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29 화 – ···와 마주한 2인조.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129 화 – ···와 마주한 2인조.
타지헤 왕국의 외곽 마을.
기분 나쁘게 흐릿한 날씨 속
인적도 없는 공원의 작은 분수대 난간에
서로 대비되는 모습의 두 사람이 앉아 있었다.
“흐아암───···.”
건장한 체격에 밝은 갈색의 짧은 머리카락을 가지고 등에는 하얗게 도색 한 창을 멘 여성이 연신 하품을 하고 있었다.
“아우-, 진짜인 척은 그럭저럭하겠는데, 가짜가 가짜인 척은 어떻게 하는 거야?”
“하하···, 그러게요.”
긴 검은색 머리카락의 남성도 난감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음··· 진짜처럼 보이려고 더 과장해서 행동하면 되는 걸까요?”
“오- 그거, 일리 있다. 괜찮다. 맞네. 그렇게 하면 되겠다.”
여성은 남성의 말에 맞장구치며
답답했던 속이 후련해진 표정을 지었다.
“근데, 우리···. 언제까지 여기서 기다려야 할까요?”
“그러게, 단장이 중요한 손님이 간다고 정중히 잘 맞이하라고 하던데···.”
여성은 지루함을 온몸으로 표현하듯이
하늘을 봤다가 땅도 보고 몸을 좌우로 흔들면서 온몸의 근육을 풀어보다가 인기척에 앞을 봤다.
“설마, 저자들이 우리 손님은 아니겠지?”
여성과 남성의 눈앞에
검은 옷을 입은 열 명이 다가오고 있었다.
“예, 단장님이 말씀하신 손님은 확실하게 아닌 듯 보이지만···, 우릴 찾아온 손님은 맞는 것 같은데요.”
“그래? 그럼 심심하던 차에 잠깐 맞이해 줄까?”
“네? 정말로요?”
남성이 놀라 걱정스럽게 여성을 바라봤다.
눈앞에 보이는 검은 옷의 열 명이 그 조직이면 상대하지 말고 도망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아, 걱정하지마. 간만 보고 안 되겠다 싶으면 바로 줄행랑 칠 테니까, 준비하고 있어.”
“···네, 누님.”
여성은 등에 멘 하얀 창을 꺼내 들었고
남성은 언제라도 가속 마법으로 도망갈 수 있게 손을 풀고 있었다.
“하, 뭐야 쥐새끼 세 마리가 몰래 만나기에 그자들인가 했더니, 그냥 흔한 양아치 잡배잖아.”
한숨을 쉬면서 인상을 험악하게 구긴 채 다가온 검은 옷의 조직원들은
경계하고 있는 둘이 가짜인 걸 알았지만,
이번에는 그냥 보낼 생각이 없어 보였다.
“쥐새끼 세 마리와 뭔 말을 주고받았는지 이실직고하면 최소한 곱게 보내주도록 하지.”
“뭔 소리야? 그냥 마주치고 헤어졌는데 무슨 대화? 게다가, 악당 중에서 그 말을 하고 곱게 보내주는 놈 난 못 봤어.”
“허, 우리가 악당이라니 이렇게 억울할 때가 있나.”
검은 옷 조직원들은 어이없어하면서
같잖다는 듯이 웃음을 보였다.
“말만 잘했으면 고통 없이 곱게 죽여주려고 했는데, 안 되겠군.”
“하─···?”
여성은 ‘그럴 줄 알았다’라는 표정에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음을 보였고,
남성은 당장에라도 도망갈 수 있게 가속 마법을 발동시킬 준비를 했다.
검은 옷 조직원들은 남성의 행동을 눈치채고 도망 못 치게 그 둘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여성은 그런 검은 옷 조직원 열 명을 은밀히 살펴보는 동시에
단장이 알려 준 검은 조직에 관한 정보를 떠올렸다.
열 명이 들고 있는 무기나 옷을 본 결과.
다행히도 창술사나 사냥꾼은 아닌 듯했다.
“후우─···.”
여성은 깊게 심호흡을 한 후, 창을 쥔 순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는 재빠르게 가장 약해 보이는 검은 옷의 한 명 쪽으로 내달리며 창을 휘둘렀다.
카강───!!!
둔탁한 금속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검은 옷의 한 명은 몸이 뒤로 밀려났다.
“크윽-!”
검은 옷의 한 명은 신음을 내며
전혀 예상 못 한 여성의 괴력과 속도에 순간 당황했다.
하지만,
곧바로 맞대응하며 여성을 공격했다.
카강! 캉───!!!
검은 옷 조직원의 검과 여성의 하얀 창이 수차례 부딪히면서 불꽃이 튀었고
여성의 하얀 창 도색이 벗겨져 회색의 무쇠 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휘릭─── 카강!!!
“으악-!”
여성이 손에 쥔 무쇠 창의 묵직한 공격에
검은 옷의 한 명은 돌바닥에 나가떨어져 뒹굴었다.
“크으윽──···.”
얕봤다가 큰코다칠 상황이라는 걸 인지한 검은 옷 조직원들은 일제히 공격에 들어가며
여리여리해 보이는 남성을 먼저 잡아 인질로 삼으려 했으나,
사사사사─삭────.
남성은 여성 뒤에 착 붙어
여성의 움직임에 맞혀 전혀 방해되지 않는 수준의 재빠른 움직임을 선보였다.
그러면서도
남성은 뒤에서 가속 마법을
여성한테 적절히 발동시켜주면서 공격과 방어를 더 잘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었다.
그러나, 역시 수적으로 불리했다.
검은 옷 조직원들의 공격은 그럭저럭 여성의 괴력으로 잘 막아낼 수 있었으나,
도망갈 틈을 만들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먼저 나가떨어졌던 검은 옷의 한 명이 활을 꺼내 들었고
아홉 명과 맞서느라 정신없는 여성이 아닌 남성을 향해 활을 쏘았다.
피융───······.
“─!!!”
화살은 정확히 남성을 향해 날아갔고
남성이 뒤늦게 발견하고 피하려 움직였으나.
푹──!
여성이 먼저 빠르게 몸을 돌려서는 대신 어깨 뒤쪽에 화살을 맞았다.
“윽! 젠장···.”
일반 화살이 아닌 독화살이었는지
여성의 눈에 화살촉이 박힌 어깨에서부터 핏줄을 따라 푸르죽죽하게 독이 퍼져나가기 시작하는 것이 보였다.
그것을 본 남성은
여성한테 걸은 가속 마법을 재빨리 풀었다.
신체 능력을 가속 시키시는 것이라
독이 그에 따라 더 빨리 퍼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남성은 망설이고 있었다.
여성한테 감속 마법을 걸면 독이 퍼지는 것을 어느 정도 늦출 수는 있었으나,
그렇게 하면 검은 옷 조직원들을 상대하기가 힘들어지기에 할 수가 없었다.
여성은 어깨에 박힌 화살을 빼내 버리고는
단검을 꺼내 어깨 상처를 더 깊게 상처 내었다.
찌익──··· 촤아악───!
출혈을 일으켜 몸으로 퍼지고 있는 독을 조금이라도 배출해내기 위함이었고
그에 따라 검푸른 피가 어깨에서 분출되며 몸을 따라 흘러내려 갔다.
하지만, 큰 효과는 볼 수 없었다.
격렬한 움직임에 심장박동이 빨라져서인지
독은 이미 퍼져나갔고 피로가 누적되어가면서 여성의 시야가 흐려지고 있었다.
“······도망가.”
여성의 말에
안 그래도 놀란 남성은 더 화들짝 놀랐다.
“아··· 안돼, 싫어요.”
“나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잖아. 그러니, 내가 책임지고 막을 테니까. 그 틈에 도망가.”
“무슨 말이에요? 누님 때문이라니? 저들은 이미 우릴 잡을 생각으로 온 거라 누님이 공격하지 않았어도 저들은 우릴 공격했을 거라고요.”
맞는 말이었으나,
여성은 남성을 보며 인상을 구겼다.
“도망가라면 도망가! 빨리─!!!”
남성은 여성의 큰소리에 움찔했지만,
도망가지 않고 오히려 여성의 옷자락을 꽉 잡았다.
그리고는
있는 힘을 다해 검은 옷 조직원들한테 감속 마법을 걸어 움직임을 묶고 있었다.
“뭐 하는 거야?”
“이 틈에 가속 마법으로 도망가요. 몸에 퍼진 독은 해독제만 있으면···.”
“무슨 독인 줄 알고.”
이 말에 남성은 다시 움찔했다.
“난 독에 죽기는 싫다. 차라리 저놈들 중 한 놈이라도 물어뜯고 죽는 것이 나아.”
“누님-··· 쿨럭!”
남성은 언성을 높이려다 몸에 무리가 오는 바람에 피를 토했고
그로 인해 검은 옷 조직원들한테 걸어놓은 감속 마법이 약해지고 있었다.
“쿨럭! 쿨럭─!”
몸의 과부하로 계속 피를 토하는 와중에도 어떻게든 버티려는 남성의 모습에
여성은 일그러지려는 표정을 애써 감추면서
어깨의 상처로 인해 피투성이가 된 팔로 토한 피로 얼굴이 엉망이 된 남성을 조심스럽게 감싸 안았고
다른 한 손에는 무쇠 창을 꽉 쥐었다.
“신이시여─··· 부디···.”
신 따윈 섬기지 않는 여성이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어떤 신이라도 좋으니 지금의 위기를 넘길 수 있게 해준다면
대대손손 지극정성으로 섬기리라 생각하려던
그때.
움직임이 조금 자유로워진 검은 옷의 한 명이 다시 화살을 쏘려고 했다.
“빌어먹을─···.”
창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 지지 않아 부들거리던 여성이 거친 욕을 내뱉었고
그러던 그 순간.
퍽─!!!
“커헉─···!”
활을 쏘려고 자세 잡은 그 한 명의 뒤통수를 누군가가 가격해 기절시켰다.
“뭐야? 기다리고 있으라니까. 지루했나? 왜 도망가지 않고 이 녀석들을 상대하고 있는 거지? 이거 엄밀히 따지면 계약위반이야.”
중후하면서 장난기가 있는 목소리와 함께
네 명의 모습이 보였다.
검은 옷의 아홉 명은 갑자기 등장한 네 명에 뒤로 돌아 경계를 했다.
“음, 조용히 일 처리하고 가려 했는데.”
모습을 보인 네 명 중
장난기 어린 중후한 목소리의 한 명.
워스만은 두 손을 우득우득 소리가 나게 번갈아 맞잡아 쥐며 한발씩 검은 옷 조직원들을 향해 걸어갔다.
검은 옷 조직원들은 그 모습에 경계하면서도
시선은 한 곳을 향하고 있었다.
밝은 갈색의 짧은 머리카락을 한 자와
검고 긴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
“네놈들은 누구냐? 이 녀석들과 같은 동료냐? 아니면······.”
“왜? 진짜 같아?”
검은 옷 조직원의 말을
밝은 갈색 머리카락의 리아인이 아주 건방진 말투로 받아쳤다.
검은 옷 조직원들은 인상을 구기면서도
은연중에 인지했다.
저 둘은 진짜다.
감속 마법을 악착같이 발동시키고 있던 남성이 의식을 잃었는지
검은 옷 조직원들의 움직임이 완전히 원래대로 돌아왔지만,
그와 동시에
워스만에 의해 그들은 바로 제압당해야 했다.
워스만은 자신들이 이곳에 왔다는 것을 감지되지 않게 능력을 쓰지 않고 있었으나,
하얀 창도 아닌 일반 무기를 든 녀석들쯤이야, 맨손으로도 아주 가뿐히 제압할 수 있었다.
“컥───!”
“흐억!!!”
“─!!!”
“악──!!”
외마디의 비명들이 들리면서
순식간에 검은 옷 조직원들을 모두 기절시킨 워스만은 손을 가볍게 툭툭 털었으며
네 명 중 나머지 한 명인
드래곤 수장 카르티아가 그 사이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 있는 여성과 남성한테로 다가갔다.
카르티아는 둘 앞에 한쪽 무릎을 굽히고 앉아 상태를 면밀하게 살펴봤다.
“흐음─···.”
카르티아가 침음 하며 살펴본 결과,
남성은 기력이 방전된 거라 걱정은 없었으나
여성은 몸에 독이 꽤 퍼져있는 상태에서 일부러 낸 상처가 독에 의해 곪아가고 있었다.
카르티아는 두 종류의 포션을 꺼내 들었다.
하나는 해독용이었고
다른 하나는 치료용이었다.
여성은 카르티아가 건네준 해독용 포션을 받아 조금의 의심도 없이 원샷으로 마셨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따질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우엑- 무슨 포션 맛이···.”
“호오-. 맛을 따지는 것을 보니 살만한가 보군. 죽지는 않겠어.”
카르티아는 흡족해하면서
치료용 포션을 여성의 어깨에 부었다.
치이이이─익───······.
“크으··· 윽.”
듣기 거북한 소리와
뇌리를 때리는 통증이 밀려왔으나,
그와 함께
여성의 눈에 상처가 아무는 것이 보였다.
“우와─······.”
감탄에 절로 소리를 내는 여성을 보며
카르티아가 말했다.
“독에 의해 곪은 상처라 흉터가 남을 수 있는데, 괜찮나?”
“네? 뭐 상처만 나으면 상관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여성은 목숨을 살려 준 은인들에게 자동으로 존칭어를 썼으며
단장이 말한 손님이 이들임을 인지했다.
카르티아는 빠르게 회복하는 여성을 보고 감탄했다.
남다른 면역력과
나름 독을 빼내기 위해 응급조치로 피뽑기 한 것이 아주 효과가 없지는 않았던 모양이었다.
카르티아는 여성한테 회복용 포션을 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성은 그 포션을 기절한 남성한테 먹였고
남성은 곧 ‘엑-!’ 거리며 정신 차렸다.
아무래도 드래곤이 직접 제작한 포션들이 성능은 좋은 것에 비해 맛이 영 별로인 듯했다.
여성과 남성은 서로 무사한 것을 확인하고는
시선을 돌려 네 명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 중,
두 명한테로 시선이 집중되려던 그때.
삐잉-!
맷집이 좋은 녀석이 있었는지
기절했던 검은 옷 조직원 중 한 명이 정신을 가까스로 차리더니 조직원들을 부르는 피리를 힘겹게 불고는 도로 픽 하고 기절했다.
“아, 이런. 정말 눈에 띄지 않게 움직이려고 했건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차라리 확 드러내는 것은 어때?”
워스만의 왠지 신난 듯한 말투에
드래곤 수장 카르티아는 어이없어했고
리아인은 구겨지려는 미간을 손가락으로 아주 세게 꽈악 잡았다.
그리고,
류안은 아무 반응 보이지 않았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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