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221 화 외전. 전쟁의 신 워스만.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221 화 외전. 전쟁의 신 워스만.
전쟁의 신 ‘워스만’은
상위급의 신으로 권능 ‘전쟁’ 외에도
탐색과 무기 소환 같은 부속적인 힘을 여러 가지고 있는 신이었다.
대형 전쟁에서부터 사소한 말싸움이나,
‘나’와의 싸움처럼 겉으로 보이지 않는 것도
전쟁의 범위에 들어가 포괄적으로 넓은 영역과 영향력을 펼칠 수 있는 신.
하지만,
간혹? 아니 많이 착각하는 이들이 있었는데
워스만은 ‘전쟁의 신’이지 ‘승리의 신’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전쟁에 관여 혹은 참여한다 해도
승패는 워스만이 관여할 일이 아니라
별 신경 쓰지도 않았는데,
전쟁의 신이 자신들 측에 있다는 이유로
승리를 확신하고는 했었다.
뭐, 이를 밑거름 삼아 승리하기 위해 더 열심히 제 실력을 발휘한다면 상관없었지만
그러지는 못하고 오히려 나태해져서는 제대로 하지 않고 가만히 손 놓고 있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발생했었다.
그럴 때면 워스만은 급격히 흥미를 읽고
힘을 조금이나마 보태주었던 측을 미련 없이 힘을 거두고 버려버렸다.
그러면 당연히
전쟁의 신만 믿고 손을 놓고 아무것도 안 한 측은 그대로 패배했고
이를 승복하지 못하고
패배를 전쟁의 신 탓으로 돌리려 하다가
오히려 워스만의 심기를 건드려
더 처참하게 패배하게 되어버렸다.
앞서 서술했듯이
워스만은 전쟁의 신이기에 지든 이기든
자신의 권능엔 그 어떤 반동도 오지 않았고
영향조차도 미치지 않는다.
그렇기에
전쟁 중인 것을 그저 관전만 해도 되지만,
자신의 흥미를 이끌어 낸 쪽에
조금, 아주- 조금 도움을 주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 역시 앞서 서술했듯이
전쟁의 승패는 오로지 전쟁을 하는 당사자들의 몫.
그렇기에 남을 힘을 빌리려는···
아니, 강한 자 혹은 세력의 힘을 빌리는 것은 전술로 나쁘지는 않지만,
그런 남의 힘만 믿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결과만 바라는 멍청한 이들은
괘씸죄로 도움은커녕, 관심을 끊어버렸다.
그렇게 전쟁 초반에 보인 흥미로운 모습에
기껏 조금 힘을 도와주었더니,
한창 전쟁에 집중하지 않고 나태함을 보이며
스스로 복을 차버려 패배한 왕국을 뒤로하고
한차례 전쟁이 끝난 후,
워스만이 중립지역인 정글에서
잠시 휴식에 들어가 늘어지고 있을 때,
자신이 있는 곳을 어떻게 알고 온 것인지
한 아이가 찾아왔다.
깨끗한 평상복에 밝고 짧은 금발 머리에 파란 눈동자를 지닌 17살 정도의 아이는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쉬고 있는
워스만을 발견하고는 환하게 웃으면서
전쟁의 신 덕분에 자신의 조국 ‘베투’가 승리할 수 있었다고 말하며
허리 숙여 감사 인사를 하고 있었다.
워스만은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했는데,
아이가 입은 옷 형태를 보고는
자신이 잠시나마 조금 힘을 보태주었던 왕국과 전쟁을 했던 상대 왕국의 아이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전쟁에서 안타깝게도 밀리고 있었는데
워스만은 자신이 한 행동 덕에
전생의 신한테서 버림받은 왕국을 본 ‘베투’ 왕국 병사들이 용기와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아이는 그에 힘입어 ‘베투’ 왕국이 승리를 거머쥘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워스만은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했는데,
감사의 인사도 했으니 돌아갈 줄 알았던 아이가 계속 있는 것을 보고는 의아해했다.
그러다 듣게 되었다.
아이가 자신을 ‘아이’로 받아달라는 말을.
그리고, 워스만은 알게 되었다.
베투 왕국에서 ‘아이’를 빌미로 자신을 왕국 쪽으로 끌어들이려 한다는 것과
눈앞에 있는 아이는 그것을 위한
일종의 ‘인신공양[人身供養]’이었다는 것을.
워스만은 딱히 ‘아이’를 곁에 둘 생각이 없었기에 거절했고
그 아이를 보며 돌아가라고 했지만,
아이는 돌아가지 않고 있었다.
아니, 돌아갈 수가 없었다.
인신공양[人身供養]으로 여기 온 아이이니,
그냥 이대로 돌아가면 당연히 배척될 것이고
최악에는 제대로 임무를 수행하지 못했다는 죄목으로 처형될 수 있었다.
이러한 사실을 인지한 워스만은
돌아가든 이곳에서 지내든 맘대로 하라며 그냥 두었다.
그런 워스만의 말과 행동에
아이의 표정은 더 환하게 밝아지면서
남다른 생존적응력을 발휘하더니
문명사회와는 거리가 먼 아마존 정글과도 같은 곳에서 알아서 자급자족하며 잘 지내기 시작했다.
출중한 사냥 기술로
소형동물이나 물고기를 잡아서는
보통 가지고 다니나 싶은 부싯돌을 이용해
불도 알아서 척척 피우더니
별문제 없이 하루 끼니로 잘 해결했고,
물 같은 것도 그냥 마시지 않고
인내를 발휘해 끓인 다음 식혀서 마신다거나
비가 오는 날에 맞혀 구덩이 파고 흙이 무너지지 않게 돌로 지지대를 세운 후,
바나나 나뭇잎 같은 것을 깔아 오염을 최소화했다.
또한,
처음 보는 열매나 과일 같은 것은
먼저 즙을 내어서는 피부에 먼저 발라보며 과민반응이 있나 확인했고,
그다음에는 한입 정도 먹어 몸에 이상이 없음을 장시간에 걸쳐 확인한 후에 섭취했다.
아울러 버섯 종류는 손도 대지 않았다.
아는 버섯이라고 해도 정글 속 야생 같은 곳에서는 독을 품고 있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다가 약초 지식도 가지고 있는 건지
자신의 몸은 알아서 잘 챙겼다.
몸을 씻는 다거나 옷을 세척해야 할 경우,
볼 사람이라고는 전쟁의 신 워스만 뿐이니
거리낌 없이 벗고 씻었으며
단볼인 옷을 세척한 후에는 마르는 동안
중요 부위만 잎사귀 같은 것으로 대충 가리고는 자연인처럼 활보했다.
그러한 아이가
저도 모르게 워스만 덕을 보는 것이 있다면
전쟁의 신으로서의 위압감에
맹수동물들이 접근하지 않는 정도였다.
뭐, 이것 자체도 엄청나게 도움을 받는다고 할 수 있는 거긴 하지만,
아이는 나름대로 그에 잘 대처하면서
독 과일즙으로 경계선을 쳐서 맹수들의 접근을 막고 있었다.
그런 모습이 어디서 전문적으로 생존 교육을 받은 것인가 싶었고
혼자 잘 지내고 있는 아이를 보면서
워스만은 조금씩 흥미가 생겨나며 재미있었다.
그러다가,
저런 아이라면 자신의 ‘아이’로 곁에 두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하게 되었다.
워스만은 지금껏 ‘아이’를 두지 않고 있었는데
큰 이유는 없었다.
그저 ‘아이’를 둬야 할 필요를 못 느끼고
흥미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했는데,
이젠 흥미가 생겼다.
그것도 아주아주 많이-.
그래서 워스만은 그 아이한테 조건을 내세우며 말했다.
베투 왕국과의 연을 완전히 끊고
자신의 곁에만 있을 수 있으면 ‘아이’로 받아 들여주겠다고.
이런 워스만의 말에
아이는 기뻐하면서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오히려 자신을 ‘아이’로 받아준다면 베투 왕국 따윈 상관없다고도 했다.
워스만은 조국인 베투 왕국이 승리할 수 있게 해주어 감사 인사까지 하러 이곳에 온 아이가 왜 이러나 의아했다가
고아로 천민 출신의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인신공양[人身供養]으로 선택된 이유도 그래서 인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
워스만은 웃겼다.
눈앞에 있는 아이의 신분과 처지를 비하할 생각은 없었지만,
자고로 제물이라고 함은 그것이 무엇이든
최상품으로 준비해 바치기 마련인데,
인신공양[人身供養]이라면
왕족으로 해도 모자랄 판에 귀족도 아닌
천민을 인신공양[人身供養]으로 보냈다는 것에,
그것도 혼자서 알아서 찾아가라고
신의 제물로서 대우도 해주지 않았으면서
‘신의 아이’를 빌미로 왕국과 신을 엮을 생각을 했다는 것이
워스만은 기가 차서 웃겼다.
뭐, 이젠 상관없는 거지만
눈앞의 아이가 자신의 ‘아이’가 된다고 한들
베투 왕국으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고
고아이고 천민이니 찾고 있을 이들 또한 없을 터.
게다가,
베투 왕국에서 아이가 돌아오지 않으면
신을 찾다가 정글 어딘가에서 객사했을 것이라고 치부할 것이 분명했다.
아이는 워스만의 ‘손길’을 받은 후,
정식으로 ‘신의 아이’가 되었고
워스만은 증표 겸 선물로 아이한테 갑옷을 주었다.
‘신의 아이’가 되어 신체가 남달라지고
수명 또한 비약적으로 늘어난다고 해도
죽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며,
전쟁의 신과 함께 다니면 필연적으로 전쟁의 난리통 안에 있게 될 터인데
치명상이라도 입게 되면 죽게 될 수 있기에
보호 차원에서 준 것이었다.
그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영토가 작은 왕국끼리 서로 영토를 차지하기 위한 영토분쟁 중이던 시기라 크고 작은 전쟁이 정말 잦았고,
이제는 아니지만
‘신의 아이’가 된 아이의 조국 베투 왕국과 다른 왕국 간의 전쟁이 터졌다.
전쟁이 터졌으니 당연히
워스만은 전쟁이 일어난 곳에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갔다.
아이가 ‘신의 아이’로서
처음으로 경험하게 되는 전쟁이기에
워스만은 어느 쪽 편도 도움을 주지 않고 관전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갑옷을 입은 아이를 알아본 베투 왕국에서
전쟁의 신이 자신들 편에 서줄 것이라 설레발을 쳤다.
그러나 곧 착각이었다는 알고는
아이한테 천한 천민을 운운하면서
제물로서 왕국을 위해 할 일을 제대로 하라며
입에 담기 힘들 막말을 했다.
아이는 의외로 담담하게 넘긴 방면,
워스만이 자신의 ‘아이’에게 막말한 것에 심기가 틀어지게 되었고
보란 듯이 베투 왕국과 전쟁 중인 상대측 왕국 편에 섰다.
상대측 왕국은 어리둥절하면서도
이런 신이 준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딱히, 워스만이 도움을 준 것은 없었으나,
전쟁의 신이 선택한 왕국이라는 것만으로도
기세가 올랐고,
반대로 베투 왕국은 기세가 꺾이면서
예전 워스만한테 버린 받은 왕국처럼 허무하게 패배하고 말았다.
그 광경을 보면서 아이는
겉으로는 담담하게 받아들였으나,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조국이었기 때문인지
패배한 왕국의 모습에 가슴 한편이 아려옴을 느꼈다.
하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게 넘겨버렸다.
그러나,
이때 이 아려옴이 일종의 위험경고였음을
아이는 몰랐다.
* * *
계속된 전쟁의 시대.
당연히 워스만의 영역, 영향력이 커지면서
웬만한 상위급 신들한테도 뒤지지 않는
그 이상의 위치에 오르게 되었고,
그럴 때마다
아이는 몸에 이상 증상인 과부하가 걸리는 것을 인지했다.
그러나,
아직 전쟁에 익숙하지 않아서라고 여기며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거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른 후,
이 과부하 증상이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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