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23 화 – 마수의 숲으로.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123 화 – 마수의 숲으로.
“마수들이 얌전히만 있으면 해결할 수 있어?”
마수의 숲 상황을 지켜보던 류안은
리아인, 레이쉴, 하엔.
정확하게는 마수 테이머 하엔을 향해 말했다.
“네, 마수들을 지키기 위한 것이니. 마수들이 공격하지 않으면 검은 옷 사냥꾼은 저희가 대응할 수 있습니다.”
하엔은 솔직히 좀 불안하긴 했지만,
지켜줘야 할 마수들이 공격하지 않고 얌전히만 있어 준다면 어찌어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도와··· 주시겠습니까?”
-그래, 자네는 가서 가만히 있기만 해도 될 것 같은데··· 어떤가?
심판자의 사념체는 검은 옷 사냥꾼들을 저 키메라 마수를 만드는 자를 심판하고 싶은 것인지 계속 부추겼다.
류안을 부추기는 심판의 사념체를 보며
사념체 테즈는 한마디를 거들어야 하나 하다가 더 이상 염치없이 부담을 줄 수가 없어
마수의 숲 상황을 더 집중해서 관찰했다.
그러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마수들을 키메라 마수로 만드는 자한테서
‘신의 기운’이 불안정하게 느껴졌다.
신의 권능을 이어받은 ‘아이’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기운은 사념체 테즈한테 익숙했다.
“이어붙이기.”
류안도 그자의 기운을 느끼고 말했다.
“신은 아니지만, 신의 권능을 가진 아이가 조력해주고 있었나 보네.”
“뭐?”
리아인, 레이쉴은
검은 옷 조직의 새로운 정보에 반응 보였고
‘아이’가 신의 권능을 물려받는 일이 드물지만 있기에 그리 놀라지는 않았으나,
류안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신을 배반한 아이. 맞지?”
“─!!!!!”
이 말에 리아인, 레이쉴은 정말 놀랐다.
하지만,
류안이 한 말은 그 둘한테 한 것이 아닌
사념체가 된 융화의 신 테즈한테 하는 말이었다.
- ·········.
사념체 테즈는 침묵으로 대답을 했다.
융화의 신 테즈가 류안한테 권능을 넘겨주며 부탁하고 싶었던 것.
그것은······
자신을 배반하고 권능의 일부를 가져간 아이들이 그 힘으로 만행을 저지르는 것을
퇴물신이 되면서도 다른 힘들의 잔재를 모아 비워진 권능의 일부를 채우면서 버티며
자신의 손으로 처리하고 막으러 하였으나,
결국에는 하지 못한···.
류안은 사념체 테즈의 부탁을 짐작하고는 말했다.
“내가 처리해도 후회하지 않겠어?”
-네··· 염치도 자격도 없지만··· 부탁드립니다.
사념체가 된 테즈는
자신이 순진하게 아이들을 믿고 권능의 일부를 부속적인 힘으로 바꾸어 넘겨주지 않았다면······
마수의 숲에서 벌어지는 이런 만행도 검은 옷 조직의 악행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지만,
자신을 배반한 아이들의 최후는 끝까지 지켜보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소멸하면서도 이 생각이 미련으로 남아 사념체가 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하아-, 신한테서도 부탁의 주문을 들을 수 있는 줄은 몰랐는데···?”
들릴 듯 말 듯 중얼거리는 류안의 말에
심판자의 사념체와 사념체 테즈의 표정이 묘해졌다.
부탁의 주문은
하위 존재인 인간이 상위 존재인 신한테 하는 것.
같은 신한테는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신의 상식이 뒤틀어지는 놀람에
두 사념체는 말을 잃었다.
그 둘이 그러던가 말던가
류안은 어떻게 할까 고민 중이었다.
‘흐음─···, 그냥 원래 권능 풀어버려야 하나?’
짙은 회색인 류안의 눈동자가
투명하리만큼 옅은 청회색의 눈동자로 서서히 변해갔다.
그에 따라 묘한 기운이 집무실을 채웠고
리아인, 레이쉴, 마수 테이머 하엔은
그냥 묘한 기운이 흐른다고만 느끼던 방면,
늑대형 마수 세 마리는 극도의 공포에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때,
쾅───!!!
집무실 문이 거칠게 열리며
벨드라엔이 하얗게 질겁한 얼굴로 들어왔다.
그 소리와 벨드라엔의 모습에
허공을 보던 류안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고
둘은 시선을 마주하게 됐다.
숨이 막힐 것 같은 기운의
원초적인 공포와 함께 느껴지는 무언가에
벨드라엔은 질겁한 표정 그대로 굳은 채 집무실 안으로 더 이상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다.
“걱정하지마. 지금은 하지 않을 거니까. 아직 먼저 할 일이 있거든.”
살며시 미소지으며 말하는 류안의 모습에
벨드라엔은 숨을 쉬지 않는 신이고
인형을 두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목을 조르듯이 신의 몸체가 조여지면서 더 숨이 막혀오는 것을 느꼈다.
벨드라엔은 이 숨 막히는 기운의 공포가
처음에는 폭주한 리아인의 빛의 찌름인 줄 알았다.
허나,
류안과 마주한 순간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결코, 거부할 수 없는 받아들여야 하는 기운의 공포임을 인지했다.
“······류안?”
평소와 다른 분위기의 흐름에
리아인은 지금의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는 불안함과 두려움으로
류안을 불렀다.
류안은 리아인의 목소리에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리고 짙은 회색으로 돌아온 눈동자로
리아인을 봤다.
“마수의 숲 갈까?”
“어···? 갈려고? 괜찮겠어?”
“응, 괜찮아.”
“·········.”
리아인은 좀 불안감이 있었지만,
류안이 괜찮다고 했고
검은 옷 조직을 그냥 둘 수는 없으니
차라리 빨리 마무리 짓고 오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합니다.”
마수 테이머 하엔은
방금 뭔 상황이 있었는지 알 수 없고 공포에 떠는 자신의 마수들이 의문이었지만,
마수의 숲에 가준다는 류안의 말에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러던 중,
삐이이이익────!
드래곤 수장 카르티아를 만나러 간 루카테르한테서 긴급통신 연락이 왔다.
-야, 레이쉴. 나 드래곤 수장과 몇몇 드래곤 데리고 마수의 숲에 왔는데, 상황이 좀 안 좋다. 류안··· 좀 보내 봐. 빨리-!
뚝─!!!
끊은 것인지 끊긴 것인지······
통신은 급하게 끊겼고
루카테르가 텔레포트로 류안을 데리고 갈 시간적 여유도 없을 정도로 마수의 숲 상황이 안 좋아졌음을 인지했다.
“네우한테 텔레포트 부탁해야겠군.”
벨드라엔의 말에
집무실 밖에서 대기 중이던 쌍둥이 네우가 안으로 들어왔다.
집무실 안의 탁자와 소파를 치워 공간을 만든 후,
네우는 왕궁 보호막을 피해 텔레포트를 할 진을 형성하고 발동시켰다.
지이이잉───······ 팡─!!!
텔레포트 발동이 실패했다.
웬만한 최상급 마법사뿐만 아니라
드래곤 보다도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신의 아이’인 네우의 텔레포트가 몇 번을 더 시도해봤지만······,
전부 실패했다.
“뭐지······?”
네우는 이런 적이 없었기에 심히 당황하고 있었다.
-흠, 마수의 숲에 드래곤들이 진입하면서 지배자급의 마수가 영역을 펼친 것과 거기에 드래곤들과 마수들의 기운이 충돌하면서 생긴 여파가 외부의 진입을 튕겨내는 것 같군.
류안의 ‘방’에서 계속 마수의 숲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심판자의 사념체가 텔레포트가 실패한 원인을 짐작해 알려주었다.
류안은 잠시 고민을 하는 듯하더니
입을 움직여 말했다.
“마수의 숲에는 나하고 리아인, 마수 테이머 거기에 마수 세 마리가 가는 거지?”
그리고는 물음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네우를 보면서 뒷말을 이었다.
“혹시 모르니까. 우리가 가고 난 후 이곳을 봉인해줘. 갖다가 와서 제대로 해놓을 테니까.”
“어···? 응.”
네우는 류안의 말이 의아했지만
일단 대답은 한 후,
곧 눈앞에서 벌이지는 상황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건 레이쉴, 벨드라엔도 마찬가지였고
리아인, 마수 테이머 하엔도 놀라고 있었다.
류안이 허공에 손을 뻗은 순간,
차원이 뒤틀리면서 틈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러한데
그 어떤 이상징후도 없이 평온 그 자체였다.
“뭐해? 안가?”
“어···?”
놀라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리아인, 하엔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린 류안은 손으로 그 둘을 툭 치며 차원의 틈 안으로 밀어 넣어버렸고,
그 둘은 놀람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틈 안으로 들어가 졌다.
늑대형 마수 세 마리는 류안의 눈짓에 알아서 틈 안으로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류안이 들어간 후,
차원의 틈은 조용히 닫히며 사라졌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집무실 안.
“─·········.”
네우는 어벙해진 채 봉인할 필요가 있나 했지만,
혹시 모른다는 류안의 말을 되새기며 차원의 틈이 생겼다 사라진 곳에 봉인과 결계 마법을 펼쳤다.
그러고 나서
레이쉴, 벨드라엔과 함께 집무실 밖으로 나온 네우는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문에도 잠금 마법을 걸어 두었다.
레이쉴은 처음 보는 것이지만,
쌍둥이 둘은 리아인이 폭주한 날 본 적 있고
벨드라엔은 경험까지 한 차원의 뒤틀림.
아무리 뒤틀림을 다룬다고 해도
차원을 이렇게 뒤트는 존재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차원을 이동하는 힘을 가진 신조차도
문이나 통로를 만들어 틀어지는 것을 막았다.
벨드라엔은 류안과 관련된 온갖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혼란하던 가운데
한가지 가설이 자리했다.
만약, 뒤틀림을 다루는 것이 아닌
뒤틀림 그 자체라면.
“─!!!!!!!”
어린 신이 보여주던 놀람의 신기록을 경신하는 그 모든 상황이 설명되었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법칙을 뒤틀어 버리면 되는 것이었으니까.
그러자,
검은 옷 조직을 조력하는 절대자의 후보라는 신들이 저지르는 만행 중,
죄 없는 존재들을 뒤틀어 버리고
그 뒤틀림을 모으고 있는 이유까지 설명이 되었다.
“하─···.”
벨드라엔은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짧게 흘렸다.
모든 것이 설명되는 가설이긴 하지만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직접 물어보아야 하나···.”
“네?”
벨드라엔의 혼잣말을 들은 레이쉴이 의문을 표했다.
“어? 아냐. 아무것도···.”
지금 중요한 것은
류안에 관한 가설이 맞고 안 맞고가 아닌
검은 옷 조직과 그 조력하는 신들을 막는 것.
잠시 잠금 마법이 걸린 집무실 문을 보던 벨드라엔의 뒤로 그림자처럼 조용히 세 명이 다가왔다.
“헉─!!!”
벨르라엔은 놀라 저도 모르게 소리 냈으며
세 명의 재상에 의해 회의실로 끌려갔다.
쌍둥이 둘은 이젠 일상인 듯이 따라갔으며
레이쉴도 자신을 대신해 회의하고 있던 벨드라엔을 도와주기 위해 회의실로 향했다.
* * *
레쉬아 왕국의 국왕 레이쉴에 집무실에서 마수의 숲에 관한 일이 있었던
그 비슷한 시각.
듀아 왕국의 1 왕자 다미엔도 전속 정보원으로부터 마수의 숲 상황을 전해 들었다.
그리고 그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워스만은 탐색의 힘으로 마수의 숲을 살펴보고 있었다.
마수의 숲에서 벌어지고 있는
검은 옷 조직과 마수들 그리고 드래곤들.
이 세 무리의 접전[接戰]은
전쟁의 신 워스만의 영역에 속하기에 탐색하는 것에 별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던 중,
벨드라엔이 느꼈던 류안의 묘한 기운을
워스만도 느끼고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인지했다.
“!!!!!!!”
워스만은 ‘전쟁의 신’이다 보니
웬만한 공포나 자극에는 면역이 되었다고 해야 할지 별 느낌이나 타격을 주지 않았다.
그런데
이 묘한 기운을 느낀 그 순간,
워스만의 몸과 머릿속에 원초적인 극한의 공포가 각인되듯이 깊숙이 자리했으며
그로 인한 오싹함은 전율을 넘어섰다.
“하, 뭐 이런······!!!”
그러던 중.
워스만도 경험한 차원의 뒤틀림이 마수의 숲에 생기고 있는 것이 탐지됨과 함께
류안과 일행이 모습을 드러낸 것도 탐지되었다.
“마수의 숲에 갔다가 와야겠어.”
“네? 상황이 그렇게 안 좋습니까?”
다미엔은 마수의 숲 상황의 심각성에 미간을 구기며 말하다가
워스만의 즐어워하는 표정을 보고는
얼굴 미간의 구겨짐을 누르고 떨떠름함이 대신 자리했다.
‘류안 군이 마수의 숲에 갔나 보군.’
이유를 짐작한
다미엔은 이내 해탈한 표정을 했다.
“다녀오십시오.”
워스만의 얄밉게 씨익 웃으며 자신의 전용 통로를 열었다.
그러나,
네우의 텔레포트가 실패했듯이
워스만의 전용 통로도 제대로 열리지 않았다.
더 정확히 설명하자면
마수 숲으로 가는 통로의 입구는 열렸지만
출구가 열리지 않고 있었다.
워스만의 얼굴에 뚱한 표정이 자리하더니
자존심이 용납할 수 없다는 것처럼 강제로 출구를 부수듯이 열어버렸다.
콰지직───!!!
그로 인해
통로 주변에 차원의 균열이 생겼다.
“젠장─···.”
워스만은 거친 말을 내뱉고는
통로 안으로 들어가며 다미엔한테 말했다.
“균열 생긴 것은 임시로 막아 놓기는 하겠지만,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해.”
“···알겠습니다.”
워스만이 마수의 숲으로 이동하고 통로는 사라졌다.
하지만,
허공에는 유리가 깨진듯한 금이 생긴 채로
차원의 균열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후우──···.”
다미엔은 한숨을 쉬듯 숨을 고르고는
하얀 창을 꺼내서 차원의 균열 앞 바닥에 박아 세웠다.
콱─!
파라라라라────······.
하얀 창의 창촉이 박힌 바닥에서 국화꽃을 닮은 꽃잎들이 여러 갈래 피어나더니,
이내 허공의 균열을 감싸듯 꽃잎을 닫으며
둥그런 구 형태의 막을 형성해 차원의 균열을 봉인했다.
* * *
콰직───!!!
거친 균열과 함께 차원의 통로가 열렸다.
그리고
워스만이 마수 숲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눈앞에 벌어진 놀랍고도 흥미로운 광경을 보게 되었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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