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44 화 – 검은 옷과 신들이 움직였다.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144 화 – 검은 옷과 신들이 움직였다.
다미엔은 식물 줄기 뭉치 속 ‘핵’을 찬찬히 바라봤다.
그 ‘핵’은
투명한 돌과는 확실히 달랐으며
묘한 기운이 감돌면서
그 기운 또한 뒤틀린 기운과는 달랐다.
그래서인지
자신과 하얀 창을 가지고 있는
리아인, 레이쉴, 뮤리나 그리고 쿠우카의 힘으로도 부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 예상대로
식물 줄기 뭉치에 힘을 주어 조이자.
콰지직- 콰직- 콰창!!!
‘핵’은 균열이 생기다가
이내 여러 조각으로 갈라지며 깨져 흩어졌다.
“후우─.”
다미엔은 드래곤이 만든 포션을 먹었는데도
생각한 것보다 체력이나 기력이 많이 소진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남은 것은 초대형 키메라 하나와
하늘에 있는 까마귀 키메라 하나.
그 외에 비행 마수 키메라도 있었으나,
드래곤들이 잘 처리해주고 있었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던 그때.
휘이잉──!
거친 회오리바람 소리가 들려오더니
곧, 하늘에서 까마귀 키메라가 날개를 잃은 채 떨어져 왔고.
쿠웅-!!! 쿵-!
하늘에 있는 쿠우카와 드래곤들이 노린 건지
아니면 우연인 건지
까마귀 키메라는 초대형 키메라 위를 덮치듯 떨어져 움직임을 막는다고 힘들이지 않아도 되었다.
다미엔은 까마귀 키메라와 초대형 키메라의 몸속에서 앞서 한 것과도 같은 방법으로 각각 '핵'을 뽑아냈다.
체력과 기력이 거의 소진되었으나,
든든한 동료가 있는데 뭐가 걱정이랴.
리아인, 뮤리나가 각각 백금빛 전류, 회색 돌촉으로 뽑혀 나온 ‘핵’을 파괴했고
레이쉴이 붉은 화염으로 키메라들을 소각해 마무리 지었다.
한 마리도 남기지 않고 모두 처리된 키메라들과 조정되었던 마수들.
전의를 상실한 지 오래된 타지헤 왕국의 병사들.
공격 의사를 보이지 않는 검은 옷의 창술사들과 사냥꾼들.
이런 상황이면 승기를 잡은 것을 넘어
승리했다고 할 수도 있었지만,
이상했다.
이상해도 너무 이상했다.
먼발치에서
가만히 대기 중인 흰색 로브의 서른 명.
검은 옷 조직을 조력해주고 있는 신이 서른 명이나 와서는 아무것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눈에 띄는 행동은 하지 않고 있었다.
전쟁의 신 워스만과 부딪히지 않으려고
경계하고는 것이라고 하기에는···
애초에 서른 명이나 되는 신이 올 이유가 있었는지 의문이었다.
무엇보다 짙은 미소를 드리운 한 명.
정말이지 이상하게 눈에 거슬렸다.
리아인뿐만 아니라
레이쉴, 다미엔, 뮤리나도 그 한 명을
예의주시하던 중.
미소를 띤 한 명과 일렁임의 신,
거기에 더해 또 다른 한 명을 제외한
스물일곱 명의 신이 ‘신의 기운’을 풍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기운은 서로 얽히면서 한곳으로 향했고
그곳에는 류안이 있었다.
그때.
“류안- 피해!!!”
성벽 위에서 워스만이 다급하게 외쳤다.
신이라 할지라도 같은 신을 죽일 수 없다.
그러나,
신들 간의 질서나 세계의 질서에 문제를 일으키는 신을 처단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있었으니
그것은 봉인이었다.
신을 봉인하기 위해선
한둘이 아닌 수많은 신의 기운이 필요했고
‘대학살’ 이후,
신을 봉인한 사례가 없었기에
이걸 잊고 있었던 워스만은 대비하지 못하고
인지하는 것이 한발 늦어버렸다.
스물일곱 명 신의 얽힌 기운은 곧바로
류안의 주위를 에워싸더니
빛의 감옥으로 형태를 바꾸었다.
그 광경에
리아인, 레이쉴, 뮤리나,
그리고
비상용 체력회복 포션을 마시던 다미엔은 서둘러 원샷을 때리고는
류안을 구하기 위해 움직였고
쿠우카도 하늘에서 내려와 합세하려던
그 순간.
채앵- 카강-!
키메라들을 상대하는 동안
가만히 있던 창술사들과 사냥꾼들이 재빠르게 움직이며 다섯 명의 움직임을 방해했다.
“이 자식들이···!!”
카가앙- 팍! 파박-!!
리아인과 함께 네 명은 인상을 구기며
창술사들과 사냥꾼들의 하얀 창을 자신들의 능력을 이용해 거칠게 쳐냈다.
그리고,
맞부딪히면서 다섯 명은 인지했다.
이제껏 상대해온 창술사들과 사냥꾼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그도 그럴 것이
검은 옷의 창술사들과 사냥꾼들은
조력해주는 신들의 가호를 받은 상태로
‘신의 아이’만큼은 아니어도
그에 상준하는 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심상치 않음을 인지한 드래곤들과 마수들도
류안이 갇힌 빛의 감옥으로 향하려 했지만,
빛의 감옥을 펼친 신들 외에
한 명이 손을 들어 까닥이자 엄청난 중압감이 전장에 퍼지면서
그 중압감에 마수들은 속수무책으로 바닥에 몸이 꼬꾸라지면서 움직이지 못했고
하늘 위 드래곤들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땅으로 떨어지면서 땅바닥에 처박히려는 것을 가까스로 피했으나,
저항의 의미도 없이 그대로 땅바닥에 엎어지며 몸을 움직일 수가 없게 되었다.
그나마,
지배자급 마수와 루카테르가 팔을 지지대 삼아 상체를 일으키는 것이 움직임의 다였고
그런 상황은 성벽 위도 마찬가지였다.
“으으윽······.”
“으윽···.”
일반 사람인 병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바닥에 엎어지고 주저앉아 신음하고 있었으며
드래곤 수장 카르티아도
자신이 펼친 보호막을 아무렇지 않게 뚫고 들어온 중압감에 무릎 꿇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었다.
검은 옷 조직을 조력하는 신 놈들이
행동을 보였으니,
워스만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움직이려던
찰나.
성벽 밖 아래에서 마찬가지로
중압감에 괴로워하던 타지헤 왕국 병사들 사이에서 한 명이 뛰어오르더니
성벽을 유유히 부드럽게 타고 올라와서는
워스만을 향해 하얀 창을 휘둘렀다.
채앵──!!
하얀 창과 검붉은 검이 부딪히며 불꽃과
날카로운 금속 마찰음이 울렸다.
“다시 뵙게 영광입니다. 전쟁의 신이여.”
돌봄의 신 에니를 도와주기 위해
그녀의 영역인 ‘마네지’에서 가서 만났던
한 수 가르침을 워스만한테 부탁한
검은 옷의 사냥꾼이었다.
워스만의 성격에
평소였다면 반가이 맞이했을 상대이지만,
상황이 그렇지 않았다.
투구 속 워스만의 표정을 읽은
검은 옷의 사냥꾼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비웃을 의도는 아니었으나,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되어버렸다.
“검은 천사는 당신께도 소중한 분이신가 보군요.”
사냥꾼의 말에
워스만의 얼굴에는 얼핏 동요가 비쳤다가 사라졌다.
“이해합니다.”
“다들 검은 천사를 원하고 있으니.”
“전쟁의 신께서도 마찬가지일 테지요.”
그 말에 워스만은
적의가 드러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아- 이런, 저도 난감합니다.”
“정말 어렵게 찾은 검은 천사인데···.”
“가능하면 정말 소중하게 조심히 데려가고 싶은데 어쩌겠습니까···.”
“선택하지 않는 검은 천사는···.”
사냥꾼의 입가에 서늘하면서도 묘한 미소가 자리했다.
“가치가 없으니 제거해야죠.”
그러면서
검은 옷의 사냥꾼은 자신의 능력을 펼치듯
검은 날개를 활짝 펼쳐 보였다.
놀란 듯한 워스만의 표정을 본
검은 날개의 사냥꾼을 서늘한 미소를 온화하게 바꾸면 말을 했다.
“아, 오해하지 마십시오.”
“전 검은 천사가 아닙니다.”
“날개도 원래는 흰색인데 검은 천사 얘기를 많이들 해서 염색한 것입니다.”
검은 날개의 사냥꾼은 염색을 풀었다.
그러자,
검은색이 아닌 새하얀 날개가 옅은 빛을 발하며 제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은 의심 없이
절로 ‘신의 천사’를 떠올리게 했다.
검은 날개 아니,
하얀 날개의 사냥꾼은 뒷말을 이었다.
“절대자를 선택할 힘도 없고, 이 날개는 제가 ‘신의 아이’가 되면서 생긴 것일 뿐입니다.”
그러더니,
하얀 날개 사냥꾼의 얼굴에는 쓸쓸함이 자리했다.
감정표현에 솔직하다고 해야 하나
풍부하다고 해야 하나···
순간순간 표정이 바뀌어 갔다.
“전 절 버리고 소멸한 신을 대신해줄 절대자가 필요합니다.”
하얀 날개의 사냥꾼 ‘화희’는
‘펼침의 신’의 ‘아이’가 되면서 날개를 펼치게 되었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펼침의 신은 자신의 아이한테 아무런 말이나 행동 없이 홀로 소멸해 버렸다.
그로 인하여
하얀 날개의 ‘화희’는 신을 잃은 어디에서 속하지 못하는 허공에 붕 뜬 듯 혼자가 되었다.
다른 신의 아이가 되려고 해도
소멸했지만 이미 신의 아이라 불가능했다.
참고로 신의 권능을 물려받은 세이지와는 다른 상황이었다.
쓸쓸한 미소에 희망을 품은
하얀 날개의 사냥꾼 화희는 말했다.
“그러니, 제 바람을 펼칠 수 있게 방해하지 말아 주십시오.”
“신께 부탁드립니다.”
부탁의 주문을 했다.
하지만, 그 주문은 효력을 발휘 못 했다.
“거절한다.”
워스만은 단호히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 말에
화희에 얼굴에서 순식간에 표정이 사라졌다.
“···그렇군요.”
“흠, 전쟁의 신을 일개 ‘아이’인 제가 이길 수는 없으나 최선을 다해 막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맘대로.”
워스만의 화답에
다시 옅은 미소를 지으며 표정이 살아난
화희는 하얀 창을 힘차게 뻗으며 휘둘렀고
워스만도 검붉은 검으로 대응했다.
채앵- 카강-! 챙!!!
흰색과 검붉음이 여러 차례 부딪히는 가운데
물 원소 신의 기운이 깃든 액체형태의 투명한 돌 덕분인지 중압감의 영향을 받지 않은 도프는 슬그머니 몸을 숨겼다.
어쩔 수 없었다.
뒤틀린 기운의 ‘그릇’인 자신이 멀쩡히 살아? 있는 것을 들켜 검은 옷 조직에 끌려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고
이는 현명한 판단이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검은 옷 조직을 조력하는 신들은 류안이 신인 줄 모르고 검은 천사로만 인지하고 있었기에
신을 봉인하는 기운이 아니었고
류안을 가두기 위한 ‘빛의 감옥’
표현 그대로 감옥이었다.
스체스 왕국 수도 성벽 때,
부식의 신에 의해 한번 갇혀본 적이 있는
류안은 심히 기분이 나빴다.
거기에다가
빛의 감옥에서는 여차하면
검은 천사를 없애려는 기운도 느껴지고 있었다.
“하아···.”
류안은 졸린 눈을 비비며 한숨을 쉬었다.
“졸리고 피곤한데···.”
그러면서
한 손을 뻗어 빛의 감옥 창살에 살며시 손끝을 갖다 대고는
신의 기운을 미약하게 풍겼다.
권능 지켜봄의 기운이나
심판자의 기운 혹은 받아들인 권능이 아닌
본디 자신의 권능.
우우우웅─.
빛의 감옥은 미세하게 진동하며
그 기운에 반발을 일으켰으나,
류안은 자신의 기운에 뒤틀린 기운을 섞으면서 빛의 감옥 창살을 별 무리 없이 뒤틀어버렸다.
그렇게
빛의 감옥에서 벗어난 류안 앞에
처형자의 하얀 창이 뻗어왔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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