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25 화 – 마수 숲에서의 마무리.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125 화 – 마수 숲에서의 마무리.
이마가 찢기며 껍데기 속 맨얼굴이 드러난 신을 배반한 아이의 눈에 비친 것은
익숙한 검은 옷 조직 사냥꾼의 하얀 창이었다.
일부이기는 하나,
엄연히 신의 권능으로 이루어진 빛의 그물을 순식간에 끊어버린 하얀 창.
거기에 더해
‘신의 아이’로서 일반인과는 다른 육체에까지 상처를 입혔다.
검은 옷 조직의 ‘그분’이 가진 하얀 창과
극히 일부의 복제품 하얀 창을 제외하고는 가능하지 않았다.
불가능했다.
“크으으으──······.”
망가진 손의 극한 고통에 부들거리고 있는
신을 배반한 아이의 머릿속으로 류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의 신이 할 말이 있데.
그리고 그 뒤로
사념체 테즈의 목소리도 들렸다.
-나이 아이였던 ‘지스’여.
“···───!!!”
류안의 목소리에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신을 배반한 아이 ‘지스’는
사념체 테즈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한때 자신의 신이었던 존재.
그와 동시에
류안과 시선을 마주했고
그 시선 넘어 사념체 테즈와 마주하게 되었다.
어둠의 영역에서
신을 배반한 아이 지스와 사념체 테즈.
둘만이 마주하고 있었다.
“·········.”
이 상황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어떻게 된 건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지스의 귓가에
다시 테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이 될 수 있다고 헛된 꿈을 꾼 아이여. 감히 넘볼 수 없는 것에 향한 손을 거두고 지금까지 저지른 너의 죗값을 치르거라.
어둠에 영역에서 마주하고 있는 둘이지만,
실제로는
류안의 눈동자 너머를 보고 있던 지스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다가 이를 꽉 물더니,
이내 입술을 움직였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지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있었으나,
입술의 움직임을 읽을 수 있었다.
헛. 소. 리.
사념체 테즈는 그런 지스를 가엽게···?
아니, 한심하게 바라봤다.
-넌 신이 될 수 없다. 신을 배반한 그 순간 이미 자격을 잃었으니 더 이상 뒤틀림에 농락당하지 말고 겸허히 받아들이거라.
사념체 테즈의 ‘신이 될 수 없다’라는 말에
신을 배반한 아이인 지스의 눈이 커졌다.
믿지 못하는··· 믿지 않는 지스의 표정에
사념체 테즈는 말을 이었다.
-너의 몸이 뒤틀려 썩어가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
자신이 신의 힘을 빼앗아 배반하고
맘에 들지 않는 검은 옷 조직을 조력해주고 있었던 것은
신의 힘을 가진 채 뒤틀림을 이용하면 더 상위의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을 넘어 인간도 신이 될 수 있다는,
예언서의 구절 때문이었다.
그래서
뒤틀리는 고통을 참고 받아들였는데,
이 모든 것이 부질없는 헛된 짓이었고
결국은 예언서에 농락당했다는 사실에 지스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허나,
그러한 사실들을 받아들이지 못한···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한 지스는
그 사실마저 뒤틀어 버리려는 듯이 몸 안의 뒤틀림을 폭주시켰고,
눈앞에 보이는 신.
사념체 테즈를··· 거슬리는 것을 없애버리겠다는 비뚤어진 의지를 흉포하게 보이며
망가져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손에서 뒤틀어진 빛의 실들을 뿜어내어 창의 형태를 만들어서는
신을 향해 뻗어가게 했다.
그와 동시에 소리 없이 외쳤다.
꺼. 져.
- ·········.
사념체 테즈를 향해 뻗어가는
실제로는
류안을 향해 거칠게 뻗어가고 있는 창.
파즈스스스────······.
불안정하게 만든 창이라서 그런지
빛의 실로 만든 창은 형태를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고 실뭉치가 풀어지고 삭아 끊어지듯 주변으로 실 파편들을 흩트리고 있었다.
그렇게 형태가 무너지고 있는 창을 가로지르는 하얀 것이 보이더니
지스 눈동자에 그 하얀 것이 맺히는 순간,
그의 몸 중심에 하얀 창이 박혔다.
푸각─────!!!
“─!!!!!”
지스는 자신의 몸에 박힌 하얀 창을 보더니
검은 옷 조직의 복제품이 아닌,
‘그분’의 하얀 창과 같은 진짜 처형자의 하얀 창임을 인지했다.
계속해서 거부하던 것과는 달리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망연자실 창에 박힌 채 서 있는 지스.
류안은 레쉬아 왕국 건국기념 축제 때 차원의 틈에서 습득한
모든 기운과 힘을 먹어치우는 하얀 창에 향해 말했다.
“먹어.”
류안의 명령에
하얀 창은 지스의 몸에 있는 신의 기운과 함께 뒤틀림을 먹어 들어갔으며
그에 따라 점점 검게 물들어갔다.
그렇게 신의 기운과 뒤틀림이 사라진 지스의 동공도 풀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텅 빈 눈동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지스의 몸에 박힌 검게 변한 하얀 창은
신을 처형하는 것이 아닌
신을 배반하고 신에게 버림받은
그저 한 인간일 뿐인 그에게 죗값의 죽음을 선사하기 위해 뒤틀림과 신의 기운뿐 아니라 생명과 영혼까지도 먹어치운 것이었다.
이제껏 류안의 하얀 창에 소멸이 된 자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이번에도 그 모습은 허무하기 그지없었다.
완전히 검게 변한 하얀 창은 지스의 몸에서 빠져나와서는
류안의 손에 자리한 후,
아공간과 연결된 ‘방’으로 들어가 자리했다.
“네 힘이니까. 알아서 처리해. 나한테 넘길 생각은 하지 말고.”
자신의 ‘아이’였던 지스의 몸이 가루가 되어 무너져내리는 것을 표정 변화 없이 덤덤하게 보고 있던
사념체 테즈는 류안의 말에 움찔했다가
검게 변한 창으로 다가갔다.
자신의 권능의 일부를 처리하기 위해
그런데,
-어?
사념체 테즈는 일순 어벙한 소리를 냈고
그 목소리에 류안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류안은 이러다가 또 이상한 상황 생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함에 예의주시했다.
사념체 테즈는 많이 난감해하면서 심판자의 사념체를 바라봤다.
그 시선에 심판자의 사념체는 고개를 가로젓더니 대신 말을 했다.
-하얀 창이 신의 기운을 완전히 먹어버린 것인지 테즈가 마무리할 것이 없네.
“···그래?”
-그렇다네.
류안은 뭔가 찜찜함이 남아
검게 변한 창을 다시 불러내 손으로 쓰다듬듯이 잡았다.
창은 하얗게 원래의 색으로 돌아갔고
먹힌 지스의 생명과 영혼은 하얀 창한테 소화가 된 것인지 이미 사라져버린 상태였으며
뒤틀림 외에 신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류안의 행동을 본
사념체 테즈는 여전히 난감함을 보이며
심판자의 사념체와 눈빛 대화를 했다.
· 저기 사실대로 알려줘야 하지 않습니까?
· 아닐세, 이미 벌어진 것 알려줘서 괜히 어린 신의 심기를 건드릴 이유 없네.
· 하지만, 나중에라도 알게 되면···.
사념체 테즈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 뭐, 그때는 잠깐 화를 낼지도 모르나, 이미 지난 일에는 덤덤하게 넘어가니 크게 걱정할 것 없네. 게다가, 어린 신은 제안에 들어온 힘을 원래부터 제힘이었던 것처럼 아주 잘 다루고 있지 않은가?
· 그건, 그렇지만···.
· 우린 어린 신이 뭘 하든 흘러가는 시간을 보듯 그저 지켜봐 주면 되는 걸세.
· ······네.
지스의 생명과 영혼은 하얀 창이 먹어 소화 시킨 것이 맞았으나,
신을 배반한 아이 지스의 ‘이어붙이기’힘은
류안의 손에 하얀 창이 자리한 그때 이미 스며 들어가 자리한 상태였다.
류안은 ‘융화’의 신인 테즈가 건네준 권능 덕에
이제는 스스로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반동 없이 자연스럽게 힘을 받아들이고 있었고
그런 상황을 인지한
두 사념체는 둘만의 눈빛 대화를 끝낸 후,
조용히 있었다.
“·········.”
류안은 여전히 찜찜했지만,
더 생각해 봐야 알 수 있는 것이 없어 하얀 창을 다시 아공간에 넣었다.
그러는 사이,
류안이 영역을 펼친 탓인지
‘신’ 테즈와 ‘아이’ 지스 사이에서의 일은 아무도 알지 못한 채,
키메라 마수들을 만들고 조정하던 자가 사라지자,
검은 옷 사냥꾼들은 더 이상 보충되는 저력이 없어져 순식간에 섬멸되어갔다.
남겨진 키메라 마수들도 모두 죽음의 안식을 맞이하며
마수의 숲에서 일어난 전쟁과도 같았던 사태는 마무리되었다.
그와 동시에
마수, 드래곤, 인간들의 시선이 모두 한곳으로 모였다.
류안은 그 시선들은 무시한 채,
키메라를 만들고 마수들과 드래곤들을 조정하려던 빛의 실을 끊기 위해 불러냈던 하얀 창을 모두 거둬들인 후,
마지막으로 하얀 창들의 지배자처럼 류안 위에 위엄을 뽐내며 자리한 하얀 창도 거둬들였다.
그렇게 모든 하얀 창을 회수한 류안은
지배자급 마수의 손에서 가볍게 내려와 땅바닥에 착지했다.
그러고는 루카테르를 봤다.
“······─!”
루카테르는 류안의 시선에 왠지 모르게 움찔하며 잔뜩 긴장했다.
그러면서도 자신한테 기생했던 기생 마수가 깨어난 것에 기뻐하고 있었다.
이젠 자신이 아닌 류안한테 기생하는 것이라 아쉬움이 있었지만,
기생 마수가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데리고 가.”
“어?”
루카테르가 류안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어벙한 소리를 내는 그때,
류안은 왼손을 내밀었다.
류안의 백금빛의 긴 머리카락이 검은색으로 돌아가고 정령의 날개를 닮은 날개 또한 사라져 가면서
왼손에는 백금색의 기생 마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류안의 검은 기생 마수와 많이 닮은
햄스터처럼 동글동글하고
금색의 눈동자에
이마에는 금색 작은 돌 장식 세 개가 있으며
정령의 날개 같은 조그만 날개가 있는
백금색의 기생 마수.
루카테르는 눈이 동그래지면서 백금색의 기생 마수를 바라봤다.
백금색 기생 마수는 귀엽게 웃어 보이며
류안한테 목덜미를 잡힌 채 자그마한 손을 흔들어 보였다.
루카테르가 멍청하니 가만히 있는 것을 본 류안은 말했다.
“손.”
그 말에
루카테르는 양손을 펼쳐 모아 내밀었고
류안은 그 손 위에 기생 마수를 올려놓았다.
그러자,
백금색 기생 마수는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간다는 듯이 손안으로 스륵 스며 들어갔고
루카테르의 오른쪽 눈가에는 사라졌던 기생 마수 표식이 다시 생겨나 자리했다.
그리고, 백금색 기생 마수는 잠들었다.
하지만, 루카테르는 괜찮았다.
가사상태에 빠진 것이 아닌
겨울잠 같은 잠을 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에.
왠지 류안이라면
돌봄의 신 에니도 하지 못했던 자신의 기생 마수를 깨울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자신의 드래곤 속성이 찾았다고 환호성을 지르던 것이 틀리지 않음에 기뻐했다.
그렇게 마무리되면 좋겠으나···
이런 행동과 과정이 뜻하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 버렸으니.
류안이 루카테르한테
기생 마수를 넘겨주는 모습이 마치,
지배자가 이곳을 관리할 자를 임명하는 것처럼 지배자급 마수와 다른 모든 마수한테 보여졌다.
그뿐만 아니라,
드래곤들과 사람들도 그것을 착각이 아닌 현실로 받아들였다.
그로 인해
뜬금없이 마수의 숲 관리자가 된 루카테르였다.
“·········?”
“축하한다.”
“······─?!!!”
묘한 분위기에 어리둥절한 루카테르 곁에
드래곤 수장 카르티아가 루카테르한테 다가와 마수의 숲 관리자가 된 것을 축하해주었고
지배자급의 마수도 관리자로 받아들이고 인정했다.
루카테르는 어이없고 황당했지만,
류안은 이 상황만큼은 아주 맘에 들었다.
마수의 숲에 관한 것에 있어서는 자신을 귀찮게 하지 않고 루카테르한테 넘어갈 테니까.
이를 증명하듯이
마수들과 드래곤들한테 둘러싸여서 마수의 숲 뒷정리를 논의하는 루카테르의 모습과
마수 테이머 협회원들과 직업 사냥꾼 협회원들의 시선도 루카테르한테 집중이 된 것을 본
류안은 흡족해하면서 돌아갈 준비를 했다.
“돌아갈 건가?”
“응.”
“그럼, 내가 통로를··· 이런.”
마수의 숲에 벌어진 상황을
아주 재미있게 관전했던 워스만은
돌아가려는 류안을 위해 자신의 전용 통로를 열려고 하다가 차원에 균열이 간 것을 발견했다.
억지로 통로를 여는 바람에 생긴 균열.
난감해하는 워스만을 본 류안은 리아인을 봤다.
“듀아에 잠깐 들렀다가 가도 돼?”
“어? 응, 난 상관없어.”
류안은 한창 논의 중인 드래곤들과 마수들을 살짝 보고는 여전히 이쪽엔 관심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
균열이 생긴 쪽으로 다가가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균열과 함께 차원을 뒤틀어 틈을 만들었다.
아무렇지 않게 차원을 뒤틀어 버리면서 균열을 삼켜버린 류안을 리아인, 워스만은 그저 가만히 보고 있었고
이미 차원을 뒤트는 것을 보았지만,
균열과 함께 차원을 뒤트는 것은 그와는 또 다른 엄청난 것이었기에···
사념체 테즈는 커진 눈으로 심판자의 사념체를 봤다.
-내가 말하지 않았나 지루하지 않을 거라고. 그러니 매번 놀랄 것 없이 적응하게.
이게 적응한다고 될 일인가 하는 의문이 입 밖으로 나오려 하는 것을 입을 꾹 다무는 것으로 막았다.
심판자 사념체의 말대로
어린 신에 관해서는 그냥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좋은 대처이었기에···.
“안 가?”
류안은 가만히 있는 두 명을 보며 말했고
리아인, 워스만은 말없이 차원의 틈으로 들어갔다.
그 뒤를 따라 류안이 들어가고 난 후,
틈은 닫혀 사라졌고
균열 흔적도 없어져 사라진 차원은 깔끔하게 안정되어 있었다.
다들 마수의 숲 관리에 신경 쓰느라 아무도 인지하지 못하는 있는 사이,
그 과정을 드래곤 수장 카르티아만은 은밀히 지켜보고 있었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채.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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