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50 화 – 방문자.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150 화 – 방문자.
세계의 모든 신을 죽여서라도
리아인의 영혼을 찾겠다고 말하는 류안의 얼굴은 아무런 표정 없이 서늘하기만 했다.
* * *
“허억-!!!”
은은한 촛불만이 비추고 있는 어두운 방.
소파에서 한 여성이 질겁하며 일어났다.
여성은 식은땀을 흘린다거나
거친 숨을 내뱉지는 않고 있었지만,
눈동자에는 공포와 두려움이 가득했다.
덜컹-!!
아랍풍의 의상과 외모의 한 남성이
다급히 문을 열고 여성의 ‘방’에 들어왔다.
“괜찮으십니까? 미후라 님.”
남성을 본 여성.
미래를 보는 신 ‘미후라’는
남성의 옷을 부여잡으며 겁에 질린 얼굴로 힘겹게 말했다.
“마··· 막아야 해요.”
미후라는 미래를 보던 중.
희미해지던 대재앙이라 할 수 있는 ‘대학살’이 다시금 선명하게 보였고
그 미래에서 ‘대학살’의 중심에 있는 자와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또다시 튕겨 나와버렸다.
남성의 옷을 잡고 몸을 웅크린 채
바들바들 떨던 미후라는 겨우 마음 진정시키고는 웅크린 몸을 피며 일어났다.
“···레이쉴한테 가도록 하죠.”
“준비하세요.”
“···네.”
미후라는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제2의 대학살 중심에선 존재 옆을 지키고 있는 이들 중 한 명.
레쉬아 왕국의 국왕 ‘레이쉴 에피아’를 만나러 가기 위해 움직였다.
* * *
류안은 한시라도 빨리 리아인의 영혼을 찾기 위해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하던 순간,
핑- 하는 현기증과 함께 몸의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아, 이런-!”
다행히 침대 밑바닥으로 꼬꾸라지기 전,
워스만이 받아서는 침대에 도로 눕혔다.
“너 지금 피로가 많이 누적된 상태야.”
“···어?”
류안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당연한 거였다.
타지헤 왕국에서 전쟁 선포를 한 후,
류안이 지켜봄의 힘으로 그들의 동태를 보며 영상장치를 통한 시각공유를 통해 실시간으로 알려주었었다.
보는 것 자체는 힘이 거의 안 든다고 해도
시각공유와 계속 집중해서 본다는 것은 상당히 피로를 요구하는 일이었고,
거기에 다가 전쟁 시작 후,
키메라의 투명한 돌에 묶여있던 어린 사념체들과 뒤틀린 사념체의 자유를 찾아주기 위해 하얀 창도 사용하면서
그 사념체들이 길을 잃지 않고 갈 수 있게 보듬는 중간 매개체 역할을 해주었었다.
또한,
어둠의 영역을 펼치고
수십 명의 신을 학살하느라 힘을 썼으니,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당연히 몸에 무리가 왔을 것이다.
무엇보다
리아인의 영혼을 지키지 못한 것에
심리적으로 엄청 불안한 상태일 테니···.
“그러니, 지금은 몸 회복과 안정시키는 것에 집중해.”
“···하지만.”
“입 다물고 얼른 자.”
류안은 말을 하려다가
워스만의 단호한 말에 입 다물기는 했으나,
두 눈을 한번 깜빡이고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휴-.”
워스만은 한숨을 쉬고는
건장한 체격에 맞게 커다란 손을 움직여
류안의 눈 위를 덮었다.
워스만의 손 크기에 비하여
류안의 얼굴은 작다 보니 얼굴의 반 이상이
워스만의 손에 가려졌다.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워스만은 손안에서 눈꺼풀이 감기는 속눈썹의 움직임을 느끼고는 조금 있다가 손을 천천히 들었다.
스──.
워스만은 나지막한 숨소리를 들으며
류안이 잠든 것을 확인하고 의자에서 일어나
옆 침대에 누워있는 리아인한테로 가기 위해 발을 움직였다.
그리고
리아인을 지그시 내려다봤다.
웬만한 신들은
영혼이 없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리아인의 육체는 숨을 쉬고
혈색도 그대로였다.
보통, 육체가 영혼과 분리되어 버리면
숨소리 없는 산송장처럼 있다가
점점 체온을 잃고 부패도 일어나게 되면서
결국에는
영혼을 찾아도 육체로 돌아올 수 없게 되어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다.
아니면, 좀비가 되거나···.
리아인의 영혼을 찾는 동안,
육체에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류안이 힘쓴 것일 터.
워스만은 미동도 없이 누워있는 리아인을 안쓰럽게 보면서도
류안을 보던 눈빛과는 사뭇 달랐다.
워스만은 다시 발을 움직여
방문 쪽으로 향했다.
끼익-.
문 바로 앞에 쇼트가 불안,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서 있었다.
워스만은 그런 쇼트한테 미소를 보이며
쇼트의 어깨를 가볍게 툭 쳤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잘 부탁해.”
“···네? 네.”
쇼트는 꾸벅 인사하고는 방 안으로 들어갔고
워스만은 헨즈 공작부인의 집무실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뜻밖의 방문자들을 보았다.
미래를 보는 신 미후라.
그리고 그녀를 보좌하는
예측의 신 말흐.
“호-, 미후라께서 여긴 어인 일이신지?”
“인간의 일에는 관여하지 않는 것 아니었나?”
워스만의 말에
레이쉴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응? 왜 그러지?”
“아, 아닙니다. 아무것도···.”
레이쉴은 자신이 어릴 적부터 잊을만하면 와서는 오지랖 같은 조언을 해주던
미후라를 잠시 보고는 그냥 입을 다물었다.
두 명의 신 사이에서
괜히 새우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중요한 것이 생각났다.
“아, 류안 군은 어떻습니까?”
“깨어났다더니, 괜찮은 겁니까?”
레이쉴의 말,
정확하게는 ‘류안’의 이름에
미후라가 미세하게 움찔하며 반응을 보였다.
다른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했겠으나
워스만의 눈에는 보였다.
“잠깐, 깬 것이라 다시 잠들었어.”
“피곤이 쌓여서 그런 것이고 쇼트가 돌보고 있으니 맡기고 넌 너의 일에 집중하도록 해.”
“아··· 네.”
레이쉴은 맞는 말이라 대답하고는
한발 물러섰다.
그 모습을 본 미후라는 시선을 돌려
워스만을 봤다.
원래는 레이쉴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온 것이었지만,
그 말을 워스만한테 하기로하고
입을 움직였다.
“전쟁의 신, 나와 얘기 좀 할 수 있나요?”
“그러지.”
미후라와 워스만은
장소를 옮기기 위해 움직였고
말흐가 따라나서려 하자
미후라는 손을 내보이며 대기하라고 명했다.
부탁이 아닌 명령에
말흐는 움찔하며 불안함이 얼굴에 스쳐 지나갔다.
* * *
공작 저택의 뒤 정원.
따닥!
워스만이 손가락을 맞부딪혔고
워스만, 미후라의 주위로 결계가 드리워졌다.
방음도 방음이지만,
엿보는 자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그래, 미래의 신께서 나하고 하고픈 얘기가 뭐지?”
워스만은 미래를 보는 신 미후라를 보고 있었다.
별로 좋지 않은 눈빛이었다.
“···어린 신이 별말 안 하던가요?”
“별말? 무슨 말?”
“이번 전쟁에서 힘을 좀 써 피곤한 아이가 뭐 딱히 할 말이 있겠어?”
‘아이?’
미후라는 일순 ‘어린 신’을 ‘아이’라고 칭하는 것에 의문이 들었으나,
지금 중요한 것이 아니기에 접어두고
할 말을 하기 위해 입을 움직이려던 그때.
워스만이 먼저 입을 움직였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지만.”
“혹, 긁어 부스럼이란 말을 알고 있나?”
긁어 부스럼.
안 해도 될 일을 괜히 건드려
일을 더 크게 혹은 악영향을 준다는 의미.
미후라는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크게 동요했다.
“다행히 아는 듯하니.”
“내가 충고 한마디 하지.”
“쓸데없는 오지랖 그만 부리고 네 할 일이나 해.”
워스만은 미후라를 똑바로 보며
말을 이었다.
“일반인의 미래에 간섭하는 것도 너에게 적지 않은 반동이 올 텐데.”
“무슨 생각으로 신과 관련된 미래에 간섭하려는 거지?”
“그건···!”
미후라는 다급함에
자신이 본 미래를 얘기하려 했으나,
워스만이 손을 내보이며 막았다.
“답을 듣자고 한 말 아니야.”
“'순리의 신'도 가만히 있는데, 그쪽이 하려는 것은 엄연히 권한 침범이니 그만두라는 말이다.”
미후라는 놀랐다.
“순리의 신을 만났다고요?”
“아니, 순리의 신이 가만히 있었다고요?”
“그래.”
워스만의 말에
미후라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어
가만히 있었다.
워스만의 말대로 지금 자신이 하려는 행동은 엄연히 권한 밖의 행동이고,
순리의 신 권한, 영역을 침범하는 일이었다.
“아, 그리고 신의 미래를 엿본다고 이용한 이곳 국왕 레이쉴 좀 그만 괴롭히는 것이 어때?”
“보아하니 널 별로 반기지 않는 것 같던데.”
미후라는 입을 더 꾹 다물었다.
“이제 할 말 없는 거지?”
“그럼, 얌전히 돌아가서 점쟁이니, 예언가이니 하는 녀석들 관리나 잘하도록 해.”
워스만은 자기 할 말을 다 내뱉고는
미련 없이 돌아서 집무실로 향했다.
미후라는 홀로 남아 고개를 푹 숙인 채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 * *
미래를 보는 신 미후라와 예측의 신 말흐가 돌아갔다.
레이쉴은 오랜만에 와서는
아무 말 없이 돌아가는 그녀를 보고는
뭔가 싶었지만,
오지랖 조언을 듣지 않아도 되어 좋았다.
“회의는 다 끝났나?”
워스만은 레이쉴한테 물었고
“예, 우리는 침략 피해국이면서 승리했으니, 그에 따른 타지헤 왕국에 피해보상을 청구할 것입니다.”
레이쉴은 간략하게 답했다.
“그 후 타지헤 왕국이 보이는 행동에 따라 조치할 예정입니다.”
“그렇군.”
워스만은 전쟁이 끝난 순간,
할 일도 끝났으며
자신이 수호하는 왕국이 아니기에
이 이후로는 레쉬아 왕국의 수호신인 벨드라엔이 고생하면 되는 것이라
급 관심을 끊었다.
힘내라, 벨드라엔.
* * *
새벽이 오기 전, 아직 어두운 밤.
류안의 무의식 세계에 낯선 자가 방문했다.
낯선 방문자는
별빛 하나 없이 어둡고 어두운 무의식 세계에 누워 어둠과 하나인 듯 잔잔히 잠겨있는 류안한테로 다가갔다.
참방. 참방.
낯선 방문자의 발걸음에 따라
물 파장이 일렁이며 주변으로 퍼져나갔고
류안 바로 옆에 서 멈췄다.
그리고는
한쪽 무릎을 꿇고 자세를 낮춘 후
류안의 머리 이마 쪽에 손을 가져가 댔다.
그 순간,
낯선 방문자는 갑자기 바닥이 꺼지는 느낌과 함께 몸이 어두운 수면 아래로 빠져들었고
그와 동시에 자신의 목을 조르는 강한 충격을 받았다.
“뭐야? 너.”
어두운 수면 아래에 몸이 반쯤 빠져 잠긴 낯선 방문자의 목을
류안이 꽉 쥐며 말했다.
“하? 너 그 녀석이네.”
“이거 반갑다고 해야 하나?”
“!!!!!”
류안은 자신의 손에 잡혀있는 낯선 방문자를 보며 미소지어 보였고
방문자는 몸속 심연에서부터 올라오는 공포를 느껴야 했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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