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61 화 – 죽느냐, 사느냐.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161 화 – 죽느냐, 사느냐.
* * *
“리아인 지금 죽어 볼래?”
“어?”
류안의 말에
리아인은 잠시 당혹감이 밀려오면서
사고회로가 멈춰버렸다.
“오-, 원한다면 내가 고통 없이 죽여줄 수는 있지.”
그 옆에서 워스만이 한술 더 떠
류안의 말에 동참했고,
“어떤 방식으로 죽고 싶나?”
아주 재밌어하고 있었다.
‘저 XX 같은 신 같으니라고···.’
리아인은 속으로 욕하며
죽일 듯 워스만을 쏘아보았지만,
류안의 말이 엄청 뜬금없는 것은 아니었다.
‘가쉬’세계에 있는 원래 육체로 돌아가기 위해선 영혼을 이 육체에서 분리해야 하는데
가장 쉬운 방법이 ‘죽는 것’이었다.
“···일단, 마음의 준비 좀 하고, 후우-.”
말이 쉬운 방법이지,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다.
어쩌다, 어쩔 수 없이 죽음을 맞이하는 거면
그런대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일부러 죽는 것은 아무래도···.
“준비됐나?”
워스만이 얄밉게 재촉했다.
그리고
리아인의 머리 위에 손을 턱하고 올렸다.
리아인은 올라오는 짜증을 억누르며
마음을 다잡으려던 그때,
류안이 말했다.
“아···, 역시 안 될 것 같다.”
“뭐?”
워스만은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있는 리아인의 머리에 손을 얹고 고통 없이 단번에 보내주기 위해 충격파를 가하려다가 멈추고는
리아인 앞에 쪼그려 앉아 가만히 눈을 말똥거리는 류안을 봤다.
“안될 것 같다고?”
“응, 아무래도 영혼이 육체에 안착이 된 것 같아.”
평상시라면 안착이 되었다는 말이 전혀 나쁠 것 없는 말이지만,
지금 리아인의 상황에서는 좋다고 할 수가 없었다.
리아인은 자신의 머리를 쥐고 있는
워스만의 손을 거칠게 쳐내고는
류안을 보며 물었다.
“···그럼, 지금 죽어도 영혼이 분리되지 않는다는 말이야?”
“육체에 안착이 되었다 해도 육체가 죽으면 영혼은 자동으로 분리되잖아.”
“보통의 경우는 그렇지.”
“하지만, 너는 빙의한 상태에서 안착이 된 것이라 자동 분리가 안 될 확률이 높아.”
“아······.”
“리아인, 지금껏 이 육체에 있으면서 불편한 것 있었어?”
“어, 없었어.”
정말로 없었다.
능력을 쓰고나서 코피와 각혈하는 것은
반동에 의한 것이니 별개인 거고,
겉도는 것 없이, 이질감 없이 편안했다.
착각이긴 했지만···.
마치, 영혼이 원래의 육체 속 제자리를 찾은 것 같았다.
거기에 더해
뒤틀림도 느껴지지 않아 정말 편안하게 지냈다.
“불편한 것이 너무 없으니···.”
“이거 오히려 더 불안해지는데······.”
복잡미묘해지는 리아인의 표정을
류안은 가만히 보고 있었다.
안착이 된 것도 맞긴 했지만,
더 큰 실상은 영혼이 육체에 묶여있었다.
정확한 것은
리아인이 죽어봐야 알 수 있겠지만,
이대로는 죽어도 영혼이 분리되지 못하고 이 노록원이라는 자의 육체에 다시 그대로 빙의되어 깨어날 확률이 높았다.
“···음, 잘못하면 좀비가 될지도.”
“어? 뭐?”
류안이 중얼거리는 듯이 한 말을 들은
리아인은 식겁했다.
판타지 속 종족? 차별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좀비는 좀 그랬다.
특히,
몸이 썩어 가는데도 죽지 못하는 그런 점과
뇌를 파괴해도 소용없는 좀비는
미안하지만···
사양하고 싶은 리아인 이었다.
“방법··· 없어?”
“글쎄, 방법이라면 방법일 수 있는데.”
“뭔데?”
리아인은 기대감에 눈을 반짝였다.
“이곳 세계에 그냥 눌러살기.”
“어?”
류안이 말한 예상외의 방법에
리아인은 다시 사고회로가 멈췄다가
이내 생각에 빠졌다.
‘···나쁘지 않을지도.’
자신도 모르게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에 고개를 숙였던 리아인은
고개를 들어 류안을 다시 봤다.
류안이 이 세계에 같이 있어 준다면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괴수들을 상대하고
류안이 이곳 세계의 뒤틀린 기운을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괜찮을 것 같았다.
류안 역시
리아인이 이곳 세계에 있겠다고 하면
같이 머물러 줄 생각이긴 했다.
단지,
문제는 ‘가쉬’에 있는 리아인의 육체였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뒤틀림.
그냥 둘 수는 없는 것이었다.
영혼이 없는 상태로 장시간 그냥 두었다가는 빈껍데기가 될 수 있었고,
뒤틀림의 그릇으로 노려질 수도 있었다.
그리고
육체를 소실시킬 경우,
뒤틀림이 영혼으로 돌아와 엮이게 되는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고통을 리아인은 다시 받아들여야만 했다.
뒤틀림은 류안이 중간에 조율할 수 있지만,
고통을 받아들이고 견뎌야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거기에 한가지
류안은 리아인한테서 알아봐야 할 것이 있었다.
“리아인.”
“어?”
“신들은 어떻게 할 거야?”
“관심 끊을 거야?”
“아···!!!”
손길을 내밀어 뒤틀리게 한 빌어먹을 신들.
그중 한 명이 이곳 세계에 있다.
그리고,
다른 신들도 여러 세계에 있었다.
‘‘가쉬’에도 몇 명이 있었지.’
분명, 이 망한 신들은
자신을 노리고 모여들 것이었다.
“필요하면 육체에 남아있는 것을 내가 중간에서 옮겨 줄 수는 있지만, 어떻게 할래?”
“이곳에 남아서 할래?”
“아니면 돌아가서 할래?”
류안이 멍한 표정 없이
진지하게 말했다.
“장소와 육체만 달라질 뿐.”
“나머지는 크게 달라질 것은 없어.”
“돌아가겠다면 시간이 좀 걸려도 방법을 찾아 돌아갈 것이고.”
“여기 남겠다고 하면 저쪽에 있는 육체는 처리해 버리면 돼.”
“잠시만··· 생각 좀 해 보고···.”
이곳에 더 머무를지 말지는 류안의 선택에 따른 것이라 여겼었는데
아니었다.
오로지 자신의 선택에 달린 것이었다.
고개를 숙이고 생각의 늪에 빠진 듯한 리아인을 보며
류안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천천히 생각해, 난 그동안 영혼 분리할 방법 찾아볼 테니까.”
류안의 말에
리아인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리아인이 생각을 정리할 며칠 동안,
다행인지 괴수들의 출현은 없었다.
그리고,
류안은 그 며칠 동안 잠들어 있었다.
그러던 중.
정말 정말 예상치 못한 끔찍한 일이 생겼다.
“흐억, 헉!”
“으으으··· 윽···!”
“커헉- 쿨럭-.”
“아우우욱··· 아우우···.”
여기저기에서 신음이 가득 울려 퍼지고 있었다.
바닥에 쓰러져있는 이들은 눈동자만 겨우 움직여서는 자신들을 내려다보는 두 사람을 원망스레 보고 있었다.
차라리 괴수들을 상대하는 것이 나을 정도로
마태수 팀장의 훈련은 끔찍하건만···.
거기에다가
전쟁의 신 워스만도 가세한 것이었다.
초반 서로 기 싸움하던 것과는 다르게
지금은 아주 죽이 잘 맞아떨어져서는
둘이 번갈아 가면서 팀원들을 훈련 시키고 있었다.
그러면서
서로 보완할 점과 개선할 점을 비교하며 훈련 효율을 올리고 있었다.
이는 좋은 것이긴 했으나,
그 훈련을 받아야 하는 당사자들은 죽을 맛이었다.
“······야, 노록원.”
“어? 왜?”
바닥에 대자로 누워 천장을 멍하니 보던 박민하가 리아인을 불렀고
역시 바닥에 일자로 엎어져 있는 리아인이 대답했다.
“저분 ···뭐 하시는 분이냐?”
“아···, 전쟁의 신이야.”
“어? 전쟁의 신?”
“그래.”
박민하는 눈이 커지고 동그래지더니
실소를 터트렸다.
“와하- 하하···.”
“전쟁의 신··· 하하하-···.”
실소를 넘어 실성한 듯 웃기 시작한 박민하.
리아인은 그의 심정이 어느 정도 이해되기에 말릴 생각 없이 그냥 두었다.
잠시 후,
웃는 것을 멈춘 박민하는 조심히 물었다.
“이 지옥 X 지옥 훈련 끝낼 방법 아냐?”
“······아, 글쎄.”
리아인은 박민하의 물음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끝낼 방법을 모르기에 그런 것도 있고
류안의 도움을 받는 방법은
훈련을 끝내는 것이 아닌
이런 훈련을 견디고 버틸 수 있게 의욕을 주는 당근이기에 말하지 않았다.
거기에 더불어
리아인은 류안한테 훈련장 구경할 생각 말고
그 시간에 잠이나 더 자라고 말해두었다.
괴수들을 상대했을 때
이미 시선과 관심이 집중된 것이 차고 넘쳤기에 더 이상은 사양이었다.
“그냥··· 익숙해지는 것이 속 편할 거야.”
리아인의 말에
박민하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이 떼구르르 떨어졌다.
“···젠장.”
* * *
“젠장-!!!”
“빌어먹을-!”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 아래
천천히 눈을 뜬 리아인은
괴수들 시체 더미 위에서 거친 말을 내뱉고 있었다.
“깨어났어?”
그런 리아인의 옆에
류안이 쭈그려 앉아 내려다보고 있었다.
“역시, 그냥 죽는 것으로는 분리가 되지 않는 모양이군.”
류안 뒤에는 검을 휘두르며 검날에 묻은 괴수들의 피를 떨어낸 후 검집에 넣고 있는 워스만이 있었다.
리아인은 괴수들의 출현에
팀장 마태수와 박민하를 비롯해 다른 팀원들과 함께 출동했고
거기에 류안, 워스만도 동참했었다.
그리고,
괴수들을 한참 처리하던 중
리아인은 능력의 반동으로 여지없이 코피를 흘리며 각혈하다가 기절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이것이 단순한 기절이 아니라는 것을.
노록원의 육체가
과도한 능력 반동을 버티지 못하고 죽었으나
리아인의 영혼은 분리되지 못한 채
다시 그 상태로 빙의되어 깨어난 것이었다.
“아우-, 노록원 이 자식 대체 이 육체에다가 뭔 짓을 해놓은 거야?”
리아인은 어이가 없었다.
그 와중에 더 어이가 없는 것이 있었는데,
이런 덕에 영혼이 또 다른 세계에서 눈을 뜨는 참사를 막을 수 있었고
류안이 올 때까지 멀쩡히 있을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건 화를 내야 하는 건지
안도해야 하는 건지 당혹스러웠다.
그러면서도 이상했다.
류안과 같이 이곳 세계에서 지내면서 익숙해지고 있는 것인지
‘노록원’으로서 지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점점 깊어지고 있었다.
류안이 오기 전까지만 해도
하루빨리 원래의 육체로 돌아갈 생각을 하며 류안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상했다.
그렇게 이상함에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려 할 때,
류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어날 수 있겠어?”
“아니면 더 누워있을래?”
“어? 아니, 일어나야지.”
푹신하긴 했지만,
괴수들 시체 더미에 더 누워있기에는 소름이 돋았다.
류안이 먼저 쭈그린 자세에서 일어났고
리아인은 류안이 내민 손을 잡고 일어났다.
그런 둘의 모습을 먼발치에서 보고 있는 자가 있었다.
묘한 미소를 지은 채.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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