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85 화 – 하얀 성전[聖殿].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85 화 – 하얀 성전[聖殿].
하늘에서 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다.
레쉬아 왕국의 북쪽 국경 너머
그 어느 왕국에도 소속되지 않은 중립지역
그곳에 있는 높은 설산[雪山].
그 설산의 중턱을
리아인과 류안 그리고 루카테르가 두툼한 옷을 입고 하얀 입김을 내쉬며 오르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눈앞에
하얀 눈처럼 새하얀 빛의 성전[聖殿]이 모습을 보였다.
“류안.”
루카테르가 류안을 불렀다.
“기생 마수한테 단단히 일러두었지? 이곳에서는 절대 만에 하나라도 날개를 펼치는 실수를 하면 안 돼.”
루카테르의 당부에
머리카락을 하얗게 염색한 류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빛의 성전[聖殿].
특정 ‘신[神]’을 모시는 것이 아닌
‘빛’을 섬기는 성전[聖殿].
그렇기에 이곳 성전[聖殿]의 성관[聖官]들은
빛의 반대인 어둠을 배척했고
어둠의 색인 검은색을 극히 싫어했다.
이런 이유로
긴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류안은 성관[聖官]들의 기피 대상이라 머리카락을 하얗게 염색한 것이었으며,
염색되지 않는 기생 마수의 검은 날개는 행여나 들키지 않게 주의해야 했다.
추위를 막아줄 두툼한 옷을 입고
번거롭게? 염색까지 하며
류안과 리아인, 루카테르가 이곳에 온 이유.
이 빛의 성전[聖殿]에 하얀 창이 있기 때문이었다.
빛의 성전[聖殿] 기록에 따르면
┌─────···∴∵∴···─────┐
어둠이 빛을 삼킨 어느 날.
하늘에서 하얀 빛줄기가 내려와
어둠을 사라지게 했으며
빛줄기는 곧
한 자루의 하얀 창이 되었다.
└─────···∵∴∵···─────┘
라고 되어 있었다.
이제까지 류안이 습득해 온 하얀 창이,
차원의 틈.
입구가 숨겨져 있던 버려진 신전.
검은 호수 아래.
이렇게 찾기 쉽지 않은 곳에 있었던 방면,
이곳의 하얀 창은 기록이 있을 정도로
대외적으로 드러나 있는데도
검은 옷 조직에서는 이곳의 하얀 창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검은 옷 조직은 손 놓고 있지 않았으며
하얀 창을 노리고 이 빛의 성전[聖殿]을 몇 번 공격하러 왔었지만···
전부 실패했다.
빛은 어둠을 사라지게 한다는 강한 신념.
이 ‘믿음의 힘’ 때문인지
성전[聖殿] 안 하얀 창의 힘이 작용한 건지
어두운 기운의 뒤틀림은
성전[聖殿]의 안쪽은 물론, 주변 일정 범위 내에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그러한 이유로
뒤틀린 기운이 응집되어 만들어진 투명한 돌이 박힌 검은 옷 조직의 하얀 창은
무용지물이었다.
또한,
투명한 돌을 이식한 마수들이나 키메라들도
이 성전[聖殿]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오로지 순수한 자연의 힘만이 허용되었다.
그런 성전[聖殿] 출입구 앞에서
시간은 흐르고
하늘에서 내리던 눈도 잦아들던 그때.
끼이이익───.
성전[聖殿]의 하얀 문이 열리더니,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새하얀 복장을 하고 눈까지 하얀 천으로 가린 성관[聖官]이
리아인과 류안, 루카테르를 맞이했다.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허나, 환영한다는 말과는 다르게
성관[聖官]의 말투에는 떨떠름함이 있었고
후원금만 아니었으면 절대 들여보내지 않았을 거라는 아우라를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참고로 거액의 후원금은
헨즈 공작 가문에서 지원해준 것이었다.
성관[聖官]의 안내에 따라 성전[聖殿] 출입구 문을 지나 안으로 몇 걸음 들어간
리아인, 루카테르는 순간 눈을 찡그렸다.
건물도 사람들도 온통 새하얗다 보니
눈이 부셨다.
시력 나빠지기 딱 좋은 환경으로
그래서인지
성전[聖殿] 안 성관[聖官]들은 모두 망사 같은 하얀 천을 눈에 두르고 있었다.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조금만 자세히 보면 천 안쪽에는 얇은 검은 막이 둘러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모습이 아이러니하고 웃겼다.
어둠을 배척하면서
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은은한 어둠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
그리고, 신기한 것이
새하얀 눈부심에 눈이 멀 것 같은 이곳에서
류안은 아무렇지 않게 성전[聖殿] 안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러던 류안이 눈부심에 눈을 잔뜩 찡그리고 있는 리아인, 루카테르를 보더니
보는 것을 가리는 빛을 거두는 것처럼
그 둘의 바로 눈앞을 스쳐 지나가듯 손을 좌에서 우로 움직였다.
그 손짓과 함께
리아인, 루카테르는 눈에 그림자가 드리워진 듯이 눈부심이 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
리아인, 루카테르는 말없이 류안을 바라봤고
그런 그들을
앞에서 안내해주고 있는 성관[聖官]도 묘한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걸음 옮겨
창문 하나 없는 하얀 긴 복도를 지나 도착한 곳.
거대하고 새하얀 문이 그들 앞에 보였으며
문 중앙에서 외곽 쪽으로 뻗어 나가는 태양 빛을 현상한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성관[聖官]이 문에 달린 장치를 눌렀다.
드르륵──···.
잠금장치의 톱니바퀴가 풀리면서
여닫이가 아닌 미닫이문이 양옆으로 열리며
드넓은 공간이 드러났다.
그와 함께
가장 안쪽 성단[聖壇] 위 허공에 빛에 둘러싸인 채 세로로 서 있는 긴 형체가 보였다.
하얀 창이었다.
그런데
류안은 그것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뭔가 이상해?”
리아인이 소곤거리며 물었고
진짜 하얀 창이었다면 말릴 새도 없이 류안이 성단[聖壇] 쪽으로 가고도 남았을 텐데
고개만 갸웃하는 것을 보고는 짐작할 수 있었다.
“하얀 창이 아니야?”
“신기루? 잔상?”
리아인이 재차 소곤거리며 물어보는 말에
류안은 다시 갸웃거리며 답을 했고,
“진짜가 있긴 한데,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 있는 것인가 보군. 눈앞의 저것은 그것의 영상이고.”
루카테르가 추측한 것을 조용히 말했다.
“흐음─···.”
류안은 성단[聖壇]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부술까?”
“!!!!!”
“이, 일단은 참아!”
리아인은 다급히 말리는 동시에
문 쪽에 대기하고 있는 성관[聖官]을 봤다.
성관[聖官]은 아무 말도 못 들은 것인지 무표정하게 가만히 서 있었다.
솔직히 리아인도 온통 새하얀 이곳이
악몽과도 같았던··· 짜증 나고 치가 떨리는 그때의 일을 떠올리게 하고 있어서
부수고 싶은 맘이 불쑥불쑥 피어올랐지만,
중립지역이며 치외법권 구역이라 일을 크게 만들지 않기 위해 인내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성관[聖官]이 힐끗 류안의 긴 하얀 머리카락을 보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고
리아인은 일순 얼굴이 구겨졌다.
류안은 리아인의 표정을 보고는
자신이 한 말 때문에 그런 것인가 오해해
알겠다는, 부수지 않겠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기시감인가?’
류안은 전에도 뒤엎을까 했을 때,
누군가 말린 적이 있지 않나 싶었지만
중요한 것이 아니니 기억에서 지운 것이라 여기고 밖으로 나가기 위해 발을 움직였다.
리아인, 루카테르는 안도하며 뒤를 따라 나갔다.
조용한 복도를 지나고
성전[聖殿] 출입구에 다다르고 있을 즈음,
밖이 소란스러운 것이 보였다.
“이야─, 타이밍 한번 죽여주네.”
루카테르가 반갑지 않은 탄성을 내뱉었다.
검은 옷 조직의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조직의 무리는 성전[聖殿]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곳에 자리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내리던 눈도 그친 상태에서
온통 새하얀 곳에 검은 것들이 뭉쳐 있으니
아주 그냥 눈에 띄어도 너무 잘 띄었다.
“저것들은 왜 맨날 우리 뒤꽁무니를 쫓아와서 저러는 있는 것인지.”
리아인은 검은 옷 무리를 한심하게 보다가
류안을 바라봤다.
‘···류안이 뭔가 알고 한발 앞서 나서는 건가?’
그러나, 리아인의 이런 생각과는 다르게
단순한 우연이었을 뿐.
류안도 질린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냥 돌아갈까?”
-!!!!!
류안의 말에 크게 반응한 존재가 있었으니,
-자네,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하얀 창을 챙겨야 하지 않겠나? 저··· 저 검은 옷의 녀석들이 가져가게 해서는 절대 안 되네!!
류안의 ‘방’에 더부살이 중인
심판자의 사념체가 오랜만에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하얀 창 나름 도움이 되지 않았나? 이번 마지막 하얀 창도 자네한테 도움 될 걸세.
머릿속에서 안절부절못하는 사념체 목소리에
류안은 (-_-) 이런 표정을 지었다.
‘귀찮은데···.’
-마지막 하얀 창일세···.
류안의 생각을 짐작한
심판자의 사념체는 마지막 창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울먹일 듯, 애원하듯 말하고 있었다.
“하-아─···. 나, 창··· 찾으러 갔다 올게.”
“어? 응.”
리아인은 터덜거리며 성전[聖殿] 안이 아닌 어딘가로 향하는 류안의 뒷모습을 본 후,
시선을 돌려 검은 옷 무리를 보다가
루카테르를 힐끗 봤다.
“어쩔래?”
루카테르는 난감하다는 듯 볼을 긁적이며 말했고,
“일단은··· 지켜봐야 하겠지.”
리아인은 답하면서
손에 백금빛 전류 파편들을 모아봤다.
뒤틀리면서 생긴 힘이라 그런 것인지
평소의 1/10도 안 되는 양이 겨우 모이고 있었다.
루카테르도 원래의 힘 그대로 쓸 수 없음과
빛을 이용한 힘이기에 그나마 쓸 수 있다는 것도 인지했다.
검은 옷 조직의 무리도 이 빛의 성전[聖殿]에서는 뒤틀림과 하얀 창을 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거리를 두고 자리해 있는 것이며,
바로 공격해 오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대비도 없이 무턱대고 온 것은 아닐 터,
리아인, 루카테르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침입자가 있는데,
안내하던 성관[聖官]은 어디론가 가서 숨은 것인지 모습이 안보인지 오래였고
시끌시끌했던 좀 전과는 달리 다른 성관[聖官]들도 코빼기 보이지 않고 조용했다.
‘성전[聖殿]의 특이한 힘을 믿고 가만히 있는 건가? 아니면··· 우리가 처리해 주길 바라는 것인가?’
전자인 경우도 맘에 안 들지만,
후자인 경우라면 욕부터 나올 상황에 짜증이 훅 올라왔다.
‘젠장, 그냥 류안이 창 찾아올 때까지 다 가만히 있어라. 아무런 짓도 하지 마!’
리아인은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고
류안이 돌아오면 루카테르의 텔레포트를 이용해 냅다 튈 생각이었다.
텔레포트가 안되면 폴리모프를 푼 드래곤 루카테르의 날개로 날아서라도 가면 되는 것.
이 성전[聖殿]이 어떻게 되든 알 바 없었으니까.
허나,
그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검은 옷 무리 뒤쪽의 마법사들이 대형상자에서 한 아름씩 꺼내는 것이 있었으니
대량의 마정석 이었다.
투명한 돌의 존재가 워낙 크다 보니 잊힌,
힘의 근원이 담긴 ‘마정석’.
우우웅──···.
대량의 마정석이 빛을 발하면서
검은 옷 무리의 힘이 증폭되는 것이 느껴졌다.
리아인, 루카테르도 각자의 아공간에 마정석과 마석이 있기는 했지만
검은 옷 무리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해
이용하나 마나였다.
콰광─!!!
“와-씨!!!”
마정석이 완전히 발동되자
검은 옷 무리는 마법 탄환을 쏘며 공격했고
명색이 드래곤인 루카테르가 방어막을 펼쳐 공격을 막아내긴 했다.
찌릿.
루카테르는 손끝에 저림을 느꼈다.
“칫, 역시 힘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불만을 내뱉는 루카테르 옆에서
리아인은 이때를 대비한 것은 아니지만
혹시나 해서 쌍둥이 제우한테서 얻은 활을 꺼내 들었다.
지금 모을 수 있는 전류 파편으로는
대형 혹은 다량의 전류 줄기를 만들어 적을 공격하기에는 한참이 모자란 상태로
겨우 화살 같은 형태를 만들 수 있었다.
끼릭── 파앙!
리아인은 백금빛 전류 화살을 활줄에 걸은 뒤 적을 향해 쏘았다.
하지만
전류 화살은 검은 옷 무리의 마법사들이 펼친 방어막에 부딪혀 허무하게 부서지며 사라졌다.
“젠장.”
리아인의 양 겉눈썹이 찡그려졌다.
그나마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마정석을 이용하고 있지만
검은 옷 무리의 공격이 빠르게 연계되지는 않고 있었다.
그러나, 보였다.
작은 마법 탄환을 이용해 깔짝깔짝 공격하며
큰 한 방의 공격을 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이.
대체 저 커다란 마법 대포는 어디에 숨겨놨다가 꺼내온 것인지 의문이 일 정도로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했고
검은 옷 무리의 마법사들이 이미 거대한 마정석이 받침으로 있는 대포에 마정석을 추가로 꼼꼼히 설치하고 있었다.
시간은 흘러가고
제대로 된 공격은 하지도 못한 채,
방어만 겨우겨우 하면서 짜증과 긴장감은 고조되어 가고 있는 와중에
검은 옷 무리의 마법 대포에는 마정석이 빛을 발하며 점점 마나의 에너지가 모여드는 것이 보였다.
구우우우우─우────······.
쿠르르릉──.
그와 함께 천둥이 울리며
하늘에는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지고 있었다.
그러나
빛의 성전[聖殿]이라는 명칭답게
성전[聖殿] 자체에서 발하는 하얀 빛에 주변은 어두워지지 않고 여전히 환했다.
“아이고, 기분도 안 좋은데 날씨까지 안 좋아지네. 이러다 비까지 오면 이건 뭐, 아주 그냥 기분이 ㅈ같아 지겠구먼.”
“!!!!!”
습기가 가득해진 공기에
루카테르가 하늘을 보며 툴툴거렸고
그 소리에 하늘을 본 리아인은 번뜩이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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