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01 화 – 도착하기 직전.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101 화 – 도착하기 전.
배가 곧 가라앉는다.
리아인은 류안의 말이 뭔 말인가 했으나,
그 의미를 바로 인지할 수 있었다.
“─!!!!!”
간밤에만 해도 멀쩡해 보였던 갑판실의 천장과 벽, 바닥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점액질 같은 게 햇빛이 녹아 사라지면서 부서지고 삭은 구멍투성이의 낡고 오래된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리아인은 곤히 잠자고 있는 제드마의 얼굴을 소리가 크게 날 정도로 때리며 깨웠다.
“어이, 드래곤 일어나.”
찰싹찰싹 찰싹─!
“도로롱──······ 헤~.”
그렇지만 드래곤이라서 그런가,
얼굴 가죽이 두꺼운 것인지 별 타격이 없는 듯 헤실거리며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리아인은 머리에 짜증 마크가 자리했고
제드마를 아주 잠시 가늘게 뜬 눈으로 째려보다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리고 제드마의 귀를 꼬집듯 잡아당긴 후,
그 귀에다 크게 소리쳤다.
“일어나───!!!”
“네─!!! 네! 일어났어요.”
제드마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벌떡 일어났고 문자 이모티콘 ◉.◉ 표정 그대로 어리벙벙하고 있었다.
그러다 곧 갑판실의 상황을 인지했다.
리아인의 외침과 제드마의 놀란 소리에
갑판실 밖 벽면에 기대고 앉아 잠들어 있던 쇼트도 놀라 깨면서 갑판실 안으로 들어왔다.
“테, 텔레포트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제드마는 서둘러 류안이 알려준 좌표로 텔레포트 진을 설정 및 형성했으며
리아인과 쇼트는 야전침대와 침구 용품을 정리고 뭐고 그냥 아공간에 때려 넣은 후,
텔레포트 진에 올라섰다.
꾸릉─··· 꾸르르르─릉───.
갑판 아래에서 물이 들어차는 소리와 함께 유람선이 서서히 아래로 가라앉는 것을 느끼며
네 사람은 텔레포트 되어 갑판 위에서 사라졌다.
잠시 후,
반쯤 가라앉으며 기울어지던 유람선은 부력 때문인지 더 이상 가라앉지 않고 있을 때.
바다 수면 아래에서 거대한 연체동물의 다리가 몇 개 쑤욱─ 올라오더니
유람선의 흔적을 지우려는 듯 휘감고는 바다 아래 깊숙이 끌고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그곳을 얕은 파도가 치며 지나갔다.
쏴아아아─아───······.
그러한 것들을
‘지켜봄’의 권능으로 모두 본 류안은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우며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곧 기억 저편으로 넘겨버렸다.
그 후,
리아인과 류안, 쇼트, 제드마는
바다 위 배들을 징검다리 삼고 중간중간 작은 무인도도 거치면서 텔레포트로 이동해
스체스 왕국으로 순조롭게 향해가고 있었다.
너무 순조로워서 제드마는 무서울 정도였다.
레쉬아 항구에서 출발해
이틀이 지나고 삼 일째 되는 날.
리아인과 류안, 쇼트, 그리고 제드마는
섬이라고 불러도 되나 싶은···
아주 작디작은 섬에서 아침을 맞이했다.
이제 한 번만 텔레포트 하면 스체스 왕국의 항구에 예정대로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는 과정에서 제드마가 재채기 때문에 중간에 경로 이탈한 것을 빼고는
날씨는 늘 화창했고 파도는 잠잠했으며
바다 괴수나 바다 수인족의 공격도 없었다.
그 어떤 방해요소가 없었다.
“바다의 가호라도 받고 있었던 듯하네요.”
제드마는 신기함에 별 의미 없이 한 말이었다.
그런데 그 말에
멍하니 있던 류안의 한쪽 눈썹이 꿈틀거렸고
리아인, 쇼트는 ‘설마’ 혹은 ‘진짜?’라는 표정으로 류안을 바라봤다.
얼마 전,
인공으로 만든 투명한 돌을 알아보기 위해
무역선을 타고 해상로를 통해 스체스 왕국으로 가던 중 마주치게 되었고
류안의 도움으로 소리의 홀림에서 풀려난
바다의 파수꾼 크라켄.
그 크라켄이 다리로 자신의 머리를 톡 친 것이
정말 ‘바다의 가호’를 내린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생긴 류안의 표정이 일순 안 좋아졌다.
류안은 안 그래도 무의식중이거나 얼떨결에 누군가의 힘을 받아들이게 되고
그로 인해 고생해야 하는 상황이 짜증 나서
이를 막기 위해 자기방어에 신경 쓰고 있었다.
제드마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셋의 묘한 분위기에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울 뿐이었다.
바다의 가호니 뭐니 그건 지금 중요한 것이 아니니 일단은 기억 저 멀리 던져버리고
리아인과 류안, 쇼트, 제드마는
스체스 왕국의 항구로 가기 위한 마지막 텔레포트를 했다.
그리고 도착한 그들은
배에 있는 노를 직접 저어서 스체스 항구로 향했다.
하지만,
바로 항구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리아인은 아공간 주머니에서 옷 네 벌을 꺼냈다.
조금 낡아 보이는 어부용 옷으로
네 명은 그 옷을 걸치고 좀 떨어진 곳에서 낚시 배인 척 상황을 파악해 갔다.
굳이 이러는 이유는
경계를 강화한 상태에서 안 보이는 것보다
뭔지 확실히 보이는 것에는 오히려 덜 경계하는 허점을 노린 것이었다.
역시나,
항구 부둣가 검문소에는 껍데기를 뒤집어쓴 검은 옷 조직 일원들이 검문 담당 병사인 척하며 검문하고 있었다.
물론, 이러한 사실은 류안이 알려주었다.
그자들은 철저하면서 아주 꼼꼼하게
부두로 들어오는 자들이 이곳의 시민인지, 무역 상인인지, 단순 여행객인지 검사하고 있었다.
“검문과 경비가 아주 살벌하네.”
부둣가에는 검문뿐 아니라
여기저기 설치된 텔레포트 감지 장치와
마법사들이 주둔하고 있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흐음─······.”
3일 안에 도착할 수 있다고 약속한 터라, 시간을 더 지체하고 싶지 않은
류안은 뚱한 표정으로 부두를 응시하다가
제드마를 봤다.
그러면서 리아인을 향해 손을 펼쳐 보였다.
“·········?”
“???”
그 행동에
리아인, 제드마가 의문을 보이던 중
류안이 말했다.
“지도 좀 줘.”
리아인은 아공간 주머니에서 스체스 왕국의 지도를 바로 꺼내 류안한테 줬다.
류안은 지도를 받아 펼치고는 한곳을 손가락으로 꼭 집어 가리켰다.
“여기로 텔레포트 할 수 있어?”
“어, 여기는?”
리아인과 쇼트는 지도를 집중해서 봤다.
류안이 가리킨 곳.
유령도시 ‘야누’에 있는 광산으로
정확하게는 인공 투명한 돌을 만들기 위해
어린 생명체들의 세월과 생명을 뺏는 무자비한 만행을 저지른 실험공장이 있는 곳이었다.
“이곳 산으로 가면 되는 겁니까? 가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검은 옷 조직의 추적이 있지 않을까요?”
제드마의 물음에
류안은 씨익 하고 웃어 보였다.
“광산 안에 있는 실험공장으로 갈 거야. 그곳은 검은 옷 조직이 감시하지는 않고 있어. 음─, 안 한다기보다는 못하고 있다고 해야 하나?”
이 말에 제드마가 의아해하며 바라보자
류안은 더 진하게 씨익 웃었고
그 웃음에는 사악함이 묻어 있었다.
“그곳에 가는 순간 지들이 저지른 죄의 업보를 맞이해야 하거든.”
검은 옷 조직의 업보.
실험공장에서 희생된 사념체들의 원념이 아직 남아있는 상황에서
원념을 막아주는 부적도 없어졌기에
검은 옷 조직과 실험을 주도하고 참여한 자들이 그곳에 갔다가는 변을 당하게 될 것이었다.
그나마
깔끔하게 죽임을 당하는 것으로 끝나면 다행이려나?
제드마는 이곳의 상황에 아는 것이 없기에 여전히 의아해하며 눈만 껌벅거리다가
제 할 일을 하기 위해 입을 움직였다.
“광산 내부에 있는 곳이면 좌표가 상당히 까다ㄹ···.”
류안이 빤히 바라보는 시선에
제드마는 말을 끝까지 못 하고 다물었다.
“좌표 알려줄게.”
“네···.”
작은 배 위로 빛이 발현되면서
네 명은 텔레포트 되어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삐이이이이이─이─────.
부둣가에서는 텔레포트를 감지하는 마법 장치들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으며
마법사들이 곧 텔레포트 경로를 추적했다.
그러다 이내 움찔하더니
황급히 유령도시 ‘야누’에 있는 검은 옷 조직의 일원한테 연락을 취했다.
* * *
빛 하나 없이 어두운 공간.
파아아아앗───······!
그곳의 바닥에 텔레포트 진이 빛이 발하면서 생겨난 후,
네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광산 속 복잡한 미로 같은 내부.
잘못 텔레포트를 하면 공간이 아닌 암석에 찌부러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
텔레포트 보조 마법진이나 포털 장치 없이 정확히 좌표를 알려준 것에 감탄하려던 그때.
“욱-!”
제드마는 급히 손으로 입을 막으며 인상을 구겼다.
이곳에 남아있는 기운 때문으로.
이곳에서 류안의 도움으로
검은 옷 조직의 만행 폭로 영상전이 한바탕 있었던 후,
영주인 유예누 후작의 명령으로
어린 생명체들의 유골과 흔적을 모두 조심히 수습해 장례를 치러주었고
기계들도 조사하기 위해 전부 수거해갔으며
리아인이 뚫어 놓아 생긴 세로 일자로 쭉 뻗는 구멍은 잘 메꿔져 있었다.
그렇게
실험공장 내부는 아무것도 없이 깨끗할 정도로 텅 비어 있는 상태였지만
음산하고 암울한 원념의 기운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또한, 그로 인해
북쪽 지역의 추운 곳에 냉기가 더 서려져
이곳에 온 그들의 입에서는 하얀 입김이 더욱 짙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제드마는 감각이 예민한 드래곤이라
이곳의 기운을 더 강하게 느끼고 속이 뒤집힐 것 같은 충격을 받은 것이었다.
“으··· 수, 수도로 텔레포트 준비하겠습니다.”
제드마는 울렁거리는 속을 부여잡으며
텔레포트 진을 형성하려고 했다.
그런데.
“잠시만.”
무슨 이유에선지 류안이 말렸다.
실험공장 출입구를 응시하고 있던
류안의 입가에 오싹한 미소가 지어지고 있었다.
“손님이 오고 있어.”
“네?!!!”
손님이 누구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검은 옷 조직.
“그, 그럼 더 서둘러서 이동해야죠.”
류안은 재촉하는 제드마의 말은 무시하고는
투명한 창을 불러 손에 쥐었다.
이곳에서 희생되었던 사념체들의 의지[意志]가 모이고 뭉쳐서 만들어진 창.
“많이도 왔네. 임무가 중요하긴 했나 봐. 원념이 무서워서 안 오던 곳에 이렇게 온 것을 보면 말이야.”
어둠에 익숙해지고 말고 할 것 없이
류안의 눈에는 모두 보였다.
이내 마법 등불을 앞세워 다가오는 좁은 통로를 가득 메울 꽤 많은 검은 옷 무리가
리아인, 쇼트, 제드마의 눈에도 보였고
뒤에 몇 명이 더 있는지 안 보일 정도였다.
그렇게 검은 옷 무리가 다가올수록
그들 앞의 마법 등불에 의해
실험공장 내부의 어둠이 물러나고 있었다.
그리고,
잔뜩 경계하고 온 검은 옷 무리는
눈앞에 보이는 겨우 네 명인 침입자의 모습에 일순 황당함이 밀려왔다.
성인으로 보이지만 체구가 제일 작은 놈.
싸움 따위와는 전혀 인연 없는 듯한 놈.
그나마 깡다구는 있어 보이는 놈.
마지막으로 ‘쟤는 왜 여기에 있어.’ 싶은
비리비리 약하다 못해 보호해 줘야 할 것 같은 소년.
그런 인상에 다들 방심하려던 그 순간.
검은 옷 무리의 마법사 한 명이 소리치며 말했다.
“방심하지 마라! 저들 중 한 명은 드래곤이 분명하니까.”
드래곤의 텔레포트를 감지한 마법사의 말에
검은 옷의 무리는 공격태세를 잡았다.
리아인, 제드마 역시 경계태세를 잡았고
쇼트는 류안을 보호하기 위해 옆에 바짝 붙었다.
묵직한 긴장감이 거칠게 흐르는 와중에
류안은 너무나 여유로웠다.
“음, 만족스러울지 모르겠지만 기회가 왔으니 맘껏 원한을 풀어봐.”
류안이 나지막하게 이 말을 한 이유는
투명한 창 속 원념의 사념체들한테 한 말로
이곳으로 온 검은 옷 무리는 대부분 졸병 같은 말단으로 창술사나 사냥꾼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검은 옷 조직의 창술사나 사냥꾼은
스체스 왕국의 수도로 갔거나
지역 영주들을 견제하고 있는 듯했다.
아니면
어디 급하게 사냥하러 갔거나.
제드마 혼자 류안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때.
류안의 손에 있는 투명한 창이
순식간에 안개의 창으로 모습을 변화했다.
슈르르르르───······.
그리고 그 안개로부터
이곳 내부에 남아있던 것보다 더 강한 음산하고 암울한 기운이 느껴졌으며
슬픔과 분노가 서려져 있었다.
제드마뿐만 아니라 리아인, 쇼트도 느꼈다.
“─!!!!!”
검은 옷 무리도 이 기운을 느끼고는
위기감과 공포에 공격태세에서 방어태세로 전환했다.
그러는 사이 안개 창의 안개는
조용히 아래로 흐르며 내려가더니 서서히 검은 옷 무리를 향해 흘러가기 시작했다.
마치, 냉기가 서린 곳 바닥에 피어난 안개가 자연히 퍼져나가는 것처럼.
하지만 그것은
맹수가 사냥감을 노리며 다가가는 은밀함이었다.
────······.
그리고 곧 맨 앞에 서 있는
검은 옷 무리 중 한 사람의 발끝에 닿았고
그 순간.
“흐억-!!!”
그 한 사람은 숨을 거칠게 들이키면서 주저앉았다.
눈동자는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고
얼굴은 공포에 절어 일그러지고 있었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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