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92 화 – 검은 날개 수인들.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92 화 – 검은 날개 수인들.
방 안으로 들어온 새까만 존재를 보며
류안은 고양이 눈을 닮은 두 눈을 깜박거렸다.
짧은 검은 색 머리카락에 짙은 갈색 피부.
검은 눈동자와 검은 날개.
거기에 더해
검은 옷까지 입고 있는 남자의 손에는
레몬 향이 나는 맑은 차가 담긴 컵이 있는 쟁반이 들여져 있었다.
그런 그를 보면서
수수한 검은색의 옷차림에
검은 옷 조직의 일원이 아닌 것을 알 수 있었다.
“누구?”
류안의 물음에
까만 남자는 자기소개를 했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까마귀 수인 ‘쿠우카’라고 합니다.”
류안은 다시 고개를 갸웃하고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 일행분들은 밖에 계십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까마귀 수인족 쿠우카는 쟁반을 침대 옆 탁자 위에 놓고는 쟁반 위 레몬차가 든 컵을 들어 류안한테 내밀었다.
쇼트가 알려준 것인지,
일반 진한 색의 레몬차와는 달리
컵 안의 레몬차는 향은 진하면서도 은은한 노란색을 품은 채 맑고 투명했다.
“드시겠습니까?”
류안은 쿠우카가 양손으로 받쳐 공손히 내민 투명한 컵에 담긴 맑은 레몬차를 잠시 본 후,
컵을 받아 쥐고는 천천히 마셨다.
쿠우카는 그 모습에 미소를 지어 보였고
시선은 류안의 검고 긴 머리카락에 고정되어 있었다.
탁한 색이 전혀 섞여 있지 않은 순수한 검은색.
거기에 착각인가 싶을 정도로 얼핏 보였다 사라지는 머리카락 속 작은 반짝임에
달빛 없이 별빛만이 보이는 밤하늘이
사람의 현상을 하고 나타나면 이런 모습이겠구나 라고 생각하던 중,
쿠우카는 작은 검은 존재와 시선이 마주쳤다.
류안의 오른손에 기생 중인 기생 마수가
붉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
“······.”
두 검은 존재가 서로 시선을 마주하던 중,
눈앞의 온몸이 까만 존재가 있다는 것이 신기한지 빤히 보던 기생 마수는 곧 낯가림에 류안의 손안으로 스르륵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고
그런 기생 마수를 역시 빤히 보던 쿠우카는 옷 주머니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 들었다.
나뭇잎으로 포장된 것으로 포장을 살짝 풀자
달콤한 열대과일 향이 은은하게 퍼졌다.
군침이 절로 돌게 하는 달콤하고 새콤한 향에 기생 마수는 몸을 감추던 것을 멈추고는
낯가림 따윈 저 멀리 던져버린 채,
작은 앞발을 내밀었다.
“·········.”
그런 모습을 말없이 보던 류안은 들고 있던 컵을 왼손으로 옮겨 잡은 뒤
버둥거리는 기생 마수의 앞발이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게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쿠우카는 류안의 그 손을 살며시 잡으며
기생 마수의 앞발에 말린 열대과일을 올려주었다.
♬♡♥♡♪
기생 마수는 무진장 좋아하며 말린 열대과일을 냉큼 받아 채서는 작은 입을 크게 벌려 한입에 먹어버리고는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새콤함에 만족스러운지 작은 앞발을 양 볼에 갖다 대고는 눈은 호선을 그린 채 홍조를 잔뜩 띄우고 있었다.
쿠우카는 기생 마수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기생 마수는 웬일로 거부반응 없이 쓰다듬을 받으며 류안의 손안으로 스르륵 들어갔다.
기생 마수가 모습을 감추면서
이 상황을 잘 모르는 자가 봤다면
마치, 신의 손에 경의 표하는 모습으로 착각할 상황이 연출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를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덜컹-!!
문이 거칠게 열리더니
리아인이 불쾌한 기세를 그대로 드러내며 들어와서는
류안을 팔로 감싸 안고 뒤로 빠지며
쿠우카한테서 떨어지게 했다.
리아인의 행동에 당혹해하는 쿠우카와 달리
새삼 놀랄 것도 없는 워스만과 벨드라엔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방으로 들어왔고
쇼트는 반대로 잘했다는 칭찬의 눈빛을 보였다.
리아인의 얼굴에 불쾌감이 사라지지 않은 채
쿠우카를 노려보던 중.
“여긴 어디야?”
류안의 목소리에
리아인은 불쾌감에 구겨져 있던 얼굴을 바로 피고는 류안을 바라봤다.
그리고 대답해 주려던 그때.
“쿠우카. 손님이 일어나셨는지 보라고 했더니, 뭔 실수라도 한 거야?”
쿠우카의 수수한 검은 옷차림과는 사뭇 다른
화려하지는 않지만,
기품과 품위가 느껴지는 옷차림에
류안 보다도 더 긴 검은 머리카락을 포니테일로 묶은 여성이 우아한 움직임을 보이며 방으로 들어왔다.
“실례가 많았습니다. 전 흑고니, 흑조라고도 불리는 수인족의 ‘오딜’이라고 합니다.”
리아인의 눈이 살짝 커졌다.
‘오딜? 백조의 호수에 나오는 흑조 오딜?’
눈앞의 여성은 분명 자신을 흑조 수인이라고 했기에
이 무슨 우연인가 싶었다.
그러다
자신의 팔을 톡톡 치는 것을 느꼈고
류안이 팔을 두드리는 모습에
리아인은 조심히 류안을 감싸고 있던 팔을 풀었다.
그리고
류안이 물은 이곳이 어디인지
왜 이곳에 있는지 말해 주기 위해 입을 움직였다.
이곳은 서북쪽에 자리하고 있는
까마귀, 흑고니 할 것 없이 검은 새 수인족들이 공동으로 모여 지내는 마을이며,
덮음의 신 디케의 부서진 저택, 지하에서 나오고 미지의 숲을 나오자마자
검은 날개 열 명의 수인과 마주치게 되어
그들로부터 사과의 말을 듣는 동시에
납치되듯이 오게 된 것이라고 했다.
류안은 또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쟁의 신인 워스만도 있고,
전투 공격에 강한 쌍둥이 제우와
방어에 강한 쌍둥이 네우가 있는데
납치되어왔다는 것이 쉽게 이해 되지가 않았다.
“어, 그게 저들이 순간이동에 특화된 능력이 있어서 그렇게 되었어.”
류안의 의문을 짐작한 벨드라엔이 뒤이어 설명했다.
그런데 왠지 그 모습이 뻘쭘하며 눈치를 살살 살피는 듯한 모습에 뭔가 분위기가 묘하면서 이상했다.
그러던 중,
“신께 부탁드립니다.”
흑고니 수인인 오딜이 부탁의 말을 하면서
류안의 두 손을 잡으려고 했다.
그러나
리아인이 재빠르게 류안의 손을 먼저 잡고 위로 올려
오딜은 허공에서 제 손만 맞잡게 되었다.
리아인과 오딜 사이에 기묘한 기류가 흘렀다.
“크흠.”
오딜은 맞잡은 제 손을 풀고 헛기침한 후,
말을 다시 했다.
“당신을 도울 수 있게 허락해 주십시오.”
리아인한테 손이 잡히고 들린 채 어정쩡한 자세가 된 류안 미간이 구겨졌다.
그러면서
벨드라엔과 워스만을 노려보듯 바라봤다.
어쩌다 이런 상황이 되었는지 설명하라는 눈빛이었다.
그 눈빛에 벨드라엔과 워스만은 빛의 속도라 할 정도로 빠르게 고개를 돌려 류안의 시선을 피했다.
“먼저 저희 사정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까마귀 수인 쿠우카가 말을 하며 류안 앞에 정중히 무릎을 꿇고 앉았고,
그 옆으로 흑고니 수인 오딜도 무릎 꿇으며 앉았다.
류안은 자신 앞에 숭배하듯이 무릎 꿇는 두 수인의 과도한 모습에 기겁하면서
‘설명 필요 없어.’라고 외치려고 입을 움직였으나,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이런, 젠장─···.’
이미 ‘신께 부탁드립니다.’라는 주문을 들어버렸고
아직 부탁의 주문을 거절하는 요령을 터득하지 못한 것인지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류안은 그냥 입을 꾹 다물었다.
“저희 까마귀 수인족은 현재 멸족 위기에 있습니다. 그 이유는 검은 옷 조직에서 검은 천사를 만들겠다고 저희 수인족을 대거 사냥했기 때문으로···.”
천천히 말하는 쿠우카의 얼굴에
슬픔과 분노가 자리해 가면 어두워졌다.
“검은 날개를 가진 새 수인 중 아무나 하얀 창을 주고 검은 천사 하라고 하면 되는 것 아닌가? 검은 천사를 만든다고 굳이 검은 날개를 가진 수인족이 많이 필요한 이유가 있어?”
“예, 있습니다.”
류안 대신 의문을 표한 리아인의 말에 답해 준 자는 쿠우카나 오딜이 아닌
전쟁의 신 워스만의 명치에 한 방을 날릴 정도로 건장한 체격에 중후하고 위엄을 풍기는 외모에 멋들어진 검은 날개를 가진 자가 들어오면서 말했다.
그리고,
그 남자 역시 류안 앞에 무릎 꿇고 앉았다.
류안은 눈을 감았다.
그냥 이대로 다시 잠들고 싶었다.
하지만,
잠들지 못하고
새로 온 수인의 자기소개하는 말을 들어야 했다.
“전 검은 독수리 수인 ‘하츠’하고 합니다.”
검은 독수리 수인족.
전쟁의 신과도 맞먹는 중후한 위엄이 단번에 이해되었다.
“그들은 검은 날개 수인족들을 사냥해 억지로 하얀 돌연변이를 만들고는 검은 천사가 될 하얀 돌연변이인 자한테 먹이로 주고 있습니다.”
“─!!!!!”
리아인, 워스만, 벨드라엔은 놀라면서도
검은 독수리 수인 하츠의 모순된 듯한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와중에
알비노 하얀 돌연변이인 쇼트는 무슨 말인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아, 역시 그래서 그때 그 하얀 까마귀 수인이 그런 것이었구나.”
류안은 뭔가 알았다는 듯 말했지만,
무슨 말인지 여전히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워스만, 벨드라엔, 리아인을 뒤로 하고
쿠우카가 외치듯 말했다.
“혹시, ‘카밀’을 만나신 것입니까?”
“응? 하얀 까마귀 이름이 ‘카밀’이었어? 자기가 진짜 검은 천사가 될 것이라고, 그렇게 하라고 해도 자기가 진짜라고 난리 피우던데.”
류안이 하는 하얀 까마귀의 설명에
‘카밀’이라고 쿠우카는 확신했다.
“그때, 같이 있던 하얀 날개의 그릇 세 명이 인위적으로 만든 하얀 돌연변이였고···.”
류안은 돌봄의 신 에니의 영역에 갔다가 마주친
검은 날개의 사냥꾼과
하얀 날개의 그릇 세 명이 생각났다.
“마, 맞습니다. 역시 다 알고 계셨던 것이었군요.”
“응?”
감탄을 금하지 못하는 쿠우카를 보며
류안은 어리둥절했다.
‘왜 저래?’
“류안.”
“응?”
“···설명 좀.”
리아인의 난감해하는 표정과 말에
류안은 눈을 깜박였다.
요즘 어째서인지 뭔가 일이 생기면
설명하느라 바쁜 류안 이었다.
“어─, 그러니까. 일단 자연적인 뒤틀림을 가진 하얀 돌연변이 새 수인을 기초로 해서 뒤틀린 검은 기운을 받아들이게 함으로 하여 하얀 날개를 검게 물들이고 뒤틀림을 다룰 수 있는 검은 천사를 만든 것으로, 그 과정에서 두 뒤틀림의 충돌로 인한 부작용이나 반동이 생기지 않도록 같은 종족을 인위적으로 하얀 돌연변이로 뒤틀어 제물로 먹였다고 하면 될까나?”
“·········.”
가만히 있는 리아인을 보며
류안은 뒷말을 했다.
“아무래도 뒤틀림이 없는 존재한테 억지로 뒤틀림을 받아들이게 하면,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냥 뒤틀려져 버리게 되니까. 말짱 꽝! 그래서 애초에 뒤틀림을 가지고 태어난 신체에는 아무 변화 없이 색만 돌연변이인 새 수인족을 선택한 걸 거야. 하지만, 그게 쉽게 되는 것이 아니기에 여러 차례 실패했을 것이고, 그로 인해서 새 수인족이 사냥당해 많이 희생되었던 거겠지.”
축약을 잘하지 못해 꽤 길어진 류안의 설명
그 설명을 들은 리아인뿐만 아니라 워스만, 벨드라엔, 쇼트는 적잖게 놀라고 있었다.
대체 이런 것들은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인지.
그러나
별로 놀랄 일은 아니었다.
하얀 알비노 돌연변이인 쇼트를 살리기 위해 돌연변이인 쌍둥이 네우와 제우의 뒤틀림을 수혈받듯이 받아들일 수 있게 투명한 돌을 이식해준 것처럼,
류안은 이미 비슷한 작업을 해보았기 때문이었다.
“네, 맞습니다. 그래서 저희 까마귀 수인족이 멸족위기에 처해 진 것입니다. 그리고 그다음 희생양으로···.”
“저희 흑고니 수인족과.”
“검은 독수리 수인족을 노리고 있습니다.”
어두운 얼굴의 쿠우카의 말을 이어받아
오딜과 하츠가 각각 차례로 말을 했다.
류안은 검은 날개 수인족들의 사정과 별개로
의문인 것이 있었다.
“그런데 도와달라는 것도 아니고 뭘 도와주겠다는 거야? 내가 뭘 할 거라고 생각을 하기에···.”
-음, 자네 기억이 나지 않는가 보군. 하긴, 잠결에 했으니 기억이 안 날 수도 있지.
“응?”
류안은 머릿속에서 들리는 심판자 사념체가 하는 말이 뭔 말인가 싶고 의아하여
리아인, 쇼트, 워스만, 벨드라엔을 번갈아 가며 봤다.
“내가 뭔 짓 했어?”
“·········.”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다들 류안의 물음에 어색한 미소 지을 뿐,
답을 해주지 않고 있었다.
“???”
“그렇게 별일 아니라는 듯, 겸손하실 것 없습니다.”
“어엉─?”
어두웠던 얼굴이 아닌
밝은 미소를 보이는 쿠우카의 말에
류안은 어벙한 소리를 냈다.
‘뭐야? 뭔데? 내가 뭔 짓을 한 거냐고?’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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