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220 화 외전. 신과 아이의 만남.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220 화 외전. 신과 아이의 만남.
방문을 멸[滅]하고 들어온 누군가의 모습에
쌍둥이 제우는 놀라면서도
낯선 자로부터 자신의 혈육을 지키기 위해
경계하며 품에 있는 네우는 더 꽉 끌어안았다.
그 누군가는 쌍둥이 제우와 네우를 보더니
당혹스러워하고 난감해했다.
그러다가
네우의 상태를 본 그 누군가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제우와 네우한테로 다가갔다.
그 누군가가 본 쌍둥이 둘의 상태는 심히 안 좋았다.
한 명은 안쓰러우나,
이미··· 망가졌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고
그나마 다행인 것인지
옆에 착 달라붙어 있는 다른 한 명 덕에
마지막 끈이 끊어지지 않고 위태롭게 버티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 한 명도 괜찮지는 않았다.
한 명의 망가진 뒤틀림의 영향으로
지키기 위해 애쓰는··· 다른 한 명도 망가져 가고 있었다.
그 한 명이 정신력으로
겨우겨우 힘겹게 버티고 있는 것일 뿐.
둘 다 손 쓸 수 없게 망가지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였다.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인지···.
누군가··· 아니,
벨드라엔은 쌍둥이 둘을 안쓰럽게 바라봤다.
도망자 신이 되어
다른 신들의 영역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몸에 인형을 두르고
권능 자체에도 제약을 걸어 떠돌아 다니고 있었는데,
정말 우연히 별 의미 없이
이 선전을 닮은 건물이 있는 곳을 지나치게 되었다.
그러다가
신께 바란다면서 제물을 바친다고 고하는 하얀 로브를 입은 자들을 보게 되었으며,
저 행위를 그냥 두고 보았다가는
돌봄의 신 ‘에니’한테 큰일 당하지 싶어서
제물을 바치는 행위만 막을 요량으로 갔다가
더 끔찍한 실태를 보게 되었다.
하얀 로브를 입은 그들은 다루지도 못하는
뒤틀림에 요동치는 아이를 제물로 바치려 했고
결국에는 폭주.
제단은 물론이고
그 주변을 뒤틀어버리는 광경에
벨드라엔은 권능의 제약을 일시적으로 풀고
뒤틀리고 있는 제단과 함께 그 주변 공간을 멸[滅]하였다.
그 과정에서 제단 위 제물이 된 아이와
하얀 로브의 입은 자들이 휩쓸려 같이 멸[滅]해졌으나,
벨드라엔은 크게 마음 쓰지 않으려 했다.
제물이 된 아이는 이미 육체마저 뒤틀려
손쓸 수 없는 상태이기에
오히려 죽음의 안식을 주는 것이 그 아이를 위한 것이었고,
제물을 바치는 만행을 저지른 이들은
고통의 시간 없이 멸[滅]해지는 것이
만행의 대가로는 너무 가볍다고 여겨질 정도였기에···.
그자들은 벨드라엔한테 감사해야 할 판이었다.
그렇게 제단이 있던 곳은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도려 내어진 듯이 움푹 파인 형태가 되었다.
그 뒤, 벨드라엔은
행여나 문제가 될 것이 남아있나 살펴보다가
건물 안쪽에서 뒤틀린 기운이 미세하지만 거칠게 요동치는 것을 느꼈고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 기운이 느껴지는 방.
잠금장치가 되어있는 방문을 멸해 열었다.
그런 뒤,
그 방안에서 망가진, 망가져 가는 일란성 쌍둥이를 보았다.
벨드라엔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 망할 곳에서 유일한 생존자라 할···
하지만,
이대로는 제대로 살아갈 수 없는
살아있다고 할 수 없는 존재가 될 위험이 컸다.
어떻게 해야 할까···.
벨드라엔은 정말 난감했다.
모르고 지나쳤다면 어쩔 수 없는 거지만
발견했으니···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아이들을 보았으니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게다가 벨드라엔한테
일란성 쌍둥이를 구할 방법이 하나 있기도 했다.
그래서 고민 따위는 일단 접어두고
쌍둥이 둘한테 조금이나마 안심을 주기 위해
자신은 ‘멸[滅]의 신’인 것을 먼저 밝혔다.
그런 뒤,
뒤틀린 기운으로 망가지는 것을 막을
구할 방법이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 말로 인해
쌍둥이 제우의 눈동자에 빛이 감돌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
아니,
이런 끔찍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네우를 구할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었기에 그 방법을 알려달라고 간청했다.
벨드라엔은 그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것은 ‘신의 손길’을 받아들이는 것.
신의 손길을 받아들인 아이는
평범한 삶에서 벗어나게 되며 뒤틀리게 되고
그 손길을 내민 신이 그 뒤틀림을 가져와 진정시키면서
손길을 받은 아이는 정식으로 ‘신의 아이’가 되는데,
그 과정에서 망가져 요동치는 뒤틀림도 진정될 수 있을 것이라 얘기해 주었다.
그리고, 물었다.
‘신의 손길’을 받아들이겠냐고.
쌍둥이 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문제는 쌍둥이 네우였다.
이미 오래전에 넋을 놓아 버린 듯
네우의 눈동자에는 초점이 없었고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런 네우를 벨드라엔은 침통하게 바라보다가
그 품에 있는 생명의 온기는 하나도 없이
싸늘한 두 마리의 고양이를 보며
상세히는 모르나,
얼추 무슨 일은 당했는지는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벨드라엔은 자신의 말을 듣고 있기를 바라면서 말했다.
신의 손길을 받아들이면
그에 따라 힘, 능력이 생기게 되는데
그 힘과 능력으로 소중한 것을 지킬 수 있을 거라고.
다행히도 이 말을 들었는지
쌍둥이 네우의 눈동자에 초점이 돌아오면서 반응을 보였다.
네우는 천천히 고개를 들고는
벨드라엔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벨드라엔은 쌍둥이 네우를 보며 다시 물었다.
‘신의 손길’을 받아들이겠냐고.
네우는 힘겹게 떨면서 겨우 움직였지만,
확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부탁했다.
자신의 품에 있는 고양이 두 마리를 멸해 달라고···.
생각지도 못한 네우의 부탁에
벨드라엔은 동그래진 눈으로 당혹감을 보였고
쌍둥이 제우도 의아했다.
하지만,
네우의 부탁은 단호했다.
비록, 자신의 손으로 숨이 멎게 했지만
아무 죄 없는 고양이들을
이 빌어먹을 곳에는 절대 묻어줄 수 없었고
다른 곳에 묻어준다고 해도···
그 이후 방치될··· 돌봐줄 수 없는 무덤은 만들어 줄 수 없었다.
그러면서 또한,
자신 스스로 미련을 남가지 않기 위해서
멸[滅]해 달라고 부탁한 것이었다.
그 의중을 인지한 벨드라엔은
부탁대로 두 고양이를 건네받아서는
조심히 두 손에 올려진 고양이 두 마리를 흔적도 남지 않게 멸[滅]해 주었다.
그런 뒤,
각오를 다진 쌍둥이 제우와 네우는
벨드라엔의 ‘손길’을 받아들였고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원래의 돌연변이 뒤틀림과는 다른 뒤틀림에 잠시 괴로워해야 했다.
그리고
벨드라엔이 ‘아이’로 받아들이면서
‘손길’에 의한 뒤틀림이 진정되는 것과 함께
쌍둥이 제우와 네우는 요동치던 자신들의 뒤틀린 기운도 같이 진정되는 것을 느꼈고
그와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자신들한테 필요한 힘과 능력이 생긴 것을.
쌍둥이 제우는 자신들을 해하려 하는 자들을 처단할 수 있는 무기를 제작, 형성하는 힘.
쌍둥이 네우는 소중한 것을 위협으로부터 지킬 수 있는 마법의 힘.
이렇게 힘과 능력을 지니게 된 둘은
멸[滅]의 신 벨드라엔의 ‘아이’가 되었다.
벨드라엔은 그렇게 자신의 ‘아이’가 된
쌍둥이 제우와 네우를 데리고 어딘가로 향했다.
신의 아이가 되면서
요동치던 뒤틀림이 진정되었다고는 하나,
오랜 기간 제대로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고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것이
쉽게 회복될 리가 없었기에
돌봄의 신 ‘에니’가 있는 곳인 자연 보호 구역의 섬 ‘마네지’로 갔다.
생존과는 상관이 없는 불법 밀렵,
쾌락만을 위한 사냥과 학대,
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저들 멋대로 산 제물을 바치는 인간의 만행들로
인간을 싫어하는 것을 넘어
극도로 혐오하고 있는 돌봄의 신 ‘에니’였지만,
벨드라엔으로부터 사정을 듣고
쌍둥이 제우와 네우의 상태를 본 에니는
예외적으로 자신의 영역에 머무는 것을 허락해 주었다.
그리고
‘돌봄의 가호’로 쌍둥이 둘이 잘 치유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쌍둥이 둘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빠른 속도로 회복되어 갔다.
특히,
네우가 잘 회복될 수 있었던 이유로는
돌봄의 가호 덕이 있기는 했지만,
에니가 영역으로 둔
자연 보호 구역 안에서 누구의 간섭도 없이
탁 트인 넓은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니고 활기차게 사는 동물들의 모습 덕분이었다.
그렇게 쌍둥이 둘이 회복되는 동안,
일종의 대가로
벨드라엔은 에니가 영역으로 둔
영토를 침범하려고 하는 위험을 멸[滅]해주고 있었다.
쌍둥이 제우와 네우는
‘신’인 벨드라엔이 자신들을 위해
다른 신의 영역에서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 속 한편에 자리한 감정이 있었다.
그 후,
쌍둥이 제우와 네우가 거의 다 회복되어
에니의 영역에서 떠나야 할 즈음.
벨드라엔은 쌍둥이 둘한테
자신은 영역을 버린 ‘도망자 신’이라 한곳에 오래 머물 수 없을 것이고
떠돌아다니며 고생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런 사실은 진작 얘기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지고 들 수 있었지만,
쌍둥이 둘은 그러지 않았다.
쌍둥이 제우와 네우는 상관없었으니까.
감금된 생활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기에.
단지,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몇 년간 감금 생활을 한 자신들보다
멸[滅]의 신 벨드라엔이 더 세상 물정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아마도
음식을 먹을 필요도 없이
몸에 인형을 둘러 굳이 옷도 필요 없는
‘방’이 있어서 잠자리 걱정도 필요 없기에
따로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돈을 쓰다거나 애쓸 필요가 없어서였을 터이고···.
뭐, 차분히 생각해보면
이것도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고생은 좀 할지언정
자신들이 옆에서 잘 보필하면 되는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자신들의 신이 언젠가는 ‘도망자 신’이 아닌
‘멸[滅]의 신’으로서 자리할 수 있게 도와드리겠노라,
쌍둥이 제우와 네우는 다짐했다.
그렇게 그 이후로
‘신’과 ‘아이’는 오랜 세월 떠돌아다니며
나름대로 잘 지내왔고,
쌍둥이 제우와 네우는 ‘신의 아이’가 되면서
멈춰버린 줄 알았던 성장이 느리지만,
몇십 년이 지난 후 성인으로 성장한 자신들을 볼 수 있었다.
그 후로 또 많은 세월이 흘러가며
여전히 세상 물정을 잘 모르고 둔해 빠진
벨드라엔이 걸핏하면 바가지를 쓰고
‘왜?’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암만 생각하고 되새겨봐도 이해되지 않는
말도 안 되는 사기를 당할 뻔하기도 하던 와중에.
우연히 들린 마을 ‘뉘스’에서
빌어먹을 소매치기를 당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잃어버린 것인지···
잠깐 맡긴 여행 자금을 홀랑 날려버린 벨드라엔 덕분에 고생해야 했는데.
이것이 전화위복으로
기연[機緣]을 만나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부족한 여행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의뢰서가 가득한 건물 벽면 게시판에서
쌍둥이 둘이 적당한 의뢰서를 찾는 사이에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것을 넘어
0% 수준의 실종자를 찾는 의뢰서를 벨드라엔이 선택했을 그때.
우연히?
스치듯이 그 실종자가 있는 곳을 알려준
그 덕에 실종자를 찾고 큰 보상을 받은 후,
고마움에 찾아 다시 만나게 된···.
자신들의 신인 벨드라엔을
‘도망자 신’이 아닌
‘멸[滅]의 신’으로서 자리할 수 있게 해줄
존재를 만나게 되었다.
포근한 검은 어둠을 지니고 밤하늘을 닮은
검고 긴 머리카락을 가진 ‘어린 신’과
그 곁에 있는 ‘뒤틀린 아이’를 만나게 되었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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