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54 화 – 새로운 세계에서….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154 화 – 새로운 세계에서···.
군인들···
정확하게는 민간 군인들한테 둘러싸여
표정이 좋지 않고 당혹해하는 리아인을 본
박민하가 앞으로 나와 말했다.
“자, 자, 여러분.”
“축하의 말은 충분히 하신 것 같으니 그만하시고.”
“좀 쉬게 해주시죠.”
“아, 이런. 그래 미안하네.”
“각성한 직후는 몸이나 심리적으로 불안정할 수 있는데, 내가 깜빡했군.”
“가서 좀 쉬도록 해.”
“네, 팀장님. 배려 감사드립니다.”
박민하는 꾸벅 인사한 후,
리아인의 등을 밀며 취침실이 있는 곳으로 향했고
리아인은 등 떠밀리는 와중에 고개 인사를 하며 예의를 보였다.
박민하와 리아인이 이동해
더 이상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미소 짓던 이들의 표정이 의미심장해졌다.
분위기 또한 무거워졌다.
“팀장님. 괜찮은 거겠죠?”
부팀장이 팀장인 ‘마태수’에게 조심히 말을 건넸다.
팀장 마태수는 부팀장을 잠시 보고는
박민하와 리아인이 이동해 간 통로 쪽을 보며 답했다.
“안 괜찮을 것이 뭐 있겠나?”
“이제껏 틀린 적 없었던 노록원 그 친구의 마지막 예지를 믿으면 되는 거야.”
팀장은 팔짱을 여유롭게 끼고는
어깨를 한번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무엇보다 박민하가 평소와 다름없이 대처하고 있으니 노록원에 관해선 박민하한테 맡기고 우린 우리가 할 일에 집중하면 돼.”
팀장의 말에 불안한 기색을 보이던 부팀장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던 그때.
삐빅- 삑-.
무전기 소리가 들려왔고
팀장 마태수는 귀에 착용한 소형 무전기를 작동시켰다.
-삐빅··· 전방 공격 A조 보고드립니다. 오버.
“보고하라. 오버.”
-예, 현재 괴수 진압 90% 완료했습니다. 오버.
“수고 많았다.”
“그래서 뭐가 문제인 것이지? 오버.”
-예, 남은 10% 중 ‘돌’이 있습니다. 오버.
“돌? 젠장. 알았다.”
“곧 지원 갈 테니 조금만 더 수고하도록. 오버.”
-알겠습니다. 오버.
삑-.
무전을 끝낸 팀장 마태수는
팀원들한테로 시선을 움직였다.
“다들 들었을 터, 상황 설명은 생략한다.”
“각자 ‘돌’에 대처할 태세를 갖추고 곧바로 지원에 들어간다.”
“예! 알겠습니다!!”
팀장의 말에 팀원들은 일제히 준비태세를 갖추고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군에 소속되어 있지 않아 민간 군인일 뿐,
그들만의 체계적인 훈련과 경험, 유대관계로
그 어떤 군대에도 뒤지지 않았다.
“팀장님, 둘한테도 연락을 넣을까요?”
부팀장의 말에
팀장은 잠시 고민한 듯 반 박자 늦게 답했다.
“그래, 긴급상황이니 연락하도록.”
“네, 알겠습니다.”
* * *
박민하의 안내에 따라온 취침실.
명칭 그대로 취침을 하기 위한 방으로
침대, 책상과 의자, 관물대 하나.
그리고 책상 위에는 라디오와 음료 두세 개 들어갈 크기의 소형 냉장고가 있었다.
자신의, 노록원의 취침실을 본 리아인은
박민하를 봤다.
“응? 왜? 궁금한 것 있어?”
“···음, 여기 오기 전 괴수들과 대치 중이던데···.”
“으이그, 난 또 뭐라고.”
“잘 대응하고 있는 분들한테 괜히 가서 꼈다가는 오히려 방해될 수 있어.”
“게다가 너하고 내가 거기 갔었던 것은 다른 볼일 때문이었고.”
“볼일?”
리아인은 임무가 아닌 ‘볼일’이라는 말에
묘한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 네 마지막 예지.”
“아,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해줄 테니.”
“지금은 일단 쉬어. 인마.”
박민하는 여전히 가만히 서 있는 리아인을 고개를 갸웃거리며 보다가
흙먼지투성이인 옷을 보고는 ‘아’ 했다.
“샤워실은 복도 끝에 있어.”
“이 시간에는 딱히 이용하는 사람이 없으니 별 불편함 없을 거야.”
“···어, 응.”
리아인은 박민하의 말에
이 몸의 원래 주인 노록원도 샤워 한정 대인기피증이 있나 싶었다.
리아인의 경우는
뒤틀린 기운 때문이긴 했지만···,
그러다 문득,
리아인은 자신한테서 뒤틀린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것을 인지했다.
류안이 뒤틀림을 가려줘서 느껴지지 않는 것이 아닌,
아예 뒤틀린 기운이 없었다.
이제껏 빙의 환생하면서도
영혼 안에 뒤틀린 기운이 묶여있기에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벗어날 수 없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마치,
뒤틀린 기운은 자신의 원래 육체에 두고 온 것 같았다.
생각에 빠져 멍하니 있는 리아인을 본
박민하는 한숨을 조용히 내쉬었다.
“···내방은 바로 옆방이니까.”
“필요한 것 있으면 얘기해. 그럼 난···.”
삐비빅-.
말을 마무리하려던 박민하는
긴급상황 알림음에 말을 멈추고
삐삐를 닮은 알림 장치를 꺼내 확인했다.
“이런, 쉬라고 해놓고는··· 미안하다.”
“긴급지원 가야 해.”
“아무래도 ‘돌’이 나타난 것 같아.”
돌.
리아인은 ‘돌’이라는 말에
가장 먼저 ‘투명한 돌’이 생각났다.
‘설마···.’
“이거 받고 어서 움직이자.”
박민하는 어디서 꺼내 것인지
방탄조끼와 안전모를 리아인한테 건네주면서 서둘러 움직였다.
다다다다-.
박인하를 따라 달려간 곳은
들어올 때 이용한 지하벙커 출입구가 아닌
지하철 출입구였고
그 출입구를 통해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주위에는 괴수 시체들이 즐비한 가운데
세 마리의 괴수와 포격부대, 방패부대, 마태수 팀의 공격 A조 능력자들이 대치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분리한 상황 같지는 않았으나,
상당히 애먹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상황이 어떻습니까?”
박민하가 리아인을 끌고 팀장 옆으로 가 현재 상황을 물었다.
“어, 왔나? 보는 대로다.”
“저 괴수 세 마리가 돌을 갖고 있어.”
“거기다가 세 마리 중 한 마리는 까다롭게도···.”
“투명한 돌.”
리아인은 세 마리 중 제일 덩치가 큰 괴수의 가슴팍 중앙에 박혀 있는 돌을 보고는
저도 모르게 팀장 마태수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리아인은 자신을 의미심장한 눈으로 보는 팀장의 시선에 순간 실수했나 했지만,
팀장은 별 반응 없이 뒷말을 이었다.
“그래, 맞아.”
“다른 돌을 가진 괴수도 뒤틀린 기운을 머금은 폭탄이라 함부로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인데.”
“저 투명한 돌을 가지 괴수는 더 까다로워.”
“까다롭다고요?”
“해치우는 것 자체가 까다로운 것이 아니지만 그 과정이 쉽지가 않아.”
“···네, 투명한 돌을 파괴해야 하는 동시에 뒤틀린 기운도 없애야 그 주변이 뒤틀리는 피해를 막을 수 있을 테니까요.”
리아인은 괴수 세 마리를 보며
읊조리듯이 말했고
팀장이 그 말을 이어받아 말했다.
“맞아, 투명한 돌을 파괴하고 바로 뒤틀린 기운을 없애지 못하고 어설프게 없애면 남은 뒤틀린 기운이 주변을 기하급수적으로 뒤틀어 버려 위험해지지.”
팀장 마태수는 한 손으로 얼굴을 쓸었다.
“그 덕에 저 투명한 돌 괴수를 첨 상대했을 때 엄청난 피해와 그것을 수습하느라 능력자들도 많이 희생되었어···.”
“···돌을 파괴할 수는 있습니까?”
“파괴할 수는 있지만, 쉽지가 않아.”
“정확히 알려주시겠습니까?”
“전력 및 화력이 부족해.”
“투명한 돌을 파괴하면 그 뒤 뿜어져 나올 뒤틀린 기운을 없앨 화력이 턱없이 부족해지고.”
“그걸 염두에 두면 투명한 돌 자체를 파괴할 수 없어.”
쉽게 표현하면
한 방이 아닌 강력한 두 방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리아인의 괴수들을 대처하고 있는 이들.
전장을 바라봤다.
세 마리의 괴수를 중심으로 일정 거리에
반투명한 장막이 돔 형태로 둘려져 있었다.
괴수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뒤틀린 기운이 주변으로 퍼지지 않게
이 전장에 외부 민간인 출입을 막기 위해
능력자들이 기계를 이용해 펼쳐 놓은 것이었다.
크아아아──악!!!
투명한 돌이 박혀 있는 괴수는
방해되는 장막을 뒤틀어 부수려는 듯이
괴성을 지르며 초음파를 울려 퍼트렸다.
쿠구구구──.
거대한 초음파는 장막의 안의 모든 것들 뒤흔들기 시작했고
이에 맞서 군부대는 바로 ‘음파 대포’를 이용해 상쇄 음파를 발사했다.
기이이─잉───.
신경 긁는 듯한 소름 끼치는 일순 들리며
두 음파는 충돌했고
이내 이곳의 모든 소리가 사라진 것처럼
적막이 흘렀다.
크르르르-.
괴수는 자신의 공격이 무산된 것에
몸과 털을 잔뜩 부풀리면서 격분했고
곧 거대한 발톱을 세운 앞발을 휘둘렀다.
“보호막 발동!!!”
부대장의 외침이 들리는 동시에.
콰가가가-각!
콰광!!!
괴수가 휘두른 풍압은 바람의 칼날이 되어
땅바닥과 건물에 거칠고 깊은 네 줄의 손톱자국을 만들었다.
제때 보호막을 펼치고 피한 덕에
다친 군인들은 없었으나,
음파 대포의 음향 장치가 파괴되었다.
“방패부대 앞으로-!”
부대장의 명령에 따라
거대한 방패를 갖춘 소형 장갑차 열 대가 이동해 와 나란히 섰다.
쿠궁, 쿵! 쿵! 쿵!!!
소형 장갑차의 방패들이 묵직한 소리를 내며
일제히 바닥으로 내려지면서
방패의 고정판들이 작동하며 바닥 박혀 장벽을 만들었다.
그리고 방패의 고정판 안에는 수많은 전선이 있었는데.
“자기장 펄스 작동.”
방패 고정판으로 자기장 펄스가 땅바닥에 흘러 괴수들을 향해 조용히 퍼져나갔다.
크르르- 크륵 큭큭 크르-.
괴수들은 한 발 한 발 움직일 때마다 온몸이 감전되는 듯한 충격을 받으며 몸을 움찔거렸고
그 충격은 비록 강하지는 않았으나,
괴수들의 움직임을 둔화시키고 막을 수 있었다.
“포격부대 준비하라-!!”
부대장은 다음 명령을 내렸고
방패 장벽 뒤로
중소형의 방사포 전차가 자리했다.
10M가 넘는 괴수들을 대항하기에 작은 것 아니냐 할 수 있지만,
장애물과 건물들이 많은 곳에서는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는 중소형 전차가 적합했다.
그리고,
화력도 부족하다고 할 수 있으나.
이는 괴수들을 처리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괴수들의 발을 묶어두고
그와 함께
동시에 날릴 수 있는 강력한 두 방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 끌기였기에
충분했다.
그 두 방 중 한 방이 되어줄 수 있는 능력.
리아인은 전장 상황을 지켜본 후,
이들이 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인지했다.
리아인은 팀장 마태수한테 말하려던 중
팀장이 먼저 말했다.
“노록원, 자네의 새로 각성한 능력 얼마나 발휘할 수 있나?”
리아인은 손을 펴 보았다.
파직! 파직!
백금빛 전류 파편들이 모여들었다.
능력을 쓰는 것에는 별문제 없어 보였으나,
지금 빙의해 있는 노록원의 육체가
류안이 없는 상황에서 반동 없이 능력을 효율적으로 펼칠 수 있냐는 것과
능력을 펼친 후 올 반동을 얼마나 버텨줄지 알 수가 없었다.
류안이 준 하얀 창이라도 있으면
그나마 해 볼 만 할 수 있겠지만,
다른 차원이라서 그런 것인지 하얀 창을 불러낼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생각은 없었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눈앞의 괴수들을 처리하는 것.
투명한 돌만 파괴하면
나머지는 이곳 능력자들이 알아서 뒤틀린 기운을 제거할 테니까.
“···야, 능력 쓸 거냐?”
박민하가 걱정 어린 표정으로
리아인을 봤다.
“···해야지. 저대로 두면 저 괴수들이 이곳을 뒤틀어 버릴 건데, 가만히 있을 수 없잖아.”
겨우 오래 버틸 수 있는 육체에 빙의했는데,
이대로 또 저 괴수의 뒤틀림에 휩쓸려 죽기라도 하면
류안이 자신을 찾아오는 것에 문제가 생길 것이 뻔하니,
이곳에서 어떻게든 버텨야 했다.
반동으로 좀? 많이 괴롭기는 해도
설마 죽기야 하겠어?
각오를 다진 리아인은
팀장 마태수를 보며 말했다.
“팀장님, 한가지 확실히 약속해주십시오.”
“뭐지?”
“투명한 돌은 제가 책임지고 파괴할 테니,”
“그 뒤 뒤틀린 기운을 책임지고 제거해 주십시오.”
리아인의 결의에 차고 단호한 모습에
팀장 마태수는 귀에 창작한 소형 무전기를 작동시켰다.
삐빅-.
“아, 아. 방패부대, 포격부대, 공격 A조의 능력자들에게 알린다.”
“지금부터 괴수들의 움직임을 막을 최소한의 인력과 화력만 놔두고 모든 능력자는 뒤틀린 기운을 제거할 힘, 능력을 비축할 것을 명령한다. 오버.”
-삑··· 마팀장. 지금 그 말은···.
-투명할 돌을 파괴할 한 방이 있다는 건가? 오버.
“그래, 그러니, 정신 바짝 차리고 대기하도록 오버.”
-···알겠다.
-자네를 믿겠다. 오버.
삑-.
팀장 마태수가 무전을 하는 사이.
리아인은 준비를 거의 끝내고 있었다.
리아인의 온몸은 백금빛 전류 파편들에 뒤덮힌 채, 당장이라도 폭주할 듯이 거칠게 날뛰고 있었다.
“후우-.”
리아인은 온몸에 모인 백금빛 전류 파편들을 손에 모은 후, 꽉 쥐었다.
전류 파편들은 주먹 쥔 손에서 빛이 되더니
이내 창의 형태를 갖추었다.
빛의 창.
리아인은 또한,
빛의 창이 빗나가지 않게 하기 위한 유도장치로 반딧불 같은 전류 파편들을 괴수들 쪽으로 흩뿌렸다.
괴수들은 그 작디작은 전류 파편들의 빛이
빛이 반사된 먼지라고 여긴 것인지 귀찮은 날벌레 쫓든 앞발을 휘적거렸으며
작은 빛들은 흩어지기는 해도 사라지지 않았으나 전혀 해가 되는 것이 아니었고,
그것보다는 자신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부대들을 신경 쓰느라
작은 빛에는 관심을 끊었다.
그 덕에 다행으로 어렵지 않게
반딧불처럼 반짝이는 작은 전류 파편들은 괴수의 가슴팍 중앙에 있는 투명한 돌에 안착했다.
리아인은 그것을 확인하고는
창을 던지기 위해 자세를 잡았고
훈련으로 다부진 육체라 그런 것인지
자세가 안정적이면서 절도 있게 잘 잡혔다.
리아인은 그렇게 활처럼 상체를 크게 적힌 후,
힘껏 빛의 창을 던졌다.
휘유융───.
콰직!!!!!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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