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83 화 – 진짜? 가짜?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83 화 – 진짜? 가짜?
검은 천사가 되고 싶으면 되라고 했을 뿐인데.
혼자 급발진하는 검은 날개 사냥꾼 모습에
류안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당황스러웠다.
검은 날개의 사냥꾼은 하얀 창의 투명한 돌에 뒤틀림을 담았다.
그 뒤틀림은 용암에 있던 뒤틀림이 아닌
사냥꾼 자신의 뒤틀림으로
그로 인해
사냥꾼의 검은 날개 끝이 하얗게 바래졌다.
사냥꾼은 바닥의 부서진 틈에서 솟아오르는 용암 뒤쪽으로 천천히 움직이며 몸을 가렸다.
“·········.”
좋은 전략일 수 있으나
몸을 그런 식으로 가려봤자
다 보이는 류안은 소리 없이 한숨을 쉬었다.
우웅─ 우웅 우우웅───.
하얀 창의 진동음이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게 교란하려는 듯이 투명한 막의 돔 안 전체에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고 있었으며
사냥꾼은 류안이 방심하고 있을 것이라 여기고는 하얀 창을 힘껏 던졌다.
파앙──!!
하얀 창은 분수처럼 솟아오는 용암 허리춤을 끊어버릴 듯 뚫고 모습을 보이더니
류안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류안은 자신을 향해오는 하얀 창을 팔을 휘둘러 쳐냈다.
손에는 이미 처형자의 창 중 하나인 투명한 돌이 박힌 하얀 창이 들려있었다.
그렇게 쳐내진 사냥꾼의 하얀 창은 천장의 투명한 막을 뚫고 용암 밖으로 튕기어 나가버렸으며,
그 여파로 인해
용암도 같이 폭발하듯 분출했다.
콰과가─앙───!!!
활화산 분화구 밖.
돌봄의 신 에니, 쌍둥이 네우는 굉음 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봤다.
마찬가지로 리아인, 벨드라엔과 쌍둥이 제우도 활화산 분화구 쪽을 바라봤으며,
서걱──.
으아아악-!!!
워스만은 검은 옷 조직원한테 검을 휘두르느라 한발 늦게 활화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
활화산 분화구 중심에서 일직선으로 거칠게 솟구쳐 오르는 용암이 보이더니,
이내 가라앉으면서 드러난 허공으로
두 존재가 검은 날개를 펄럭이며 모습을 보였다.
류안과 사냥꾼.
검은 날개의 사냥꾼은
눈앞의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을 마주하며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러면서
뇌리를 강타하는 두 단어가 있었다.
진짜 그리고 가짜.
가짜는 본인이 가짜인 줄을 인지하지 못 한다.
진짜와 대면하기 전까지는.
그리고 진실을 마주했을 때의···
그로 인한 충격은 과히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사냥꾼은 지금 그런 심정이었다.
뒤틀림으로 검게 물들인 자신의 날개와 달리
순수한 검은색의 날개를 가진 존재.
뒤틀림으로 자신은 고통스러운 것에 반해
아무렇지 않게 뒤틀림을 다루는 존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조품 하얀 창이 아닌
진짜 ‘처형자’의 하얀 창을 가진 존재.
눈앞의 존재와 직접 부딪히며 확인된 사실에
검은 날개의 사냥꾼은
질투, 짜증, 분노, 박탈감, 자괴감 등등 온갖 안 좋은 감정들에 사로잡혔고
마지막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감정···.
부러움이 덮쳐오며 온몸이 떨리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검은 날개의 사냥꾼은 하얀 창을 핏줄이 심히 두드러질 정도로 꽉 쥐었으며
눈에는 광기가 자리했다.
지금 떨리는 몸을 진정시킬 방법은 단 하나
눈앞의 존재를 사냥해 먹는 것.
‘진짜를 먹음으로써 내가 진짜가 될 것이다.’
실제로 검은 날개의 사냥꾼은
검은 천사가 되기 위해
같은 종족이면서 같은 알비노 돌연변이 까마귀인 친우들의 뒤틀림을 뺏어 먹음으로써
자신의 하얀 날개를 검게 물들였었다.
사냥꾼은 끝이 하얗게 바랜 검은 날개를 거칠게 펄럭이면서
류안한테로 활강했고
하얀 창을 크게 휘둘렀다.
채앵─!!!
하얀 창과 하얀 창이 X자로 부딪히며 엇갈렸다.
자신의 창을 너무나 여유롭게 받아낸 존재를 보며 사냥꾼은 분노로 이성의 끈이 끊어지지 않게 정신력과 인내심을 한계까지 끌어올렸다.
그리고,
하얀 창에 뒤틀린 기운을 집중시켰고
그로 인해 사냥꾼의 검은 날개는
깃털 끝에서부터 점점 더 하얗게 변하면서 검은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뭉게구름이 드리운 푸른 하늘에
검은 날개를 가진 두 존재가 하얀 창을 맞부딪히며 자유비행하고 있는 모습을
너나 할 것 없이 넋을 놓은 듯 보고 있었다.
검은색과 흰색으로
마치 하늘에 그림을 그리는 듯한 움직임과
두 개의 창이 부딪힐 때마다 터지는 불꽃이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차캉── 챙─!
채─앵!!
차아앙───!!!
하늘에서 두 개의 하얀 창이 부딪히는 울림소리 뒤로 다른 소리가 들렸다.
“한눈을 파시면 안 되죠. 전쟁의 신이시여.”
카가가가─각────!
워스만의 검붉은 검과 또 다른 사냥꾼의 하얀 창이 부딪히고 있었다.
“동경하는 신과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검은 옷의 사냥꾼은 진심 담아 인사했다.
그리고 뒤이어 말했다.
“전쟁의 신이시여. 한 수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알고 한 말인지 우연의 일치인지
신에게 부탁하는 주문.
워스만은 웃으며 화답했다.
“그러지.”
하늘과 땅.
검은 날개를 가진 두 존재.
그리고
전쟁의 신과 사냥꾼.
활화산 주변 전체에
창과 창.
검과 창이 격돌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챙앵───── 챙─!
카강───!!
챙-!!!
‘흐─음···.’
워스만은 조용히 침음 했다.
분명 눈앞에 있는 검은 옷 사냥꾼의 실력은 웬만한 수준급 그 이상이었으면서
모조품이긴 하나 신을 처형할 수 있는 하얀 창인데도 불구하고,
그다지 위협적이기 않았다.
물론,
전력을 다하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로 설렁설렁 봐주면서 하지는 않았다.
‘그 아이하고 진짜 처형자의 하얀 창과 대련해봐서 그런가?’
워스만은 잠깐 하늘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채─앵─── 차캉─!
검은 두 선이 엇갈리는 동시에
하얀 두 선이 불꽃을 튕기며 맞부딪히며 있었다.
얼핏,
서로 호각인 것 보였지만.
‘저 아이는 별로 싸울 생각이 없나 보군.’
“역시, 가짜는 진짜를 상대할 수 없는 건가 봅니다.”
검은 옷의 사냥꾼도 하늘을 보고 있었다.
“확실히 진짜 검은 천사는 아름답군요. 절대자가 되실 분의 선택을 위해서라도 어서 빨리 모시고 가야 하는데···.”
검은 옷 사냥꾼의 눈동자에는 경이와 선망.
탐욕이 자리해 있었다.
그것을 본 워스만의 평온했던 얼굴에는 불쾌감이 드리워졌다.
“아, 이런 죄송합니다. 제가 한눈을 팔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사냥꾼은 주변을 파악했다.
자신과 하늘의 사냥꾼을 제외한
검은 옷 조직원은 전생의 신에 의해 이미 전멸한 상태.
파지지─직────!
파박──!!
타앙-!
화르르르르─르────······.
상대측의 공격에
키메라 마수들 역시 모두 섬멸되었고
뒤틀림마저도 모조리 사라진 상황.
승패는 정해졌다.
“음, 그래도 임무완수는 해야겠습니다.”
워스만은 사냥꾼이 한 말의 의미를 파악하던 중.
삐리이익───!
검은 옷 사냥꾼의 입에서 휘파람이 아닌 기이한 피리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피리 소리에 분화구 끝자락에서 존재감 없이 가만히 있던 그릇 세 명이 검은 날갯짓하며 하늘로 떠올랐다.
하얀 날개 전체가 검게 물들 정도로 뒤틀림을 충분히 담았기에 회수해 돌아가는 것이
주요임무이자 최종임무.
검은 날개의 사냥꾼은 피리 소리의 의미를 알고 아주 잠시 주춤하긴 했으나,
하얀 창을 휘두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눈앞의 검은 존재를 어떻게든 먹을 욕망에 냉정함과 침착함을 잃고 있었다.
카강──!
“─!!!!!!!”
검은 날개 사냥꾼의 하얀 창은
류안의 하얀 창에 부딪히며 튕기어졌고
사냥꾼의 팔도 뒤로 젖혀지며 상체가 무방비한 상태가 되었다.
그 기회를 그냥 넘길 생각은 없었던 류안의 하얀 창이 뻗어왔다.
그러던 그 순간.
세 명의 그릇 중 두 명이 검은 날개 사냥꾼 앞에 자리했다.
“!!!!!”
명령을 벗어난 돌발행동.
검은 날개의 사냥꾼은 일순 자신을 방어해주기 위한 건가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이지[理智] 없는 그릇 두 명의 얼굴에 감정을 품은 옅은 미소가 지어지고 있었다.
뻗어오는 하얀 창을 원하는 듯이.
영혼과 생명이 없는 빈껍데기로서 있을 수 없는 상황.
이런 상황을 원치 않게 몇 번 경험한 류안은 두 명의 그릇을 향해 뻗어가는 하얀 창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검은 날개의 사냥꾼은 류안이 창을 멈출 것이라 확신했다.
그릇의 투명한 돌이 파괴되어 상당량의 뒤틀린 기운이 뿜어져 나오면 저 검은 놈이라고 좋을 것이 없을 것이고
이 일대가 뒤틀림에 휩쓸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냥꾼의 확신은
콰창─!
투명한 돌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산산이 부서졌다.
“이런 미친─···!!!”
그와 동시에
그릇의 몸에 담긴 상당량의 뒤틀린 기운이
어느새 류안의 하얀 창에 있는 투명한 돌에 흡수되어가는 것을 보게 되었다.
뒤틀린 기운을 모두 흡수해 검게 변한 창은
류안의 검은 날개와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그야말로
검은 천사의 진정한 모습 같았다.
또한,
투명한 돌이 깨지고 뒤틀림도 모두 사라져 원래의 하얀 날개로 돌아간 그릇은 날개에 힘을 잃고 아래로 떨어지면서
몸은 가루로 변해 공중에 흩뿌려졌고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마치,
순리에서 뒤틀린 존재가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네 놈··· 무슨 짓을 한 거냐?”
검은 날개의 사냥꾼은 보고도 믿기 힘든 상황에 불같이 역정을 내었지만,
류안의 검게 변한 창은
두 번째 그릇의 투명한 돌을 향해 뻗어갔다.
콰직-!
두 번째 그릇의 투명한 돌 역시 부서졌고
앞서 사라진 그릇과 마찬가지로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젠장! 빌어먹을-!!”
거친 말을 내뱉은 사냥꾼은
임무 실패는 할 수는 없다는 욕심에
눈앞의 존재. 진짜를 먹겠다는 욕심으로 잃어버렸던 이성을 가까스로 되찾고는
절반 이상이 하얗게 변한 날개를 펄럭이며
남은 그릇 한 명을 사수하기 위해 움직였다.
다급히 움직이는 사냥꾼의 모습에 비해
류안은 스쳐 지나가는 검은 날개의 사냥꾼을 그저 눈동자만 움직여 볼 뿐,
가만히 있었다.
사냥꾼은 아무런 대응 없이 있는 류안을 의아해했으나
그릇 사수가 먼저이기에 신경을 접었다.
“그럼, 다음에 다시 뵙겠습니다.”
하늘의 상황을 보던
검은 옷의 사냥꾼은 워스만한테 허리 숙여 인사한 후,
비행 마법 스크롤을 꺼내 찢고는 하나 남은 그릇과 검은 날개의 사냥꾼한테로 이동해 갔다.
그리고
텔레포트 스크롤을 찢음과 동시에 투명한 돌 하나를 꺼내 파괴했다.
파괴된 투명한 돌에서 나온 뒤틀린 기운이
텔레포트 마법진에 섞이더니
에니의 영역 결계를 뒤틀어 틈을 만들었고
그 틈으로 두 명의 사냥꾼과 한 명의 그릇의 모습은 사라졌다.
하늘에 홀로 둥실 떠 있던 류안은
리아인의 옆으로 내려와 검은 날개를 접으며 가벼이 착지했다.
이런 상황에 익숙한 이들과 달리
에니는 뭐라고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어, 수고했어. 고마워.”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류안을 지그시 봤다.
에니는 류안한테 기생 마수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검은 날개는 딱히 놀랄 일이 아니었으나,
그래도 ‘혹시’하는 생각에 확인하고 싶었다.
“얘, 너 혹시······.”
“류안. 용암 안에서 별일 없었던 거냐?”
에니가 할 뒷말 ‘천사니?’로 인해
류안의 심기를 건드리게 되는 걸 막기 위해
벨드라엔이 먼저 치고 들어와 말했다.
“용암 안에서 불 원소 매개체의 투명한 돌 찾았어?”
“응, 찾았어.”
류안은 벨드라엔 물음에 답하며
빈 손바닥을 내보였다.
“???”
벨드라엔은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우며
반사적으로 류안을 따라 손바닥을 내보였고
손바닥 위에 열 개의 해바라기 씨앗이 올려졌다.
벨드라엔이 의문에 류안을 응시하자,
류안의 시선은 쓰러져 죽어있는 검은 옷 조직원들한테로 향해 있었다.
“뒤처리.”
류안의 말에
벨드라엔은 씨앗의 용도를 파악하고는
투명한 돌 씨앗 탄환을 쏘아 검은 옷 조직원들을 흔적도 없이 전부 멸[滅]했다.
이 영역에 침범하고 위해를 가한 존재들을
고이 땅에 묻어준다는 것은 결단코 해서는 안 되는 얼토당토아니한 일이었으며,
소각 화장하는 것 역시
그로 인해 나오게 될 잔재가
영역 내 자연에 스며드는 것 또한 용납할 수 없는 일.
벨드라엔은 생각하지도 못한
류안의 배려심과 냉정함에 감탄했으며
에니 역시 마찬가지였다.
리아인, 쌍둥이 둘, 워스만도
같은 심정으로 류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허나,
류안은 그저
번거롭게 매장이나 화장을 하는 것보다는
벨드라엔이 깔끔하게 멸하는 것이 간단하고 편하지 싶어 한 행동이었다.
류안은 자신을 바라보는 모두의 시선이 가진 의미를 알지 못한 채 갸웃거리다가,
에니한테 다가갔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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