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42 화 – 마주한 두 검은 날개.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142 화 – 마주한 두 검은 날개.
검게 변한 ‘처형자의 창’ 네 개는 일제히
대형 키메라 넷한테로 각각 뻗어가서는
그대로 대형 키메라들의 몸 중앙에 박혔다.
그리고
창에 깃든 어둠이 대형 키메라들 몸속으로
투명한 돌들 안에 스며들어
그 안에 있는 약하디약한
희생된 자들의 흔적을 찾아 감싸며
작은 빛이 비추어지게 했다.
빛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존재의 주위를
어둡게 감싸주며 그 존재만이 보일 수 있게 해주었다.
그렇게 작은 빛은
대형 키메라의 몸 밖으로 드러나며
하얀 창을 들고 있는 네 명.
리아인, 레이쉴, 다미엔, 뮤리나의 눈에도
뚜렷하게 보였다.
하얀 창을 든 네 명은 각자 자신의 능력을
대형 키메라의 몸 작은 빛을 향해 펼쳤다.
파지지직- 파직-!
리아인의 백금빛 전류.
파방- 팡! 팡!
레이쉴의 붉은 불꽃.
파박- 파바박-!!
다미엔의 녹색 나뭇잎.
파가각- 파각!
뮤리나의 회색 돌.
모두 날카로운 촉이 되어
대형 키메라 몸속의 투명한 돌을 파괴했다.
우어어어─···.
끼아아-··· 꺄르르르─.
앞서 대형 키메라에서 안식을 찾아
해방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일까.
울음과 비명이 아닌
웃는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투명한 돌이 깨지며 대형 키메라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뒤틀린 기운은
류안한테로 흘러와 몸 주위를 맴돌았다.
꺄륵- 꺄르르─.
준비되었다는 듯, 즐겁다는 듯
뒤틀린 기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류안은 손에
낡은 콤팩트형 나침판을 꺼내 들었고
뚜껑을 열었다.
뒤틀린 기운은 망설임 없이
나침판의 별을 닮은 투명한 돌로 스며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뒤틀린 기운이 스며 들어간
투명한 돌에서 별빛 같은 반짝임이 생기더니
공중으로 떠올라 하늘로 올라갔다.
그와 동시에.
꺄르르- 꺄륵-.
어린아이, 어린 생명체들이
그 반짝임을 따라 즐거워하며 올라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흐릿한 하늘에서 두 손의 형상이 펼쳐지면서
별빛 같은 반짝임과 웃음소리들을
살포시 보듬고 사라지는 것
또한, 볼 수 있었다.
그 광경을 전장에 있는 모두가 넋을 놓으며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워스만이 안도하면서도 묘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위세라.
뒤틀림을 막기 위해 스스로 소멸하고
류안한테 유품이자 신물인 나침판을 물려준
‘길잡이 신’.
워스만의 친우.
류안을 바라보는
워스만의 눈빛이 더 묘해지고 있었다.
한편,
하늘에서 이런 광경을 보고 있던 이들.
첫 대형 키메라의 울음소리 울림에
모두가 괴로워할 때.
까마귀 수인 ‘쿠우카’가
바람 원소 신의 힘이 깃든 오카리나 투명한 돌이 자리한 하얀 창을 이용해
바람 소리의 장막을 만들어
울림으로부터 동족, 동료들을 보호했기에
큰 타격은 받지 않고 있었다.
거기에
검은 옷 조직의 검은 천사 ‘카밀’.
천사가 되기 위해 동족을 배신하고 희생시킨
만행의 대가로 감정이 망가진 것인지
울음소리의 울림을 여과 없이 접했으면서도
아무런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뒤에 있는 키메라 천사와 까마귀 형태의 키메라가 더 반응을 보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검은 천사 카밀의 머릿속, 가슴 속에는
하나의 감정뿐이었다.
질투에 의한 분노.
눈앞 평범하디 평범한 까마귀 수인일 뿐인
쿠우카가 하얀 창을 들고 있는 모습이
영락없이 검은 천사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또한,
들고 있는 하얀 창도 모조품이 아닌
쿠우카만을 위한 새로운 하얀 창임도 알 수 있었다.
일그러지려 하는 카밀의 시선이
자신이 든 하얀 창으로 간 것을 본
쿠우카는 하얀 창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검은 천사님께서 나에게 주신 하얀 창이지.”
쿠우카의 말에
카밀의 눈동자가 동요하며 커졌다.
마치,
검은 천사한테 선택받았다는 것 같았다.
그 뒤로,
“동족의 일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말이야.”
쿠우카의 말은 이어졌지만,
카밀은 무시한 채
발아래로 보이는 검은 천사 류안한테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류안과 일순 시선이 마주쳤다.
분노와 서러움이 깃든 듯한 카밀의 눈빛에
류안은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행동에 카밀의 서러움은 질투가 되고
더 나아가서는 분노가 되었다.
우우웅─!
카밀의 격한 감정이 전이되었는지
하얀 창이 거칠게 진동하고 있었다.
카밀은 분노로 한 가지만 생각하고 있었다.
검은 천사의 눈앞에서
그가 선택한 자와 하얀 창을 파괴하는 것.
카밀은 키메라 천사들한테 명령했다.
“모두 처단해!”
그런데,
이지가 없을 키메라 천사들이 움찔거리며
명령에 저항하고 있었고
그로 인해
카밀의 얼굴은 일그러지는 것을 넘어
흉상을 드러냈다.
“뭐해? 명령이다!”
“저것들을 모두 없애버려!!!”
우우우웅- 우웅-!
카밀의 거친 고함과 함께
하얀 창이 더욱 거칠게 진동하며 울렸고
그제야
키메라 천사들이 하나둘 앞으로 움직이면서
검은 날개의 수인족들을 향해 날아갔다.
까마귀 수인 쿠우카의 뒤에 있던
새 수인족들도 앞으로 향해 날아갔다.
그러면서 선봉에 자리한
흑고니 오딜과 검은 독수리 하츠가
쿠우카의 옆을 지나치며 한목소리로 말했다.
“저들은 우리가 맡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잘 마무리해.”
“부탁한다.”
둘의 말에
쿠우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키메라 검은 천사들과 검은 날개의 새 수인족들이 하늘을 검게 수 놓듯이 이리저리 비행하며 격돌하는 사이.
카밀과 쿠우카는 둘만의 공간에 있는 듯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그러다 이내.
채앵──!!!
순식간에 서로 맞부딪히는 검은색 사이로
두 개의 하얀 창이 격돌하며 빛을 뿜었다.
끼긱- 끼기긱-!
맞물린 두 개의 하얀 창은
소름 끼치는 마찰음을 내며 힘겨루기에 들어가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그만둬.”
쿠우카가 간절함을 담아 말을 건넸으나,
“헛소리 작작 해.”
“여기서 그만둘 거면 애초에 시작도 안 했어.”
카밀한테는 전해지지 않았다.
“대체 왜?”
쿠우카는 궁금했다.
카밀이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대체 왜? 무슨 이유로 이러는 건데?”
“네가 하얀 까마귀라고 무시하거나 괴롭힌 자라도 있어?”
쿠우카는 기억 속 과거를 아무리 헤집어 찾아봐도 그런 일은 없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없었다.
검은색 바탕에 흰색 점이 눈에 띄듯이
하얀 까마귀인 카밀한테 시선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무시하거나 괴롭히는 자는 없었다.
오히려 카밀만의 개성으로 좋게 보았으며
검다는 이유로 다른 새 수인족들의 말도 안 되는 멸시를 받을 때,
카밀의 하얀색은 종족의 자랑이었다.
물론,
이런 사실을 카밀도 알고는 있었다.
그렇지만,
타고난 자격지심 때문이었을까.
자신만 하얀색이라 검은색에 동화되지 못하고 따로 노는 것이 싫으면서도
자신만의 특별한 개성으로 모두의 시선을 받는 것이 좋았다.
이 모순된 감정이 뒤틀려 합쳐지던 중,
검은 천사라는 존재를 알게 되었고
모순된 두 가지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이상향임을 알게 되면서
카밀은 결국엔 잘못된 선택을 했고
지금에 이르렀다.
“그래? 멈출··· 생각이 없는 거구나.”
쿠우카의 말에
카밀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마워.”
“???”
“결심이 흔들리지 않게 해줘서···.”
카밀이 지금 멈춘다고 해도
이미 저지른 만행이 너무나 크기에
무슨 이유가 있든 결코 용서받지 못할 일.
그리고
그 끝은 평온하지 못할 것이 뻔했기에.
쿠우카는 슬픔이 가득 담긴 미소를 보이며
한때 동족이었고 친구였던 존재의
만행을 자신의 손으로 끊어내기 위해
모든 힘을 담아 하얀 창을 휘둘렀다.
그에 맞서
카밀도 하얀 창을 힘껏 휘둘렀다.
휘이이잉-!
휘이잉-!!
두 개의 하얀 창에서
거대한 회오리바람이 일으켜졌고
서로 집어삼킬 듯 강하고 거칠게 부딪혔다.
콰가가각-!!!
서로 회전하며 맞부딪힌 회오리에서
마찰에 의한 강한 푸른 빛 번개들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콰가각- 쿠릉- 콰르르릉-!!!
그 광경은 마치,
두 새 수인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 같았고,
콰가가각-!!
콰르릉- 콰광-!!!
쉴새 없이 천둥 번개를 일으키며
맞부딪히고 있는 거대한 두 회오리바람.
두 회오리바람의 여파로 인해
전장이 있는 자들은 눈을 뜨기 힘들었고
몇몇은 바람에 날아가기까지 했다.
“으아아악-”
성벽 위 드래곤 수장 카르티아는
방어막을 황급히 펼치며
회오리바람의 여파를 막았고
날아간 몇몇 병사들도 보호막을 쳐주며 구조했다.
그리고,
그 덕에 성벽을 오르기 위해 성벽 앞에 모여있던 타지헤 왕국의 병사들도 바람의 여파를 피할 수 있었다.
한 치 양보 없이 격렬히 부딪히고 있는
두 회오리바람.
쿠우카의 미간이 구겨지고 있었다.
힘들어서가 아니었다.
단지,
두 회오리바람 너머 어렴풋이 보이는
카밀의 검은 날개가 하얗게 바래고 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카밀은 격한 감정에 힘을 제대로 조율하지 못해 뒤틀린 기운이 급격히 소진되고 있었고
날개가 하얗게 바랜 것을 넘어
머리카락도 하얗게 변하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뒤틀린 기운을 다룰 수 있게 해주는
영혼과 생명을 희생시켜 만든 매개체
검은 장갑도 기능이 다돼가고 망가지기 일보 직전 있었다.
이대로 가면
가지고 있는 뒤틀린 기운을 모두 소진해
하얀 빈껍데기로 전락하거나
검은 장갑의 기능이 떨어지고 망가져
다루지 못하는 남은 뒤틀린 기운에 의해
허무하게 뒤틀어져 지거나
최악인 두 상황을 맞이해야 했다.
카밀의 입술이 잘게 떨리기 시작했고
곧이어 입을 열어 말했다.
“왜 네가 선택된 것이지?”
격렬하게 부딪히는 두 회오리바람에 제대로 말소리가 들리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쿠우카는 카밀의 말이 똑똑히 들렸다.
“뭔 소리야?”
“누가 선택되었다는 거야?”
쿠우카는 큰 소리로 말했고
카밀 역시 그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었다.
“왜 너에게 검은 천사가 하얀 창을 주며 선택했냔 말이다.”
“내가 아니라 왜···.”
카밀의 목소리에는 울분이 가득했다.
억울했다.
자신은 검은 천사가 되기 위해
뒤틀린 기운을 받아들이기 위해
온몸이 뒤틀리는 고통을 참으며 투명한 돌을 이식받았고
검은 장갑을 이용해 겨우겨우 뒤틀림을 다루면서 하얀 창을 받아내는 것에 성공하고
검은 천사가 되려고 했는데,
진짜 검은 천사가 떡하니 눈앞에 나타나서는
자신이 아닌 다른 자를 선택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분명 검은 천사님이 내게 하얀 창을 주기는 했지만, 검은 천사로 선택한 것이 아니야!”
“그럼, 뭔데?”
“야! 너야말로 검은 천사님이 너보고 ‘검은 천사’를 하라고 했다고 했어.”
“그걸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바로 너야!”
쿠우카의 말에
카밀은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분명,
검은 천사는 자신보고 검은 천사가 되고 싶으면 하라고 했다.
진짜를 인정하고 그것을 받아들였다면
지금처럼 이렇지 않고
그때 진짜 검은 천사가 될 수도 있었다.
“하···.”
카밀은 어이없는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자격지심에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자신이었다.
카밀은 한순간에 허무함이 몰려오면서
손에서 하얀 창을 놓았다.
그로 인해
카밀이 일으킨 회오리바람은
그대로 쿠우카의 회오리바람에 먹혔고
쿠우카의 회오리바람은 그 크기를 키우면서
카밀을 덮쳐버렸다.
그 모습에
쿠우카는 순간 움찔했지만
제대로 마무리를 지어야 했기에
이를 악물며 지켜봤다.
쿠어어어어-!
카밀을 덮친 회오리바람 거센 굉음을 내었고
그 소리는 울음소리처럼 들려왔다.
쿠어어어-···
휘이잉···
휘잉···.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휘몰아치던 회오리바람은 잦아들었고
그 안에서 날개도 머리카락도 원래의 하얀색으로 돌아간 카밀이 모습을 보이면서
하얀 깃털들을 나부끼며
땅으로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쿠우카는 황급히 날아가
땅에 부딪히기 직전 카밀을 잡았다.
카밀은 회오리바람에 온몸이 엉망이었고
그중에서도 날개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망가졌다.
카밀을 품에 안은 쿠우카 곁으로
류안이 다가왔다.
그리고 가만히 카밀을 보고는
쿠우카를 바라봤다.
“마저 마무리할래?”
류안의 말에
쿠우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손에 쥔 하얀 창을 들어 올렸다.
콰직-!
뒤틀린 기운을 받아들이기 위해
카밀의 몸속에 이식된 투명한 돌이
쿠우카의 하얀 창에 의해 파괴되었다.
그와 함께
빈껍데기가 된 카밀의 몸도 산산이 부서지며
쿠우카의 품에서 흩어져 사라졌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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