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87 화 – 다시 온 타지헤 왕국.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187 화 – 다시 온 타지헤 왕국.
타지헤 왕국의 국경 지역.
그곳에는
중년을 넘어 노년을 향하고 있는
타지헤 국왕 ‘티테아’가
곧 도착할 국빈을 맞이하기 위해 호위기사들과 함께 와 있었다.
파아아아──.
아무것도 없는 공터에서 빛을 발하며
대형 텔레포트 진이 나타났고
그 안에서 한두 명씩 차례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어서 오시게.”
“레쉬아의 젊은 국왕 레이쉴 에피아.”
“환영하네.”
타지헤 국왕 티테아는 양팔을 넓게 펼치며
레쉬아 국왕 레이쉴을 아주 반가이 맞이했고
함께 온 벨드라엔과 쌍둥이도 맞이했다.
“레쉬아 왕국의 수호신과 아이들을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이군.”
그런 후,
동행한 듀아 왕국의 1 왕자 다미엔과
수호신 워스만한테도 악수를 권하며 인사를 했고
스체스 왕국의 수호자 뮤리나한테는 악수 없이 인사를 했다.
차별적인 인사에 어이가 없었으나,
내색은 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티테아 국왕은 슬쩍 눈동자를 굴리며 살펴보았다.
그 둘이 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그런 그의 눈에
하품하는 류안과 그 옆에 있는 리아인의 모습이 들어왔고
티테아 국왕의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갔다.
“자-, 여기서 멀뚱히 서 있지 말고.”
“어서 마차로 오르시게 갈 길이 머네.”
“마차로 이동하는 건가?”
레이쉴의 말에
티테아 국왕의 한쪽 눈썹이 들썩였다.
자신보다 어린 국왕의 말투가 신경에 거슬린 것이었다.
그러나,
동등한 국왕의 위치. 아니,
레이쉴은 자신보다 아래의 위치라 할 수 있는
패전국의 국왕한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존칭을 해줄 이유가 전혀 없었다.
동등한 국왕으로서 대해주는 것도
레이쉴의 입장에서는
많이 배려해 준 것이었다.
“수도까지의 거리가 꽤 될 텐데.”
“마차로 이동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지 않나?”
티테아 국왕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좋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당연히 수도까지 마차로 이동하려는 것은 아니네.”
“자세한 것은 가면서 자연히 알게 될 터.”
“어서 마차에 오르게.”
티테아 국왕은 넉살 좋게
레이쉴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왕실 마차로 끌고 가다시피 안내하면서
다미엔을 보고 손짓했다.
“자네도 어서 오게나.”
그렇게
타지헤 왕국의 국왕 티테아,
레쉬아 왕국의 국왕 레이쉴,
듀아 왕국의 1 왕자 다미엔이 한 마차에 올랐다.
다른 마차에는
벨드라엔과 쌍둥이, 워스만이 탑승했고,
리아인과 류안,
스체스 왕국의 수호자 뮤리나는
또 다른 마차에 승차했다.
* * *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마차들은 국경 인근 마을을 천천히 지나가고 있었다.
마을은 빈민 마을인지
건물들은 모두 허름하게 낡은 상태였고
시민들의 얼굴이나 몸 상태도 좋다고 빈말을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런 시민들이
마차가 지나가는 길가에 모여
손을 흔들어 보이며 밝은 표정으로
국빈들이 탄 마차를 환영해주고 있었다.
레이쉴은 마차 창문을 통해
타지헤 시민들을 무표정으로 말없이 보고 있었다.
“허허, 국빈이 방문한다고 다들 이렇게 환영해주고 있으니, 참 보기 좋고 대견스럽지 않은가?”
티테아 국왕도 마차 창문으로
손을 흔드는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그러면서 가시를 품은 말을 덧붙였다.
“무역이 끊기고 경제가 어려워져 다들 힘든 상태인데도 말이야.”
그 말에
레이쉴은 시선을 돌려
티테아 국왕을 무심히 봤다.
“···구호 활동으로 어찌어찌 버티고 있지만.”
“위태로운 상황이지.”
티테아 국왕의 얼굴에는 씁쓸함과 함께
안쓰러운 표정을 하다가
레이쉴한테로 고개를 돌리더니
기쁨을 드러내면서 표정을 환하게 지었다.
“하지만, 자네가 이렇게 와주었으니.”
“이젠 숨통을 틔우고, 저들의 삶도 회복될 수 있을 테니 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네.”
티테아 국왕은 과하게 밝게 웃는 모습에
레이쉴은 굳이 마차를 타고
이 마을을 지나가는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는 부담감을 주어
무역을 재개하게 하려는 꼼수인 것을.
그리고, 이 꼼수는
타지헤 왕국에서 검은 옷 조직이 벌이려 하는 짓을 가리기 위한 거라는 것을.
“···시민들을 위해서라도 이번 일 잘 해결을 해야겠군요.”
타지헤 왕국 시민들의 상태를 보면서
어두워진 표정을 한 다미엔의 말에
티테아 국왕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지, 그러니 잘 부탁하네.”
그 미소는 결코 시민들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제물로서 말이야.’
그렇게 곁으로는 국왕들과 왕자의 보편적인 대화가 흐르고 있었고,
다른 마차에 있는
벨드라엔과 쌍둥이, 워스만도 마을 상태를 보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마을에 둘려진 마법진의 기운을 보고 있었다.
워스만은 손가락을 튕기며
마차 안에 영역을 펼치는 동시에
쌍둥이 네우도 방음용 막을 펼쳤다.
“어떤 것 같나?”
“···엄청 나네요.”
워스만의 물음에 네우가 답했다.
“이런 어마어마한 대형 마법진은 최상위 마법사들이 힘을 모은다 해도 형성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마을에서 본 것은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상당한 수준 이상··· 아니,
신이어야 가능할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호오-, 그렇군요.”
워스만의 옆자리에 은신하고 있던
드래곤 수장 카르티아가 모습을 보이며 말했다.
“신이란 것들이 뭐가 아쉬워 이런 짓까지 벌이는 것인지···.”
불쾌감을 드러내며 말하던 카르티아는
말끝을 흐렸다.
“동감이니까.”
“그렇게 눈치 볼 것 없어.”
워스만의 말에
벨드라엔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말에
카르티아는 장난기 어린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음- 그럼.”
“신들 욕 좀 해도 되겠습니까?”
“그건 참아.”
워스만이 한 손을 들어 보이며
단호히 막았다.
“나한테 하는 욕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도 들으면 기분 나쁠 것 같으니.”
“할 거면 당사자들 앞에서 당당히 실컷 해.”
“알겠습니다.”
드래곤 수장은 더 짙게 미소지었고
워스만은 그 미소를 담담히 보며 말했다.
“그쪽은 준비 잘되고 있는 건가?”
“물론이죠.”
“루카테르가 잘하고 있습니다.”
“걸핏하면 농땡이를 치면서 사건, 사고 일으키던 녀석이 아주 듬직해졌습니다.”
드래곤 수장은 빈말이 아니라
정말 흡족해하면서
차기 수장 자리에 앉혀도 될 정도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리고
리아인과 류안, 뮤리나가 있는 마차.
류안은 리아인의 어깨에 기댄 채
잠이 들어 있었고
리아인은 조용히 마차 창밖만 볼 뿐이었으며
뮤리나는 그런 둘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마차 안은 그냥 침묵만이 흘렀다.
그렇게
마차들은 국경 인근 마을을 지난 후,
작은 숲을 지나고
돌산으로 이루어진 곳에 도착했다.
그 돌산 입구 쪽에
마차도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대형 텔레포트 포털이 준비되어 있었다.
타지헤 왕궁으로 통하는 직속 포털이었다.
마차들 맨 앞에서 호위하던 기사단장이
말을 탄 채로 포털에 다가가 마법진이 새겨진 열쇠를 포털 틀에 있는 열쇠 구멍에 끼우고는 돌렸다.
끼릭- 달칵-!
우우우우──웅.
텔레포트 포털 받침 가장자리에 있는 마정석들이 울리면서 밝게 푸른 빛을 발했고
아무것도 없이 텅 빈 포털 중앙 허공에
빛이 모이며 회전하더니
포털이 열렸다.
열린 포털 안으로
마차들은 차례대로 거침없이 들어갔으며
그 뒤로 호위기사들이 들어갔고
마지막으로 기사단장이 들어간 후,
포털 중앙은 다시 회전하면서 스르륵 사라지며 빈 허공만이 자리했다.
* * *
“그럼, 오늘 하루는 편히 쉬십시오.”
타지헤 왕궁의 왕실 시종장과 시종들의 안내에 따라 국빈으로 온 이들은 각각 방으로 들어갔다.
패전국이고
무역이 막혀 경제가 어렵다고 하나,
대륙 중심에 자리한 것을 자랑으로 여기며
한때, 위세를 떨쳤던 왕국이라
국빈들을 위해 마련된 방은 남다른 화려함을 뽐내고 있었다.
리아인은 잠들은 류안을 침대에 조심히 눕혔다.
그러던 중.
똑. 똑.
“들어가도 되나?”
문밖에 레이쉴의 목소리가 들렸고
인기척으로 보아 모두가 온 것을 알 수 있었다.
한시가 급하다고는 하나,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들이닥치는 이들에
리아인은 인상을 구겼으나,
이내 한숨을 쉬며 문을 열었다.
레이쉴이 먼저 방 안으로 들어오며
류안의 상태를 살폈다.
“아, 이런 아직 자고 있군.”
아직 깨어나지 않은 류안을 본 레이쉴은
좀 있다가 다시 오는 것이 나을 듯해
방을 나가려던 그때,
워스만이 아주 당당하게 방으로 들어갔고
워스만을 붙잡으려던 다미엔, 벨드라엔이 방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리고
쌍둥이와 뮤리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방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리아인과 류안한테 마련된 방안의 인구밀도가 확 올라갔다.
그런 와중에
보통 이렇게 많은 이들의 인기척에
부스스 일어났던
류안은 깨지 않고 여전히 잠자고 있었다.
* * *
류안은 또다시 아무것도 없는 어두운 곳에
홀로 서 있었다.
심연을 닮은 듯 어둠으로 가득하면서도
자신의 ‘방’이 아닌 곳.
그리고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았는데
보이면서 느껴지고 있는
들리지 않았지만
들리고 있는 그것과 마주했다.
광활하게 보이고 느껴지던 그것은
모여들고 작아지면서
류안의 바로 앞에 자리했다.
그것은 들리지 않지만 들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류안은 그 목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씨익- 웃어 보였다.
그것은 움찔하면서 당황하더니
류안과 시선을 나란히 하던 것과 달리
점점 작아지는 듯하더니
류안이 쪼그려 앉아야 마주할 정도로 작아졌다.
“음, 그런 걱정은 할 것 없어.”
“그 아이가 지낼 곳인데 내가 할 일은 할 거야.”
류안의 말에
그것은 안도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냥 가만히 있어.”
“안 그래도 자꾸 신경 건드리는 것이 있어서 이 일 끝나면 찾아서 없애 버릴 예정인데.”
움찔.
“그쪽도 한 몫 보태는 짓 하지 마.”
끄덕끄덕.
보이지 않지만,
열심히 끄덕이는 것을 본 류안은
손가락으로 눈앞의 그것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툭 건드린 후,
눈을 천천히 감았다가 떴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