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96 화 – 빼앗긴···.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196 화 – 빼앗긴···.
드디어 때[時]가 되었다며 모습을 보인 존재.
리아인한테 제일 처음으로 손길을 내밀어서
뒤틀리어지게 한 ‘마찰의 신’이었다.
마찰의 신을 보면서
리아인은 거칠게 요동치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 애쓰고 있었다.
지금은 이 감정에 휩쓸리면 안 되기에
이 상황을 빠져나갈 틈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냉정함을 유지해야 했다.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엎어진 채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어떻게든 움직여 보려고 부들거리고 있는
리아인의 앞에 마찰의 신이 다가와 섰다.
“이렇게 다시 보게 되어 정말 반갑구나.”
“‘아이’야.”
‘아이’라는 말에
리아인은 역겨움에 속이 뒤집힐 것 같았고
목까지 올라오는 신물을 억지로 참고 삼켰다.
그런 리아인을 보며
마찰의 신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표정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구나.”
“날 두려워하면서도 경멸하고 증오하는.”
“그리고 반항하는 그 얼굴.”
마찰의 신은 자세를 낮춰서는
엎어져 있는 리아인과 시선을 마주했다.
“네가 처음이면서 유일하더군.”
“·········?”
“내 손길을 거부한 아이 말이야.”
“다른 아이들은 영광으로 받아들이거나, 싫어했던 아이도 결국에는 내 손길을 받아들였는데.”
“너만이 거부했지.”
“·········.”
“그래서 네가 ‘뒤틀린 아이’로 선택된 거긴 하지만.”
“···애초에 ‘아이’로 받아들이기 위해 손길을 내민 것도 아니잖아.”
리아인은 마찰의 신 말을
맞받아치듯 이를 갈면서 말하였고
그 말에
마찰의 신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오호-, 알고 있었군.”
“그래 맞아.”
“내가 원한 것은 ‘아이’가 아닌 ‘뒤틀림’이었으니까.”
마찰의 신은 손을 움직여
리아인의 턱밑에 대고는 살짝 들어 올렸다.
자신이 아닌 다른 곳을 보고 있는
시선을 맞추기 위해.
“넌 ‘뒤틀린 아이’로서 아주 훌륭했지.”
“다른 아이들은 뒤틀림을 버티지 못해 육체마저도 뒤틀려 형편없어진 것에 비해.”
“넌 뒤틀린 기운을 잘 품고 있으면서 다른 신들의 손길에 의한 뒤틀림도 잘 받아들였으니까.”
마찰의 신은 그렇게 말하면서
온화하면서 인지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리아인한테는 그저 메스꺼울 뿐이었다.
자신한테 그런 미소를 보일 수는 존재는
오직 한 명뿐이었기에.
리아인은 자신을 보는 마찰의 신 너머
류안을 보고 있었다.
누굴 맞이하는 듯한 모습의 거대한 석상 앞
제단 위 허공에
무수한 빛의 실에 묶여 매달려 있는···.
마치,
빛에 사로잡힌 어둠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모습은
아이러니하고 기이하게도 시선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정말 잘 어울리지 않나?”
마찰의 신이 리아인의 시선에 따라
류안을 보면서 말하고 있었다.
“뭐, 어둠은 빛에 의해 생기는 존재이듯.”
“검은 천사는 신에 귀속되어야 할 존재.”
“당연하다 할 수 있겠지.”
말도 안 되는 마찰의 신 말에
리아인의 얼굴은 심하게 일그러졌고,
그것을 본 마찰의 신은 피식하고 웃으면서
낮춘 자세에서 일어나
류안이 있는 제단 쪽으로 향해갔다.
제단 쪽에는 언제 온 것인지
일렁임의 신이 자리해서는
류안을 묘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리아인한테 손길을 주어 뒤틀리어지게 한
다른 신들도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는
리아인을 중심으로 일정 거리를 두어
원형을 이루며 자리했다.
일렁임의 신 옆, 제단 앞 정중앙에 자리한
마찰의 신이 말했다.
“이제 때가 되었다.”
“뒤틀림이 모두 채워질 때, 운명에 따라 절대자가 선택될 것이다.”
그러자,
신전 안 홀 바닥의 수많은 마법진이
거대한 시계를 움직이는 톱니바퀴처럼
빛을 발하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기이이이──잉─.
또한,
리아인의 몸 아래 있는 마법진도
새로운 빛을 발했고
몸을 옭아매고 있던 빛의 실들이
리아인의 몸 안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
리아인은 빛이 찌르는 실이 파고드는
어마어마한 고통과
내부가 거칠게 헤집어지는 괴로움에
몸이 움츠러지려고 했으나,
이마저도 허락되지 않아
고통과 괴로움에 떨어야 했다.
“······!!!!!”
그렇게 내부가 강제로 헤집어지며
리아인은 몸 안의 뒤틀린 기운이
억지로 빠져나오는 것을 느껴야 했다.
“!!!!!!!!!!”
리아인 본인도 인지하지 못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상 이상의 뒤틀린 기운이 몸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리아인은 눈이 커지며 숨이 막히는 와중에
빠져나가는 뒤틀림으로 비워진 공간을
고통과 괴로움이 채워가고 있었다.
이제껏 이런 뒤틀림을 가지 채
저번 생과 이번의 생에 별문제 없이 지낸 것이 기적 같은···.
몸에서 뒤틀린 기운이 빠져나감에 따라
채워지는 고통과 괴로움에 부들거리면서도
아득해질 것 같은 정신을 부여잡으며
리아인은 힘겹게 류안을 바라봤다.
기적 같은··· 류안을 만났고
류안이 이 뒤틀린 기운을 가려주었기에 가능했던···.
그런 류안을 지키지 못한, 구하지 못한
자신한테 화가 났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한테···.
리아인은 울분을 담아
류안을 깨우기 위해 소리높여 외쳤으나,
나오지 않는 목소리에 괴로움과 고통만 더해지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몸부림치지도 못하는 지옥 같은 상황에 있던
리아인의 몸이 크게 요동쳤다.
몸 안에 있는 모든 뒤틀린 기운이 빠져나가면서 생긴 반동.
“·········.”
리아인은 충격과 함께
빈껍데기가 되는 듯한 느낌이 몰려왔다.
분명, 숨은 쉬는데 쉬어지지 않고
눈에 보이고 귀에 들렸지만,
보이지 않으면서 들리지도 않고 있었다.
이런 모순되는 상황에
유일하게 류안의 모습만이 보였다.
하지만,
이내 점점 시야가 하얗게 흐려지면서
류안의 모습도 흐릿해져 갔다.
* * *
딸칵- 끼이이익.
금속판 장식이 달린 열쇠로
워스만은 계속 육각 미로 방의 문을 열며
앞으로 향해서 갔고,
그 뒤로
레이쉴, 다미엔, 뮤리나
그리고 벨드라엔과 쌍둥이 제우가
묵묵히 따라 움직였다.
끝없이 문을 열고 이동하기를
한참 동안 반복하던 그때,
거침없이 문을 열던 워스만이 멈칫했다.
열쇠 기운에 반응을 보이던
이전까지의 문과는 다른
문 하나가 유독 기이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워스만은 탐색의 힘으로 그 문을 살펴봤다.
눈에 확연히 보이는 것은 아니었으나,
문에는 거미줄처럼 빛의 기운이 뒤엉켜있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워스만은 열쇠의 기운에 반응하여
빛을 발하는 다른 문을 잠시 보고는.
휘익─ 짤랑.
금속판 장식이 달린 열쇠를
벨드라엔한테 던지며 넘겨주었다.
벨드라엔은 갑작스러운 워스만의 행동에
어리둥절하면서 열쇠를 받았다.
“···야, 뭐야? 왜 그래?”
벨드라엔이 의문을 드러내며 말했지만,
워스만은 무시한 채
거미줄 같은 빛의 기운이 감도는 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끼이익─.
워스만의 손에 의해 열린 문 너머로
육각 형태의 방이 아닌
빛으로 가득한 곳이 보였다.
워스만은 그 안으로 향하기 위해 발을 움직였다.
그러던 그때,
“얀마! 이유는 말하고 단독행동해!!”
벨드라엔이 워스만의 팔을 강하게 잡으며
멈춰 세웠다.
워스만은 표정 없이 벨드라엔을 보다가
입을 움직여 말했다.
“너희는 저 문을 통해 이곳을 빠져나가 다른 이들을 도와.”
워스만이 말한 문은
열쇠에 반응하고 있는 문이었다.
육각 미로를 빠져나갈 수 있는 문.
벨드라엔은 그 문을 잠시 보고는
워스만이 열은 문 너머로 시선을 옮겼다.
“넌 저 알 수 없는 곳으로 가서 뭘 하려고?”
“뭘 하긴.”
“내가 할 수 있는 일 하려는 거지.”
“하─···, 그럼 같이 가.”
“·········.”
“네가 할 일 하려는 것처럼.”
“나도, 우리도 할 일을 하기 위해 여기 온 거야.”
벨드라엔의 말에
레이쉴, 다미엔, 뮤리나, 쌍둥이 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워스만은 피식했다.
그러다,
벨드라엔의 말에 워스만은 다시 무표정해졌다.
“저곳에 ─가 있는 거지?”
그 물음에 워스만은 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답은 필요 없었다.
워스만이 이렇게 행동하게 하는 존재는
단 한 명뿐이었기에.
벨드라엔은 손에 쥔 열쇠를 품속에 넣은 후,
워스만을 지나쳐
열린 문 너머 보이는 빛으로 가득 찬 곳으로 들어갔다.
그 뒤로
레이쉴, 뮤리나, 쌍둥이 제우가 들어갔고
다미엔은 잠시 멈춰서 워스만을 바라봤다.
아주 잠깐,
둘은 무언[無言]의 대화를 나눴고
다미엔은 문 너머로 향했다.
“하─···.”
워스만은 한숨과 함께 미소를 지으며
문 너머 빛으로 가득 찬 곳으로 들어갔다.
탁─.
문이 닫히고
육각 형태의 방안의 모든 문이 빛에 뒤틀리며 봉쇄되었다.
* * *
빛으로 가득 찬 곳.
워스만은 탐색의 힘을 펼쳤고
레이쉴, 다미엔, 뮤리나, 쌍둥이 제우도
이곳을 파악하기 위해 주변을 살펴봤다.
그런 와중에
벨드라엔은 눈부심에 색안경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색안경을 쓰려던 그 순간.
빛은 썰물처럼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빛이 사라지고 드러난 풍경.
작은 유토피아를 닮은 풍경 속
빛으로 둘러싸인 새하얀 신전이 그들의 눈앞에 있었다.
그러면서
신전으로부터 뻗어 나온 거미줄 같은 빛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워스만뿐만 아니라 모두가 이 기운을 느꼈고
심상치 않음에
다들 서둘러서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무언가가 있다가 빠져나간 듯한
기이한 형태의 벽면과 기둥들이 즐비한
긴 복도를 지나자,
부서진 거대하고 새하얀 문이 보였다.
그러고 보이는
출입구를 가득히 메운 빛의 실들이 있었다.
워스만은 검붉은 검을 꺼내 들어
검기를 날렸고,
벨드라엔은 머스킷으로
멸[滅]의 기운을 담은 탄환을 쏘았다.
촤아아아─악!
타앙─!!!
두 신의 공격에
출입구를 막고 있던 빛의 실들이 꿈틀거리다가 사라졌고,
방해물이 사라진 출입구를 통해
모두는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안에서 보이는 광경에 모두 말문이 막혔다.
그중에서도
워스만의 표정이 굳어지고 있었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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