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13 화 – 종전[終戰] 후··.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113 화 – 종전[終戰] 후···.
적의 주둔지를 살펴보고 온 루카테르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방문자로 인해 간 떨어질 것같이 식겁했다.
“으힉! 저··· 저···.”
루카테르는 뒷말을 제대로 내뱉지 못한 채,
그쪽이 왜 여기 있냐는 의미가 담긴 미세하게 떨리는 검지로 눈앞의 여성을 가리켰고
그 여성은 검지를 제 입에 가져다 대면서 침묵하라는 의사를 표했다.
얼떨떨해하던 루카테르는
곧 먼저 해야 할 일을 인지하고는 작전 회의실에 모인 이들한테 검은 옷 무리, 적의 주둔지 상황을 알려주었다.
“정말입니까?”
스체스 왕국의 지휘관 텀스가 기뻐하면서도
확인차 되물었으며,
“그래, 아주 깨끗이 정리하고 물러난 상태였어. 혹시나 해서 감시장치도 설치해 놨는데, 반응 없는 것 보면 완전히 물러났다고 봐도 될듯해.”
루카테르는 거의 확신하며 답했다.
“허─······.”
스체스 왕국 수도를 점령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조력하는 신까지 나서서 사생결단을 낼 듯하더니,
무슨 꿍꿍이로 검은 옷 조직이 물러났는지 알 수 없는 와중에
이 전쟁에서 위기가 도래할 때마다 최고의 변수를 일으켜 준 존재가 문뜩 떠올랐으며
그로 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삐이이이이─────.
영상통신 장치의 신호음이 울렸다.
무슨 긴급상황인지 다들 긴장한 채,
영상통신을 연결했고
각 지역의 영주들과 대치 중이었던 검은 옷 무리도 퇴각했다는 기쁜 소식들이 전해져 왔다.
“···───!!!”
스체스 왕국 지휘관 텀스와 지휘관 히아체는 서로 말없이 바라보다가
이내 표정이 기쁨으로 환하게 변했으며
3차전 끝이 아닌
승리와 함께 종전[終戰]됐음을 왕궁 왕실을 비롯해 성벽 안에 있는 모두에게 알렸다.
“와아아아─아────!”
“우와아아아───!!!”
성벽 안은 환희에 가득 찬 함성이 울려 퍼졌다.
기쁨과 환희, 안도로 가득 차면서
풀린 긴장으로 자리에 풀썩 주저앉거나,
격해진 감정으로 인해 눈물 흘리는가 하면
서로 어깨동무 및 부둥켜안으며 기쁨을 나누었다.
짧다고 하면 짧은 기간 동안
수도 성벽을 지켜야 하는 사명감에 고생한
세 왕국의 병사들은 무거운 짐을 내려놓듯 손에 쥔 무기를 내려놓고는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마법사들은 과부하로 인해 흐트러진 마력과 무리가 와 찌뿌둥한 몸을 진정시키면서
긴장과 피로를 풀며 쉬고 있었다.
그러는 가운데,
스체스 왕국 지휘관 텀스와 참모장 히아체,
레쉬아 왕국의 국왕 레이쉴,
듀아 왕국의 1 왕자 다미엔은
종전 후 뒷마무리를 하기 위한 회의를 시작했다.
이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여성은
루카테르한테 넌지시 말을 걸었다.
“류안은 어디에 있니?”
“아? 응. 안내해 줄게. 따라와.”
루카테르는 굳이 회의에 참여할 필요가 없어
여성. 돌봄의 신 ‘에니’를
류안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준 검은 천사.
류안의 휴식을 감히 방해할 자는 없었지만,
만의 하나를 대비해 류안과 리아인, 쇼트는 눈에 띄지 않는 구석진 곳에 있는 작은 집에 머무르고 있었고
그 작은 집으로 루카테르와 에니는 조용히 들어갔다.
작은 집에 설치된 결계막이 틈을 벌리며
문이 열렸다.
“아······.”
쇼트는 루카테르와 함께 온 첨보는 여성에 의아함을 보이면서도 그 둘을 맞이했고
리아인은 뭐 설명할 필요 있나 싶을 정도로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망부석이 된 채로
류안이 누워있는 침대 옆에 앉아 있었다.
“···좀 비켜주겠니?”
“·········.”
에니의 말에
그녀가 어떤 신인지를 알고 있는
리아인은 묵묵히 일어나 한걸음 옆으로 비켜섰다.
리아인이 비켜서자
침대에 누워있는 류안의 모습이 보였다.
“스─······.”
류안의 거칠고 힘겨워하던 숨소리가 조금은 잦아들어 나지막하게 들려왔으나···,
고열은 여전해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에니는 손으로 땀에 젖어 흐트러진 류안의 머리카락을 조심히 그리고 살며시 쓰다듬듯 정리해 주며 상태를 살펴봤다.
그러다 표정이 묘해지는가 싶더니
티가 나지 않게 얕은 한숨을 쉰 후,
루카테르를 봤다.
“·········?”
“잠시 얘기 좀 할 수 있겠니?”
“어···? 어.”
그 시선과 말에
루카테르는 일순 움찔하다가 터덜거리며
에니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적당히 구석진 자리로 가서는 방음용 막을 펼쳤다.
전쟁의 신 워스만한테까지 천둥벌거숭이처럼 겁 없이 덤벼대던 루카테르였으나,
에니한테만큼은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저기 할 말이 뭔지······.”
“저 아이 정체가 뭐니?”
“어?”
루카테르는 순간 당황했다.
‘어··· 모르고 있었나? 하긴, 류안이 그냥 봐서는 신이라고 짐작하기 힘들긴 하지···.’
대답 없이 생각에 빠진 루카테르 모습에
에니가 먼저 말을 했다.
“왜 ‘신’인 아이가 저번보다 더 인간 같아진 거니?”
“에─?!!!”
에니의 말에
루카테르는 더 당황하며 놀랐다.
‘안 그래도 인간 같은데 더 인간 같아졌다고? 어떻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무슨 일?
무슨 일이라고 하면······.
“아─!”
루카테르는 3차전 때 있었던 일을
에니한테 얘기해 줬다.
“하아···, 인형이 아닌 인간의 육체를 가진 아이가 잃어버린 육체를 재구성하면서 더 인간에 가까운 육체를 가지게 된 건가? 그런데, 그게 그 짧은 시간에 가능한 것이었나?”
중얼거리듯 말하는 에니의 머릿속은
류안에 대해 알게 된 자라면 누구나 예외 없이 겪는 의문투성이의 파도에 휩쓸리고 있었다.
“어, 뭐··· 벨드라엔과 워스만. 두 신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상식에서 벗어난 녀석이라서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아. 그런데 류안의 상태는 왜 그런 거야? 몸을 재구성하면서 뭐 잘 못 되기라도 했어?”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루카테르는 이해한다고 말하면서도 지금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는 의문을 내보였고
에니의 입에서 의외의 말이 나왔다.
“저 아이가 아픈 것은 반동 때문이야.”
그 말에 루카테르는 놀랐으나,
곧 반동의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아, 이런··· 역시. 신을 죽인다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닐 테니까.”
“아니, 그 반대야.”
“어···?”
루카테르는 순간 에니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오히려 신을 죽이는 권능을 사용하지 않아 자리 잡지 못하고 있던 것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생긴 반동이야.”
“어? 권능이라고? 류안이 분명 신을 죽이는 힘은 부속적인 힘이라고 했는데···.”
여전히 잘 이해되지 않은 루카테르의 표정이 어벙해졌다.
루카테르는 에니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 곰곰이 생각하다가
문득, 전에 류안이 권능에 대해 말했을 때가 떠올랐다.
‘지금의 내 권능은 지켜보는 거야.’
그 당시 분명,
‘지금의 내 권능’이라고 했었다.
그 말은 즉,
그전에는 다른 권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로 인해
루카테르도 의문의 파도에 덮쳐졌다.
‘···신이 여러 권능을 가진 경우가 있나?’
“신이 여러 권능을 가지는 것이 가능한 거니?”
“어?”
자신이 묻고 싶었던 것을 묻는 에니를 보며
루카테르는 ‘신이 드래곤한테 물어보면 아냐?’고 반문을 하려다가 다시 놀랐다.
“권능이··· 여러 개라고?”
“그래. 이미 완전히 자리한 권능들과 아직 제대로 자리하지 못한 권능. 상당수의 권능이 저 아이한테 있어.”
에니는 말하고도 믿기 힘든 상황에
다시 표정이 묘해지면서 말을 이어서 했다.
“거기에다 내가 다치지 말라고 내려준 가호조차 권능으로 받아들였어.”
“─······.”
루카테르는 더 이상 아무런 반응하지 못하고 눈만 껌벅거리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에니의 묘했던 표정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뀌었다.
“후우···, 도와주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는데. 원래의 권능과 다른 권능들이 자리를 찾아 안착하는 동안 생기는 충돌로 인한 반동이라 도와줄 방법이 나한테는 없어.”
이미 ‘돌봄의 가호’가 권능으로서 발휘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힘들어하고 있었기에
에니로서는 류안한테 더 이상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루카테르는 이런 상황에
리아인이 또 도와줄 줄 알았던 신한테 실망하면서 한바탕 소리치며 난리 피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면서도
그와 별개로 에니한테 감탄하고 있었다.
“···류안의 그런 상태를 용케도 알아냈네. 꿰뚫어 보는 세이지도 몇 번을 보려고 시도했다가 못 보고 튕겨 나왔다고 했는데.”
루카테르의 말에
에니는 고개를 움직여 류안이 있는 작은 집을 바라봤다.
“일시적으로 보인 거야. 아마··· 권능들이 제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 미처 가리지 못한 것일 테지.”
“뭐? 이런, 잘 못 하면 엿보는 자들한테 류안의 정체가 들킬 수 있잖아─!!! 드래곤 수장한테 가림막을 쳐달라고 해야겠어! 늦지 않았어야 할 텐데···.”
루카테르는 드래곤 수장 카르티아가 있는 곳으로 황급히 달려갔으며,
덩그러니 혼자 남겨진 에니는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혼잣말하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 ────······!
언제 한 것인지 몰라도
이곳 전체에 이미 영역이 펼쳐진 상태로
엿보는 자인지는 알 수 없는 뭔가가 계속 튕겨 나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 *
종전[終戰]선언 후,
하늘에 해가 지고 생긴 어둠이 내리며 밤이 되었다.
평소처럼 순찰하는 병사들과
그 외 몇 명을 제외하고 모두가 긴장을 풀고 누적된 피로로 깊은 잠에 빠져 고요함이 감돌고 있던 그때.
류안이 있는 작은 집 안에 누군가의 영역이 펼쳐졌다.
스스스스─스───······.
약하디약한,
그러면서도 견고한 영역.
마지막 힘을 끌어모아 영역을 만든 듯했다.
곧 그런 영역을 펼친
퇴물 신 ‘테즈’가 모습을 보였으며
침대에 누워있는 류안한테로 다가갔다.
“죄송합니다.”
퇴물 신 테즈는 균열이 가득한 손을 뻗어
여전히 고열로 인해 식은땀을 흘리며 잠들어 있는 류안의 머리를 조심히 쓰다듬으며 말했다.
“허락 없이 행하는 점··· 양해해 주시길···.”
그 말과 함께
테즈의 손에서 옅은 빛이 보이더니
류안한테로 스며 들어가기 시작했다.
스르으으으────······.
저번 바다 위 유람선 때는 튕겨냈던 빛이 이번에는 아무런 거부 없이 스며 들어갔다.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르고
테즈의 손에서 빛나던 옅은 빛이 모두 류안한테로 스며 들어가자.
파슥─···!
빛이 사라진 테즈의 손에 가득했던 미세한 균열이 심하게 갈라지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몸 전체가 균열로 뒤덮여 갔다.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파슥. 파슥. 파스스───······.
이 말을 끝으로
테즈의 ‘인형’은 가루로 산산이 부서지더니
그 안 ‘신의 몸체’도 형체를 잃고 부서지면서 소멸이 되어 사라졌다.
그로 인해
테즈의 영역도 풀려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덜컹─!!!
“······───!”
돌봄의 신 에니와 루카테르가 식겁한 얼굴로 작은 집 문을 열고 들어왔다.
루카테르가 집 안을 면밀하게 둘러봤으며
에니는 곧바로 류안한테로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잠시 쪽잠을 자던 리아인과 쇼트는
신과 드래곤의 난데없는 난입에 잠을 깨고는
혹, 큰일이 났다 싶어 류안을 살펴봤다.
“세상에······.”
에니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류안 안에 있는
수많은 권능이 자리를 잡기 위해 서로 충돌하던 것이
특히, 주된 권능으로 보였던 그 힘이 원래 자리로 돌아가면서 생겼던 반동이 조용히 가라앉아 있었고
권능들도 잘 융화되어 어우러져 있었다.
거기에 더해 아까와는 달리
‘돌봄의 가호’가 권능으로서 제대로 힘이 발휘되어 열이 내리고 식은땀이 멈추면서
‘편안의 권능’ 역시 발휘되어서는
류안의 몸 상태를 안정적으로 진정시키고 있었다.
“휴우─···.”
리아인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그때,
류안의 눈이 스르르 떠지고 있었다.
“류안, 괜찮아? 일어날래?”
리아인은 일어나려는 류안을 부축했다.
그러다
전과 다르게 류안의 몸에서 무게감이 느껴짐을 인지했다.
전에는 마냥 가볍기만 했던 몸이었는데
지금은 겉모습에 맞는 무게감이었다.
그렇지만,
이건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이 아니었기에 일단 저 멀리 밀어버리고는
리아인은 류안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돈해주며 상태를 꼼꼼히 살펴봤다.
“······──.”
류안은 평소의 멍한 얼굴인 듯 보였다.
그러다가
짜증이 살짝? 아니 점점 진해지는 것이 보이는가 싶더니,
“이 XX 같은 신 놈들이 진짜···!!!.”
“·········?!!”
“······?”
“············.”
갑자기 거친 욕과 끝말을 잇지 못한 채,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는 류안의 모습에
리아인, 쇼트, 에니와 루카테르가 당혹감에 빠지던 중.
그 누구보다도
당혹감에 깊이 빠져 허우적거리는 자가 있었다.
-어···? 어?
-반갑네. 난 어린 신의 ‘방’에 더부살이 중인 초대 심판자의 사념체 일세.
-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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