”
화희의 말에
워스만의 얼굴에 일순 감정이 요동쳤으나,
이내 평상심을 되찾았다.
“그러니, 제 ‘신’이 되어줄 수 있는 검은 천사가 당신의 ‘아이’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하죠.”
“!!!!!!!”
“아, 다른 이들한테는 검은 천사가 아닌 ‘신’이라는 것을 알리지 않았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빛을 품은 새하얀 날개를 활짝 펼치면서
하얀 창을 꺼내 들은 화희는
워스만한테 정중히 인사를 하며 말했다.
“최선을 다해 당신을 막을 테니.”
“다시 한번 더 잘 부탁드립니다.”
“하─, 그래.”
“어디 한번 잘 막아봐.”
워스만은 전신에 죽은 핏빛을 닮은
검붉은 갑옷을 두르고
양손에는 역시 검붉은 검을 꺼내 들었다.
* * *
쌍둥이 네우와 드래곤 수장 카르티아는
두 눈을 의심하고 있었다.
빛에 휩싸이면서
다른 이들과 분리되었다고 인지하던 중,
눈 앞을 가리던 빛이 사라지면서 보이는
마법진의 중심부.
발동장치를 보면서 함정인가 싶었다.
그러면서 의아한 것이
마법진과 발동장치가 가짜나 환영이 아닌
진짜라는 것이었다.
“음, 이왕 이렇게 된 것 함정에 빠진 척하고 할 일 해야겠죠?”
쌍둥이 네우의 말에
드래곤 수장 카르티아는 허탈한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철컥. 타─앙!!!
빛으로 가득한 곳에 총성이 울려 퍼졌다.
벨드라엔이 머스킷을 쏜 것이었다.
멸[滅]의 기운이 담긴 총알은 분명 반응한 것 같았는데
빛은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혹시, 색안경 있냐?”
“아, 네. 있어요.”
벨드라엔은 가득 찬 빛에 눈이 부셔서 말했고
같은 상황이 이었던
쌍둥이 제우가 색안경을 꺼내서는
벨드라엔한테 건네준 후,
자신도 색안경을 꼈다.
* 색안경[色眼鏡]
11세기 중국 송(宋)나라 때,
연수정(煙水晶) 안경을 쓴 것이 시초.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 작가의말
뇌 회전이 잘 안되고 있네요...
단백질과 당분으로 부족한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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