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99 화 – 각자의 현 상황.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99 화 – 각자의 현 상황.
검은 옷 조직과의 전쟁 1차전이 끝나고
하늘은 검은색으로 물든 밤이 되었다.
그와 함께
성벽 곳곳에 화로 횃불을 짚이고
성벽 안 집들은 등불을 켜 어둠을 밝혔다.
성벽 안 시민들을 대피시키고 남은 빈집들로
시민들의 양해하에 병사와 마법사들의 임시 숙소로 사용하고 있었으며
처음 겪는 전쟁으로 지칠 대로 지친 병사들이 쉬거나 잠을 청하고 있었다.
허나,
극한 피로와 긴장에 오히려 잠을 청하지 못한 병사들은 무기를 점검 정비하거나
자발적으로 순찰을 했다.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불안감으로 가만히 있을 수 없었기에······.
또한,
의료병실로 이용하고 있는 일부 집에서는
의무병[醫務兵-위생병]들과 치료 술사들이 다친 병사들을 치료해 주고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쉽사리 손댈 수 없는···
뒤틀림에 일부 감염된 것이 확인된 몇몇 병사들은 결계막이 쳐진 곳에 따로 격리되어
온몸을 감싼 특수복장의 술사들한테서 치료받고 있었다.
특수가공된 식물 진액의 습포[濕布]에 뒤틀린 기운을 흡착시킨 후,
그 습포[濕布]를 소각 처리하는 것으로
몸 전체가 아닌 신체 일부나 소량의 뒤틀림에는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었으며,
레이쉴과 다미엔이 공동 고안한 치료방법이었다.
그리고
작전 회의실로 사용하고 있는 작은 집.
그곳의 1층 거실에
스체스 왕국 지휘관 ‘텀스’와 참모장 ‘히아체’.
금발로 염색한 레쉬아 왕국의 국왕 레이쉴.
듀아 왕국의 1 왕자 다미엔.
인간 모습의 드래곤 루카테르.
마지막으로
역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정체를 감추고 있는 드래곤 수장 카르티아가 있었다.
참고로
레이쉴이 금발로 염색한 것은 신분을 감추기 위해서이며 그 이유는,
왕자가 지원하러 오는 것은
‘개인’이 지원 온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국왕이 직접 지원하러 오는 것은
‘왕국’이 지원 온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에
이는 지원을 보내 준 것과는 별개로 주변 왕국에서 보고 받아들이는 무게감이 다를뿐더러
그들의 시선과 왕국 간의 교류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분위기의 작전 회의실.
“먼저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지원요청에 응해주시고, 이렇게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지휘관 텀스는 허리 숙여 인사하면서
과하다 싶을 정도로 진심을 가득 담아 감사의 말을 전했다.
“덕분에 1차전을 더 큰 희생자가 나오기 전에 끝낼 수 있었습니다.”
“아닙니다. 검은 옷 조직은 당연히 섬멸해야 하는 적이기에 지원은 당연한 일이고, 좀 더 일찍 오지 못해 죄송합니다.”
다미엔이 오히려 사죄하며 허리 숙여 보이자
“이···, 이러지 마십시오. 사과하실 것 없습니다.”
지휘관 텀스와 참모장 히아체는 당황하며
허리 숙인 다미엔을 말렸다.
다미엔은 진심으로 미안함이 있었고
자존심도 살짝 상해 있었다.
레쉬아 왕국의 레이쉴과 지원병들은
드래곤들의 도움이 있다 해도 네 번을 거쳐 텔레포트 해야 했기에 도착하는데 시간이 좀 걸린 것이지만,
듀아 왕국의 다미엔과 지원병들은
전쟁의 신 워스만의 통로를 통해 이동하는 것이라 누구보다 빨리 올 수 있었다.
그러했는데
검은 옷 조직을 조력하는 신들이 위치 교란을 시켜놓은 것인지 통로를 열기 위한 좌표가 명확하게 잡히지 않아 예상보다 시간이 걸린 것.
이로 인해 다미엔은 자존심이 상한 것이며
듀아 왕국에 남아 있는 워스만도 전쟁의 신으로서의 자존심에 흠집이 생겼다.
그렇게 감사와 사죄, 말림이 오가던 중.
두 개의 하얀 창에 모두의 시선이 모여지고 있었다.
검은 옷 조직과 검은 천사의 하얀 창.
그 창과 닮은 듯하지만,
전혀 다른 기운을 풍기고 있는 두 사람의 하얀 창.
“············.”
“·········
지휘관과 참모장은 저 하얀 창에 대해 그 어떤 추측도 짐작도 하지 못하는 와중에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지원을 와준 분들의 예의로 꾹 참았으며,
드래곤 수장 카르티아 역시 호기심이 자극되어 입이 근질거리고 있을 때.
“저 창 걔가 만든 거야.”
루카테르가 카르티아한테 소곤대며 말했고
여기서 ‘걔’는 당연히 류안으로
그것을 아는
카르티아의 은색 눈동자의 눈이 커지며 놀람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잠시 침묵이 내리며 시간이 흘러가던
그 시각.
스체스 왕국의 수도 성벽에 좀 떨어진 곳.
은신용 결계막이 펼쳐져 있는 검은 옷 무리의 주둔지.
그곳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너무나 큰 변수로 등장한 두 개의 하얀 창에
긴급 대책 회의에 들어가 있었다.
‘회의’라고 표현하기는 했으나,
검은 천사 까마귀 수인 카밀과 하얀 로브를 입은 자가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거로
검은 옷 무리의 우두머리는 한 발 뒤로 물러나 뒷짐 쥔 자세로 그 둘의 대화를 가만히 경청하고 있었다.
이번 전쟁에 참전한
검은 옷 무리를 지휘하는 우두머리였으나
최종 명령권은 저 둘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카밀한테서 상황을 전해 들은
흰색 로브를 입은 자는 신기하다는 말투로 말했다.
“호오, 새로운 하얀 창이라고요?”
“그래, 처형자의 하얀 창과 비슷했지만, 달랐어.”
“혹, 조직의 창술사나 사냥꾼이 가지고 있던 것을 습득한 것이 아닐까요? 임무 수행하러 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창술사와 사냥꾼이 꽤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흰색 로브를 입은 자는 턱에 손을 가져다 대면서 조심히 말했다.
“듀아 왕국과 레쉬아 왕국에서 특히 실패를 많이 했었죠.”
보통 자기가 속한 조직의 치부가 드러나면 안 좋게 받아들이기 마련이건만
카밀은 상관없는지 표정에 변화가 말했다.
“하얀 창. 심판자라는 신이 처형자인 자신의 ‘아이’에게 직접 만들어서 하사한 창이라고 했지?”
“전 잘 모르겠으나··· 예, 엿보는 자가 신들의 대화를 몰래 엿들은 말에 의하면 그렇다고 하더군요.”
“그럼, 두 왕국에 있는 수호신이 만들어서 준 것일 수도 있지 않나? 더군다나 듀아 왕국의 수호신은 전쟁의 신이고, 레쉬아 왕국의 수호신은 2대 심판자라고 하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텐데.”
카밀의 말에
하얀 로브를 입은 자는 고개를 갸웃했다.
“흐음, 글쎄요. 신이 자신의 ‘아이’도 아닌 자한테 힘을 빌려준다는 건 결단코 쉬운 일이 아닌데, 신물과도 같은 무기를 만들어 주었다고요?”
하얀 로브를 입은 자는 몰이해한 표정으로
카밀을 응시하며 말을 계속 이었다.
“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습니다. 거기에 초대 심판자의 권능에 의해 만들어진 하얀 창을 2대 심판자라고 똑같이 만들 수 있다고 보기에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
“그러니까, 그 둘의 하얀 창이 비슷하면서 다르다고 했잖아!”
카밀은 자꾸 자신의 말꼬리를 잡는 것에 슬금슬금 짜증이 밀려왔다.
정확하게는
자신이 지닌 완성도는 높으나 그래봤자 모조품인 하얀 창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하얀 창에 신경이 쏠리면서 피어오른 질투와 가지고 싶은 욕심으로 인해
그 하얀 창의 정체를 정확히 알아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 감정은 겉으로 드러날 정도였으나,
하얀 로브를 입은 자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할 말을 했다.
“게다가 듀아 왕국의 왕자나 레쉬아 왕국에서 온 금발의 그자는 누군가의 ‘아이’가 아닙니다. ‘신의 아이’가 되면 신으로서 바로 알아볼 수 있으니 착각한 것 또한 아니지요.”
하얀 로브를 입은 자.
검은 옷 조직을 조력해 주는 신[神] 중 한 명이었다.
“그런데 검은 천사님. 지금 적[敵]의 하얀 창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누가 만들었는지 이런 얘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뭐─?”
“하얀 창의 진위보다는 저들이 뒤틀림을 완전히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
“듀아 왕국의 왕자가 나무를 이용해 뒤틀린 기운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듯이, 레쉬아 왕국은 불의 왕국인 만큼 화염 마법사들이 깨작깨작 소각하는 수준이 아닌 그자는 광범위하게 뒤틀린 기운은 완전소각해버릴 가능성이 아주 크다는 것이죠.”
하얀 로브의 신은 카밀을 지그시 바라봤다.
“아무래도 검은 천사님께서 수고를 좀 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나보고 하얀 창이 있는 그 둘을 상대하라고?”
카밀의 얼굴에 일순 난감함이 스쳐 지나갔다.
“뒤틀림과 하얀 창을 다루는 동시에 절대자를 선택하실 분인데 힘드신 것입니까?”
하얀 로브의 신이 하는 말이 왠지 도발하는 것 같았으나,
카밀은 그 말에 넘어가지 않았다.
“어떤 힘이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무기를 가진 두 명을 상대하는 것은 아무리 나라도 힘들어. 날 보조할 사냥꾼들을 보내라고 해.”
“흐음,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상부에 연락해 놓겠습니다.”
“···더 할 말 있어?”
“하고 싶어도 지금은 적의 정보가, 지원을 온 두 왕국의 정보가 부족해 더 말할 것이 없군요.”
카밀은 참모를 자청한 하얀 로브의 신을 못마땅하면서 짜증 섞인 눈으로 힐끗 보았다.
그러고는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는 상황과
첫 번째 성벽조차 함락하지 못했기에
결과적으로 패했다고 할 수 있는 1차전으로 속에서 부글거리는 화를 식히기 위해서 작전 회의실을 나갔다.
그런 카밀의 뒷모습을
하얀 로브의 신은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깃털 끝에서부터 희미하게 색이 바래진 검은 날개.
‘음-, 조만간 검은 옷 조직의 검은 천사는 교체되겠군.’
카밀이 회의실 밖으로 완전히 나간 후,
하얀 로브의 신은 손바닥을 펼쳐 보았다.
그의 손바닥 위로 일렁임이 생기더니
신기루처럼 누군가의 검은 잔상이 비추어지기 시작했다.
“역시, 이 ‘아이’를 검은 천사로 데리고 와야 하는데 예언서의 예언대로 방해꾼들이 너무 많아. 그리고···.”
하얀 로브의 신은 다른 손도 펼쳐 보았고
그 손바닥 위에서도 일렁임이 생기면서 누군가의 잔상이 비추어지고 있었다.
“흐음··· 이번에도 흐릿하니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군. 이 ‘뒤틀린 아이’도 하루빨리 찾아서 데려와야 하는데. 대체 어떤 존재가 가려주고 있는 것인지. 70년 전쯤 빛의 사막에서 놓친 이후로는 아무리 해도 영 찾을 수가 없단 말이야.”
하얀 로브의 신은 양 손바닥 위
일렁임 속 두 잔상을 유심히 바라봤다.
“이렇게 놓고 보니 참 재미있어.”
실체가 아닌 잔상임에도 느껴지는
포근한 어둠을 느끼게 해주는 검은 아이.
거칠고 날카로운 빛을 가진 뒤틀린 아이.
“우리에게, 나에게 필요한 두 아이가 어둠과 빛으로 완전 대조를 이루고 있어. 하긴, 그래서 이 둘이 필요한 것일 수도 있겠군.”
‘균형’이라는 이름 하에···.
하얀 로브의 신은 두 존재를 가질 생각에
손에 넣듯이 양 손바닥 위 일렁임을 살며시 쥐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말했다.
“제가 지금 한 말은 못 들은 겁니다. 아시겠죠?”
하얀 로브의 신이 하는 말에
‘침묵의 제약’이 걸린
검은 옷 무리의 우두머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우두머리는 뒷짐 쥔 손 중지에 낀 반지의 보석 부분을 엄지를 교묘히 움직여 일정한 규칙에 맞춰 톡톡 치고 있었다.
―― ― ―― ― ――― ―― ―.
침묵의 제약은 말이나 문자로 남한테 알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기에,
그 허점을 이용해 이런 식으로
우두머리는 검은 옷 조직의 특수 모스부호를 이용해 이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그분’께 은밀히 보고하고 있었다.
또한,
하얀 로브의 신은 이를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하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 꿍꿍이를 숨긴 채,
밤은 깊어갔다.
* * *
그 시각.
어딘가의 어두운 밤바다 위 허공.
바닷바람만이 잔잔히 불고 있던 그곳에 텔레포트 진이 빛을 발하며 생겨나더니
그 안에서 네 존재가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는 툭 떨어졌다.
“·········──!!!”
“·········.”
드래곤 제드마는 높은 하늘 허공에서
눈에 맺힌 눈물방울을 하늘 위로 떨어트리며
빠른 속도로 바다 수면을 향해 떨어지고 있는 가운에 연신 사과하고 있었다.
“으아아아──···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반면에,
당황하며 허둥대는 제드마와는 달리
리아인과 류안, 쇼트는 그냥 각자 다른 자세와 표정을 하고는 자유 비행하듯 유유히 낙하하고 있었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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