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95 화 – 준비하다.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95 화 – 준비하다.
레쉬아 왕국의 제일 부호인 헨즈 공작 가문.
재력과 권력 그에 따른 정보력이 있었고
비록 거절당했지만,
양자로 들이려고도 했던 터라
리아인과 류안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 둘이
국왕 레이쉴의 곁에서 무슨 일을 해오고 있었는지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거기에 다가
아직 어린 두 소년이 왕국을 위해 애쓰고
검은 옷 조직과 부딪히며 고생하는 모습에 대견하면서 안쓰럽게 여기고 있었으며
둘의 남다른 능력에 다가올 미래가 평탄치만은 않으리란 생각과 걱정으로
필요한, 해 줄 수는 모든 후원을 해 주고 있었다.
그러한데,
아무리 오래전에 잃어버린 아들을 벨드라엔이 찾아주는 것에 크나큰 도움을 주었고
아들인 헬리와 류안이 이미 만난 적이 있는 인연[因緣]이라 한다고 한들,
헨즈 공작부인과 그 가문의 행동은 평범한 것이 아니었다.
“이야, 리아인과 류안을 양자로 들이겠다고 했을 때 뭔 집착인가 했는데, 생각보다 더 심하네.”
국왕 레이쉴과 벨드라엔의 대화를 듣고 있던
루카테르가 목소리를 내었고
그 말에 벨드라엔은 어리둥절했다.
‘뭐? 누가 누굴 양자로 들여? 헨즈 공작 가문이 리아이과 류안을? 왜?’
레이쉴과 리아인이 양자 건의에 관해 얘기하던 그 당시
벨드라엔은 재상들한테 붙잡혀 회의 중이었던 터라 이에 대해 모르고 있었기에
루카테르의 말에 눈이 동그래지면서 전쟁과 지원요청에 관해 신중히 대화하던 것을 순간 잊고 딴 길로 새게 되면서
머릿속에 의문이 채워졌다.
“·········.”
할 말을 잃은 벨드라엔 대신
루카테르가 입을 움직여 말했다.
“헨즈 공작부인이 리아인과 류안의 참여 여부부터 물어봤었지?”
“예, 아직 둘의 의견을 듣지 못해 확실히 정해진지 않았다고 전달했습니다.”
“그 둘이 이 일에 참여할 것이라는 짐작 아래, 헨즈 공작부인은 리아인과 류안을 위해서라면 아주 간도 쓸개도 빼줄 정도로 챙기는데 뭔 이유인지.”
루카테르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며
불량한 자세로 다리를 꼬고 팔짱까지 끼며 소파 등받이 기댔다.
“지원요청을 수락한 것도 순전히 둘 때문이고, 둘을 통해서 지원을 보내주겠다고 한 것으로 아는데, 맞지?”
레이쉴은 고개를 끄덕여 보였고,
루카테르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걸렸다.
“그런데, 리아인과 류안이 이번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나서지 않으면 지원이고 뭐고 스체스 왕국의 일에 관심 끊겠다는 것같이 보이는 것은 내 착각인가?”
착각이 아니었다.
레쉬아 왕국 내에서 일어난 전쟁도 아닌
타 왕국에서의 일.
앞서 밝히기도 했지만,
타 왕국에 관한 지원은 강제성이 없는 각 가문의 자유의사에 달린 것.
헨즈 공작 가문에서는 리아인과 류안의 결정에 따라 지원을 할 생각이었기에
그 둘을 통해서만 지원을 하겠다고 알린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이 전쟁에 빠질 수 없는 그 둘을
병력으로서 전방 지원으로 가서 위험한 상황에 빠지지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한
후방 지원으로 미리 빼돌리려는 계획이기도 했다.
그 둘이 특별한 힘을 가진 것과는 상관없이
위험에 빠지는 일은 없게 하겠다.
이러한 헨즈 공작 가문의 의도를
레이쉴도 짐작했다.
“그래서, 레이쉴 넌 어떤 식으로 할 생각이냐? 스체스 왕국에 제대로 지원하기 위해선 양동작전을 해야 하는데.”
루카테르의 말에
벨드라엔은 지금 중요치 않은 의문은 던지고
다시 지원 관련 논의에 참여했다.
“리아인과 류안한테는 언제 얘기할 예정인가?”
후방 쪽이긴 하나,
둘을 끌어들여야 하는 상황에 레이쉴의 표정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사태가 벌어지면 늘 그 둘이···
특히, 류안이 유독 고생을 하게 되었기에.
그러던 그때.
삐이익───.
문자 통신 알림 소리가 났다.
레이쉴은 바로 통신 장치를 확인해 보았고
문자는 오두막에 있는 쇼트가 보낸 것으로.
『하얀 창 완성.』
덜컹, 벌떡─!
레이쉴은 지체할 틈 없이 소파에서 일어나서는 오두막으로 향했다.
그 뒤로 벨드라엔과 쌍둥이 둘도 집무실을 나와 오두막으로 가려고 했지만···.
“이런─···.”
집무실 문밖에서 벨드라엔을 기다리고 있던 재상들한테 붙잡혀 회의실로 끌려갔다.
─────!!!!!
살려달라는 울부짖음을 소리 없이 온몸으로 표현하며 끌려가는 멸[滅]의 신.
그런 그의 모습을 본 쌍둥이 제우와 네우는 오두막으로 갈까 잠시 잠깐 고민하다가
그래도 자신들의 신[神]인 고생하는 그의 곁에 있어 주기 위해 회의실로 발을 돌렸다.
그 상황을 본 루카테르는 눈치를 살살 보다가 냅다 오두막이 있는 곳으로 도망쳤다.
* * *
레쉬아 왕궁 구석 정원에 있는 오두막.
루카테르가 레이쉴한테 가속 마법을 걸어주어 짧은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레이쉴은 오두막 현관문에서 발을 멈췄다.
“······후우.”
기대감과 흥분으로 가득 차 콩닥거리는 가슴 속을 진정시키기 위해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문손잡이를 잡아 문을 열었다.
끼익──······.
“흐읍─!!”
눈앞에 보인 하얀 창.
레이쉴의 얼굴 바로 앞에 하얀 창이 떡하니 자리하고 있었다.
그것도 가로가 아닌 세로로 창촉이 날카로움을 보이며 바로 코앞에 있었기에
순간 식겁하면서 숨을 들이켜야 했다.
“하아암─···. 확인해봐.”
하품하며 졸려 하는 류안의 말에
레이쉴은 식겁한 것도 잊고
조심히 하얀 창을 잡아 들고는 찬찬히 살펴봤다.
하얀 창의 창대 전체에는 회오리치는 듯한 불꽃무늬가 아로새겨줘 있었고
창촉과 창대 연결 부위에는 용암을 닮은 불길을 품은 투명한 돌이 자리해 있었으며
매끄럽게 날이 선 창촉을 불꽃 모양의 조각 장식이 감싸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투명한 돌 속 불길의 붉은 금빛이 비추어지며 하얀 창 전체에 은은하게 붉은색과 금색이 감돌고 있었다.
그러면서 또한,
특유의 위압감과 함께 포근함도 풍기고 있었다.
“거부반응 없어?”
류안의 물음에
레이쉴은 말없이 있었다.
류안의 물음을 못 들은 것이 아닌
하얀 창에서 느껴지는 것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느라 말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거부반응은─.
없었다.
거부반응뿐 아니라 이질감이나 불쾌감 없이
자신만을 위한 창이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던 레이쉴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류안은 자신의 물음에도 묵묵부답으로 하얀 창만을 응시하는 레이쉴을 보며 말했다.
“실전에서 사용해 볼 기회가 때마침 왔는데, 어떻게 할 거야?”
“─!!!!!”
레이쉴은 아직 얘기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는 것에 순간 정신 차리며 놀랐다가
잊고 있었던
류안이 ‘지켜보는 신’이란 것을 인지했다.
“···지원 보낼 병력의 수를 정하고 확보되는 대로 곧 움직일 예정인데.”
레이쉴은 말하면서 하얀 창에서 시선을 옮겨
조심히 류안을 보았다가
리아인한테로 다시 시선을 옮겼다.
그렇게 둘의 표정을 조심히 살피는 사이
류안이 다시 말을 했다.
“스체스 왕국에는 어떻게 갈 거야?”
“안 그래도 그 방법을 찾고 있어. 수많은 병력을 이끌고 거리가 상당한 스체스 왕국으로 한 번에 텔레포트 하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고, 그래서 중간 지점에 있는 왕국들을 거쳐서 가야 그나마 짧은 시일 안에 갈 수 있는데···, 거쳐야 하는 왕국들의 협조를 미리 받아야 하는 문제가 있는 데다가.”
레이쉴은 들고 있던 하얀 창을 아래로 내리고
다른 한 손으로 미간을 잡았다.
“각 왕국에 숨어 있는 검은 옷 조직의 방해가 분명 있을 것이라, 이래저래 방법이 마땅치가 않아.”
근심 가득한 레이쉴의 모습에
류안은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루카테르한테 부탁하면 되지 않아?”
“무리-!!! 날 죽일 셈이야?”
류안의 손가락질과 말에
현관 문설주에 기대고 서 있던 루카테르가 한 손을 펴 보이며 거부 의사와 함께 불같이 화를 냈다.
“나 혼자라면 모를까. 수백? 수천이 넘는 인원을 한 번에 장거리 텔레포트 시켰다가 중간에 잘 못 되기라도 하면, 난 둘째 치더라도 병사들이 큰일 날 수 있어.”
루카테르는 희생될 수 있는 자들은 생각하며 더 강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최악에는 지원도 못 가고 그냥 개죽음 될 수 있다고. 절대 안 돼─!!!”
목에 핏대까지 세우고 열변[熱辯]을 토해내면서 남을 배려하는 루카테르의 모습에
레이쉴, 리아인은 오-하며 감탄하는 사이.
류안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내 말을 했다.
“각 왕국에 숨어 있는 존재가 검은 옷 조직뿐인 것은 아니지 않아?”
“응? 뭐─?”
“드래곤.”
류안의 다시 행해진 손가락질과 말에
드래곤 루카테르는 눈을 번뜩였다.
“각 왕국에 영역, 레어를 두고 있는 드래곤들 있잖아. 그 드래곤들한테 루카테르. 네가 협조를 구해서 중간 텔레포트 지점으로 하게 하면 되고, 혼자가 아닌 드래곤 둘 이상이 텔레포트를 형성하면 더 수월해질 것 같은데. 아냐?”
“·········.”
류안의 이어진 말과 물음에
열 내던 루카테르는 잠시 조용히 있더니,
“나··· 드래곤 수장 좀 만나러 갔다 올게.”
생각하지도 못한 놀람에 얼이 나간 듯한 모습으로 오두막 밖으로 천천히 나가서는
이내 텔레포트를 해서 사라졌다.
그것도 일반 텔레포트가 아닌 드래곤들 사이에서만 사용하는 특수 텔레포트를 이용해 사라졌다.
“아, 다미엔한테 통신해 달라고 하는 것 깜빡했다.”
류안은 루카테르가 나간 거실 현관문을 보다가
레이쉴한테로 고개를 돌렸다.
레이쉴은 자신한테 다미엔과의 통신을 부탁하려나 하는 생각에 품 안에서 소형 통신 장치를 꺼내 들며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 곧···.”
그런데
다른 말이 들려왔다.
“그래서, 나하고 리아인은 언제 가면 돼?”
“!!!!!”
모든 상황을 알고 있는 류안의 말에
레이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갈 생각인가? 거절해도 상관없어.”
레이쉴은 진심이었다.
“스체스 왕국에는 헨즈 공작 가문이 지원에 관해 결정한 것을 아직 전하지 않았기에, 너희 둘이 거절한다 해도 문제 될 것은 없어.”
“음─, 나도 그러고 싶긴 한데.”
류안의 말에 레이쉴의 표정은 더 어두워졌다.
그간 고생 많이 한 류안을 위해
게다가 이렇게 하얀 창도 만들어주었는데
이번에는 이 일에서 확실히 제외하자고 결심하던 중.
“검은 옷 조직에서 스체스 왕국을 함락이라도 해 투명한 돌을 대량 생산하게 되면 나도 골치 아프게 되거든.”
류안은 투명한 돌이나 뒤틀림으로 희생된 자들의 사념체가 더 이상 들러붙는 것은 절대 사양하고 싶었다.
“후방 지원하는 것이니 그리 위험할 것 같지 않고 뭐, 위험해진다 싶으면 가지고 갈 지원 물자 옜다 하면서 던져주고 도망가면 돼.”
“·········.”
레이쉴이 눈을 깜박이며 아무 말 없이 있는 모습에
류안은 지원 물자를 함부로 버리면 안 되나 싶어 확인차 물었다.
“왜? 안돼?”
“아, 아니. 돼. 그렇게 해! 헨즈 공작 가문도 그렇게 하라고 할 거야.”
레이쉴의 어두워졌던 얼굴이 밝아지는 것을 숨기지 못했다.
그만큼 류안의 도움은 큰 것이었기에···.
“필요한 것 있으면 말만 해. 도울 인원이든 뭐든 원하는 만큼 마련해 주겠어.”
“아니, 많이는 필요 없어.”
류안 대신 리아인이 말을 했다.
리아인은 모든 상황을 보고 들은 류안하고 이미 대화를 끝낸 상태였다.
피할 수 없는 것 제대로 대응하자고.
“오히려 많은 인원이 움직이면 눈에 띄니까 최소 인원으로 움직이는 것이 나아. 지원해줄 물자는 아공간을 이용하면 될 것이고.”
“그렇군. 그럼, 이동 경로는 어디로 할 생각이지? 이 역시 각 왕국에 있는 드래곤들한테 부탁할 건가?”
“아니. 앞서 병력을 드래곤의 텔레포트를 통해 이동하는 것을 감지하게 될 검은 옷 조직에서 분명 경계 대응태세를 잡을 거니까.”
“그렇겠군. 처음에는 예상하지 못해 방심한다 해도 두 번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조력하는 신이 있으니 드래곤의 텔레포트를 저지하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게 하겠지. 그러면 따로 정한 이동 경로는 있나?”
레이쉴은 이미 스체스 왕국의 지원에 대해 논의를 끝낸 리아인과 류안을 보며 감탄했다.
그리고 고마웠다.
이 둘이···
류안이 자신의 왕국에 와 준 것에.
레이쉴이 이런 감정을 품는 사이
류안이 물음에 답했다.
“바다.”
“뭐? 바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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