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39 화 – 마주하다.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39 화 – 마주하다.
두 명이 서로 마주한 그 순간,
왕궁의 정원에서 보이거나 들리지 않는
두 힘이 충돌했다.
류안의 지켜보는 힘과 워스만의 탐색하는 힘.
“─윽.”
충돌한 힘의 여파는 크지는 않았으나
바로 옆에 있던 리아인은 그 여파를 고스란히 느껴 얕은 신음을 뱉었다.
리아인은 이대로 있으면 안 되는 것을 인지하고 류안을 데리고 빨리 이곳을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권능의 힘을 쓴 것도 아니었는데
전쟁의 신 특유의 압박감이 상당했다.
워스만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졸린 얼굴이나 무표정하게 자신을 보고 있는 류안을 가만히 쳐다봤다.
‘내 탐색하는 힘을 또 튕겨냈어. 정말 재미있는 아이야.’
그리고 시선을 옮겨 리아인을 봤다.
‘저 소년도 평범하지는 않군.’
리아인은 전쟁의 신 워스만의 압박감에 맞서며 한 손에 백금빛 전류 파편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때,
자신을 가로막는 가리는 손이 보이더니
그와 동시에
몸을 옥죄는 듯한 압박감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리아인은 황급히 시선을 움직였다.
전쟁의 신 시선을 가리며 자신 앞에 있는···
얼굴 한쪽을 한 손으로 짚은 채,
졸린 것을 참아가면서 힘겹게 서 있는 류안이 보였다.
그 모습을 워스만은 아주 흥미롭게 봤다.
‘호오~, 가릴 수도 있는 건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워스만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렇게 경계할 것 없어. 연회가 끝날 때까지는 사고 치지 않고 얌전히 있기로 했거든.”
리아인은 그 말이 오히려 꺼림칙했다.
‘연회가 끝날 때까지라고? 그럼, 연회가 끝나면 뭔 짓을 하겠다는 건가?’
“훗─!”
자신의 생각 따위는 안다는 듯한
워스만의 웃음소리에 리아인은 흠칫했다.
“나 때문인지 많이 피곤해 보이는군. 이만 꺼져 줄 테니 경계 그만하고 편히 쉬도록 해.”
그렇게 말한 워스만은 몸을 돌려 왔던 길로 발을 움직이면서
“연회 때 보자.”
여유롭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정원 너머 시야에서 전쟁의 신 워스만의 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자
리아인의 눈앞에 보이는 검은 것이 있었다.
흩날리면서 서서히 아래로 내려앉는 류안의 검고 긴 머리카락.
리아인은 놀라 눈이 커진 채
황급히 앞으로 쓰러지며 주저앉는 류안을 부축했다.
풀썩─!
류안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은 겨우 막았지만
압박감에 긴장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굳은 몸이 풀리지 않은 리아인 역시 같이 주저앉았다.
“·········.”
행여 류안이 들을까
리아인이 조용히 거친 숨을 쉬며 자신을 진정시키고 있는 그때.
“······잘 게.”
품 안에서 기운 없는 류안의 목소리가 낮게 들렸다.
워스만의 피곤해 보인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었음을 새삼 알게 됐다.
“···어, 걱정하지 말고 자.”
리아인은 울컥 올라오는 것을 참기 위해 고개를 들고는 어금니를 꽉 물었다.
-크크크··· 그렇게 해서 지킬 수 있겠어? ···하기 싫으면 간수 잘해야 할 텐데 이를 어째.
또다시 들리는 심연의 신경 긁는 목소리에
리아인은 어금니를 더 세게 물었다.
* * *
레이쉴은 손으로 미간을 세게 잡고 있었다.
레이쉴은 듀아 왕국에 초대되어 온 신들과 아이들에 대해 논의할까 찾아왔다가,
잠든 류안을 어깨 쪽에 업은 채
어두운 표정으로 오는 리아인과 마주했고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인지했다.
“정원 구경하고 오겠다더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
자신의 물음에 대답 없는 리아인의 모습에
레이쉴은 옅은 한숨과 함께 나중에 다시 오는 것이 낫겠다 싶어 발을 돌리려던 중.
대답이 들려왔다.
“류안이··· 국왕 네가 원하는 것을 알아보고 있었어.”
그 말에 레이쉴은 발을 멈추고 움찔했다.
감정이 격해지면 존대어 따윈 발로 차버리는 리아인을 알고 있었기에 신경 쓰지 않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
그것은 이 왕국 듀아에 모인 신들에 관한 정보를 알아보는 것.
류안을 조심히 침대에 누이고 바닥에 앉은 리아인은 무표정한 얼굴로 시선은 류안한테 고정한 채,
팔만 움직여 레이쉴한테 수첩을 건넸다.
“···이게 뭐지?”
“거기에 네가 원하는 것들이 있어.”
레이쉴은 눈이 커진 상태로 라아인이 건넨 수첩을 받아 적혀 있는 내용을 찬찬히 살펴봤다.
그의 커진 눈이 더 커졌다.
이곳 듀아 왕국에 초대되어 온
각 왕국의 수호신들 권능과 이름.
그리고 신의 아이들 이름.
간략하지만 핵심인 정보들.
이 정보만으로도 그들에 관한 조사가 한결 수월해질 수 있었다.
‘······하페 왕국 2명. 융통의 신 도다, 아이 1명 투드. 만남의 신 요제이, 아이 1명 후나히··· 듀아 왕국······!!!.’
신들과 아이들의 정보를 머릿속에 새기며 조용히 읽어내려가던 레이쉴은 마지막에 있는
듀아 왕국의 수호신에 관한 것을 보고 기가 막혔다.
전쟁의 신 워스만.
레이쉴은 수첩에서 시선을 떼고는 잠들어 있는 류안을 봤다.
이제는 놀라는 것도 실례일 정도로
류안의 보는 힘은 대단했다.
거기에 류안의 지켜보는 힘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힘이기에 웬만한 신들도 인지하지 못 했을 것이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보 수집 능력.
그건 그렇고
보는 힘을 사용하거나 부속적인 힘을 사용하고 잠드는 것은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텐데···
무표정하면서 경직된 리아인의 표정은 심상치가 않았다.
“······마주쳤어.”
“뭐? 누구와?”
“전쟁의 신과 정원에서 마주쳤어.”
“뭐라고? 류안이 잠든 이유가 그 신과 관련이 있다는 건가?”
레이쉴의 목소리는 침착한 듯했지만,
긴장과 떨림이 숨겨져 있었다.
“그 신의··· 권능의 힘에 휩쓸리기라도 했나?”
레이쉴의 말에 리아인의 표정은 어두워질 뿐 아무 말이 없었다.
대답은 다른 곳에서 들렸다.
“그런···거 아냐.”
“───!!!”
리아인은 황급히 대답의 주인인 류안의 상태를 살펴봤다.
“류안··· 일어나도 되는 거야?”
류안은 졸린 얼굴로 일어나 침대맡에 기대며 앉았다.
“···응, 지켜보는 힘과 탐색하는 힘이 잠깐 충돌하기는 했지만 괜찮아. ···보는 것을 집중해서 졸린 것을 참았던 게 한꺼번에 몰려와서 그랬을 뿐이야.”
류안은 잠을 깨려는 듯
양손으로 얼굴에 마른 세수를 했다.
그 모습에 레이쉴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류안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지만,
졸음을 참아야 할 만큼
경계해야 했던 긴박한 상황이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탐색하는 힘이라고···?”
“응, 우리 쪽은 아니어도, 초대한 왕국의 수호신에 관한 것이나 그 밖에 대부분 거의 다 파악했을 거야.”
“하─! 방에 숨어있던 감시자는 눈 속임수용이었군.”
레이쉴은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미간을 세게 잡았다.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되겠어.”
“···쇼트.”
“응?”
갑자기 왜 쇼트 이름이 나오는지 의아해진 리아인, 레이쉴은 류안의 시선에 따라 테라스 창문 쪽을 봤다.
달캉 하는 소리와 함께
테라스 창문이 혼자 열리는 듯하더니
은신을 풀고 백발에서 짙은 갈색 머리카락으로 변하는 쇼트의 모습이 보였다.
“어···? 무슨 일··· 있었습니까?”
무거운 방 분위기.
표정이 안 좋은 리아인과 국왕 레이쉴.
졸린 얼굴의 류안.
“어··· 류안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쇼트의 얼굴이 굳어져 갔다.
“걱정할 일이 아니니 전정하게. 내가 부탁한 일은 잘하고 온 것인가?”
“아, 네. 하고 왔습니다.”
쇼트는 소파에 앉은 레이쉴을 보며 자신이 조사해 온 것들을 보고했다.
이곳 듀아 왕국에서 일어난 실종사건.
레쉬아 왕국에서의 실종사건과 유사하며
검은 옷 조직의 사냥꾼이 이곳에서도 돌연변이 사냥을 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은밀히 조력하는 신이 몇몇 있었다는 것과
그 외에 여러 가지 검은 옷의 조직에 관한 보고였다.
레이쉴은 쇼트의 보고에 이상한 점이 느껴졌다.
“이상한데···.”
“네, 이상합니다.”
쇼트도 역시 이상한 점을 느꼈다.
“검은 옷 조직에 관한 정보를 일부러 흘린 것처럼 너무 쉽게 정보를 모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모은 정보에 거짓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왕국에서도 검은······.”
쇼트는 말을 멈추고 한쪽을 응시했다.
레이쉴도 쇼트의 시선이 간 쪽을 바라보자
침대맡에 기댄 채 다시 잠들어 있는 류안이 보였다.
레이쉴은 소파에서 조용히 일어났다.
“나머지는 내 방으로 가서 마저 듣도록 하겠네.”
쇼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레이쉴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쇼트가 조용히 조심히 나가며 방문을 닫은 후,
방 안에는 고요함만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리아인의 머릿속 심연의 목소리가 더 또렷하게 들려왔다.
-너의 신은 신[神]으로서 점점 진가를 발휘하는데 넌 이대로 있어도 되겠어? 이러다 걸림돌만 되는 것 아냐?
심연의 목소리는 무시한 채
류안을 제대로 눕히던 리아인은 인상이 구겨졌다.
-심연 밑에 묻어 둔 것, 목소리뿐만 아니잖아. 다시 받아 드ㄹ···.
거슬리는 소리에 마음을 다스리던 중,
심연의 목소리가 뚝 끊겼다.
그리고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이 느껴졌다.
리아인은 자신의 머리를 잠깐 쓰다듬고 떨어지는 손을 따라 시선이 움직였고
일순 미간이 구겨졌다가 펴지는 류안의 얼굴이 보였다.
리아인은 한 가지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망할 누군가가 자신을 이곳 세계로 끌고 왔기 때문이긴 하지만···.
류안은 나 때문에···
날 찾아 이곳 세계에 왔다.
그러니 내가 책임지고 지켜야 한다.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게 해야 한다.
리아인은 양손을 펴 가만히 쳐다봤다.
조금씩 모이고 있는 백금빛 전류 파편들이 보였다.
그런 자신의 힘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이대로는 안 된다.
리아인은 뭔가를 결심한 듯이
눈을 질끈 감으며 양손을 세게 주먹 쥐었다.
* * *
듀아 왕국의 왕궁, 야외 연회장.
하늘에 구름이 어렴풋이 끼어 흐릿했으나
색색의 꽃들과 멋들어진 조각품들
그 조각품 못지않은 토피어리 조경들로 화려함과 웅장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곳에 초대된 각 왕국의 수호신들과 아이들이 하나둘 연회장으로 들어서고 있었으며
레쉬아 왕국의 국왕 레이쉴, 신의 대리인으로 온 리아인과 류안도 연회장에 들어왔다.
왕국 중 처음으로 수호신을 내세운 왕국이라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고
그 시선 집중에 세 명의 외모도 한몫했다.
선명한 적색, 밝은 갈색, 깊은 흑색.
서로 대비되는 색들이 조화를 이루어 절로 시선을 끌어모았다.
그런 가운데
야외 연회장에 온 모두는 왕실 시종들의 안내를 받으며
화려하게 조각된 대형분수를 중심으로
각가지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음식, 향긋한 차와 달콤한 다과로 채워져 있는 U자 형태로 마련되어있는 각자의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웅성. 웅성. 웅성···.
곳곳에서 견제성 수군거림이 들리기 시작했다.
“처음 수호신을 내세운 왕국도 초대되었다기에 보려고 왔는데, 정작 그 수호신은 오지도 않았군.”
“신의 대리인이라니··· 그래도 나름대로 무언가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그냥 어린 소년들이잖아.”
“무슨 꿍꿍이지?”
“쯧쯧, 신의 아이라도 데려올 것이지.”
“수호신의 저력을 숨기고 싶은 것은 이해하지만, 저러면 오히려 얕보이지 않나?”
“어린 것들이 불쌍하게 이리저리 시달리겠어.”
수군거림과 웅성거림은 대부분 레쉬아 왕국에 관한 것으로 야외 연회장에 안을 가득 채울 때,
그것을 순식간에 조용히 만드는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듀아 왕국의 1 왕자 다미엔과
건장한 체격의 검붉은 갑옷과 투구로 무장한
전쟁의 신 워스만.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그 위압감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레이쉴은 워스만의 위압감을 느끼고는
리아인과 류안을 봤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경계하며 긴장하고 있는 리아인과
무덤덤한 얼굴의 류안.
‘류안은 이런 위압감을 가진 신과 마주했다는 것인가?’
말로만 들었을 때와
실제로 보고 느꼈을 때의 그 차이는 어마어마했다.
‘류안이 신이라는 것은 들키지 않은 것 같긴 하나, 위험했어.’
레이쉴의 눈에 류안의 미간이 얕게 구겨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레이쉴은 무덤덤하던 류안이 평소와 다른 모습에 더욱 긴장하고 있었지만,
류안은 머릿속 ‘방’에 더부살이 중인 ‘---’의 사념체가 생난리 부리며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바람에 미간을 살짝 구긴 것이었다.
-자네 기선제압 하게! ‘---’의 사념체로서 ‘---’의 기운을 쓰는 것을 허락, 아니지 자네는 이미 쓸 자격이 있으니 맘껏 쓰게!!
사념체는 흥분한 듯이 목소리가 점점 격해지고 있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 되네! 자네를 얕보지 못하도록 기선제압을 해야 하네!
마지막 말은 특히 힘주어 강조했다.
-기.선.제.압─!!!
류안이 시끄러운 사념체의 말은 무시하고 흘려보내던 중,
듀아 왕국의 1 왕자 다미엔의 인사말이 들려왔다.
“먼저 초대에 응해주신 각 왕국의 수호신님들과 아이이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다미엔은 정중한 자세로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말을 이었다.
“서로 이웃인 왕국 간의 친목을 다지는 의미로 마련한 연회이니 편안히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인사말을 마친 다미엔은 왕실 악단[樂團]을 보며 손짓을 하고는 자신의 자리에 가서 앉았다.
워스만도 그 옆자리에 앉았다.
야외 연회장에는 악단이 연주하는 잔잔한 분위기의 음악이 흘렀다.
그와 동시에
신들의 견제성 기운도 흐르기 시작했다.
저력을 숨기기 위해 권능의 기운은 숨겼으나
서로 얕보이지 않게 신으로서의 기운을 날카롭게 풍기고 있었다.
그러면서 웃긴 것이
그 기운들은 전쟁의 신 워스만한테로는 흘러가지 않고 있으면서
대부분은 레쉬아 왕국의 신의 대리인 류안과 리아인한테로 거칠게 향하고 있었다.
마치, 잡아먹기라도 할 듯이.
류안은 리아인, 레이쉴을 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기선제압을 하면 좋은 거야?”
신의 기운을 느낀 리아인, 레이쉴은 거의 동시에 답했다.
“당연히 하면 좋지!”
“하면 좋지만 어떻게 하려고···?”
둘은 류안이 신이라는 것을 감추고 어떻게 기선제압을 하려나 의문이 들던 중,
퍼뜩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류안의 부속적인 힘.
권능이 아닌 부속적인 힘이기에 잘만하면 신이라는 것을 들키지 않을 수 있었고
그 힘은 신의 기운을 눌러버리기에 너무나 충분했다.
류안의 ‘방’에 있는 ‘---’의 사념체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 잘 생각했네. 내가 적극 보조를 해 줄 ㅌ··· 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에
‘---’의 사념체가 어벙한 소리를 내는 사이.
류안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
옅은 청회색의 눈동자.
그로부터 풍기는 기운은 이제껏 미미하게 느껴졌던 기운과는 달랐다.
류안이 ‘---’의 힘에
부속적인 힘인 신을 죽이는 힘을 더한 기운.
그 기운은 신들한테로만 향해 흘러갔으며
결코, 길지 않은 찰나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연회장에 있는 일반 사람들은 인지 못 한,
신들만이 그 기운에 공포를 느꼈고
그 기운의 시점[始點]인 류안한테로 시선이 모였다.
하지만 찰나였기에
류안한테서는 더 이상 그 어떤 힘도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얼떨떨한 표정의 신들
그런 신들을 의아함과 걱정으로 보는 아이들.
그리고
역시 얼떨떨해하며 어, 어, 거리고 있는 류안의 ‘방’에 더부살이 중인 ‘---’의 사념체.
류안은 그런 모습의 신들을 보며
여유롭게 차를 마셨다.
신들은 자신들이 하던 기 싸움이 장난스럽고 하찮게 느껴졌고···
그로 인해 기 싸움을 멈춘 신들은 뻘쭘함에 조용히 연회에 집중했다.
리아인, 레이쉴은 그 기운을 인지하지 못 했으나,
주변의 분위기를 보아 류안이 뭔가 제대로 기선제압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둘은 그 분위기에 흡족해하며 연회를 즐겼다.
그런 가운데
그 찰나의 기운을 느끼고 흥미가 생긴 신.
갑옷의 투구에 가려져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전쟁의 신 워스만의 입꼬리가 기분 좋게 올라가 있었다.
그렇게 연회가 무르익어가고
하늘에는 석양의 붉은색으로 채워지던 무렵.
류안은 유독 한 곳을 보고 있었다.
리아인은 야외 연회장 중앙에 있는 대형분수를 보고 있는 류안을 보면서 혹시나 해서 속삭이듯 물었다.
“왜? 뭐가 있어?”
“차원의 틈? 아닌데······.”
류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뒤틀린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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