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41 화 – 키메라의 울림.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141 화 – 키메라의 울림.
“허억···, 허억···.”
몸을 잔뜩 웅크리고 괴로워하는 류안을
워스만이 황급히 부축했다.
류안의 몸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그때.
우어어어──!
대형 키메라의 울음소리가
다시금 전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
그 울림에 류안은 더 괴로워하면서
미세하던 몸의 떨림이 심해지고 있었다.
안 그래도 하얀 얼굴이 더 하얗게 질려 있었다.
“···너 괜찮은 거냐?”
“아니··· 안 괜찮아···.”
힘겹게 대답하는 류안은
정말 안 괜찮았다.
류안의 ‘방’에 아직 승천? 않고 남아있는
뒤틀림에 희생된 자들의 사념체가
울분이 터지고 격분하면서 폭주하고 있었으며
그런 상황에 더해
도롱이 벌레를 닮은 투명한 돌에 깃들은
뒤틀린 사념체들도 감정이 폭발해
‘방’을 헤집고 있었다.
심판자의 사념체와 사념체 테즈가
어떻게든 폭주하고 폭발하는 사념체들을 말리러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폭주하고 폭발한 감정들은 소용돌이치며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었다.
사념체들의 심정은 이해하나,
이대로 가다가는 사념체들의 감정에 휩쓸려
‘어린 신’ 류안이 위험해질 것 같아
두 신은 이미 소멸해 사념만 남은 상태지만
정말 죽을힘을 다해 말리고 또 말렸다.
그러나,
두 신의 사념체 걱정과는 다르게
류안은 감정의 일부가 결핍되어 있기에
감정이입을 하지 못하여
다른 자의 감정에 휘말리지는 않았다.
단지, 요동치는 감정에 의한 충격으로
‘방’이 헤집어지고 있어
속이 안 좋아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우- 이걸 확 토해낼 수도 없고···.’
류안은 부축해주고 있는 워스만의 팔을 손에 힘을 주어 잡고는 몸을 바로 세웠다.
“···후우-.”
심호흡하며 숨을 가다듬었지만,
류안의 얼굴에는 여전히 식은땀이 가득했다.
류안은 눈을 한번 감았다 뜨고는
주변을 살펴봤다.
자신을 부축해주고 있는 워스만의 얼굴이
걱정하는 것이라고 하기에는
과하게 안 좋아 보였다.
왠지 두려움과 공포가 서려져 있었다.
류안은 갸웃거리다가
그 옆에 있는 도프 역시 표정이 안 좋았고
마수들한테서 빠져나와 도프를 맴돌고 있는
액체형 투명한 돌도 불안한 움직임을 보였다.
“아···!”
류안은 자신과 달리
이들이 대형 키메라의 울음소리 울림 속
안 좋은 감정들이 이입되어 그런 것이라 여겼다.
그러다
곧 고개를 휙 돌려 전장 쪽을 바라봤다.
대형 키메라 옆에 있는 이들은
더 심하게 감정이입이 되었을 터.
레이쉴, 다미엔, 뮤리나도 걱정되긴 했지만
그 누구보다도 리아인이 걱정이었다.
류안은 부축하고 있는 워스만한테서 벗어나
성벽 난간에 가까이 섰다.
대형 키메라의 울음소리 울림에
적, 아군 할 것 없이 모두 움직임을 멈추고 있었다.
다들 표정이 안 좋고 괴로워하는 것이 보이던 중,
다행히 리아인은 괜찮아 보였다.
리아인은 침착함을 유지하며 주변을 보다가
류안과 시선이 마주쳤고
급격하게 표정이 안 좋아졌다.
류안이 식은땀 가득한 얼굴로
불안하게 숨 쉬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런 리아인의 표정을
류안은 참고 있던 괴로움이 표출된 것이라 여겼다.
류안은 성벽 난간 위로 올라섰다.
결코, 좋지 않은 감정이 휘몰아치는 이 상황을 정리해야 했다.
대형 키메라들의 몸속에는
수많은 투명한 돌이 자리하고 있었다.
또한,
그 안의 뒤틀린 기운은
괴로운 듯, 벗어나려는 듯 거칠게 요동치고 있었다.
그것을 본 류안은
손에 하얀 창을 불러내 쥐었다.
그리고
하얀 창은 뒤틀림과는 다른 어둠을 머금으며
어둡고 검게 물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검고 긴 머리카락이 흩날리며
등에서 검은 날개가 활짝 펼쳐졌다.
“너··· 뭐 하려고?”
“그 몸으로 괜찮겠어?”
워스만도
류안의 ‘방’에 있는 두 신의 사념체처럼
저 대형 키메라의 울음 속 감정에 휘말릴까 걱정했다.
뒤틀린 기운과 관련된 사태에서
류안은 늘 그 희생자들의 감정 여파에 힘들어하는 것을 보았기에···.
“아마도··· 괜찮아지려고 하는 거니까.”
“뭐?”
류안은 워스만의 걱정을 뒤로하고
검은 날개를 펄럭이면서 성벽 난간을 박차고
대형 키메라를 향해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는
손에 쥔 검게 변한 창을 힘껏 던졌다.
보통 자신을 위협하는 것을 보게 되면
반사적으로 방어하기 마련인데,
무슨 이유에선지
대형 키메라는 아무 저항 없이 있었다.
푸욱-!
일직선으로 날아간 검게 변한 창은 그대로
대형 키메라의 가슴 중앙에 박혔다.
의외의 행동을 보인 대형 키메라의 모습에
흰색 로브의 서른 명 중 한 명이
움찔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이내 회심의 미소를 지으려 하고 있었다.
대형 키메라의 가슴에 박힌 창에서
류안이 머금게 한 어둠이
키메라의 몸속으로 흘러 들어갔고
그에 따라 창은 원래의 하얀 창으로 서서히 돌아갔다.
그리고,
어둠은 키메라의 몸속에 있는
수많은 투명한 돌 안으로 스며 들어가
그 안을 가득 채웠다.
어둠으로 가득 찬 투명한 돌들 속에서
작은 빛이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기 시작했고
마치,
자신들의 위치를 알리려는 듯,
찾아달라는 듯이
대형 키메라의 몸 밖으로 비추어지면서
수많은 작은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류안은 목 옷깃 붉은 브로치의 아공간과 연결된 ‘방’에서 요동치고 있는 도롱이 벌레를 닮은 투명한 돌을 꺼내 들었고
대형 키메라를 향해 팔을 길게 뻗으며
돌을 쥔 손을 펼쳤다.
“너희들이 할 일이야.”
류안의 말과 함께
손 위의 도롱이 벌레를 닮은 투명한 돌은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돌을 감싸고 있는 나무껍질들이 풀어져 나오면서 공중에 자리했다.
그리고는
그 나무껍질들에 돌 속에 깃들어 있던
뒤틀린 사념체들이 흘러나와 깃들면서
뭐든 뚫어버릴 듯 날카로운 촉으로 변화했고
대형 키메라를 향해,
그 몸에서 빛나는 작은 빛을 향해 방향을 잡았다.
“너희가 직접 구해내.”
이 말이 명령이라도 된 듯이
공중에 자리한 날카로운 촉들이 일제히 긴꼬리를 그리며 대형 키메라를 향해 날아갔고
정확하게 작은 빛들을 명중시키며
몸속 투명한 돌에 박혔다.
콰직-!
콰직, 콰직, 콰지직-!!!
대형 키메라의 몸속
투명한 돌들은 쉼 없이 연속해서 깨져갔다.
우어어어-!
그에 반응한 것인지
대형 키메라의 울음소리가 울렸다.
하지만,
전장에 있는 모두의 귀를 막고 괴롭게 하던
울음소리의 울림과는 사뭇 달랐다.
속에 맺힌 것을 토해내는 것 같은
울음소리였고,
우어어어─.
끼아아아아──!!!
울음소리의 울림 뒤,
어린아이, 어린 생명체의 비명이 들리기 시작했다.
인조 투명한 돌을 만들기 위해
세월과 생명을 뺏겨 희생된 어린 생명체들.
우어어어-.
끼아아아아─.
울음과 비명에 따라 탁한 뒤틀린 기운이
대형 키메라한테서 흘러나왔다.
감당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뒤틀린 기운에
타지헤 왕국의 병사들은 도망가기 위해 몸을 움직였으나,
굳어버린 몸은 쉽사리 움직여지지 않았다.
미소지으려던 흰색 로브 한 명의 미소가 짙어지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리아인과 레이쉴은 뒤틀린 기운을 없애려
백금빛 전류와 불은 화염을 일으키려 했지만
할 수가 없었다.
다미엔 역시 뒤틀린 기운을 없애기 위해
나무들을 불러냈지만
뒤틀린 기운은 나무들을 피해갔다.
어마어마한 양의 뒤틀린 기운이
한곳으로 향해가고 있었고
그곳에는 류안이 있었다.
우어어-.
끼아아아-···.
울음과 비명은 그 소리가 점점 줄어들면서
분노와 두려움, 절망이 사라져갔고
서글픔과 애달픔을 품은 뒤틀린 기운은
류안의 몸 주위로 모여들었다.
자신들을 뒤튼 신들과는 다른 존재.
그런 그들한테서는 느낄 수 없는···
자신들을 따뜻하게 품어줄 체온을 가진
자신들을 위로해 줄 숨결이 있는
자신들은 빼앗긴 생명의 소리가 들리는 존재.
뒤틀린 기운은
류안의 몸 주위를 하염없이 맴돌았고
류안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어린 신 류안의 손에는
어느새 안개의 창이 자리해 있었으며
창의 안개는 뒤틀린 기운을 감싸 보듬기 시작했다.
우어어······ 끼아아···.
창의 안개가 뒤틀린 기운으로 검게 물들수록
울음과 비명은 잦아들었고
곧 조용해졌다.
검게 변한 안개는
어른이 어린아이를 돌보는 듯이
어미가 어린 새끼를 보듬는 듯이
고목 나무가 어린 새싹 감싸는 듯한
형상을 보이면서 하늘로 유유히 올라가더니
이내 흩어지며 사라졌다.
후둑-.
투둑, 툭- 와르르륵-!!
투명한 돌이 모두 파괴되고
뒤틀린 기운마저 사라진
대형 키메라의 몸이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끔찍하고 불쾌감을 줄 수 있는 모습이었으나
하늘로 흩어진 검은 안개 형상을 본 자들은
그 누구도 함부로 인상을 구길 수 없었다.
콰르르릉- 파지직-!
리아인이 백금빛 전류 줄기를 쏘아
무너져내린 키메라의 몸을 태우기 시작했고
레이쉴도 거들어 붉은 화염으로 소각시켰다.
완전히 소각되어 흔적도 남지 않고
전류 파편과 불꽃 잔해만이 보이는 땅을
무심히 바라보던 리아인이 시선을 돌렸다.
리아인의 시선이 닿는 곳에
류안이 검은 날개를 거두며 착지하고 있었고
상당히 피곤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류안···.”
“아직 남아있어.”
리아인은 류안을 부르며 부축하려 하다가
류안의 말에 멈췄다.
대형 키메라 중
안식을 찾은 것은 이제 하나.
남은 대형 키메라도 안식을 찾게 해주어야 했다.
리아인은 류안한테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시선을 겨우 돌려 대형 키메라들을 봤다.
남은 대형 키메라는 넷.
울음과 비명이 사라지자마자
그 외 키메라 마수들은
마수의 숲 마수들이 마저 해결하고 있었고
적국 타지헤 왕국의 병사들은
충격에 전의를 완전히 상실한 상태였으며
검은 옷의 창술사들과 사냥꾼들도
주춤거리며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있었기에
신경 쓸 것 없었다.
리아인, 레이쉴, 다미엔, 뮤리나는
각자 자신들의 하얀 창을 힘껏 쥐면서
류안을 보조하기 위해 자세를 갖췄다.
류안은 그런 네 명을 보고는
처형자의 하얀 창 네 개를 모두 불러냈다.
그리고
네 개의 하얀 창은 어둠을 품으며
검게 물들어갔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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