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202 화 – 다섯 개의 하얀 창[槍].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202 화 – 다섯 개의 하얀 창[槍].
잠에서 깨어나기는 했지만,
아직 졸린 것인지
류안은 하품을 하면서 손등으로 눈가를 비비고 있었다.
그러다,
묘한 기류가 흐르는 것을 느꼈다.
리아인과 워스만이 서로 눈싸움하고 있었고
그 옆에서 벨드라엔이 이를 어떻게 말릴지 고심하며 애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다른 이들
레이쉴, 다미엔, 쌍둥이 제우는
익숙한 듯이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었고
뮤리나는 어리둥절하고 있었다.
류안은 그런 상황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아직 워스만의 품,
한쪽 팔에 앉혀있는 것을 인지하고는
바닥으로 내려오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그것을 본 리아인, 워스만은
보이지 않는 불꽃을 튕기던 눈싸움은 멈추고
류안이 바닥에 발을 잘 디딜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런 둘의 행동에
류안의 얼굴에는 뚱함이 자리했다.
이런 쪽으로 감정이 둔한 류안이지만,
날이 갈수록 과잉보호가 심해지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
뭐, 다른 이들은
리아인이 류안을 과잉보호한다는 것을 진즉에 알고 있었던 상황이긴 했지만,
워스만까지 저럴 줄은 좀 예상외였다.
암튼,
류안은 신전 홀 바닥에 발을 디디고 곧은 자세로 서서는 주변을 보았다.
그에 따라
리아인, 워스만, 벨드라엔도 주변 상황을 살펴보았고
레이쉴, 다미엔, 뮤리나, 쌍둥이 제우도
마찬가지로 주변을 파악하기 위해 시선을 움직였다.
절반 이상이 부서지고 날아가
뻥 뚫린 지붕으로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 햇살이 새하얀 신전 안 홀 바닥을 비추며
격렬하게 맞부딪힌 두 전류 힘을 증명하듯이
바닥은 이래저래 엉망으로 헤집어져 있었고,
제단 뒤 석상 하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부서져 있는 벽면의 석상들과
잔뜩 균열이 간 상태로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벽과 기둥들.
그렇게 주변 상황을 파악해가면서
아직 이 상황이 끝나지 않았음을 인지했다.
일단,
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단 옆에서 싸울 의지 없이 얌전히 있는
‘일렁임의 신’은 둘째치고,
헤집어진 바닥에서도
여전히 존재감을 보이는 마법진들.
그 마법진을 형성하고 다루는 ‘수식의 신’.
또한,
처형자의 하얀 창 다섯 개.
이 모두를 곁에 두고 가만히 서 있는
검은 옷 조직의 ‘그분’이라는 자와
그 곁에서 대기하고 있는 수많은 하얀 창.
“흐음─···.”
워스만은 옅은 침음을 흘리며
수식의 신과 ‘그분’이라는 자를 보고 있었다.
리아인과 마찰의 신이 격돌하는 사이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었던 둘.
쓸데없이 돕는다고 끼어들었다가
오히려 안 좋은 상황을 만들 수 있으니
당연한 행동이라 할 수 있지만,
리아인과 마찰의 신이 격돌하는 사이에
리아인을 제외한
자신들을 충분히 공격할 수 있었고
마법진 또한 발동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으며,
마찰의 신이 소멸한 지금,
그에 따른
행동이나 조치, 대처해야 할 터인데···
여전히 움직임 없이 있었다.
하지만,
검은 옷 조직의 ‘그분’이라는 자와
수식의 신은 아무런 움직임을 안 보인 것이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있었던 것이었다.
특히, 수식의 신은
리아인과 마찰의 신이 서로 격돌하는 사이
그 상황과 상관없이
마법진을 얼마든지 발동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이 타지헤 왕국 전체를 제물로 삼아서
신이 ‘절대자’로 선택되었다는 것을
공표할 예정이었다.
그러했는데,
무슨 이유인지 마법진들이 발동되긴커녕,
활성화되지도 통제도 되지 않고 있었다.
의식 없이 잡혀있었던 검은 천사가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인지하기도 힘들었던
금빛의 실들에서 벗어나
신전 홀 바닥에 발을 디뎠을 때,
그에 따라
검은 천사가 내딛는 발걸음에 따라
마법진들이 빛을 잃고 어둠에 잠식되듯
검게 변해서는 시계 톱니바퀴처럼 움직이던 것도 멈춰있었다.
수식의 신은
길이 생긴 것처럼 마법진들 사이에서 한 줄로 검게 변한 마법진들을 봤다.
발동되기 전,
해제하려 한다거나, 교란, 상쇄, 파괴 등
발동 혹은 활성화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가 생길 경우,
그것이 오히려 작동장치가 되어
새로운 마법진들을 형성, 발동되게 술식이 교묘하고 정교하게 짜여 있는 상태였는데···.
검에 변한 것 외에는
그 어떤 힘도 영향도 간섭도 없었는데
마법진들이 완전히 침묵하고 있었다.
수식의 신은 검게 변하고 멈춘 마법진들을
다시 활성화를 시키려 해보았지만,
이 또한 되지 않았다.
그렇게 수식의 신은 이제껏 겪어본 적 없는
자신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당혹감에 가만히 서 있었다.
검은 옷 조직의 ‘그분’이라는 자도
신과 뒤틀린 아이가 격돌하는 사이
자신이 하려 한 일을 방해하러 온 자들한테
죄를 묻고
수중에 모인 처형자의 하얀 창들을 이용해
처형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처형자의 하얀 창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는
자신이 소유한 ‘분배’의 하얀 창을 이용해
검은 옷 조직에서 만든 대기 중인 수많은 하얀 창을 조정하려 하였으나,
어째서인지 이 또한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우─··· 우웅─··· 웅···.
분배의 하얀 창이 잘게 울리고 있었다.
‘그분’이라는 자는
다른 처형자의 하얀 창들을 조정하기 위해
공명을 일으키는 것인가 했으나,
아니었다.
떨고 있었다.
분배의 하얀 창은 겁을 먹고 주눅이 든 듯
잘게 떨고 있었다.
그러면서 서러움을 내비치고 있었다.
‘그분’이라는 자는 이 상황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난감함이 밀려왔다.
심판자의 신물[神物]인
처형자의 하얀 창이라고는 하지만,
한낱 창일 뿐인데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자의식이 있는 듯
스스로 움직이고 있는 것은 납득 되었으나
감정까지 드러낼 줄은 정말 몰랐었다.
이제껏 이렇게 감정을 드러낸 적이 없었기에.
그리고 드러난 감정은 더욱 강해지면서
서러움은 곧 투정이 되어 칭얼거리고 있었다.
‘칭얼거려···?’
‘그분’이라는 자는 난감함을 넘어
당황스러웠다.
자신이 소유한 처형자의 하얀 창이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
하얀 창의 칭얼거림이 누구한테 향한 것인지 인지하게 되었다.
그것은 자신이 아닌
검은 천사가 소유하고 있다가
수중에 들어온 네 개의 처형자 하얀 창에 향한 것이었다.
‘이 무슨······.’
그러면서 그 모습은 마치
네 명의 형들한테 둘러싸여 혼나는 막내의 모습 같았다.
우웅─··· 웅─··· 우우웅···.
“허······.”
검은 천사가 소유했던 처형자의 하얀 창들은
‘그분’이라는 자가 소유한 분배의 하얀 창이 울린 공명에 수긍하여 모인 것이 아니었다.
말 안 듣는
엇나간 막내를 설득, 회유, 훈육 및 야단치기 위해 모인 것이었다.
한편의 가족, 형제 드라마를 연출하는
하얀 창들의 모습에
‘그분’이라는 자는 어이 마저 가출하려고 했다.
“이 무슨··· 이런···.”
정말 이 말밖에 할 수 없었고
그 말도 제대로 끝맺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분’이라는 자는
더 어이없고 황당하며 당혹감에 빠져야 했다.
처형자의 하얀 창 네 개가
소유주인 검은 천사한테로 향해가고 있었고
그 뒤를 따라
분배의 하얀 창도 터덜터덜? 거리며 가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본 이들은
모두 말없이 눈만 껌벅거리고 있었다.
지금 무슨 상황이 일어난 것인지 인지 되지가 않았기 때문이었고,
유일하게 류안만이 별 반응 없이
손을 들어 보이며
돌아온 하얀 창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네 개의 처형자 하얀 창들은
류안의 몸을 스치듯 한 바퀴 돈 후
곁에 자리했다.
그리고,
터덜터덜 한발 늦게 온 분배의 하얀 창.
분배의 하얀 창은
슬금슬금 류안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류안은 그런 하얀 창을
쓰다듬으며 손에 살며시 쥐었다.
우우우─··· 웅···.
류안의 부드러운 손길을 느낀
분배의 하얀 창은 울림을 잘게 울렸고
그 울림에 류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그 울림은 공명이 아닌
그동안의 서러움이 터져 울고 있는 것이었다.
우웅─··· 우우우─웅─··· 우웅···.
하얀 창의 터진 서러움은
주변에 있는 이들한테도 느껴질 정도였고,
순간, 환각이 보인 것인지
네 개의 하얀 창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가로젓는 것이 느껴지는 것을 넘어 보였다.
“···뭐지? 지금의 이 상황은···?”
레이쉴은 저도 모르게 말을 했고
옆에 있는 일행들도 그 말에 공감하고 있었다.
여전히 유일하게 반응 없는
류안은 하얀 창을 다시 쓰다듬었고
웅웅─ 우웅─···.
분배의 하얀 창은 끅끅거리며
울음을 멈추는 막내의 모습을 보이며
진정되어가고 있었다.
“·········.”
류안은 분배의 하얀 창이 울림이 멈춘 것을 보고는
다섯 처형자의 하얀 창을
목 옷깃의 붉은 브로치의 아공간에 연결된 ‘방’에 넣었다.
그렇게 한자리에 모인
다섯 개의 처형자 하얀 창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이가 있었다.
-형제들이 모두 모인 것을 보니 참으로 보기 좋구나.
류안의 ‘방’에 더부살이 중인
심판자의 사념체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흡족해하고 있었고.
-정말 그렇군요.
같이 더부살이 중인 사념체 테즈도
정말로 보기 좋았기에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있었다.
뭐,
막내인 분배의 하얀 창은
형제들한테서 잔소리를 조금 더 들어야 했지만,
나름대로 훈훈하게 마무리되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으면서도
별다른 문제 없이 스무드 하게 지나갔기에
리아인을 포함한 일행 모두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한 사람.
‘그분’이라는 자는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을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그분’이라는 자는 대기 중인
검은 옷 조직에서 만든 기괴한 형태의 투명한 돌이 박힌 하얀 창들을 움직이기 위해 손을 움직였다.
겁먹은 분배의 하얀 창이 조정하는 것을 방해했던 것인지 움직이지 않았던
수많은 하얀 창이 그 손짓에 움직였고
검은 천사 류안과 그 일행인 자들한테로 날을 세웠다.
리아인과 일행들은 경계태세를 잡았다.
신을 죽일 수 있는
처형자 창의 힘을 분배받은 하얀 창들이기에
만만히 상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와 함께
그 수가 압도적으로 너무 많았다.
적을 심판, 처형하기 위해 날을 세우던
검은 옷 조직의 하얀 창들은
곧 숭고한 처형식을 벌일 듯하더니,
이내, 움직임을 멈추고 다시 대기 상태로 들어갔다.
리아인과 일행들은
이건 또 뭔 일인가 싶었고
‘그분’이라는 자는 적잖게 놀라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당신은 적임자가 아니었나 보군.”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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