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47 화 – 뒤트는 빛, 뒤틀리는 빛.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147 화 – 뒤트는 빛, 뒤틀리는 빛.
류안의 작은 빛을 피해 혼비백산 도망가는
하얀 로브를 입은 신들의 모습은
일반 인간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도망가기 위해 혹은 희생양으로 삼기 위해
앞이나 옆에 있는 신을 밀치기도 하고
발을 헛디뎌 넘어지는가 하면
그런 신을 그대로 밟고 도망가는 신들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인간?다운 모습을 보이며 도망가려던 신들은 멀리 도망치지 못했고
작은 빛들이 신들을 포위하듯 에워싸고 있었다.
그 광경은 흡사,
늑대무리한테 몰이 당한 양 떼 같았으며
다들 흰색 로브를 입고 있어 더 그렇게 보였다.
양 떼를 위협하는 늑대무리.
작은 빛은 신들한테 공포 그 자체였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짙은 어둠의 영역 속 밤하늘의 별빛처럼 빛나는 작은 빛을 아름다웠다.
하얀 로브의 신들은
그런 작은 빛의 움직임에 뒷걸음을 쳤고
서로의 등이 맞닿을 정도로 모여졌다.
앞서 하얀 로브의 신 한 명은 본보기인 듯
능멸하는 행동을 보이며 소멸시키고
그다음 몇몇은 거침없이 소멸시키는가 하더니
이번에는 몰이 사냥을 하는
류안은 언제 만든 것인지 허공에 자리한 어두운 검은 의자에 기대듯 앉아
내려다보는 시선으로 신들을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왕좌에 앉아 있는 신의 모습 같았다.
작은 빛들에 꼼짝없이 갇힌 신들은
무력함에 굴복하고 공포에 좌절하면서
망연자실 아무 행동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슈하하아악─!
순간,
빛과 함께 뒤틀린 기운이 풍기는가 싶더니
중압감이 펼쳐지고 무게의 기운 되어서는
작은 빛으로 스며 들어갔다.
무게개념 자체가 없이 허공에 떠다니던
작은 빛은 무거운 돌이 된 듯이
보이는 덩치에 다르게
쿵, 쿠쿵, 쿵!
육중한 소리를 울리며 땅으로 떨어져 박혔고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는 누군가의 외침이 들렸다.
“멍청하게 있지 말고 정신 차려!”
중압감과 무게의 기운을 펼친
‘무게의 신’ 목소리였다.
‘무게의 신’의 몸 주위에는 뒤틀린 빛의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뒤틀린 빛 기운으로 영역의 영향력을 뒤틀어
자신의 권능을 사용할 수 있게 한 거였다.
물론,
다른 신들도 절대자가 되기 위한 기본으로
뒤틀린 기운을 받아들인 상태였다.
그것도 투명한 돌 없이
뒤틀림을 받아들이고 이겨낸 상위 후보.
그렇기에
다들 뒤틀린 빛의 기운을 보유하고 있었고
‘무게의 신’처럼 뒤틀림을 이용해
권능을 펼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공포로 순간 사고회로가 멈춘 것도 있었으나
뒤틀린 빛의 기운을 잘 못 사용하여
인형이 부서지기라도 하면
절대자의 후보는커녕,
껍데기로 연명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더 나아가서는
다른 신의 먹이, 제물이 되기 십상으로
함부로 사용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당장 소멸이 될 위기로
그러한 것을 따질 상황이 아니었기에
하얀 로브의 신들은 각자 보유한 뒤틀린 빛의 기운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뒤틀린 빛의 기운을 다루는 것이 아닌
표현 그대로 방출이었다.
“크윽-!”
파직!!
뒤틀린 빛의 기운을 방출하는 과정에서
내부를 뒤트는 듯한 고통이 동반되었고
신중 몇몇은 인형에 금이 가기 시작해
흠칫하면서 그만두려 한 그 순간.
“멈추지 마라!”
누군가의 외침에
다시 뒤틀린 빛의 기운을 방출했다.
인형에 금이 가는 위험까지 감수하며
방출한 뒤틀린 빛의 기운은
어둠 영역의 영향력을 완전히 뒤틀리지는 못했지만,
권능을 사용할 수 있을 만큼은
뒤틀어놓았다.
그러나,
자신들이 간과한 것이 있는 줄을 모른 채,
이곳을 벗어나기 위해
검은 천사를 처단하기 위해
권능의 힘을 각자 펼쳤다.
그러던 중,
한 명의 신이 발을 움직이다가 실수로
땅에 박혀 여전히 빛나는 작은 빛을 밟았고
그것을 인지할 찰나.
작은 빛은 발을 파고들어
신의 발부터 가루로 빠르게 변하게 하면서
소멸시키기 시작했다.
“으··· 으아악!”
신은 비명을 지르며
어떻게든 소멸이 되는 것을 막아보려고
몸 안에 있는 모든 뒤틀림을 방출해
소멸을 뒤틀어버리려 했지만,
불가능한 것이었다.
콰지지직-.
몸에 두른 인형이 처참하게 부서지며
소멸의 속도만 가중되어
허무하게 사라졌다.
그리고 그때.
“으아악!”
작은 빛을 밟는 실수를 한 자가 또 있는지
다리부터 소멸이 진행되고 있는 신의 모습이 보였고
이번에는 그 속도가 느렸다.
곁에 있던 다른 신 한 명이
황급히 권능에 빛의 뒤틀림을 둘러
소멸이 진행 중인 신의 다리를 잘랐다.
서걱-!
잘린 다리는 가루가 되어 사라졌고
소멸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다리 한쪽이 잘린 신은
다른 신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났다.
신기했다.
이기심의 끝판왕으로 남 일에 무신경한 신들이 서로 도와주고 있었다.
뭐,
벨드라엔과 워스만처럼 투닥거리면서 서로 협력하는 신들도 있으나,
대부분의 신은 눈앞에 신이 소멸 되도
그러거나 말거나 눈 하나 깜박이지 않았다.
작은 빛을 피해 도망가던 신들의 모습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헤에-.”
허공의 검은 의자에 앉아 있는 류안은
그런 신들의 모습을 지그시 보고 있었다.
‘뒤틀린 기운을 구하기 힘드니 저런 식으로 챙겨두려나 보네.’
류안은 훈훈한 동료애로 보일 신들의 모습이
먹이 혹은 제물을 챙기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고
그 생각이 맞았다.
류안은 손가락을 까닥였다.
그 손짓에
땅에 박힌 작은 빛이 솟아 나오려 했으나
묵직한 무게감에 파르르 떨리기만 했다.
그때.
팍-!
땅에 박힌 작은 빛을 하얀 구둣발이 거칠게 밟았다.
원래라면 작은 빛을 밟는 순간
소멸이 진행되어야 했지만,
구둣발에서 뒤틀린 기운과 빛이 흘러나오더니
주위로 퍼져나가며
땅에 박힌 작은 빛을 꺼트려 갔다.
류안은 그 모습을 눈을 깜박이며 봤다.
얼핏 놀란 듯··· 아니,
조금 놀란 것은 맞았고
투박하지만 나름 뒤틀린 기운을 사용하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하지만,
다루는 것과 다소 달랐다.
예를 들면
칼이란 도구로 단순히 자르기만 할 뿐이지
세밀하게 조각하지는 못하는 그런 것.
음, 자르기만 하는 것도 다루는 것에 포함되는 거면··· 할 말 없지만···.
암튼,
그렇게 작은 빛들은 모두 꺼져 사라졌다.
그러나,
류안은 상관없었다.
작은 빛이야 다시 만들면 그만이었으니까.
류안은 굳이 할 필요 없지만,
손을 까닥였고
류안의 주위로 다시 작은 빛이 별빛처럼 반짝이면서 나타났다.
그리고
다시 손을 까닥이려고 하다가 멈췄다.
우우우-웅.
류안의 바로 위 높은 허공에 신들의 뒤틀린 빛의 기운이 모이며 원형의 진을 형성하고 있었고
이내 원형의 진에서
날카로운 빛살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류안은 고개를 들어 그 빛살들을 봤다.
구아아아아-!
폭우처럼 쏟아지는 빛살들은
특유의 마찰음을 내며 류안을 덮쳤고,
쏴아아아-.
이내 땅에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물보라가 일 듯 흩어지며 빛 안개가 주변에 퍼지기 시작했다.
신들의 얼굴에는 회심의 미소가 감돌았다.
폭우 같은 강한 빛살에
건방진 검은 천사는 뒤틀려 버렸을 것이고
이곳 전체에 퍼지고 있는 빛 안개로 인해
어둠의 영역은 곧 무너질 것이라고.
그리고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검은 천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빛의 안개로 주변은 환해지면서
빛의 사막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아주 잠시뿐 이였다.
어찌 된 것인지
빛 안개는 스르륵 사그라들기 시작했고
수많은 작은 불씨처럼 변해 사라지면서
어둠이 다시 자리하고 있었다.
신들은 그 광경에 이를 갈거나 혀를 차며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분명,
검은 천사의 모습은 사라져 보이지 않는데
어둠의 영역은 그대로였기에 당연했다.
그런데
작은 불씨처럼 변한 빛은 사라지지 않았다.
사라지지 않은 작은 불씨.
왠지 모르게
신들은 그 빛에 희망을 품게 되었고
멍하니 바라보던 순간.
사라진 것이 아닌
강한 빛에 의해 가려졌던
그리고
다시 드리워진 어둠에 가려졌던
류안이 여전히 의자에 앉아 있는 그대로 모습을 서서히 드러냈다.
류안의 표정은 뚱해 있었다.
얼핏 실망한 표정이었다.
거기에 류안 주위로 있는 은하수 같은 수많은 작은 빛.
빛 안개의 불씨가 아닌
검은 천사의 작은 빛이라는 것을 인지한
신들의 눈동자에는 동요만이 가득했고
희망이 절망이 되는 격한 감정을 느껴야 했다.
신들은 지금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받아들일 수 없었다.
모든 것을 뒤틀 수 있는 강한 빛이었다.
자신들의 뒤틀린 빛의 기운을 담은···.
류안의 위에 다시 원형의 진이 드리워지면서
이번에는 레이저를 연상케 하는
굵은 빛줄기 수십 가닥이
다시 류안을 덮치듯이 쏟아져 내려왔다.
류안은 그 빛줄기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볼 생각이 없이
의자 팔걸이에 팔을 올리고 손에 턱을 괴며 삐뚜름한 자세로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좀전의 첨보는 폭우의 빛에 놀라고
대응할 방법이 없어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던
레이쉴, 다미엔, 뮤리나, 쿠우카,
그리고 성벽 위의 워스만은
멀쩡하게 있는 류안 모습에 안도했지만,
다시금 벌어지는 빛의 공격을 보며
막아야 하지 않나 생각하던 중.
쓸데없는 생각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됐다.
“흐아암···.”
류안은 하품을 하고 있었고
모든 것을 뚫을 듯 쏟아지던 빛 가닥들이
멈춘 것은 아니지만,
‘슬로우모션’처럼 아주 느리게 내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일직선의 빛의 가닥들이 뒤틀리는 것을.
거칠게 뒤틀리며 꺾인 빛이
류안의 주위를 비껴가는 것을.
그 광경에
신들이 간과하고 있던 것을 충격과 함께 인지해야 했다.
뒤틀림을 다루는 검은 천사.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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