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66 화 – 비밀 경매.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66 화 – 비밀 경매.
류안, 워스만이 할 일을 하기 위해 일행들과 따로 움직이고 있던 그 시각.
화려한 외관과 큰 규모를 자랑하는
경매장에서는 VIP 고객을 위한 경매가 열리고 있었다.
“이곳 와주신 분들 모두 환영합니다. 지금부터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짝짝짝 짝짝───···
이렇게 경매사의 시작을 알리는 인사말과
그에 호응해주는 박수 소리가 울렸다.
그와 동시에
경매장의 은밀한 곳.
비밀의 방에서는 아주 특별한 초대 손님들을 위한 비밀 경매도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비밀의 방 출입구에는
지배인 한 명과 열 명의 용병 출신의 경비원이 지키고 있어 경계가 삼엄했으며,
다들 상위급 실력자이었다.
그런 곳에
체격이 좋고 검은 갑옷과 투구를 쓴 남성과
흰색 정장 차림에 화려한 긴 금발을 자랑하며 얼굴 눈 주변을 가린 흰 가면을 쓴 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비밀의 방 출입구를 지키고 있던 열 명의 용병 경비원은 일제히 자세를 잡으며 경계태세를 갖추는 가운데,
지배인이 그 둘을 맞이했다.
“손님, 초대장 보여주시겠습니까?”
금발에 흰 가면을 쓴 자는 금색과 은색, 붉은색의 화려한 무늬가 있는 초대장을 지배인한테 건네주면서
그의 눈을 지그시 응시했다.
지배인의 눈동자에
투명하다 싶을 정도의 옅은 청회색의 눈동자가 맺혔다.
“들어가도 될까?”
그리고 들려온
부드러우면서 잔잔한 목소리에 홀린 듯이
지배인은 초대장을 정중히 받아들고는
진위여부[眞僞與否] 확인은커녕 의심 하나 없이 비밀의 방 출입구 문을 조용히 열었다.
그 모습에
용병 경비원들도 경계를 풀고 자세를 바르게 했다.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지배인은 환영 인사와 함께
갑옷의 남자와 금발에 가면을 쓴 자를 앞쪽 자리로 안내해 주려고 했으나,
그 둘은 조용히 관전하고 싶다면서 맨 뒷줄 구석진 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럼, 편안히 즐기십시오.”
지배인은 그리 말하고는 조용히 밖으로 나가 문을 닫았다.
비밀의 방, 비밀 경매.
이 명칭답게 이 방 안에 있는 초대 손님들은 경매사를 포함해서 모두 얼굴을 감추기 위해 가면을 쓰고 있었다.
거기에다가
가장무도회 수준으로 화려한 차림이었기에
갑옷의 남성은 딱히 눈에 띄지 않았다.
잠깐의 침묵이 흐른 후,
아라비안나이트[Arabian Nights]의 지니[Genie] 같은 차림에 가면을 쓴 건장한 남성이 등장하더니,
경매 무대 왼편에 보이는 거대한 징을 손에 든 큼직한 북채로 쳐 울리게 했다.
츠─앙──···.
경매 시작을 알리는 소리였다.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무대 중앙에서 경매사는 마법 마이크에 대고 인사말을 전했다.
“이렇게 비밀 경매 초대에 응해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의미로, 보시면 절대 실망하지 않을 경매품으로 고르고 골라 선정했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경매사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초대장을 받으신 여러분들은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이번 비밀 경매의 주제는 ‘돌[石]’입니다. 그리고 그 돌은 당연히 평범한 돌이 아니겠죠?”
경매사는 한쪽으로 손을 내밀어 보였다.
“그럼, 어떤 특이한 돌인지 보여 드리겠습니다. 직접 눈으로 보시고 판단해 보십시오.”
이 말과 함께 진행보조원이 붉은 비단에 덮인 물건을 조심히 가지고 왔다.
“첫 번째 경매품 ‘기도하는 소녀’입니다.”
스르르─르──···.
붉은 비단이 벗겨지며 드러난 경매품.
무릎을 꿇고 두 손 모아 하늘을 보며 기도하는 소녀 모습을 한 석고상[石膏像]으로
겉보기엔 평범하고 투박한 석고상 같으나
깊고도 깊은 사연[事緣]이 있었으니,
쉽게 설명하자면 ‘폼페이 석고상’과 같은
화산 폭발재난 피해자의 흔적을 담은 석고상이었다.
그것을 눈치챈 초대 손님들은
경매사가 설명하기도 전에 탄성과 함께 박수했다.
“오오오───.”
짝짝짝─ 짝 짝짝─···.
“오~ 다들 아시는군요. 대단하십니다. 그럼,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경매사는 감탄하며 말했다.
“기도하는 소녀. 시작가 1000만 골드[₩10억]입니다.”
“1500만 골드─!”
“2000만 골드.”
시작가의 금액을 말하자마자
초대 손님들은 각자 손이나 손에 든 부채 같은 것을 들어 보이는 동시에 금액을 말하며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 들어갔다.
“···─골드.”
“6500만 골드.”
“7000만 골드.”
“9500만 골드.”
“·········.”
“1억2000만 골드.”
“1억3000만 골드.”
“·········.”
부르는 금액이 올라갈수록 하나둘 포기하기 시작했고
두 사람만이 남아 경쟁하고 있을 때.
“1억5000만 골드[₩150억].”
새로운 한 명이 깃털 부채를 들어 보이며 경쟁에 가담했다.
“네─, 1억5000만. 1억5000만 골드 나왔습니다.”
경매사는 분위기를 더 띄우기 위해 다소 과장된 목소리 톤으로 말했다.
“1억5000만. 더 없습니까? 그럼, 숫자 다섯을 세겠습니다.”
경매사는 잠깐 터울을 둔 후,
“하나-, 둘-, 셋-, 넷-, 다섯-.”
땅! 땅! 땅─!!
숫자를 세는 동안 더 높은 금액을 부르는 자가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경매사는 사회봉[司會棒]을 나무판에 세 번 두드리며 낙찰되었음을 알렸다.
“첫 번째 경매품 ‘기도하는 소녀’는 1억5000만 골드[₩150억]로 저기 깃털 부채를 들고 계신 아리따운 숙녀분께 낙찰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짝짝 짝 짝짝짝 짝─.
낙찰받지 못한 몇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축하의 박수를 보내주었다.
갑옷의 남성과 금발에 가면을 쓴 자도 박수하며 축하해주었다.
“이거 은근히 재미있는 구경이네.”
금발에 가면을 쓴 자의 말에
“그렇지, 서로 직접 부딪혀 싸우는 것도 재미있지만. 이런 식의 경쟁도 볼만하지.”
갑옷의 남성이 호응해주었다.
“그럼, 두 번째 경매품을 소개하겠습니다.”
경매사의 호쾌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또다시 이어지는 치열한 금액 경쟁.
그리고,
땅! 땅! 땅─!
“네, 낙찰됐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경매품들은 그렇게 차례차례 낙찰자의 손에 들어갔다.
“자, 드디어 오늘의 마지막 대미를 장식할 경매품. 두구두구두구─···.”
경매사는 입으로 작은 북소리를 흉내 내며 분위기를 띄웠으며,
초대 손님들은 숨죽이며 경매품이 공개되길 기다렸다.
“바로 이것─!!!”
그 말과 함께 비단이 벗겨지며 보관함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
“뭐야? 벌써 저게 나왔어? 내일이나 모레쯤 나올 줄 알았더니.”
금발에 가면을 쓴 자와 갑옷의 남성은 다소 놀라며 황당해했다.
웅성웅성. 웅성─···.
수군수군─.
비밀의 방 안 경매 참가자들이 기대감이 식으며 웅성거리고 수군대기 시작했다.
“아, 오해하지 마십시오. 오늘 경매주제가 ‘돌’인데 당연히 이 보관함은 아닙니다.”
경매사는 참가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손을 앞으로 내보이며 말을 이었다.
“보관함 안에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오늘 대미를 장식할 마지막 경매품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사이,
마법사 전용 로브를 입고 가면으로 얼굴 전체를 가린 자가 보관함 쪽으로 왔다.
“이 안에 있는 것이 워낙 진귀하고 특별한 것이라 일반인은 손도 댈 수 없기에 봉인 마법이 걸려있는 보관함에 있는 것입니다. 그럼, 지금 봉인을 풀고 여러분께 공개하겠습니다.”
경매사는 마법사를 향해 손짓을 보였다.
마법사는 두 손을 보관함에 갖다 대며 봉인해제용 마법진을 펼쳤다.
그것을 보던 금발에 가면을 쓴 자가 갑옷의 남성한테 나지막한 목소리로 넌지시 물었다.
“저거 봉인은 풀 수 있게 해 놓은 거야?”
씨익─.
갑옷의 남성은 투구를 쓰고 있어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장난스레 미소 짓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후후─, 상급자 이상이면 봉인을 풀 수 있게 해 놓았지.”
그때.
파직-★!!
붉은 불꽃이 튐과 함께 봉인해제용 마법진이 깨지며 사라졌다.
경매사와 상급 마법사는 순간 당황했다.
“그래도 자존심이 있지. 한번에는 못 풀어.”
갑옷의 남성 목소리에도 아주 장난기가 가득했다.
“하. 하. 이거 생각보다 봉인이 강하네요. 그만큼 가치가 크다는 거겠죠?”
경매사는 술렁이는 분위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애써 호탕한 척 말하며 다시 마법사한테 손짓했다.
“두 번은 해야 봉인이 풀려.”
갑옷 남성의 말과 동시에
상급 마법사의 봉인해제용 마법진이 다시 빛을 발하며 복잡하게 얽혀있는 봉인이 풀어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오오오─오────.”
비밀의 방 안에 감탄과 기대의 탄성 소리가 채워지고 있었다.
달칵─★!
봉인이 모두 풀리고 보관함 뚜껑이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국화와 저승화 중간쯤 되는 꽃 모양의 돌조각이 모습을 드러냈다.
“───!!!!!!!”
경매사와 마법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놀라며 당황했다.
웅성웅성 웅성──···.
비밀의 방안은 다시 술렁이기 시작했다.
“정교하게 잘 조각된 것이긴 한데, 대미를 장식할··· 정도는 아닌 것 같군.”
“너무 연출만 과하게 한 것 아냐?”
“난 또 소문의 그 돌인가 했는데···. 아니잖아.”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그것인가?”
경매사는 점점 안 좋아지는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입을 열었다.
“이, 이런 죄송합니다. 착오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일반 경매품과 혼돈되어 잘 못 가져온 듯하니, 여러분 부디 양해 부탁드립니다.”
술렁임은 조금 가라앉은 듯했지만···
분위기는 여전히 안 좋았다.
“어때?”
갑옷의 남성이 금발의 가면을 쓴 자한테 넌지시 물었다.
“음, 두 명의 반응이 다른 사람들과 좀 달라.”
“그렇지?”
갑옷의 남성은 경매사 있는 쪽 가만히 봤고
“그건 그렇고 저게 마지막이라 했는데, 그 ‘돌’은 나오지 않았군. 그냥 낚시용 소문이었나?”
허탈하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그러는 와중에
경매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초대에 응해주신 분들께 실망과 실례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경매사는 깊이 허리를 숙여 보이면서
뒷말을 이었다.
“사과의 의미로 여러분께 저희 측에서 준비한 소정의 선물을 드리고자 하니 부디··· 받아주십시오. 그럼, 오늘의 비밀 경매는 이것으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이 말을 끝으로 경매사 뒤로 진행보조원들이 작은 선물상자를 들고나와 참가자들한테 나눠주기 시작했다.
갑옷의 남성과 금발에 가면을 쓴 자도 선물상자를 받았고, 뚜껑을 열어보았다.
그 선물상자에는
비밀 경매품에 비하면 별거 아니지만
나름 고가품의 보석 장식-브로치 하나가 들어있었다.
“호─오─···.”
금발에 가면을 쓴 자 입에서 작게 탄성이 나왔다.
하지만,
선물상자 속 보석 장식을 보고 나온 소리가 아니었다.
이 비밀의 방 안에 있는 초대 손님 중,
세 명의 선물상자 안에는
모양이 좀 다른 특이한 브로치와 함께 장소, 날짜, 시간이 적힌 초대장이 있는 것을
금발에 가면의 쓴 자는 보았다.
그리고 또한 들었다.
소문의 ‘돌’을 거래할 준비가 끝났다는 말을.
금발에 가면을 쓴 자는 미소를 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볼 것 다 봤으니, 가자.”
이 말에 갑옷의 남성도 자리에서 일어났고
비밀의 방을 나가고 있는 가장무도회 차림의 초대 손님들 틈에 섞여 밖으로 나갔다.
* * *
인적없는 어두운 골목길.
아무리 화려한 조명으로 거리를 환하게 밝힌 곳이라 해도···
그 불빛이 닿지 않는 곳이 있기 마련.
그런 골목길에서
검은 갑옷과 투구를 거둔 워스만과
긴 금발에서 짧은 적발로 바뀐 집사용 정장을 입은 류안이 흰 가면을 벗으며 나왔다.
“내일 날이 밝자마자 도난 신고해야 하는데, 어떤 식으로 하면 좋을까나? 점잖고 예의 바르게? 아니면 싹수없이 막 화를 낼까?”
류안의 물음에
워스만은 잠시 신중하게 고민하더니.
“두 번째가 내 취향이고 재미있을 것 같지만, 그래도 첫 번째.”
류안이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거리자,
바로 이유를 설명했다.
“점잖고 예의 바르게 하는 것이 무게감이 있어서 더 잘 먹힐 거다.”
워스만의 조언에 류안은 고개를 끄덕였고
발을 움직여 어딘가로 향했다.
군것질거리를 파는 노점이었다.
류안은 적당히 군것질거리를 고르고는
“계산 부탁해.”
워스만을 보며 말했고,
워스만은 웃음을 보이며 계산을 했다.
그런 뒤,
둘은 일행이 있는 숙소로 유유히 돌아갔다.
* * *
경매장의 총지배인은 화병으로 속이 뒤집힐 것 같았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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