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219 화 외전. 쌍둥이 그리고···.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219 화 외전. 쌍둥이 그리고···.
* 읽기 전 당부의 글.
외전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과거 얘기는
전체적으로 암울합니다.
특히,
이번 편 219화 외전은 더 암울합니다.
주의 및 양해 부탁드립니다.
* * *
쌍둥이 제우는 돌봐주기는 해도
동물들한테 정을 주지 않고 있을 때.
쌍둥이 네우는 어린 고양이 둘을 돌보면서
정을 쌓고 있었다.
그런 모습에 제우는 걱정이 밀려 왔지만,
환하고 밝게 웃는 네우를 보면서
차마··· 내색하지는 못했다.
그렇게 시간을 흘러
10개월가량이 지나가고 두 마리의 어린 고양이가 성체가 될 때 즈음.
아니나 다를까 관리인이 찾아왔고
쌍둥이 네우는 저도 모르게 고양이 둘을 숨겼다.
그것을 본 관리인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쌍둥이의 네우 머리를 쓰다듬었고,
성체가 되었으니 건강검진 한번 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 말에 네우는 잠시 망설였고
곁에 오래 두려면 건강해야 하지 않겠냐는
뒤이어진 관리인의 상냥한 목소리에
네우는 머뭇거리다가 고양이 두 마리를 건네주었다.
관리인의 품에 안긴 고양이 둘이
얌전히 잘 있는 것을 보며
네우는 안심하면서 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관리인은 걱정하지 말라며
얌전히 있는 고양이 두 마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갔다.
그때, 네우는 눈치채지 못했으나
제우는 보았다.
뭔가에 홀린 듯
초점 없이 멍해져 있는 두 고양이의 눈빛을···.
제우는 불길함을 느꼈지만,
이 역시 말을 할 수는 없어 입을 다물었다.
네우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기에···.
하지만,
이는 잘못된 판단, 행동이었음을
제우는 뒤늦게 깨닫고 후회하게 되었다.
관리인이 고양이 둘을 데리고 간 다음 날.
여느 점심처럼 한끼의 푸짐한 식사가 나왔고
향신료 향도 평소와 다를 것 없이 같았다.
쌍둥이 제우는 그런 것과는 별개로
덤덤하게 스튜를 한 숟가락 떠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그 순간,
입안에서 딱 거리면 걸리적거리는 걸 느꼈고
그것을 조심히 손위에 뱉었다.
손 위에 있는 것의 정체를 알게 된
제우의 눈이 커지면서 인상이 구겼으나,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구겨진 미간을 피며
네우를 힐끗 봤다.
다행히 네우는 아직 식사 전이었다.
스튜 안에서 이것이 나온 것이
실수인지 어쩐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제우는 손에 들린 것을 조용히 숨기려 하던 그때,
‘딸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제우는 놀라며 자신이 숨기려고 하다 실수로 소리가 난 것인 줄 알았으나,
아니었다.
제우는 황급히 시선을 돌렸고
굳어있는 네우와 그 손에 들린 스푼 위에 있는 작은 금색 방울을 보았다.
이건, 실수가 아니었다.
일부러 보라고 망할 녀석들이 악의적으로 스튜 안에 넣은 것이었다.
제우는 네우를 진정시키기 위해 움직였지만
손에서 스푼을 힘없이 떨군 네우는
그 자리에서 우욱 거리며 토하기 시작했다.
아직 먹은 것이 없기에
네우는 빈속에 연녹색의 위액을 토하고 있었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씁쓸한 맛에
네우는 고통스러워하며 연신 위액을 토했고
그 뒤로는 위액도 나오지 않게 되어
컥컥거리며 숨넘어갈 듯 헛구역질만 계속하다가 얼마 못 가 결국에는 옆으로 쓰러지며 정신을 잃었다.
그런 네우의 모습을 보면서
제우는 짐작했다.
무슨 목적인지는 몰라도
괴롭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자신들을 망가트리기 위한 것임을 인지했다.
제우는 쓰러진 네우를 침대에 눕힌 후,
남은 음식과 함께 방울 두 개를 변기에 버렸다.
며칠 후,
이 빌어먹을 관리인이
또다시 고양이 두 마리를 돌보라며 주었다.
이번에도 어미 젖을 간 뗀듯한 작고 어린 고양이 두 마리를.
네우는 상처를 크게 받은 뒤,
결심한 것인지 정을 주지 않는 것을 넘어
돌보기조차도 하지 않고 방치를 하면서
제우한테도 손대지 말라고 부탁했다.
제우는 알 수 있었다.
뒤틀리는 듯 배를 움켜잡고 겨우 말하는
잘게 떨리는 몸을 애써 참으며
눈앞에 보이는 어린 고양이 두 마리를 외면하기 위해 두 눈을 질끈 감아버린 네우의 모습에···
정말 힘겹게 참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좀?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이렇게 해서 동물들을 돌보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이것으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그만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었다.
그런지 며칠 후,
제대로 돌보지 않고 방치되어 털이 엉망으로 엉키고 오물마저 묻어있는 고양이 두 마리를 본 관리인이 방으로 들어왔다.
방으로 들어온 관리인을 보며
쌍둥이 네우는 이젠 동물들을 돌보라며 맡기지 않을 거란 기대감이 내심 생겼으나
행여나 자신의 계획이 들켜 틀어지지 않게
관심 없는 척을 하며 내색하지 않았다.
그런데,
관리인이 챙긴 것은 뜯기고 헤집어진 사료 봉투와 관련 용품들뿐이었고
고양이는 두 마리는 그냥 두고 나갔다.
쌍둥이 제우와 네우는 당황했고
그다음 날···
네우는 더 큰 절망에 빠져야 했다.
자신들 앞으로 나오던 하루 한끼 식사도 나오지 않고 있었다.
네우는 자신이 굶주리는 것은 상관없었다.
제우도 마찬가지였다.
고양이 두 마리를 돌보지 않고 방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사료가 있으니
어리지만 고양이들이 알아서 먹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었고,
다행스럽게도
어린 고양이 둘이 봉투를 조그만 이빨로 뜯어 그 안의 사료를 먹는 것을 보았기에 안심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쌍둥이 네우는 관리인한테 용서를 빌며
돌볼 수 있게 부탁해야 하나 했지만,
이내 깨달았다.
자신이··· 어떻게 반응하고 대응하든
자신과 제우를 망가트리기 위해
동물들이 잔인하게 희생이 될 거라는 것을···.
그리고, 아닌 척하지만
자신만큼이나 동물들을 좋아하는 제우가
왜 정을 주지 않고 무심하게 돌봐왔는지를··· 알게 되었다.
오히려 너무 늦게 깨달은 자신을 자책했다.
그 후,
겨우 욕실에서 나오는 물만 챙겨주며
하루가 다르게 말라가는
자신한테 도움을 바라며 안기는
울 힘도 없어 울지 못하고 입만 뻐금거리는
고양이 두 마리의 안쓰러운 모습에
네우는 손을 움직였다.
그리고,
자신의 품 안에 힘없이 안겨 있는
작디작은 어린 고양이들을 쓰다듬었고
고양이 두 마리는 그 손길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쓰다듬던 네우의 손은
고양이 둘의 얼굴, 입과 코 쪽으로 향하더니
그대로 손을 오므리며 감싸 쥐었다.
자신의 잘못된 판단에 이런 괴로움을 겪는
운 좋게? 산다고 한들 어떻게 될지 알기에
차라리 자신의 손으로 죽음의 안식을 주고자 마음을 먹었다.
그것을 본 제우는 네우를 말리지 못했다
말릴 수가 없었다.
자신도 비슷한 생각을 했기에···
고양이 두 마리는 숨이 막힘에 몸을 움찔거리며 저항하는가 싶었지만
이미 힘이 없는 상태였기에
몇 번 앞발만 겨우 움찔거리다가···
이내 움직임이 완전히 멈추었고
미약하게나마 뛰던 심장박동도
미세하게 느껴지던 숨결도 더 이상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네우는 조심히 두 고양이의 얼굴에서 손을 떼고
눈물도 흘리지 못한 채,
텅 빈 눈동자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은 서서히 식어가는 온기만이 느껴지는 고양이를 품에 안고만 있었다.
제우는 그런 네우를 보면서
자신이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
그저 말없이 네우를 감싸 안았다.
울기라도 하면
차라리 다행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네우가 안쓰럽기만 하던 그때.
네우 안에 있는
‘돌연변이’이기에 가지고 있는 자연적인 뒤틀림이 거칠게 요동치려 하는 것을 느꼈고,
그와 동시에
방에 유일하게 있는 창살이 드리워진 창문 밖 너머로
이보다도 더 강하게 요동치는 뒤틀린 기운이 느껴졌다.
쌍둥이 제우는 힘없는 다리에 겨우 힘을 주며 일어나려 했고
자신보다 먼저 일어나 휘청거리며 창가로 다가가는 네우를 볼 수 있었다.
제우도 서둘러 창가로 가 네우 옆에 서서 밖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보았다.
제단 위에 거칠게 요동치는 뒤틀린 기운을 주체하지 못하고 몸부림치는
자신들과 함께 이곳에 온
한 살 위의 오드아이를 가지고 있는 돌연변이 아이를···.
그런 아이의 몸 위로 마법진 하나 형성되었고
이어지는 끔찍한 상황에
그 마법진은 쌍둥이 제우와 네우의 눈동자에 머릿속에 각인 되었다.
그 마법진은 이미 거칠어질 대로 거칠게 요동치는 뒤틀린 기운을 더더욱 뒤틀리게 했고
뒤틀림에 육체마저 뒤틀리게 되자
마법진은 그대로 오드아이를 가진 아이의 몸을 덮치듯 내려와서는
뒤틀린 기운과 함께 영혼과 생명력을 빼앗듯 가져가 버렸다.
그로 인해
빈 자루처럼 축 처진 오드아이 아이의 육체는
그 주변에 있는 흰색 로브를 입은 이들에 의해 쓰레기 버려지듯 치워져 버렸다.
그 광경을 본 제우는 직감했다.
아니, 모를 수가 없었다.
자신들도 저런 제물이 되기 위해 이곳에 오게 된 것이고
자신들 안의 뒤틀림을 요동치게 만들기 위해 이런 말도 안 되는 만행을 저질렀다는 것을···.
도망쳐야 했다.
하지만, 어떻게··· 무슨 수로···.
제우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굴리려 하다가
망연자실 자신의 손으로 죽인 고양이 둘을 안은 채 구석에 가 쭈그려 앉아있는 네우를 봤다.
제우는 그 옆으로 가 네우를 다시 감싸 안았다.
빠져나갈 방법을 찾는 것도 문제였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것이
요동치려고 하는 네우의 뒤틀린 기운을 진정시켜야 했다.
그나마 일란성 쌍둥이라서 그런 것인지
제우의 돌연변이 뒤틀림에 반응하며
다행스럽게도 네우의 뒤틀린 기운이 요동치는 것이 멈췄다.
암울한 침묵만이 내려앉은 가운데
며칠이나 지나갔을까···
다시금 식사가 나오기 시작했지만,
네우는 물론이고
제우도 식사에는 손끝 하나 대지 않고 가만히 서로 기댄 채 앉아있었다.
당연하다 할 수 있을까,
그런 쌍둥이 둘의 모습을 본 관리인은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그저 음식만 하루 한 번 교체해 갈 뿐이었다.
기분 나쁜 미소만을 지으면서.
그 모습을 본 제우는 울화가 치밀어 올랐으나
움직일 수 없었다.
네우의 요동치려는 뒤틀린 기운을 계속 진정시켜줘야 했기에···.
그러면서 제우는 실소가 나왔다.
식사는커녕,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있는 상태로
꽤 많은 날짜가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죽지 못하고 숨이 붙어있었다.
제물이 되어야만 이 목숨을 놓을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때,
다시금 창밖으로 익숙한···
요동치는 뒤틀린 기운이 강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쌍둥이 제우와 네우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또 불쌍한 돌연변이 한 명이 제물로 바쳐지는 것을 아는데···,
봐서 뭘 하고, 관심을 가져 뭘 하겠는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그런 와중에도
제우는 그나마 자신이 네우의 요동치는 뒤틀린 기운을 진정시키고 있어서
제물로 바쳐지는 시기가 뒤로 미뤄진 것을 어렴풋이 인지할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 네우를 감싸 안았다.
그러던 중,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달랐다.
그리고, 곧 알 수 있었다.
폭주.
뭐가 잘못돼서 인지는 알 수 없으나,
뒤틀린 기운이 폭주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창밖으로 기괴한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비명이··· 살려달라는 소리가
고막을 괴롭히는 소리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요란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한순간,
찬물을 끼얹은 듯 갑자기 조용해졌다.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그와 함께 폭주하던 뒤틀린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조용해진 가운데
누군가의 발소리가 방밖에 복도 쪽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발소리는 자신들이 있는 방 앞에서 멈췄다.
뭔가 툴툴대는 목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굳게 잠겨있던 문이 열렸다.
아니, 통째로 사라졌다.
마치, 멸[滅]해진 것처럼 사라졌고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 작가의말
[추신]
이 다음편은 그나마 암울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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