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15 화 – 당당한 바가지.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115 화 – 당당한 바가지.
『바가지요금 감당할 자신 없으면
다른 곳 알아보쇼.』
“호오─···.”
여관 간판을 본 워스만이 탄성을 냈다.
이렇게 바가지요금 씌우겠다고 당당하게 간판으로 내놓은 여관은 처음이었다.
또한, 그런 것이 감탄스럽기까지 했다.
워스만이 감탄을 하든 말든
리아인과 류안, 쇼트는 여관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움직였다.
끼이익──··· 삐걱.
딸랑~♪.
많이 낡아 보이는 여관 문이 용케 부서지지 않고 열리면서 종소리를 울려 손님이 왔음을 알렸다.
“오─···.”
겉모습처럼 내부도 엄청나게 낡아 있었지만,
청소와 관리를 잘하고 있었는지 먼지는 쌓여 있지 않았고 생각 이상으로 깔끔했다.
“어서 오십시오.”
깔끔한 지배인 복장을 한 여관 주인이 저음의 중후한 목소리로
낡은 로브 차림의 네 명을 맞이했다.
“네 분이 묵으실 겁니까? 숙박료는 방 하나당 하루 묵으시데 1골드[백만원]. 식사는 개별 주문하셔야 합니다.”
여관 간판 문구대로
바가지요금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주인이었다.
워스만은 별 거부 의사 없이 하루 숙박료로 금화 한 닢을 손가락으로 튕겨 건네주었고
여관 주인은 능숙하게 받아 챘다.
차림새와는 사뭇 다른 워스만의 행동에
여관 주인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영업용 미소를 머금으며 주방 쪽으로 시선을 돌려 직원을 불렀다.
“손님 오셨다. 안내해 드려.”
“네──.”
주방에서 아들로 보이는 직원이 나왔다.
“방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리아인과 류안, 워스만, 쇼트.
네 명은 직원의 안내에 따라 2층으로 이어진 계단을 올라가던 중,
부부로 보이는 손님이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손님, 식사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주방에서 딸로 보이는 직원이 나와
부부가 자리한 탁자 위에 음식을 놓았다.
채소 스튜와 빵, 훈제 소시지 몇 조각.
한 끼 식사로는 적은 양으로 소박했지만,
영양적인 면에서는 알찬 구성이었다.
그런 음식에
부부 중 남자 쪽은 불만이 많은 듯 인상을 구겼다.
“하, 뭐야 고작 이딴 것으로 10실버[십만원] 라고? 아무리 바가지 가격을 내세웠어도 정도가 있어야지, 정도가─!!!”
“어머~, 여보 진정하세요.”
부인인 여자가 남자를 말리는 듯 말했다.
“이런 곳이니 오죽하겠어요? 간만에 온 손님. ‘이때다’하고 뜯어먹으려는 거겠죠. 당신이 좀 참아요.”
여자의 사근사근한 말투에는 남을 얕잡아보는 비아냥이 깔려있었다.
“이 정도 값은 우리에겐 푼돈이잖아요. 그냥 이 가게에 기부한다 여기고 넘어가요.”
2층으로 올라가려던 네 명은 발을 멈추고
그 부부와 상황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왠지 재미있는 것을 볼 것 같은 예감 때문이었다.
부부는 눈에 확 띄게 화려하지는 않지만
고급원단의 옷에 장식들은 돈 많은 부호라는 것을 은근히 자랑하려는 차림새였다.
그런 겉모습답게 졸부 근성을 보이며 성질을 내던 남자는 여자의 만류에 일단 화를 진정시키고는
탁자 위 음식을 한입 먹었다.
그러더니,
“에잇, 퉤-!!! 젠장, 입맛만 버렸잖아!”
먹은 음식을 뱉어낸 남자는 잔뜩 인상을 구기며 거칠게 그릇들을 탁자 바깥쪽으로 밀쳤다.
그로 인해
그릇들이 바닥으로 떨어져 깨지면서 음식이 그 주변으로 흩어져버렸다.
챙그랑─!! 카랑─···. 철벅!
그것을 본 여관 주인은 식당 한쪽 구석에 있는 청소 도구를 덤덤하게 들고 와서는
바닥에 깨진 그릇들과 음식잔해를 묵묵히 치웠다.
남자는 아랫사람을 보듯이 청소하는 여관 주인을 내리까는 눈빛으로 보고는
거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봐, 다 치웠으면 음식 새로 갖고 와. 이번에는 제대로 된 것으로 말이야.”
청소를 마친 여관 주인은 조끼 안주머니에서 주문서를 꺼내 들었다.
“추가 주문하시는 겁니까? 그럼, 청소비까지 해서 15실버 추가됩니다.”
“뭐? 무슨 헛소리를······!”
역정을 내려던 남자는 여관 주인의 눈빛에 움찔해야 했다.
그 눈빛은 결코 아랫사람의 눈빛이 아니었기에.
“손님께서 엎으신 음식은 이미 값은 내셨으니 상관하지는 않겠으나, 그로 인하여 하지 않아도 되는 청소를 하게 되었기에 청소비를 청구하는 것이며, 음식 또한 새로이 주문하시는 것이라 추가 주문으로 청구하는 것인데 뭐 잘 못 된 것 있습니까?”
너무나도 당당한 억양과 말에
남자는 황당함이 밀려오면서 말문이 막히고 기가 차 부들대고 있었지만,
여관 주인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바가지라고 불만을 표하셨는데, 사막에서는 물값이 금값보다 비싸듯이 물건 값어치가 정해지는 요건 중 하나가 희귀성입니다.”
여관 주인은 차분히 이 가게의 음식 가치를 설명했다.
“이곳에서는 이런 음식을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 그만큼 힘들기에 측정된 가격이며, 거기에 이곳의 영주인 제가 손님을 맞이하고 대우해 드리는 봉사 값이 추가된 가격으로 결코, 바가지가 아닌 합당한 가격임을 알려드립니다.”
“─!!!!!”
“·········.”
여관 주인은 남자가 반론할 틈도 없이 말을 끝맺고,
남자는 여관 주인이 이곳의 ‘영주’라는 말에 입이 합죽이가 된 듯 절로 다물어졌으며
여자도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아무 말 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부부인 그 둘은 문뜩 눈치챘다.
간판에 있는 독특한 문양.
스체스 왕국에서 나름 한 권력을 하는
‘아미스’ 백작 가문의 문장이었다.
“있는 돈 쓰면서 남보다 우위에 서고 싶은 마음 뭐라 할 생각은 없으나, 그에 맞는 말과 행동거지도 함께 해주었으면 좋겠군요.”
여관 주인 아미스 백작은 부부를 향해 위엄있으면서도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뒷말을 이었다.
“추가 주문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체크아웃을 하시겠습니까?”
영주보다 신분이 낮은 부부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숙박비와 음식비, 청소비까지 값을 치르고 난 후,
체크아웃하며 여관을 나갔다.
“와~아~.”
이를 2층 계단에서 지켜보던 네 명 중
워스만의 입에서 또다시 탄성이 흘러나왔다.
리아인, 쇼트의 눈빛에도 감탄이 깃들었고
류안은··· 뭐 별 감흥 없이 평소처럼 멍하니 보고 있었다.
여관 주인 아미스 백작은 계단에 올라가다 멈춰있는 네 명을 보고 고개 인사를 한 후,
부부가 있던 자리를 마저 정리하고는 제자리로 갔다.
워스만, 리아인과 류안, 쇼트도 멈췄던 발을 움직여서는 직원을 따라 복도를 지나갔고
몇몇 방문에 사용금지라는 푯말이 걸린 것을 보았다.
“아, 바닥이 삭아서 위험해 사용할 수 없는 방입니다. 혹 실수로라도 들어갔다가 다치시게 되어도 저희 측에서는 책임을 지지 않으니 조심해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직원은 네 명한테 주의사항을 알려주었고
이내 도착한 복도 끝에 있는 방문을 열어주며 손을 공손히 내밀어 보였다.
“여러분이 묵으실 방은 이방입니다. 편히 쉬십시오.”
방안내를 끝낸 직원은 워스만한테서 팁을 받고 인사를 한 후, 1층으로 내려갔고
네 명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도 낡은 티가 가득했으며
침대, 탁자와 의자 외 가구들도 오래 사용한 듯 색바래고 자잘한 흠이 많이 있었지만,
이불과 베개는 깨끗하게 잘 정돈되어 있었다.
으레 그러했듯이
류안은 낡은 로브를 벗고 침대 이불속으로 꾸물거리며 들어가 누워 잠이 들었고
리아인과 쇼트는 의자에 널브러지듯이 앉았다.
워스만은 그런 그들을 잠시 보고는 1층으로 내려왔다.
“손님 필요하신 것이라도 있으신가요?”
“네, 식사 2인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술도 있습니까?”
“죄송하지만, 판매용 술은 없습니다. 허나, 추가 요금을 주신다면 구해드릴 수는 있습니다.”
아미스 백작은 당당히 추가 요금을 요구했고
워스만은 그에 응해주었다.
그리고,
배달비도 추가된 2인분 식사를 들고 2층 올라가는 여성 직원의 손에 들린 음식을
은밀히 탐색했다.
좀 전 부부한테 나온 것과 같은
채소 스튜와 빵, 훈제 소시지 몇 조각.
양은 현저히 적었지만,
내용물은 듀아 왕국에서 병사들한테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음식과 같았다.
‘흐음─······.’
조용히 침음을 삼킨 워스만은
아미스 백작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와 술 한잔 마시겠습니까?”
그 말에 아미스 백작은 워스만을 잠시 봤다.
“말 상대 비용 따로 추가될 텐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진지하게 말하는 아미스 백작을 보며
워스만도 진지하게 대답해 주었다.
“그 정도 비용은 얼마든지 지불 해드리죠.”
아미스 백작, 워스만.
둘의 얼굴에 음흉한 미소가 자리했다.
달각.
여관 문에는 영업 종료 푯말이 걸렸다.
1층 구석 자리에
아미스 백작과 워스만이 서로 마주 보며 앉아있었다.
쪼르르─륵──······.
수정으로 만든 잔에 백포도주가 따라졌다.
그리고,
그 잔을 워스만 앞쪽으로 내어주며 여관 주인 아미스 백작이 말했다.
“어떤 얘기 상대를 해드리면 되는 겁니까? 듀아 왕국의 수호신이자, 전쟁의 신 워스만 님.”
“호오- 날 알아보는군.”
“예, 어릴 적 여행을 다니다 우연히 워스만님께서 드래곤 한 마리를 개선 시키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모습이 참 인상적이라 지금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음─, 드래곤이면 루카테르와 한판 붙었을 때 봤나 보군.’
워스만은 잔에 담긴 백포도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럼, 바로 본론을 얘기하도록 하지. 이곳에 검은 옷 무리가 다녀가진 않았나?”
“다녀가긴 했습니다.”
“그래? 언제쯤이지?”
아미스 백작도 백포도주를 한 모금 마시고
대답했다.
“한 반년쯤 전에 일자리를 준다면 걸핏하면 찾아왔었죠. 근로 계약서 작성을 확실히 해달라고 했더니 더 이상은 안 오더군요.”
“최근에는 없었나?”
“예, 다른 지역에서는 수도 전쟁에 지원하지 못하게 방해하려는 검은 옷 무리와 대치했다는 소식 저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보셔서 아실 듯이 이곳은 병력과 물자지원을 할 만한 곳이 아니다 보니 관심도 없는 것 같더군요.”
아미스 백작의 말에 거짓이 없음을
워스만은 탐색의 힘으로 확인할 수 있었으며 표정이 묘해지고 있었다.
그런 표정에
아미스 백작은 말을 덧붙였다.
“음, 저도 정보 값만 주신다면 알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조사를 해서라도 알려드리겠으나, 검은 옷 조직에 관해서는 아쉽게도 알려드릴 것이 없습니다.”
백작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워스만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한 손을 턱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보니 검은 옷 조직에 납치당했으면 바로 듀아 왕국으로 인질 협상이든 아니며 협박을 하기 위한 연락이 왔을 터인데, 지금껏 연락은커녕 아무런 낌새도 없어.’
워스만의 생각은 더 깊어져 갔다.
‘일반 시민도 아니고 한 왕국의 왕자와 왕녀를 그냥 바로 죽인다? 말도 안 되는 짓이지. 듀아 왕국을 뒤흔들 수 있을 기회인데 그걸 버리고 화만 돋우는 바보짓을 할 조직이 결코 아니야. 그렇다면···.’
그렇게 생각하다 문뜩 의문이 들었다.
‘이곳에서 검은 옷 조직에 의해 화를 입은 것이 아니란 건가?’
워스만은 여전히 생각에 잠긴 채,
잔에 남은 백포도주를 한 번에 마셨고
아미스 백작은 그 빈 잔에 백포도주를 다시 채워주었다.
워스만은 그런 아미스 백작을 지그시 바라봤다.
듀아 왕국에서 지원 보내기 위해 준비한 병사용 식량이 확실해 보이는
식당의 음식.
그 음식을 어디서 가져오는 것인지 충분히 물어볼 수도 있었으나,
일부러 하지 않았다.
만에 하나 뒷거래가 있었을 경우,
흔적을 없애려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으며
같은 이유로 듀아 왕국의 2 왕자와 1 왕녀에 대해서도 묻지 않았고
워스만은 직접 알아보기로 했다.
거기에 더해,
‘그 아이가 일어나면 다시 살펴봐달라고 해야겠군.’
류안도 이곳에 관심이 있는지 같이 와주었기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받을 생각이었다.
워스만은 남은 술을 마저 마시는 것과 함께
아미스 백작과의 대화를 끝냈다.
“술 잘 마셨어.”
그리고는
탁자 위에 금화 한 닢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2층으로 올라와 방으로 들어간 워스만은
차를 마시고 있는 류안을 보고는 환한 미소를 보였다.
그의 징그러운 환한 미소에
리아인과 쇼트는 인상을 구기며 경계했고
워스만은 둘의 경계 따위는 무시하며
류안한테로 다가갔다.
“일어난 김에 나와 산책할 생각 없나?”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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