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55 화 – 예지 속 깨어난 자.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155 화 – 예지 속 깨어난 자.
리아인의 빛의 창은
괴수를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괴수가 이를 보고 둔해진 몸을 틀어 피하려 했으나 투명한 돌에 안착이 되어 있는 작은 전류 파편 빛에 반응하며 기이하게 꺾여서는 그대로 괴수의 가슴팍 중앙에 있는 투명한 돌에 파괴했다.
콰직- 콰창!!!
투명한 돌은 유리구슬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산산이 부서졌다.
군 부대원들은 모든 화력을 쏟아부어야 겨우 파괴할 수 있는 괴수의 투명한 돌이
한 사람이 던진 빛의 창 하나에 부서지는 것을 보며 놀라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전 부대 뒤틀림 제거에 집중하라!”
부대원들과 능력자들이 신속하게 온 힘을 발휘해 뒤틀린 기운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리아인은 몸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으나,
반동이 오지 않는 것에 안도하던 찰나.
쿨럭-!
거친 기침과 함께
입안에서 피 맛이 느껴졌고
곧 자신의 발아래 땅에 붉은 액체가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주룩- 후두둑.
반동이 오고 있었다.
흐르는 코피를 막으러 손을 움직이려 했으나
그럴 여유도 없이···.
쿨럭- 쿨럭- 커헉!!!
리아인은 검붉은 피를 연신 토하며
몸이 웅크려지더니
피가 한가득 고인 바닥에 무릎 꿇고 주저앉았다.
털썩, 철퍽-!
리아인은 더 이상 쓰러지지 않기 위해 한 손으로 바닥을 짚었으나
시야는 점점 어두워졌다.
“···어? 어? 어? 이···이게 뭐야?”
“야! 노록원 너 괜찮은 거냐?”
“정신 차려!”
“노록원···!!!”
놀라 얼이 빠진 목소리로 소리치는 박민하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그러나, 점점 희미해졌고
이내 몸이 옆으로 기우는 것을 느끼며
암흑 속에 빠져들었다.
‘아··· 젠장.’
‘이렇게 하루도 못 버티면 류안이 어떻게 찾아오겠냐고···.’
리아인은 울컥 올라오는 짜증과 함께
완전히 어둠에 잠겨 버렸다.
* * *
리아인은 짜증 때문이지 지끈거리는 두통에
어둠 속에서 눈을 떴다.
그리고,
낯설면서도 익숙한 빛과 마주했다.
형광등.
리아인은 멀뚱거리며 두 눈을 깜박였다.
형광등 불빛은 취침용인지 눈부시진 않았다.
“크으···.”
리아인은 일어나려고 했지만,
온몸을 덮치는 통증에 힘이 하나도 없어
그냥 누운 채로 겨우 고개를 돌려서는
주변을 살펴봤다.
자신처럼 누워있는 사람이 보였고
하나같이 크고 작은 상처들이 있었다.
‘병실인가 보네···.’
‘···이번에는 누구 몸에 빙의한 거지?’
리아인은 한숨을 조용히 내쉰 후,
이번에 빙의한 자와
이곳의 상황을 짐작해 보려던 중.
끼익-.
병실 문이 조심히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낯익은 얼굴의 남성.
리아인은 저도 모르게 얼빠진 소리를 냈다.
“······어?”
“어는 무슨 어야?”
“내가 얼마나 걱정한 줄 알기나 해?”
“···박민하?”
“그래, 내가 ‘박민하’다 이 자식아.”
“죽을 뻔하더니 새삼 친구의 소중함을 깨달은 거냐?”
‘뭐지? 데자뷔?’
리아이인은 혼란스러웠고
자신이 ‘평행세계’에 빠진 것인가 싶었다.
하지만, 뒤이어 들리는 박민하의 말에
아닌 것을 인지했다.
“정말이지··· 네가 빛의 창인가 뭔가 쓰고 쓰러지는 것을 보고 내가 얼마나 놀랐는데···.”
“게다가 피는 또 어찌나 많이 흘리고 토하는지··· 출혈 과다로 또 죽는지 알고··· 쿨쩍··· 끅··· 끄윽···.”
박민하는 다른 환자들한테 피해가 되지 않게
조용히 눈물 콧물 삼키느라 끅끅거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새로 능력 각성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녀석이 어?”
“그런 큰일을 혼자 제 맘대로 결정하고.”
“그럴 거면 몸에 무리가 가지 않게 잘 조율하기라도 하던가.”
“코피에 각혈에 절친 간 떨어지게 할 뻔하게 하고··· 어쩌고저쩌고··· 잔소리, 잔소리···.”
리아인은 누운 자세 그대로 눈만 깜박이며
입에 모터가 달린 듯 주절주절 말하는 박민하를 바라봤다.
저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일까.
나지막한 목소리에 쉴새 없이 조잘대는데
귀에는 아주 잘 박히며 들려왔다.
그렇게 한참을 잔소리하던 박민하는
드디어? 마지막 말을 했다.
“···그래도 네 덕분에 괴수들과 뒤틀린 기운을 잘 처리할 수 있었어.”
“정말 고마워.”
박민하의 눈에는 진심 어린 고마움과 함께
미안함이 가득했다.
리아인은 박민하의 잔소리를 듣는 동안
몸의 통증이 많이 가라앉고
기운도 어느 정도 회복해 몸을 일으켜서는
침대맡에 앉았다.
“할 일을···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야.”
“그래··· 알아. 그래서 고마워.”
다시 고마워하는 박민하의 모습을 보며
리아인은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그리고,
죽지 않고 기절했다 깨어난 것에 안도했다.
이제 이곳에서 잘 버티며 기다리면 되기에.
그러던 그 순간,
리아인은 자신의 상의가 들쳐지는 것이 느껴졌다.
“!!!!!!!”
리아인은 질색하면서
박민하의 얼굴을 사정없이 손으로 밀었고
낮은 목소리로 화를 표출했다.
“뭐 하는 거야?”
박민하는 고개가 뒤로 꺾여진 채,
역시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
“뭐하긴? 땀범벅이라 닦아주려고···.”
“그보다 목 아프니까 손 좀···.”
박민하의 손에는 하얀 물수건이 들려있었다.
“됐어! 쓸데없는 친절이야!”
“내가 알아서 해!!!”
“···그래, 알았어. 그러니까 손···.”
리아인은 박민하의 말은 무시한 채
징글맞은 얼굴을 더 세게 밀었고
그로 인해
박민하는 목뿐만 아니라 상체도 뒤로 꺾이며
손에 물수건을 든 상태로 허우적거렸다.
그렇게 짧은 시간 동안,
조용하게 언쟁? 하며 실랑이를 벌이다가
리아인은 박민하가 실실거리며 안도하는 게
손안에 느껴져 왔고
왠지 기분이 나빠져 손을 놓았다.
“하··· 이 자식이 그냥.”
“누가 노록원이 아니랄까 봐, 아주 그냥 기겁을 해요. 기겁을.”
박민하는 삐그덕 거리는 목덜미를 한 손으로 주무르며 다른 한 손에 든 물수건을 리아인한테 내밀었다.
“자-, 네 몸, 네가 알아서 잘 닦아 봐.”
빈정거리는 것 같으면서도
계속 실실거리는 박민하의 모습에 질린
리아인은 일단 물수건을 받았다.
그래야,
이 녀석이 눈앞에서 빨리 꺼져 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박민하는 여전히 리아인을 보며 실실거리고 있었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 안가?”
“에휴, 그래. 간다 가-.”
리아인은 짜증과 싫은 티를 전혀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표출하며 말을 했고
박민하는 그제야 한숨을 쉬며
병실을 나가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드릴 듯 말 듯 나지막하게 말했다.
“평소의 너의 모습이라 다행이야···.”
“?????”
리아인은 병실을 나가는 박민하의 뒷모습을 가만히 보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평소 내 모습?’
‘노록원이라는 이 육체의 원래 주인이 나하고 성격이 비슷한가?’
왠지 모르게 뭔가 찜찜했지만,
자신이 이 육체에 빙의한 것을 들킬 확률이 그만큼 낮아진 것이니
그냥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로 한 후,
손에 쥔 물수건으로 시선을 옮겼다.
쓰러진 후,
식은땀을 흘렸는지 온몸이 꿉꿉하게 끈적거리고 있었다.
리아인은 일단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고는
질겁하면서 기겁했다.
“윽──!”
물수건이 피와 흙먼지로 난리가 나 있었다.
‘···이거 물수건으론 해결 안 될 수준인데.’
‘그냥 샤워하는 것이 나을 듯···.’
리아인은 침대 옆 바닥에 발을 디디고
힘을 주어 일어나봤다.
조금 휘청이기는 했지만,
샤워실까지 충분히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럴 수 있을 줄 알았다.
···젠장.
샤워실로 가는 도중
힘이 빠지거나 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이곳에 익숙한 몸이 알아서 잘 찾아갈 거라 여긴 것이 화근이었다.
바보 같은 생각이 맞았다.
여기서 앞쪽으로 더 이동했다가는 계속 길만 잃을 테니, 일단은 기억을 더듬어 역행해서 병실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러다가.
‘아··· 이런.’
흔하디흔한 연출과 마주하게 되면서
리아인은 본의 아니게
어떤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
“노록원···이 말한 마지막 예지···.”
“이제껏 틀린 적이 없어 믿고 있기는 하지만, 역시···.”
“믿고 계신다면.”
“계속해서 믿어주시면 되는 것 아닙니까?”
“노록원의 예지대로 새로 능력을 각성했고, 그 능력 덕분에 괴수들도 처리했습니다.”
부팀장과 박민하의 대화였다.
“···그래, 믿어 믿는데.”
“그 예지의 껄끄러운 부분이 있단 말이지···.”
“그 뭐냐, ‘죽는 후 다시 태어난다’라는 부분이, 난 왠지 노록원이 죽고 다른 자가 그 몸을 통해 부활한다는 것 같단 말이지.”
“종교적이 느낌도 강하고··· 노록원은 이제까지 이런 식으로 예지한 적이 없지 않나?”
“하···, 이미 ‘신’이라는 작자가 와서 생난리를 피우고 있는데. ‘부활’ 느낌이 나는 것이 뭐 대수일 것이 있습니까?”
“그냥 비유적으로 표현했다고 치면 되는 것을 왜 그리 신경 쓰시는 거죠?”
“넌 신경 안 쓰인다는 건가?”
“예, 신경 안 쓰입니다.”
“전 오히려 부팀장님의 그런 행동 때문에 노록원이 난처한 상황에 빠질까 걱정입니다.”
“신경 적당한 선에서 끊으시고, 평소처럼 하세요.”
“아니, 자네도 잘 알지 않나?”
“능력을 각성하고 나서 그렇게 어마어마한 능력을 바로 발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적응할 기간도 없이,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원래부터 자신의 능력이었다는 듯이 너무 자연스럽게 발휘하고 있어.”
부팀장의 말에
박민하는 상관의 예의고 뭐고 인상을 팍 구겼다.
“이제는 그런 것까지 트집입니까?”
“자연스럽게 인지 뭔지 노록원의 새로운 능력이 맞고 그 덕에 괴수들을 처리할 수 있었는데 뭐가 문제라는 뭡니까?”
“그 능력이 우리한테 위협이라도 된다는 겁니까?”
“어? 어? 이봐.”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야.”
“진정하라고 진정해.”
“내 말은 아무리 틀린 적 없는 예지라고 해도 예외와 돌발상황은 늘 있으니 주의하자는 말이었으니, 오해하지 말라고···.”
부팀장은 박민하의 난색에
손사래를 치면서 당혹감을 보였다.
“···예, 알겠습니다.”
“부팀장님의 심정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제 친구이다 보니 제가 좀 과잉반응한 것 같습니다.”
“사죄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아, 아냐. 나도 너무 내 생각만 얘기한 것 같아 미안하군.”
“자네 입장도 있는데··· 하하하···.”
“노록원도 자네도 잘하겠지, 앞으로도 잘 부탁하네.”
“그럼, 난 볼일이 있어 이만···.”
부팀장은 서둘러 자리를 떠났고
혼자 남은 박민하는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부팀장이 움직여 간 곳과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고
모퉁이를 도는 순간.
리아인,
노록원의 육체에 빙의한 리아인과 마주쳤다.
박민하의 눈동자는
일순 동요하며 흔들렸지만,
이내 침착해졌고 입을 움직여 말했다.
“···다 들은 거냐?”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 작가의말
소제목과 함께
박민하와 부팀장 대화 중 일부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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