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56 화 – 일상처럼 시간은 흐르고···.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156 화 – 일상처럼 시간은 흐르고···.
박민하의 물음에
리아인은 망설임 없이 답했다.
“어, 다 들었어.”
그리고,
바로 뒤이어 말했다.
“그 마지막 예지 정확히 알아야겠는데.”
리아인의 말에
박민하는 조금? 많이 놀랐다.
분명, '빙의자'인데
말투, 행동이 노록원 그 자체였음을 새삼 느꼈기 때문이었다.
빙의라고는 짐작도 못 할 정도로
새로운 능력을 각성하다 기억에 혼란이 온 것뿐인 것 같았다.
거기에 더해
눈 뜨자마자 자신의 이름을 불렀고 알아보았기에 더욱 빙의가 아닌 것 같았지만,
이는 착각이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노록원은 그때,
자신의 눈앞에서 죽음을 맞이했고
감지능력이 있기에 부정, 착각할 수가 없었다.
박민하의 얼굴에 씁쓸함이 자리했다.
리아인은 그런 박민하를 보며
‘가쉬’세계로 강제 차원 이동되기 전의 세계.
그 세계의 교우, 오컬트 매니아, 붕어똥
박민하와 생김새뿐만 아니라,
성격, 말투도 똑 닮아 있었다.
도플갱어인가 싶었다.
“여기서 말하기는 좀 그렇고···.”
“자리를 옮겨야··· 그전에 움직일 정도로 기운이 돌아왔으면 샤워부터··· 할래?”
박민하는 물수건으로 대충 닦아 엉망인 리아인의 얼굴에 애써 웃어 보였고
리아인도 자기 꼴이 어떤지 알기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 * *
박민하는 샤워하고 보송해진 리아인과 함께 외진 복도로 갔다.
그리고는
“···노록원의 마지막 예지에 대해 알 사람들은 다 알고 있지만.”
“네 개인적인 얘기를 다른 사람이 듣게 할 수 없으니까···.”
라고 말하며 방음용 막을 둘렀다.
“···그래, 고마워.”
“이제 마지막 예지를 말해 봐.”
팔짱을 끼고 무표정한 얼굴로 말하는 리아인의 모습에
박민하는 역시 노록원답다고···
아니, 닮았다고 여겼다.
노록원이 남긴 마지막 예지.
자신의 예지능력은 죽고
새로운 능력이 깃들어 다시 태어날 것이며
이를 계기로 신들이 뒤틀어 놓은
이 세계의 뒤틀림이 다스려질 것이다.
이는 모두가 아는 노록원의 마지막 예지.
그러면서
빅민하, 팀장 마태수 만이 아는 예지이자,
부탁이 있었다.
그것은 자신이 죽은 후,
이 육체에 빙의하는 자를 잘 맞이해달라는 부탁이었다.
박민하는 이 부탁한 것까지 전부
리아인한테 얘기했다.
“···그런 것이군.”
“그럼, 앞으로 나도 잘 부탁해, 친구.”
리아인이 별 동요 없이 하는
‘친구’라는 말과 ‘잘 부탁해’라는 말에
박민하의 얼굴에 알게 모르게 드리워졌던 씁쓸함이 사라져 갔다.
친구의 예견된 죽음을 막을 수 없었지만,
그 마지막 부탁을 들어줄 수 있게 되었고
무엇보다 자신을 ‘친구’라고 불러주는 것에 너무 기뻤다.
그런 박민하의 모습을
리아인은 잠시 떨떠름하게 보다가 할 말을 했다.
“노록원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겠어?”
“그래야 내가 ‘빙의자’라는 것을 그나마 숨길 수 있을 테니까.”
“아, 그건 걱정하지마.”
“네가 하는 행동, 말투, 특히 나한테 보이는 모습들이 누가 봐도 노록원이거든.”
“그러니, 넌 그냥 평소처럼 행동하면 돼.”
환하게 웃으며 말하는 박민하의 모습에
리아인은 징글맞아 반사적으로 한쪽 눈가를 찡그렸다.
“그래, 그 모습. 딱 노록원이야~!”
박민하는 더 환하게 웃으며 좋아했고
그 모습에 리아인은 결국 한숨을 쉬었다.
확신에 가까웠던 짐작이 확실해졌다.
‘노록원이라는 이 육체의 원래 주인이 나와 성격이 같군···.’
다행이었다.
‘빙의자’라는 것을 감추기 위해
어설픈 연기 하느라 고생하지 않아도 되었고
거기다가 눈앞의 박민하 역시
자신이 아는 박민하와 이름, 외모마저 똑같아 대하는 것에 아무 문제 없었다.
기억에 대한 부분이 좀 걸리긴 하지만,
이건 능력을 각성하고 기억에 혼란이 오는 경우가 종종 있기에 대충 얼버무릴 수 있다고
박민하가 아주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믿고 맡겨도 될는지 좀 의심스러웠지만···
별수가 없으니 믿고 맡겨야 했다.
* * *
노록원의 육체에 빙의한 후,
시간은 흘러 일주일이 지나갔다.
박민하가 옆에서 잘 해주어서인지 어쩐지
좀 과하다 싶은 부분도 있었지만,
그 과한 부분마저
평소 박민하가 노록원한테 보이는 모습이었고
그 모습에 질색하는 리아인의 모습 역시
노록원의 평소 모습인지라
아무 문제 되지 않았다.
좀 신경이 쓰이는 것이 있다 하면
팀원들이 힐끗힐끗 자신을 본다는 것.
이건 뭐,
순전히 빛의 창과 전류 계열 능력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투명한 돌을 파괴하는 동시에
뒤틀린 기운마저도 태워버리는 어마어마한 능력이었으니,
그 능력을 지닌 리아인한테 절로 시선이 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거였다.
그 당시,
리아인은 빛의 창을 사용하고
기절 중이라 잘 몰랐으나.
박민하의 말에 의하면
빛의 창이 괴수의 투명한 돌을 파괴한 후,
백금빛 전류 줄기들이 나뭇가지처럼 사방으로 뻗어 나가면서 주변으로 퍼져나가려는 뒤틀린 기운 대부분을 태워버린 덕분에
남은 두 괴수를 처리하는 것이 아주 수월했다고 했다.
‘흐음, 반동만 조심하면 되는 건가?’
육체가 달라서인지는 몰라도
보통은 온몸을 찌르는 듯한 극심한 통증, 고통이 반동이었는데
이 육체는 코피와 각혈 그리고 기절이었다.
찌르는 반동에 비하면 고통이 덜했지만,
피 광란이라 음··· 보기··· 좀 흉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빛의 창이 아닌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백금빛 전류 줄기들은
반동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젠장.
“야! 이 멍청한 자식아-!!”
“반동이 적다고 그렇게 무식하게 써 재끼면, 몸이 방전되고 과부하 걸리는 것이 당연하잖아!!!”
리아인은 박민하의 잔소리를 무진장 들으며
들것에 실려 가고 있었다.
돌을 지닌 괴수는 없었지만,
이례적일 정도로 평소보다 몇 배나 많은 괴수의 출현에 화력이 바닥나고 능력자들이 대부분 탈진했는데
리아인도 그중 한 명이었다.
“···얼마나 남았어?”
“이익···, 1/3 남았다.”
“돕고 싶으면 나서지 말고 얌전히 기력 회복에 힘써, 인마.”
박민하는 울컥하는 것을 애써 참으며
뒷말을 이었다.
“너 말고도 능력자들 많아.”
“···그래. 앗, 차거.”
과부하 열로 얼굴이 벌게진 리아인의 얼굴에
박민하가 어디서 꺼낸 것인지 차가운 물수건을 덮어주었다.
“해열제도 먹을래?”
“···아니, 그 정도는 아니야.”
“물수건만으로 충분해··· 고마워.”
그 말에
박민하는 리아인을 보며 잠시 조용히 있다가
다시 말을 했다.
“너··· 요즘 고맙다는 말 자주 한다.”
“왜? 자주 해서 낯설어?”
“어···.”
“그래? 그럼, 평소처럼 생략해야겠군.”
“어? 아냐! 자주 해!!!”
“자주 하는 것이 예의에 맞는 거야!”
‘이건 뭔 소리야? 웬 예의?’
리아인은 어이없어 실소를 흘렸고
박민하도 자신이 한 말이 이상한 것을 아는 것인지 뻘쭘하면서 실실거렸다.
들것을 같이 들어주고 있는 팀장 마태수가
둘의 모습에 ‘끼리끼리 뭐하냐?’라는 눈으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시선에는 흐뭇함이 있었다.
그렇게 안전지대로 온 후.
그 사이 조금은 과부하가 진정된 리아인은 들것에서 스스로 내려와 앉았다.
“후우──.”
“곧 합류할 테니, 잘 버텨주십시오.”
“아니면, 합류할 필요 없이 남은 것들 싹 다 처리해주시면 더 좋고요···.”
“하, 이놈 말하는 것 보소.”
“그래, 알았다.”
“네놈이 나설 자리 없게 아주 확실히 처리할 테니 넌 몸이나 추스르고 있어.”
“···예, 부탁드립니다.”
팀장 마태수는 리아인의 이마를 손가락을 튕겨 가볍게 툭 치고서는
괴수들과 팀원들이 격전을 벌이고 있는 전장으로 향해서 갔고
그의 몸에 붉은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더니
이내 불꽃에 휩싸인 듯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리아인은 그런 팀장의 뒷모습에
레쉬아 왕국의 국왕 레이쉴이 생각났다.
‘그리고 보니··· 그쪽 아직 전쟁 중일 때 영혼이 끌려 나온 거였는데···.’
‘뭐, 거의 마무리 단계였고 레이쉴뿐만 아니라 다미엔과 다른 이들도 있고 전쟁의 신도 있는데 괜한 걱정이지···.’
리아인은 피식하고 웃음을 흘렸으나
곧 표정이 어두워졌다.
‘···류안은 괜찮을까나?’
영혼이 강제로 끌려 나오기 직전에 본
류안의 얼굴, 표정이
리아인의 뇌리에 박혀 떠나지 않았다.
분노? 짜증? ···슬픔?
처음 보는 류안의 얼굴이었다.
착각일 수도 있으나,
모든 감정이 휘몰아치는 듯하면서도
모든 감정이 죽어버린 듯한···.
정확하게 뭐라 할 수 없는 안쓰러운···.
“하··· 아···.”
리아인은 순간 울컥하며 올라오는 감정에
속이 답답함을 느끼고는 한숨을 쉬었다.
“어? 왜? 답답해? 물 줄까?”
‘아우, 시끄러워.’
리아인은 얼굴 눈가를 덮은 물수건을 들쳐
박민하를 째려봤고
물병을 꺼내 들던 박민하는 그 시선에 일단 입을 꾹 다물었다.
“그냥 숨 쉰 거니까, 호들갑 떨지 마.”
박민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리아인은 잠시 눈을 감았다.
‘저기압이나 발동하지 않으면 다행인데···.’
* * *
휘이이잉──.
아무것도 없는 황폐한 땅.
그런 곳에 전쟁의 신 워스만과 함께
류안이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었다.
저기압이 발동되기 직전이었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 작가의말
155 화 내용 중
박민하와 부팀장의 대화 일부를 수정했습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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