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95 화 – ···가 일어났다.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195 화 – ···가 일어났다.
철컥- 달칵-!
뒤틀어진 공간에서
부서져 버린 초현실적인 구조물과 함께
나무와 식물 줄기들 그리고 돌 구조물들이
나름대로 잘 어우러지게 뒤엉켜져 있는,
그런 곳 사이에서 워스만이
위아래가 뒤집힌 새하얀 문의 열쇠 구멍에
금속판 장식이 달린 열쇠를 꽂아 돌려
문을 열었다.
끼이익─.
뒤집힌 하얀 문과 달리
문 안쪽으로 보이는 복도는
뒤틀린 곳 없이 제대로 곧게 뻗어있었다.
“호오-, 열쇠가 진짜이긴 한가 보군.”
“·········.”
벨드라엔의 말에
워스만은 손에 쥔 열쇠를 잠시 봤다.
양 날개를 뜯기고 패한
자신을 ‘아이’로 받아줄 신을 원하고 있는
신을 잃은 ‘화희’가 준 열쇠.
어떤 의도로 준 것인지
알 것 같으면서도···
알 수 없는 모순적인 심정이 워스만한테 자리했으나,
지금은 이 열쇠로 이곳을 벗어나
다른 일행들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기에
의도가 뭐든 신경을 접고
문 안쪽으로 보이는 복도로 들어갔다.
그런 워스만의 뒤로
벨드라엔과 쌍둥이 제우, 레이쉴, 다미엔
그리고 뮤리나가 마지막으로 문 안쪽 복도로 들어왔다.
그러자, 그 순간.
우우우──웅.
이상하고 기묘한 울림이 울리고 있었고
문 너머로 보이는
조금 전에만 해도 자신들이 있던
뒤틀린 공간의 초현실적인 구조물이 일제히 일그러지고 뒤틀리는 것이 보이는가 싶더니.
콰─앙-!!!!!
문이 거칠게 닫혔다.
“하─···.”
“·········.”
워스만을 제외한 이들은
그 광경에 놀라며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워스만은 그러든 말든 관심 없이
앞으로 향하기 위해 발을 움직이려던 그때.
길고 곧게 뻗어있던 복도가 일렁이더니
형태, 구조가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섯 개의 벽면에 각각 문이 있는
육각형 구조의 하얀 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
이런 황당한 상황에 다들 말없이 있었고
워스만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여섯 개의 문 중 하나를 그냥 열었다.
벌컥─!
그러자,
그 문 너머로 지금 있는 방과 똑같은
육각 구조의 여섯 개 문이 있는 하얀 방이 보였다.
“하아··· 초현실 공간미로 다음에는 육각 미로인가?”
벨드라엔은 어이없음에 한숨을 쉬었다.
끼이이익- 탁.
워스만은 문 너머 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문을 닫은 후,
이번에는 금속판 장식이 달린 열쇠를
문 열쇠 구멍에 꽂은 상태에서 문을 열었다.
끼이이─익.
열린 문 너머로는
좀 전과 다를 것이 없는 똑같은 육각 구조의 하얀 방이 있었다.
하지만, 달랐다.
워스만은 문이 닫히지 않게 잡은 상태에서
열쇠 구멍에 꽂은 열쇠를 빼내 들었다.
열쇠에서는 옅은 빛의 기운이 흘렀고
그 기운에 반응하며
여섯 개의 문 중 하나가 옅은 빛의 기운을 똑같이 풍기고 있었다.
“뭐해? 그 방에서 살기라도 할 건가?”
움직임 없이 있는 일행들을 보며
워스만이 말했고
그 말에 다들 발을 움직여 문 너머 방으로 이동해 갔다.
일행들이 모두 이동하고
마지막으로 워스만이 문 너머 방으로 들어간 후,
문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탁─!
문은 거침없이 닫혔고,
끼기기- 끼기-긱.
기괴한 소리와 함께
닫힌 문이 뒤틀려지면서 봉쇄되었다.
“·········.”
다들 뒤틀린 문에 시선이 가 있을 때,
워스만은 신경 쓰지 않고
손에 쥔 열쇠의 기운에 따라 반응하는 문을 열었다.
그런 워스만의 모습에
일행들도 일일이 반응하는 것을 그만두고
워스만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 * *
우우우─웅. 우우웅-.
뭔지 알 수 없는 신호음이
류안의 귓가에 들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류안은 이 신호음에 반응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눈이 감기면서
몸에 힘이 빠져나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졸린 것은 아니었다.
이것은
의도하지 않게 신의 기운을 받아들였을 때의
그 증상이었다.
류안은 알고 있었다.
신전 벽면과 기둥들에서 모습을 보인
수많은 하얀 창에 뒤틀어진 신들이 소멸하고
남아있는 뒤틀린 기운 안에
신의 기운이 미약하게 잔재로 섞여 있었고
그 신의 기운에 교묘하게 가려져 있던
금빛 실을 보았으니까.
단지··· 이곳에 온 후,
계속 신경에 거슬린 신들의 기운으로 인해서
안 그래도 약한 인지력이 떨어졌던 것인지
뒤틀린 기운과 함께 신의 기운이
몸에 스며들어온 직후에서야 인지하게 되었다.
신의 기운도 문제였지만,
그 안에 교묘하게 숨어있던
금빛 실에 제대로 대처하지를 못했다.
류안은 울화와 짜증이 밀려왔고
욕이라도 하면서
어떻게든 정신을 차려보려 노력했으나···.
몸은 움직이지 않고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느껴지는 중력에 따라
아래로 바닥으로 향해가고 있을 뿐이었다.
“!!!!!”
리아인은 그런 류안을 황급히 부축하면서
상태를 살펴봤다.
잠들어 있었다.
그러나,
이것이 평범하게 잠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리아인은 인지할 수 있었다.
이미 여러 차례 경험해 봤기에.
그리고 문제는
이곳은 류안이 깨어날 때까지
안전하게 있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리아인은 지금 할 수 있는 하기 위해
류안을 부축한 손이 아닌
다른 손에 쥔 하얀 창에 전류의 힘을 강하게 머금게 했다.
파직! 파직! 파지직-!!!
하얀 창은 백금빛으로 물들면서
백금빛 전류들이 거칠게 튕기기 시작했다.
리아인은 그런 하얀 창을 힘을 주어 쥐고는
주변을 은밀히 살펴봤다.
숫자를 세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많은
검은 옷 조직의 하얀 창.
그 하얀 창들을 조정하는 처형자의 하얀 창.
그 처형자의 하얀 창을 소유하고 있는
검은 옷 조직의 ‘그분’이라는 자.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에
리아인은 의문이 들긴 했지만,
곧 시선을 옮겨 출입구 쪽을 봤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하얀 창들이 서로 격전을 벌이고 있었을 때
그 여파로 인한 것인지
거대한 하얀 문이 부서져 있었다.
잘만하면 틈을 봐서
류안을 데리고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았다.
리아인은 류안을 조심히 어깨 쪽으로 업고는
천천히 자세를 잡았다.
그러면서
발끝, 발바닥 쪽에 전류 파편들을 모았다.
모은 전류 파편들을 한꺼번에 폭발시켜
그때 발생한 힘을 추진력으로 삼아
움직임의 순간 속도를 높여 빠져나갈 계획이었다.
파직. 파직. 파직. 파지-직.
곧 전류 파편들이 충분히 모였고
리아인은 그것을 한꺼번에 폭발시키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챙강─!
작게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한시라도 빨리 류안과 함께
이곳에서 벗어나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
충분히 무시할 수 있는 작은 소리였지만,
리아인은 이상하게 이 소리를 무시할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리아인은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시선을 돌렸다.
소리가 난 쪽은 제단이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 제단 아래 깨진 작은 유리병이 보였다.
‘운명의 예언서’가 들어있는 유리병.
깨진 유리병 파편들 사이로
리본에 묶여 있던 운명의 예언서는
리본이 혼자 스르륵 풀렸고,
작은 유리병에 들어가 있을 정도로
작아져 있던 크기가 원래의 크기로 돌아가며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제단 위로 자리했다.
정확하게는 제단 위에 있는
금빛 실로 엮인 문서 위로 자리해 있었다.
금빛 실로 엮인 문서에서
한 가닥의 실이 풀어져 나오더니
바로 위 허공에 자리한 예언서로 향했고
이내 운명의 예언서 안으로 스며 들어갔다.
그러자,
그 예언서에 있는 흐릿한 문장들이
제 모습을 갖추었다.
그리고는 물 흐르듯이 움직여서는
운명의 예언서 하단으로 빠져나와
금빛 실로 엮인 문서로 빗방울이 흡수되듯
스며져 들어가 자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잔잔하게 내리는 빗방울처럼
예언서에서 금빛 문서로 모두 이동한 문장들.
문장들이 사라지고 비어버린 예언서는
기능을 잃은 듯
오랜 세월이 지나 삭은 문서처럼
바스라 지더니 이내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또한,
문장들을 모두 받아들인 문서는
엮여 있는 금빛 실들을 풀기 시작했고
그 실들은 제단을 타고 내려와
신전 안 원형 홀 바닥 전체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 광경을 넋을 놓은 듯 보고 있던
리아인은 순간 정신을 차리며
이곳을 빠져나가기 위해
발 쪽에 모은 전류 파편들을 다시 폭발시키려 했다.
그런데 할 수가 없었다.
홀 전체로 퍼져나간 금빛 실들이
문이 부서져 있던 곳을 메워버렸다.
그러면서 동시에
류안이 느꼈던 거미줄 같은 빛의 선들 사이사이를 채우더니
마법진의 형태를 갖추었다.
그렇게 완성된 마법진이 발동되면서
그 아래 숨겨져 있던 마법진들이 일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흡사, 거대한 시계를 움직이기 위한
톱니바퀴들 같은 형상이었다.
리아인은 도망가기 위해 잡았던 자세를 풀고
류안을 어깨 쪽에 업은 채로 일어났다.
짤그락-.
일어나면서 움직이던 리아인의 발에
리아인과 류안을 포박하려 했던 빛의 사슬 파편이 걸렸다.
그와 동시에
그 빛의 사슬을 만들었던 마법진이
리아인의 눈에 들어왔다.
그 마법진은 금빛 실에 술식이 변화하면서
환하게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빛의 사슬 파편들이 실처럼 풀어지더니
리아인과 류안을 덮치기 시작했다.
리아인은 아직 발에 있는 전류 파편을 이용해
그 실들을 없애려 했다.
파지직- 파직! 파직! 파직!
허나,
너무나 쉽게 부서졌던 사슬 때와는 달리
빛의 실들은 끊어지지도 부서지지도 않았다.
그런 빛의 실들은
리아인과 류안의 몸을 각각 옭아매면서
리아인한테서 류안을 떨어트리기 시작했다.
리아인은 류안을 필사적으로 지키려 했지만,
마법진에서 새로운 빛이 발하더니
리아인은 강한 중력을 느끼며
바닥에 꼬꾸라지듯 엎어져 버렸다.
“─!!!!!”
리아인은 팔에 힘을 주며 일어나려 했으나,
움직일 수 없었다.
그저 류안이 금빛 실에 몸이 묶인 채
제단의 위로 끌려가는 것을 봐야만 했다.
의식이 없는 류안은 금빛 실들에 의해
묶인 양팔이 펼쳐지면서 제단 위 허공에 자리했다.
그러는 사이.
우우우─웅. 우웅.
‘그분’이라는 자가 소유한
‘분배’의 하얀 창이 공명을 울렸고
그 공명에 류안이 소유한 네 개의 하얀 창이 반응하면서 저항하는가 싶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공명을 받아들인 것인지 네 개의 하얀 창은
‘그분’이라는 자의 주변에
분배의 하얀 창 양옆에 각각 자리했다.
우웅- 우우웅- 우웅-.
분배의 하얀 창은
마치, ‘이겼다’라는 듯이 울림을 울렸다.
그리고,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리아인이 알고 있는 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때[時]가 되었군.”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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