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22 화 – 마수의 숲에 드리워진….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122 화 – 마수의 숲에 드리워진···.
평온한 오두막의 아침 식사 시간.
리아인과 류안, 쇼트, 살쾡이 수인 키사.
이렇게 네 명은 주방 식탁에 모여 앉아 식사 중이었다.
그러던 중.
쇼트는 식사하던 것을 멈추고 고민에 빠졌다.
“음─······.”
그리고 그의 시선이 향한 곳.
그곳에는 열심히 쿠키를 먹고 있는 기생 마수가 있었다.
류안의 오른손에 기생 중인 기생 마수는 원래도 동글동글하긴 했지만,
요즘 들어 유독 통통해진 것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한데
류안은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기생 마수한테 쿠키 외에도 먹고 싶어 하는 것을 제한 없이 주고 있었다.
류안은 음식을 먹을 수 없으니 대리 만족을 하는 것인가 짐작은 하고 있지만,
쇼트는 그렇다고 해도 건강을 위해선 기생 마수를 다이어트 시켜줘야 하겠다고 판단과 결정을 내렸다.
탁──!
“···─???”
식탁 위에 뜬금없이 놓인 것에
리아인, 키사가 뭔가하고 의문을 보였다.
쇼트는 안 그래도 예전부터 생각해온
기생 마수의 다이어트를 위해 직접 만들어 두었던 다람쥐 쳇바퀴를 식탁 위에 놓은 것이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으니···
류안의 오른손에 기생 중인 기생 마수를 어떻게 운동시키냐는 것이었다.
쇼트는 먼저 류안한테 기생 마수의 다이어트 중요성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다.
“···─그러니까. 힘들더라도 다이어트는 꼭 해야 해.”
류안은 말없이 식탁 위 쳇바퀴를 보고는
쇼트의 비장한 표정을 본 후,
그의 시선에 따라 기생 마수를 바라봤다.
동글동글 통통했다.
바삭. 갈갈갈갈─갈────.
기생 마수는 그런 시선에 상관없이 야무지게 쿠키를 갉아 먹고 있었다.
그 모습을 잠시 보던
류안은 기생 마수의 목덜미를 꼬집듯이 잡고는 스윽- 하고 들어 올려 오른손에서 분리했다.
기생 마수는 갑자기 들어 올려지는 바람에 어리둥절하며 갉아 먹던 쿠키를 떨어트렸고
그대로 쳇바퀴 안에 넣어졌다.
······???
“운동하래.”
쳇바퀴 안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기생 마수를 보며 류안이 말했으며,
기생 마수는 그 말에 뚱한 표정을 하더니,
조그마한 네 발을 움직여 쳇바퀴를 돌리기 시작했다.
돌돌돌─돌─ 돌도르르르───······.
마치,
작은 뿔과 날개가 달린 검은 햄스터가 쳇바퀴를 돌리는 귀여운 모습이었다.
쇼트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하지만,
곧 뭔가 이상함을 인지하고는 표정이 굳어져 갔다.
쳇바퀴를 얼마 돌리지도 않았는데,
통통하고 동글했던 기생 마수의 몸이 금세 홀쭉해져는 뼈와 가죽만 남은 듯한 몰골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와 함께 힘들어 헥헥거리는 것도 보였다.
쇼트는 당황하고 놀라면서
저도 모르게 류안을 바라봤다.
“어··· 저··· 이게······.”
어버버 말까지 더듬거리는 쇼트는 뒤로하고
류안은 쳇바퀴를 멈추고는 기생 마수를 살며시 꺼내 오른손등에 올렸다.
기생 마수는 끼잉- 하면서 서럽다는 울음소리를 내고는 손등 안으로 스며 들어갔다.
“기생 마수가 괜히 기생하는 것이 아니야.”
“─!!!!!”
류안의 말에 쇼트는 정신 차렸다.
숙주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기생 마수.
하지만,
류안은 일반적인 존재가 아니다.
특히, 음식을 먹지 않는다.
아니 못 먹는다.
그나마 마시는 차로는 영양섭취가 될 리가 없었다.
기생할 보금자리는 있으나 영양섭취는 못 하는 상황.
그렇다면 어찌해야겠는가,
자체적으로 먹어 영양을 섭취하고 저장하는 수밖에······.
후다닥───!
덜컹-!! 뒤적뒤적──···.
쇼트는 식탁 위 쳇바퀴를 얼른 치우고는
찬장에서 다미엔이 리아인 생일 선물로 주고 간 고급 과자 상자를 꺼내 들었다.
기생 마수가 엄청나게 노리고 있었으나,
설탕과 꿀에 절인 엄청난 열량을 자랑하는 과자라 주지 않고 있었던 것.
───···!!!
상자 밖으로 흘러나오는 달콤한 향기에
기생 마수는 있는지 없는지 보이지도 않는 코를 킁킁거리며 류안의 손등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그토록 먹고 싶었던 고급 과자를 보며 황홀한 표정을 지었고
작은 두 발로 입을 막으며 눈을 반짝였다.
정말 먹어도 되냐고 물어보듯이
쇼트를 보고 상자 안 과자를 본 후,
류안을 초롱초롱 거리는 눈으로 바라봤다.
류안은 상자에서 과자를 하나 꺼내 들어
기생 마수 입안에 넣어 주었다.
와작─★.
쫀득함과 바삭함이 동시에 느껴지면서
기생 마수의 입안 가득 달콤함이 넘쳐 흘렀다.
오물오물─··· 꿀꺽-.
과자를 삼키고 행복해하면서도 아쉬워하며 조그만 혀를 내밀고 입맛을 다시고 있는 기생 마수 앞에
쇼트가 과자가 들은 상자를 밀어주었다.
그런 쇼트의 모습에
기생 마수는 서러움과 서운함은 금세 저 멀리 날려버리고는 감격의 나래를 펼치듯 조만한 날개를 파닥거리면서
상자 안 과자를 게눈 감추듯이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와가라라락─── 와작─.
그리고는
다시 동글동글 귀엽게 통통해졌다.
과자를 맘껏 먹고 행복해하는 기생 마수를
식탁 한쪽에서 살쾡이 모습의 키사가 부러워하는 눈으로 물끄러미 보고 있었으며
쇼트는 ‘졌다’라는 표정을 한 채,
오늘 점심 간식으로 빼놓았던 것을 키사한테 주었다.
키사 역시 눈을 반짝이며 과자를 포식동물의 면목을 보여주는 듯한 모습으로 먹어치웠다.
리아인은 눈앞의 소동을 무심히 바라보며 아침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던 그때.
삐이이이익────······.
쇼트가 가지고 있는 통신 장치로
국왕 레이쉴의 문자 왔다.
그와 동시에,
덜컹─! 거리며 거실 현관문이 거칠게 열리고 루카테르가 들어오는가 싶더니
리아인과 류안을 데리고 텔레포트를 했다.
“ㅁㅜ ㅅ─······.”
리아인의 외치려던 소리만 남아 울린 채,
셋의 모습은 사라졌다.
“·········.”
갑자기 들이닥친 루카테르와 상황 덕에
순간 얼이 빠졌던 쇼트는 곧 정신 차리고 문자를 확인했다.
『마수 테이머 둘 방문.
드래곤 테이머 류안을 찾음.』
쇼트는 문자를 보고는 이건 뭔가 싶었고
레이쉴도 마찬가지였는지
추신으로
『류안이 드래곤 테이머라니 와서 설명 좀 해.』
라는 문자도 남겨져 있었다.
* * *
레쉬아 왕국의 국왕 레이쉴의 집무실.
테이머들의 마을이라고 부릴 정도로 테이머들의 왕래가 잦은 마을 ‘두만’에서 만났던
마수 테이머 ‘하엔’과 ‘사메이’가 있었다.
그리고 그 둘의 양옆에는
늑대형 마수 세 마리와 사자형 마수 한 마리도 얌전히 대기하듯이 있었다.
마수 테이머 하엔과 사메이는 국왕 앞이라 그런 것인지 잔뜩 긴장하고 있었으며,
레이쉴은 하얀 창을 소지하고 있어서인지 잔잔히 위압감을 풍기고 있었다.
똑. 똑.
“들어간다.”
집무실 문밖에서 루카테르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들어오십시오.”
문이 열리면서 루카테르가 들어왔고
그 뒤로 짜증이 잔뜩 난 얼굴의 리아인과
무덤덤한 류안이 들어왔다.
“···──!!!”
“!!!!!”
하엔과 사메이는 일순 흠칫했다.
둘은 마수 테이머라 일반인과는 다르게 감각이 예민해서인지
류안을 본 순간,
마을 두만에서 만났을 때와 풍기는 기운이 달라져 있음을 인지했다.
몇 단계 상위급으로 올라가 있는···
마치, 진화한 것 같았다.
늑대형 마수들 역시 그것을 느꼈고
하룻강아지처럼 까불이였던 사자형 마수도
류안 앞에서 자세를 낮췄다.
드래곤 루카테르한테도 보이지 않던 행동을
류안한테 행하고 있었다.
하엔과 사메이는 두만에서 있었던 소동 때,
통제 불능이던 마수들을 일제히 얌전히 굴복시킨 존재가 헤츨링 드래곤이 아닌···
류안이었음을 깨달았다.
레이쉴은 그 상황을 신기하게 보면서
마수이기에 류안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보고 저러는 것인가 생각하던 중,
“무슨 일로 부르신 겁니까?”
리아인이 용건을 물었다.
“아, 여기 테이머 두 분이 너희를 찾아 여기까지 오셨다는군. 근데 왜 류안군을 드래곤 테이머라고 하지?”
레이쉴은 부른 용건과 함께 의문을 드러내면서도 기가 찼다.
검은 천사로도 모자라 드래곤 테이머라니
뭘 어찌했길래 이런 오해가 생긴 것인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레이쉴이 의문을 드러내자,
루카테르가 일단 그 의문과 오해를 풀어주기 위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런 뒤,
“···그러니까 예전 루카테르님을 꼽사리로 끼고 리아인군과 류안군이 여행하다 들린 마을 두만에서 류안 군과 루카테르 님한테 있는 기생 마수 표식을 계약증표로 오해해 류안군이 드래곤 테이머인 줄 알았다는 겁니까?”
레이쉴은 쉼표를 깜박한 듯 다다다 말하며
자신이 들은 것을 재차 확인했다.
“뭐, 그렇지. 더군다나 그때 난 헤츨링 모습을 하고 있어서 더 오해한 것 같아.”
“···그렇군요.”
레이쉴은 원인을 알게 되었고
이것으로 오해도 풀렸으니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신경 써봐야 골치만 아파서인 것도 있지만,
눈앞의 루카테르가 사고치고 다니던 것에 비하면 이 정도 오해는 오히려 별 것 아닌 측에 들어갔다.
허나, 그것과는 별개로
류안이 또 사건에 엮이게 될까 안쓰럽고 걱정이 되었었지만.
“그럼, 이번 일은 류안 군과는 상관없이 루카테르 님이 알아서 하시면 되겠군요.”
“어? 내가?”
“네! 드래곤 님의 힘이 필요합니다.”
“도와주십시오.”
하엔과 사메이가 동시에 말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다,
두만에서 자신들한테 따끔한 한소리를 했던··· 리아인의 눈치를 조심히 보고는
다시 루카테르를 보며 말을 이었다.
“이번에는 정말 테이머들이 힘을 합쳤고, 협회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검은 옷 사냥꾼들을 막아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러니, 제발··· 부디 힘을 빌려주십시오.”
두 마수 테이머는 허리를 최대한 숙이며 부탁을 했다.
“이번에 제대로 막지 못하면 레쉬아 왕국도 위험해 질 겁니다.”
“─!!! 무슨 말이지?”
“검은 옷 사냥꾼들이 ‘마수의 숲’을 ‘사냥터’로 잡았습니다.”
‘마수의 숲’이라는 말에
레이쉴과 루카테르, 리아인의 표정이 심각해지면서 단순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직감했다.
“마수의 숲은 지형이 험난하고 온갖 마수가 있으면서도 독충과 독초도 가득하기에 당장은 아니더라도 막지 않으면 얼마 가지 않아서 검은 옷 조직의 손에 장악될지도 모릅니다.”
“마수뿐 아니라, 이 왕국을 위해서라도 반듯이 막아야 합니다.”
두 마수 테이머는 진중하게 말했다.
마수의 숲은
모험가나 직업 사냥꾼들이 신전[神殿] 이나 유적지[遺跡地] 혹은 특정 마수를 노리고 진입하기는 했어도
인간의 영역이 아닌 마수들의 영역.
그렇다 보니,
이곳뿐만 아니라 다른 왕국에서도 함부로 건드리지 않고 있는 지역이었다.
‘젠장, 방심했어.’
레이쉴은 왕국 국경 지역에 있는 마수의 숲을 안일하게 생각한 것에 자책했다.
검은 옷 조직의 키메라 마수를 보며 마수를 대거 사냥한 것을 알았으면서,
마수의 숲 전체를 사냥터로 잡았을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검은 옷 조직이 마수의 숲을 장악하는 것을 막아야 하는 긴급사항이지만,
결정은 신중하게 해야 했다.
마수의 숲에 들어가게 되면
검은 옷 조직뿐만 아니라 마수들도 상대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마수들의 입장에선 검은 옷 조직이든 아니든
자신들의 영역을 침입한 제거 해야 하는 적일 뿐이기에,
적과 아군 구분 짓지 않고 공격할 것이다.
‘하아-, 적어도 마수들이 경계하지만 하지 않아 준다면 어떻게든 대처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레이쉴은 방법을 생각하던 중,
류안 앞에 지배자를 향해 경외를 표하듯이
여전히 자세를 낮추어 엎드려 있는 마수들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레이쉴과 같은 생각을 한 루카테르.
마수 테이머 하엔과 사메이 역시
류안과 마수들을 번갈아 가면서 보고 있었다.
그런 모습에 레이쉴은 급격히 두통이 밀려왔다.
검은 옷 조직과 관련된 사건이 터지면
어째서 류안이 중심에 있어 주어야 해결할 방안이 생기는 것인지······
이 세계의 운명이 어린 신 류안을 잡고 놓지 않으려고 일을 꾸미는 것 같았다.
“일단, 난 드래곤 수장하고 상의해 봐야겠어.”
루카테르는 이번 상황의 심각성에
드래곤들도 앞으로 나서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텔레포트를 하기 위해 집무실을 나가면서
상황 설명을 할 사자형 마수의 테이머 샤메이를 데리고 갔다.
그런 와중에
집무실 벽 쪽에 자리한 소파에 앉은 류안은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흠, 아직은 괜찮아 보이기는 하나.
-이대로 두면 확실히 위험해지겠군요.
류안은 지켜보는 힘으로 마수의 숲을 보고 있었고
‘방’에 더부살이 중인 두 신의 사념체도 마수의 숲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면밀히 보고 있었다.
마수의 숲 외곽 일부가 처참히 파괴되었고
마치, 성벽이 무너진 듯이
검은 옷의 사냥꾼들이 대거 침범하면서 마수들을 공격해 갔으며
영역을 침입한 적들을 제거하기 위해 마수들도 대대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와 함께 경악스러운 것이 있었으니,
사냥꾼들과 같이 온 정체를 알 수 없는 자가 사냥당한 마수들을 이용해 그 자리에서 키메라 마수를 만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허어, 다른 것도 문제이지만, 저자의 만행만큼은 막아야 할 것 같은데 자네의 생각은 어떠한가?
마수의 숲에 침입한 누군가의 만행에
심판자의 사념체는 조심히 류안한테 물었다.
마수의 숲이 완전히 파괴되고
그 안의 모든 마수가 사냥이 되어 멸족한다고 한들,
류안이 나서야 할 의무와 책임은 없었다.
허나,
검은 옷 조직의 만행은 결코 그냥 간과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 여파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끔찍할 것이 뻔했다.
막아야 했다.
근심 가득한 레이쉴.
간절함이 잔뜩 보이는 하엔.
모호한 표정의 리아인.
류안은 이들을 보고 말했다.
“마수들이 얌전히만 있으면 해결할 수 있어?”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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