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79 화 – 씨앗 속 투명한 탄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79 화 – 씨앗 속 투명한 탄환.
파직! 파직! 파지직─···!!
벨드라엔의 권능,
멸[滅]의 기운으로 가득 찬 투명한 돌에 금이 가며 가루로 부서지지 시작했다.
“─!!!”
벨드라엔은 무언가 잘 못 되었나 했지만,
류안은 원하던 과정이라는 듯이 별 반응 없이 있었다.
그렇게 완전히 부서져
반짝이는 고운 가루로 변한 투명한 돌은
아래나 주변으로 흩어지지 않고 류안의 손 위에 얌전히 머물러 있었다.
류안은 손위에서 반짝이는 돌가루를
검붉은 로브의 신을 향해
후-하고 불었다.
사라라라─락───······.
허공을 반짝이며 가벼이 날아간 돌가루는
검붉은 로브의 신의 몸. 썩어가는 껍데기 전체를 감싸며 흡착되었다.
‘멸[滅]’의 기운이 깃들어 있는
뒤틀림을 흡수하는 ‘투명한 돌’의 가루는
뒤틀림으로 썩어가는 껍데기를 마저 뒤틀어 갉아 먹어가더니 서서히 멸[滅]해지며 사라지기 시작했다.
“크윽─···.”
통증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껍데기가 사라지면서 신의 몸체 표면도 같이 갉혀 사라지는 감각으로 인해
검붉은 로브의 신은 얕은 신음을 뱉었다.
이윽고,
썩어가던 껍데기가 모두 멸[滅]해져 사라진
깨끗한 ‘신의 몸체’가 드러난 신은
얼이 빠진 듯 멍하니 있으면서도 입가에는 기쁨의 미소가 드리워지고 있었다.
‘이런 것이 가능했단 말인가···?’
자신이 직접 겪었음에도 믿기 힘들었다.
마음속 응어리처럼
썩어가면서 끈적하게 들어 붙어있던 껍데기가 사라진 신은 ‘방’으로 가기 위해 입구를 열었다.
입구는 별 무리 없이 예전처럼 열렸고
입구 안으로 한 발 내딛자,
아무런 거부 반응 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방’으로 들어간 신은 뒤로 돌아
류안을 봤다.
“고맙다. 아이여. 내 비록 권능을 잃은 허울만이 남은 신이나, 그대를 위해 그대의 무탈[無頉]을 위해 기도하겠네.”
‘신’이 기도를 한다는 아리송한 말을 한
신은 고개 인사를 하고 ‘방’ 입구를 닫았고
마지막 말이 메아리처럼 흘러나왔다.
“소란을 피워 미안하다.”
침묵이 흐르는 가게 안.
“············.”
“·········.”
“제, 제가 지금 뭘 본 거죠?”
메디아가 침묵을 깨며 말하긴 했지만
여전히 놀란 눈에 그저 입꼬리만 허무하게 올라간 채 정신을 차리지 못했으며
그녀의 물음에 답해줄 수 있는 자는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벨드라엔은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꾹 누르고 있었다.
‘가능하다. 뒤틀림만 멸[滅]하는 것이 가능해.’
투명한 돌을 이용하면 충분히 가능했다.
이 역시 류안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류안이 앞에 나서서 고생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야───.”
워스만의 입에서 뒤늦은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그렇게 각자 다른 표정으로 류안을 봤다.
그러한데
류안은 뭔가 뚱한 표정이었다.
멸[滅]의 기운이 깃든 투명한 돌.
일회성이라
필요할 때마다 반복작업하기 귀찮다는 것을 느껴서였다.
류안이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뭔 방법이 없나 꿍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
그런 류안의 표정을 읽은 리아인은
쌍둥이 제우를 봤다.
무기 제작, 소환 능력이 있는 제우.
“총 있어?”
“총? 머스킷[Musket]? 있긴 하지만. 저격용이면 모를까 여러 적을 상대하기에는 많이 불편할 텐데.”
‘오~ 중세 분위기라서 총이 있을까 했는데, 머스킷은 있구나, 잘됐다.’
* 중세시기 – 5세기~15세기.
* 머스킷 개발 시기 – 15세기~16세기 추정.
제우는 머스킷 총 한 자루를 소환해 리아인한테 주었다.
긴 총신을 자랑하는 무게감 있고 격발장치와 방아쇠가 있는 개량형 머스킷[Musket]이었다.
리아인은 류안한테 건네주었고
류안은 받아든 머스킷을 꼼꼼히 살펴봤다.
“어때? 이 총에 아까 했던 것 대입하면 괜찮을 것 같은데.”
“응, 탄알 크기의 투명한 돌이 있으면 되겠어.”
이번에는 류안이 제우를 봤다.
“이거 망가져도 돼?”
“응? 아, 괜찮아. 또 만들면 되니까.”
제우의 말에 류안은 미소를 보이며
벨드라엔한테 머스킷을 던졌다.
“탄환으로 쓸 투명한 돌 구해줄게. 연습해.”
“어? 어? 어.”
머스킷을 받은 벨드라엔은 어벙하면서도
얼굴에는 미소가 한가득했다.
머스킷[Musket]을 임시 매개체로
투명한 돌을 탄환 삼아
멸[滅]의 기운을 담고 쏘면
뒤틀림만을 없앨 수 있는 아주 좋은 무기가 생기는 것이었다.
벨드라엔 옆에서 머스킷을 본 워스만은 맘에 드는 장난감을 발견한 개구쟁이처럼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전쟁의 신이니 무기에 관심 보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내건 없어?”
워스만은 아주 기대에 찬 눈으로
류안을 보며 물었고
“없어.”
류안의 짧은 답에
워스만은 꼬리를 내린 도베르만처럼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 모습에 류안은 뒷말을 이었다.
“알아서 잘하고 있으면서 뭘 욕심내?”
이 말에 바로 기분이 풀어진 워스만 이었다.
메디아는 전쟁의 신 워스만이 장난기가 많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저렇게까지 감정 표현하는 것은 처음 봤다.
오늘 정말 신기한 경험 많이 하는구나 싶었다.
어쨌든
가게 안은 문이 부서진 것을 제외하고
신이 와서 한바탕 난리 피웠다고는 생각 못 할 정도로 화기애애했다.
류안은 반강제적으로 온 것이지만
나름 원하는 성과가 있어서 기분이 괜찮았고
리아인도 류안의 표정이 좋아 보여 안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쌍둥이 제우와 네우가 기뻐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신이 명성에 맞게 활동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뒤틀림으로 망가진 문은
류안이 뒤틀림의 잔재를 없애준 후,
메디아가 금방 고쳐 달았다.
인형 수리가 전문이지만
네모난 판을 다는 것이 어려울 것은 없었다.
워스만과 벨드라엔이 각자의 갑옷도 마저 점검받은 후
다들 오두막으로 돌아왔고,
워스만은 국왕 레이쉴과 논의를 끝낸 다미엔과 듀아 왕국으로 돌아갔다.
아니, 끌려갔다.
* * *
타앙─!
구름만 약간 껴있는 맑은 하늘 아래.
레쉬아 왕궁 내 구석진 곳에 있는 정원 안
2층 구조 오두막의 앞마당에서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
벨드라엔은 사격 연습하고 있었으며
쌍둥이 제우는 머스킷을 더 쓰기 편하게 개량하고 여유분을 만들고 있었다.
쌍둥이 네우는 뒤틀림 대신 목표물이 되어 줄 검은 색의 마법 기운을 펼쳐주면서
사격 연습 중 오발로 인한 사고가 나지 않게 보호막을 펼치며 보조했다.
류안과 리아인은 탄환으로 쓸 소형 투명한 돌을 찾으러 오랜만에 둘만의 여행을 가고 없었다.
탕─!
오두막에서 쏜 총소리가
국왕 레이쉴의 집무실에 어렴풋이 들려왔다.
멸[滅]의 기운이 담겨 있어서인지 방음용 막도 설치했는데도 그것을 뚫고 소리가 전해져 왔다.
왕궁 안에 있는 모든 사람한테는 총소리에 대해 미리 통보해 놓아 동요하는 사람 없이 각자 제 할 일 하고 있었다.
“다들 열심히 하네.”
“네, 그렇네요.”
세이지의 물음에 레이쉴이 답했다.
이런 식으로 검은 옷 조직과 조력하는 신에 대응할 준비가 착착 잘 진행되어
레이쉴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서류와 물품들을 살피고 있었다.
계속 국정에 이런저런 일들을 신경 쓰느라 피곤할 텐데
그런 와중에도
여행 갔다 돌아올 류안과 리아인의 편의를 위한 물품들을 직접 체크 하고 있는
특히, 좋은 향의 찻잎과 방향제를 고르느라 신중히 고심하고 있는 레이쉴한테
누나인 세이지가 넌지시 물었다.
“레이쉴, 넌 신을 어떤 존재라고 생각해?”
“네? 주관적으로요? 아니면 객관적으로요?”
“개인감정을 뺀 객관적으로.”
“음─······.”
세이지의 말에 레이쉴은 잠시 생각했고
“범접할 수 없는 존재.”
라고 답했다.
“그렇구나. 그럼, 류안 군은 어떻게 생각하니?”
“어-, 곁에서 돌봐야 하는 어린···.”
레이쉴은 망설임 없이 류안에 대한 생각을 말하다가 순간 당황했다.
류안이 아무리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외형의 어리고 정체를 숨기고 있다 해도
엄연히 ‘신’이었다.
범접할 수 없는
감히 손을 내밀 수 없는 ‘신[神]’이건만,
어째서인지
류안은 손을 내밀면 닿을 것 같았고
곁에 둘 수 있을 것 같은···.
그리고
이런 생각을 비단 자신만 하고 있지 않으리라고 레이쉴은 확신을 했다.
류안과 시선을 마주한
류안의 능력을 본 자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고···.
레이쉴의 반응에 세이지도 인지했다.
그녀도 마찬가지였으니까.
탐욕의 대상이 되어가는 ‘신[神]’.
“레이쉴, 넌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어?”
세이지의 물음에
레이쉴의 얼굴에는 당황함은 사라졌고 단호하게 말했다.
“보호해야죠. 이 왕국에 와준 ‘신’이니 곁에서 국왕으로서 지킬 겁니다.”
“그래, 그게 너의 선택이구나. 네 뜻대로 해.”
세이지는 동생 레이쉴한테 밝은 미소를 보여주었다.
어렸을 적 처음 만났을 때부터
중간중간 찾아와서는 오지랖 같은 이해도 잘 안 되는 의미불명의 말을 하고
류안과 리아인을 만나기 전에 다시 만난
미래를 보는 신.
‘미후라’ 님이 말한 선택이 지금의 이 선택인지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어린 신이 이 왕국에서 마음 편히 지낼 수 있게 해주리라고
레이쉴은 다짐했다.
* * *
시간은 흘러,
탄환으로 쓸 투명한 돌을 찾으러 여행 갔던 류안과 리아인이 일주일 만에 오두막으로 돌아왔다.
웬 커다랗고 시들은 해바라기 꽃을 들고서
그것도 하나가 아닌 무려 열다섯 송이에 달했다.
“웬 꽃이야?”
쇼트가 마중을 나오며 물었다.
“아, 건드리지 마. 꽃 안에 투명한 돌 있어.”
“!!!!!!!!!!”
류안의 말에
쇼트는 해바라기 꽃 정리하는 것을 도우려 손을 내밀었다가 얼른 머리 위로 손을 치켜들며 뒤로 물러섰다.
갈색으로 시들은 해바라기 꽃들은 전부 잘 영근 씨앗을 한가득 품고 있었으며
그 씨앗들 안에 자그마한 투명한 돌이 알알이 들어있었다.
류안이 가지고 있는 투명한 돌 중,
고목 나무가 뒤틀린 기운을 먹고 ‘펠릿’ 같은 도롱이 벌레를 닮은 투명한 돌을 만들었듯
뒤틀린 기운을 양분으로 자란 해바라기가
씨앗 형태의 투명한 돌을 만든 것이었다.
류안은 해바라기 꽃들을 볕이 잘 드는 곳 바닥에 서로 겹치지 않게 펼쳐 놓았다.
해바라기 씨앗을 잘 말려
씨의 껍질을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서였고
단단해진 껍질이 매개체 및 보호막이 되어
벨드라엔이 직접 만져도 영향받지 않게 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그것을 본 쇼트는 오두막으로 들어가서는
뭔가 주섬주섬 챙겨서 갔고 나왔다.
그러더니,
달그락─ 뚝딱뚝딱.
해바라기 주변으로 소형 울타리를 친 후,
『☠ 죽기 싫으면 손대지 마시오. ☠』
라는 살벌한 문구를 적은 팻말도 세워두었다.
그러던 중,
벨드라엔이 류안이 돌아온 것을 알고는
덤으로 재상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오두막으로 왔다.
쌍둥이 둘도 당연히 같이 왔고
루카테르도 재미있는 구경 하겠다 싶어 슬그머니 얼굴을 내밀었다.
국왕 레이쉴도 오고 싶어 했지만···,
이번에는 벨드라엔 대신 재상들한테 잡혀주었다.
류안한테서 해바라기 씨앗 속 투명한 돌 얘기를 들은 벨드라엔이 물었다.
“언제 사용할 수 있는 거지?”
“음─···, 껍질이 마르기만 하면 되니까. 이틀이나 사흘 뒤면 사용할 수 있을 거야.”
사흘 정도면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으나
투명한 돌 탄환을 이용해 제대로 사격 연습하고 싶었던 벨드라엔은 아쉬움이 있었다.
그때.
“손.”
“─???”
류안이 손바닥을 보이며 말했고
벨드라엔은 리트리버가 반려인한테 앞발을 내밀 듯 반사적으로 손바닥을 내밀어 보였다.
촤라락─.
그의 손바닥 위로 스무 개의 새끼손가락 한마디 정도 크기인 해바라기 씨앗이 올려줬다.
해바라기 꽃을 챙길 당시,
그 주변 땅바닥에 떨어져 있던 것으로
껍질이 잘 말라서
탄환으로 쓸 수 있는 투명한 돌 씨앗이었다.
“오───♪”
벨드라엔은 선물을 받은 아이처럼 기뻐하며
이제 뒤틀린 기운이 감도는 곳을 찾아가 실전 연습하면 되겠다 여기던 중.
연습이 아닌
실전할 기회가 찾아왔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 작가의말
해골☠ 특수문자 인식되는 것으로 수정 ‘▽’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