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69 화 – 일어나고 있는 변화.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169 화 – 일어나고 있는 변화.
리아인은 류안이 준 하얀 창을 이용해
자신한테 손길을 주어 뒤틀리게 한 신한테
뒤틀림을 돌려주고 소멸시킨 후,
미약하지만
몸에 변화가 있음을 인지할 수 있었다.
가벼워졌다고 해야 하나
정확하게는 표현할 수 없으나
좋아지고 있었다.
시간이 좀 걸리긴 하겠지만,
이런 식으로 한 명 한 명한테 되돌려주면
뒤틀림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꿈조차 꾸기 힘들었던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되었다.
“기분 좋은 일 있어?”
쇼트가 리아인의 밝은 표정에 물어보았고,
“응, 있어.”
리아인은 답해주었다.
그 대답에 쇼트는 안도했다.
다른 세계에서 떠돌게 되었던
리아인의 영혼이 돌아온 후,
왠지 불안함을 보여서 걱정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지금의 리아인한테서는
그 불안함이 보이지 않았다.
쇼트는 좋은 기분으로 더욱 솜씨를 발휘해
아침 식사를 준비해 주었다.
“호오-, 맛있어 보이는군.”
난데없이 나타나
얼굴을 들이밀며 감탄하는 워스만을 보면서
쇼트는 놀라 하마터면 음식 그릇을 떨어뜨릴 뻔하다 겨우 잡아 식탁 위에 놓았고
리아인은 입맛이 뚝 떨어졌다.
류안은 관심 없이 기생 마수의 입에 생크림이 가득한 쿠키를 넣어주고 있었다.
“···저, 워스만님 것도 차려드릴까요?”
“아니, 신경 쓸 것 없어.”
“아, 대신 럼주 한 방울 넣은 차 부탁해.”
“···네.”
쇼트는 주방 화로에 주전자를 올리고
차를 만들 준비를 했고
워스만은 징그럽게 싱글벙글 웃으며 식탁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워스만의 앞에 럼주를 넣은 향긋한 차 한 잔이 놓였고
쇼트가 그 옆자리에 앉았다.
워스만이 리아인과 류안 둘 사이를 방해하는
엉뚱한? 짓이라도 하려고 하면
몸을 던져서라도 막겠다는 의지를 비치고 있었다.
달그락. 우물우물.
달그락달그락. 우물.
포크과 나이프가 식기에 부딪히는 소리와
음식 먹는 소리가 있을 뿐,
조용한 분위기 속.
리아인은 떨어진 입맛에도
쇼트의 음식 맛으로 먹던 와중에
손에 든 포크를 조용히 내려놓고는
입을 움직여 말했다.
“···늦었지만.”
“감사의 인사 드리겠습니다.”
“어?”
워스만은 리아인의 예의를 갖춘 모습에
잠시 당혹감에 빠졌다.
“류안과 함께 제 영혼을 찾으러 와주어.”
“류안의 호위기사로 같이 있어 주어 감사합니다.”
그리고는
의자에서 일어나 허리 숙여 인사한 후,
다시 의자에 앉았다.
다시 침묵이 내려와 조용해지려던 찰나.
리아인은 좀 전의 예의 갖춘 모습과는 다른 모습으로 말했다.
“듀아 왕국의 수호신께서 할 일을 하지 않고 이곳 온 이유가 뭐지?”
“그것도 아침 댓바람부터 말이야.”
“허─.”
극과 극의 모습을 보여주는 리아인을 보며
워스만은 탄성을 내보이다가
곧 이곳에 온 용건을 말했다.
“내가 아주 재미있는 소리를 들어서 알려주려고 왔지.”
“?????”
“검은 옷 조직에서 이상한 움직임을 보인다고 하더군.”
“이상한?”
“음, 일종의 내분이라고 해야 하나?”
짜증 없이 진지해진 리아인의 표정을 보며
워스만은 말을 이었다.
“절대자가 될 신을 맞이하려는 자들.”
“신 자체를 거부하는 자들.”
“그리고···.”
워스만은 슬며시 시선을 돌려
류안은 봤다.
“검은 천사를 맞이하려는 자들.”
“?????”
워스만이 갑자기 들이닥치건 말건
검은 옷 조직이 어떻든
절대자 후보라는 신들이 어떻든
아무 관심 보이지 않던 류안이 눈이 동그래지며 워스만을 봤다.
물론,
리아인, 쇼트도 놀라 눈이 커져 있었다.
“······나?”
“그래, 너. 검은 천사.”
류안은 이해가 되지 않아 고개를 갸웃했다.
“네가 신들을 학살하듯 소멸시키는 모습을 보고 그런 움직임이 생겼다고 하더군.”
“······왜?”
“글쎄, 왜일까?”
“애초에 그 검은 옷 조직은 신들의 억압에서 벗어나겠다고, 자격 없는 신들을 처형하겠다고 하얀 창을 들고 설친 녀석들이니.”
“신들의 정점에 선 절대자를 맞이하는 것보다는 신들을 죽일 수 있는 너를 맞이하는 것이 더 이치에 합당하다고 여기는 것이겠지.”
“·········.”
류안은 멍하니 두 눈을 깜박거렸다.
그때,
리아인이 나서서 말했다.
“무슨 말이야?”
“그럼, 검은 옷 조직에서 자신들을 조력해준 절대자의 후보라는 신들과 척을 두려 한다는 거야?”
“신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그렇겠지.”
워스만은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말을 이었다.
“허나, 그렇다고 한들 한꺼번에 수십 명의 신을 소멸시킬 수 있는 천사만 있으면 문제가 될 것 없겠지.”
리아인은 어이없음에 말을 하지 못하다
류안을 잠시 보고는
워스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너도 다른 세계에서 류안이 신들을 소멸시키는 모습을 보았잖아?”
봤다.
경이롭고 숭고해 보이기까지 한
뒤틀어진 신들을 소멸시키는 류안의 모습을.
“그런데, 그런 정보는 어떻게 알고 이렇게 몸소 알려주려고 온 것이지?”
“뭘 어렵게 생각해?”
“내분이 일어나면 당연히 내분을 피해 도망쳐 도움을 요청하는 자들이 있기 마련인데.”
“이번 사례에는 인간이 아니라, 신이라 좀 특이하다고 할 수 있지만.”
“검은 옷 조직을 조력하는 신 중 하나가 도움을 요청했다고?”
“그래, 원래는 이곳 레쉬아 왕국으로 올 예정이었으나.”
워스만은 다시 류안을 보며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검은 천사가 있어 무서웠는지, 듀아 왕국으로 와 도움을 요청했고.”
“의례 그렇듯 도움을 받는 조건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모두 넘겨주겠다고 하더군.”
“·········.”
“아, 그리고 류안 너한테 부탁이 있다던데.”
“응? 나한테? 부탁이라고?”
“그래, 어디서 소문을 들은 것인지.”
“썩어가는 껍데기만 없애주면 얌전히 ‘방’에 들어가 자숙하겠다고 하더군.”
류안은 신기했다.
벨드라엔과 워스만이 인형을 수리하러
인형 수리사 ‘메디아’의 공방에 갔을 당시
구경을 할겸 같이 갔다가
그때 찾아온 신의 썩어가는 껍데기를 없애주기는 했지만,
이게 소문으로 퍼질만한 것이었는지.
참고로 메디아와 공방의 직원은 소문을 내지 않았다.
류안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입을 움직였다.
“근데, 그거라면 나보다는 벨드라엔의 멸[滅]하는 힘이 필요한데.”
“벨드라엔한테는 말했어?”
“아니, 아직.”
워스만이 당당하게 답하던 그때.
덜컹-!
거칠지만, 요란하지는 않게 오두막의 현관문이 열리면서
벨드라엔이 쌍둥이와 함께 들어왔다.
벨드라엔의 표정이 썩 좋아 보이진 않았다.
“오-, 다미엔한테서 연락받았나 보군.”
“야, 이게 무슨 소리야?”
“무슨 소리는?”
“다미엔한테서 들었지 않아?”
“그래, 들었다.”
“그런데 내가 잘 이해가 되지 않아서 말이야.”
벨드라엔은 성큼성큼 걸어와서는
워스만의 앞 탁자에 손을 거칠게 얻으며 말을 했다.
“검은 천사의 선택이니 뭐니 노리다가, 선택을 안 하는 천사는 없애겠다고 그 난리를 쳐대더니.”
“이제는 뭐? 검은 천사를 절대자를 대신해 맞이하겠다고?”
“그래, 맞아.”
“하-, 이것들이 미쳤나?”
벨드라엔은 황당함에 헛웃음이 나오고 있었다.
그러다
조심스레 류안한테로 시선을 옮겼다.
류안은 고심하는 듯
주먹 쥔 손을 입에 대고 조용히 있었다.
잠깐의 침묵이 흐른 후,
류안이 입을 움직여 말했다.
“근데, 난 언제까지 검은 천사라 불려야 하는 거야?”
“어?”
다소 엉뚱하다 할 수 있는 류안의 말에
다시 침묵이 내려와 앉았으나
이어지는 류안의 말에 침묵은 사라졌다.
“난 검은 천사가 아닌데.”
“어··· 그야 그렇지. 넌 ‘신’이니까.”
“근데, 왜 날 계속 검은 천사라 칭하는 거야?”
“그거야··· 네가 검은 날개를 보여서.”
“네가 ‘신’인 것을 모르고 겉으로 보인 모습에 검은 천사라 착각하고 그렇게 인식되어 진 것이라 쉽게 없어지지는 않을 거야.”
“흐음, 그런데 그 검은 천사가 정말 날 칭하는 것 맞아?”
류안의 말에 답해주던
벨드라엔은 류안이 왜 이런 물음을 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류안, 미안한데.”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음, 그러니까.”
“내가 검은 날개를 펼쳐서 검은 천사로 오해했다고는 해도 내가 검은 천사가 아닌 것을 알잖아.”
“그야, 우리는 알지만, 검은 옷 조직이나 조력해주는 신들은 모르니, 널 계속 검은 천사라 부르는 거지.”
“검은 옷 조직이나 조력하는 신들이 날 검은 천사라 부르는 이유는?”
“하아-.”
벨드라엔은 류안의 말에 답해주고 있었지만
답답함이 밀려왔다.
“그건, 예언서인지 뭔지에 검은 날개를 가진 천사가 절대자를 선택한다고 해서 찾고 있었는데, 마침 네가 검은 날개를 보였고 그에 못지않은 힘을 보이니까.”
“예언서 꽤 오래전에 만들어진 거지?”
“검은 옷 조직이 활동한 것도 최근은 아니잖아?”
류안은 벨드라엔이 아닌
워스만을 보며 물음을 던졌다.
“그렇지, 내가 검은 옷 녀석들이 신을 처형하겠다고 설치는 것을 본 것이 적어도 10년 전이었고, 그때는 잘 드러나지 않다가 최근 3년 사이에 이것들의 활동이 눈에 거슬리게 보여 나도 움직인 것이고.”
“그런 녀석들을 움직이게 한 예언서는 더 오래되었을테지.”
“그럼, 내 검은 날개는 기생 마수 것인 거는 알지?”
류안의 말에
기생 마수가 가슴인지 배인지 알 수 없는 부분을 부풀리고는 허리인듯한 곳을 작은 앞발을 대며 뽐내고 있었다.
“내가 기생 마수를 주운 것은 약 1년 반 정도 전이거든, 검은 날개를 보인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
“·········.”
“정말 예언서의 검은 천사가 날 가리키는 것이면, 천사라는 표현보다는 그냥 ‘신’이라고 해도 되지 않나?”
“······.”
“잘 알지 못하는 존재의 겉모습만 보고 예언을 할 수 있는 건가?”
류안은 하고자 하는 말을 열심히 말했고
다들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리고
속으로는 다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미안하다.’
‘네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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