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60 화 – 출항[出航]을 하고···.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60 화 – 출항[出航]을 하고···.
레쉬아 왕국의 항구 도시 ‘하브’.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
바람도 잔잔하게 불어와 여행하기 좋은 날.
스체스 왕국으로 가기 위해 모인 이들을
무역상인 ‘비크’가 항구에서 맞이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과 함께할 비크 라고 합니다.”
“반갑소, 워스만 이라고 하오.”
비크의 인사에 말투를 바꾼 워스만이 대표로 인사하며 악수를 했다.
물론, 전쟁의 신이라는 신분은 숨긴 상태였다.
무역상인 비크와 함께 배를 타고 스체스 왕국으로 가는 총인원은
짧은 백발의 류안과 흑발의 리아인, 적발의 쇼트, 워스만 그리고 루카테르였다.
참고로
루카테르 대신해서 이번에는 살쾡이 수인 키사가 오두막 관리를 맡았으며,
쌍둥이 제우와 네우의 귀여움과 도움을 듬뿍 받으며 아주 편하게 지내고 있었다.
그렇게 그들은
무역 거래를 하기 위한 척 스체스 왕국으로 가기 위해 모두 무역선에 올랐고,
뿌우우우─웅───······.
끼룩 끼룩끼룩─.
뱃고동 소리와 함께 무역선이 출항했다.
그리고
푸른 하늘 높이 유유히 날아다니고 있는 갈매기들의 울음소리로 배웅을 받으며
무역선은 항구를 벗어나 망망대해[茫茫大海]로 접어들었다.
* * *
끝이 없을 듯 드넓게 펼쳐져 있는 바다.
무역선 한 척이 잔잔한 해면[海面]에 물보라를 일으키며 목적지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와 함께.
쏴아아아아───···.
바닷바람과 짠 내음이 갑판에 나와 있는 이들의 코끝을 간질었다.
“·········.”
“와───···.”
류안은 바로 코앞에 보는 것은 처음이고
쇼트 역시 실제로 보는 것이 처음이었기에
둘은 갑판 난간에 기대어 멍하니, 신기함에 감탄하며 바다 풍경을 구경 중이었다.
둘이 그렇게 바다 구경을 하는 사이,
리아인, 워스만, 루카테르 그리고 비크는 선실 안에서 스체스 왕국에 도착하고 할 일들을 논의하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주로 워스만과 비크가 진행 상황에 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 참고로 워스만은 바꾼 말투가 불편해 존칭어를 붙여 평소대로 말했으며,
비크는 그것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굳이 이유를 밝히자면,
신분을 숨긴 채, 말투나 억양을 바꾸고 배에 타는 사람들이 드물지 않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면 저와 함께 움직이시면 됩니다.”
“준비는 잘 되어있습니까?”
“예, 그곳에 도착하면 바로 이동할 수 있게 준비되어 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렇군요. 수고하셨습니다.”
“아닙니다. 저와 제 동업자들도 이익이 있어 한 것이라. 하하하─.”
“그럼, 도착만 잘하면 되는 것이군요.”
“예, 그렇죠. 운항은 선장님과 선원분들께 맡기고, 도착할 때까지 편안히 바다 유람을 즐기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러죠.”
무역상인 비크의 말마따나,
중형크기 무역선의 일반 운항속도로
바다 날씨가 갑자기 변덕을 부린다거나 선박 자체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이상,
스체스 왕국까지는 대략 일주일 정도 걸릴 예정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해면으로 해가 지며
육지와는 다른 분위기의 어둠이 바다 전체에 드리워졌다.
쏴아아아아───···.
잔잔한 밤바람 소리만 들리는 고요함 속,
선실 안의 모두가 잠들어있는 가운데
류안이 천천히 눈을 떴다.
“·········.”
졸린 눈을 껌벅거리며 침대에 앉은 류안은 고개를 한번 갸웃거리고는 선실 밖으로 나가 갑판 난간에 기대며 먼바다를 바라봤다.
눈을 찡그리며 보던 류안의 눈에 저 멀리 자그마한 섬이 하나 보였고
그 섬으로부터 바람 소리에 섞인 묘한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쏴아아─ 휘이이─잉──···.
“세이렌의 섬입니다.”
어둠 속에서 등불을 든 비크가 옆으로 다가와 류안이 보고 있는 작은 섬에 대해 알려줬다.
“세이렌?”
“예, 노래하는 섬이란 의미로 붙여진 별칭입니다.”
류안은 어디서 들어 본 명칭에 갸웃하다가 파에타 마을에서 마주친 검은 옷 사냥꾼 여성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그때.
휘이이이─잉───···♪···.
작은 섬에서부터 묘한 소리가 섞인 바람이 선박 쪽으로 불어왔으며
류안은 다시 섬을 바라봤다.
그러면서
염색한 하얀 머리카락이 바다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듯이 살랑거렸다.
비크는 그런 류안을 묘한 눈으로 보며 섬에 대한 설명을 이었다.
“지금은 모든 배가 거리를 두고 운항하고 있어 괜찮지만. 예전에는 모르고 저 작은 섬 근처를 지나다가 섬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섞인 소리에 홀려 선원들이 섬에 가겠다며 바다로 뛰어들었고, 배는 저 섬 주변에 있는 암초에 부딪혀 난파되기 일쑤였습니다.”
“흐음─, 그랬구나.”
휘이이이─잉───♪···♩···.
다시 섬에서 바람이 불어와서는 류안의 몸을 감싸듯 가볍게 훑고 지나갔으며
마치, 류안의 목소리에 반응하듯 보였다.
“음─······.”
잠시 침음 한 류안은 갑판 난간 위로 올라갔다.
“앗! 뭐 하시는 겁니까? 설마···, 저 섬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에 홀린 겁니까?!!!”
비크는 놀라 황급히 난간 위에 선 류안의 손을 잡았다.
“안됩니다! 어서 내려오세요─!!!”
“괜찮아, 금방 갔다 올 거야.”
혹시 모를 불상사를 막으러 애쓰던 비크는
류안의 잔잔한 목소리에
세이렌의 실제 목소리를 듣는다면 이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일순하면서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그리고, 곧 의문이 들었다.
‘갔다 오겠다고? 어디를? 어떻게···?’
그때,
비크의 눈에 소년의 새하얀 머리카락과 대조되는 검은 날개가 류안의 등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은 밤바다의 어둠이 모인 듯 신비로웠다.
“·········.”
류안은 멍하니 있는 비크를 잠시 보고는 입에다 검지를 대며 말했다.
“비밀이야.”
그러고는 난간 밖으로 발을 내디디었으며
그와 동시에 검은 날개가 힘차게 날갯짓을 했다.
그로 인한 바람의 여파로 인해
비크는 한쪽 팔로 얼굴을 가리며 뒤로 물러나야 했다.
“아욱─···.”
팔로 가렸으나,
바람에 정통으로 맞아 옅은 신음을 뱉은 비크는 곧 팔을 내리고 앞을 바라봤다.
하지만, 류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섬에 뭐가 있나 보군.”
누군가의 중후한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비크는 황급히 뒤를 돌아봤고,
간소한 차림의 워스만이 있었다.
또한, 그 옆에는
다소 난감해하며 뒤를 보는 쇼트가 있었으며
그의 시선이 닿는 곳에는
미묘한 기운을 뿜어대는 리아인이 있었다.
루카테르는······
선실 안에서 팔자 좋게 자고 있었다.
리아인은 또 말없이 혼자 움직인 류안의 모습에 화가 난 것은 아니었지만···,
화가 나는 듯한 복잡 미묘한 상태였다.
그러던 그 순간.
쿠웅─!!!
무역선 아래쪽에 묵직한 뭔가가 부딪힌 듯이 기우뚱거리더니,
꺄르르르─── 킥킥킥.
어린아이 웃음소리 같은 소리가 무역선 주변에서 들려왔다.
“─!!!!!”
비크는 황급히 갑판 난간을 붙잡고 아래쪽 바닷물을 봤다.
해면 아래 검은 그림자가 일렁이면서
여자인지 남자인지 알 수 없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흔히 ‘인어’라고 알려진 바다 수인이었다.
바다 수인의 모습은 일반적인 사람들 눈에는 충분히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이었지만,
리아인과 쇼트, 워스만은 별 반응 없었고
무역상인 비크도 무덤덤하게 보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바다 수인들은 유혹하듯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양팔을 벌려 보였지만···
역시나 아무도 반응을 보이지 않자 순간 당황하면서 얼이 빠진 듯 표정을 짓더니,
이내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며 기괴한 울음소리를 냈다.
키아아아─아────···!!!
그 울음소리에 바닷물이 출렁이며 요동쳤고
문어인지 오징어인지의 다리가 거칠게 위압감을 뿜으며 솟아 올라왔다.
그것을 본 리아인은 탄성이 나왔다.
“와──.”
그 유명한 바다 괴수 크라켄이 커다랗고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문어와 오징어를 합친 듯한 모습에
돌기들이 멋들어지게 자리하고 있어서 징그럽다기보다는 오히려 근엄해 보이면서 위엄이 있어 보였다.
그런데,
그런 모습과는 다르게
크라켄의 눈동자에는 초점이 없었다.
마치, 누군가에게 조정 당하는 듯했다.
그리고
누구한테 조정 당하고 있는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키아아아───.
바다 수인들의 울음소리에
크라켄의 커다랗고 굵은 다리들이 무역선을 덮치듯 뻗어왔다.
“으아악─!!!”
비크는 그 광경에 놀라 소리치며 뒤로 넘어지듯 주저앉았다.
“이런, 제길─···.”
리아인, 워스만이 그 다리들에 대응하기 위해 움직이려던 그때,
웬 커다랗고 누런색에 검고 빨간 줄무늬가 있는 덩치가 크라켄을 덮쳤다.
쿠─앙──!!!
촤좌아아아───악─!!!
그로 인해
크라켄은 뒤로 자빠지면서 어마어마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바닷물 속에 처박혔고
무역선을 향해 뻗어오던 다리들이 딸려 가면서 허우적거렸다.
크라켄을 덮친 삼색의 덩치는 원래 모습인 드래곤 모습의 루카테르였으며,
그는 짜증을 내며 소리쳐댔다.
“잘 자고 있었는데, 잠 방해하는 기분 나쁜 소리와 이건 뭐야─?”
바닷물 속에 처박힌 크라켄은 허우적거리는 다리들을 움직여 루카테르의 몸을 휘감았다.
“커헉! 이 연체동물 새끼가─!!!”
루카테르는 그 다리들을 움켜잡고는 등의 날개를 퍼덕거리며 풀어내려 했고,
크라켄은 휘감은 다리들을 더 강하게 조이면서 루카테르를 끌어내리려 하고 있었다.
그렇게 드래곤과 크라켄의 한판 힘겨루기가 시작되었다.
쇼트는 이 틈에
갑판 바닥에 주저앉아 얼이 빠져 있는 비크를 부축해 선실 복도 출입구 쪽으로 움직였다.
아직 얼이 돌아오지 않은 비크의 눈에
리아인 손에서 파직되는 백금빛 전류 줄기와
부분적으로 갑옷을 두른 워스만이 손에 쥔 검붉은 색의 검이 보였다.
그리고,
키득키득, 꺄르르르─르──···.
어린아이 웃음소리를 내며 무역선의 바깥면을 기어 올라와 갑판 난간 사이로 얼굴을 보이는 바다 수인 한 명도 보였다.
그 모습은 아름다운 외모임에도 불구하고
기이하고 소름이 끼쳤다.
그 순간.
파지르르륵─!
키에에엑─────!!!
한 줄기의 백금빛 전류가 바다 수인한테로 내리꽂혔다.
맨몸으로 맞아도 치명적이건만,
온몸이 물에 젖은 상태이다 보니 몸 전체로 순식간에 감전이 되었으며
바다 수인은 기괴한 비명을 지른 채, 갑판 난간에서 떨어져 바닷물 속으로 빠졌다.
풍덩──···.
키아아아─악────!
자신들의 동족이 당하는 모습에 화가 난 바다 수인들은 하나둘 몸에서 기묘한 빛을 발하기 시작하더니,
날카로운 손톱을 세워 거칠게 무역선 바깥면을 타고 올라왔다.
카가가각───! 카각 카각─!
나무 파편들이 거칠게 뜯기며 거침없이 올라오고 있는 바다 수인들을 정조준하며
리아인은 동시에 여러 줄기의 백금빛 전류를 쏘아 댔다.
파지르르르───! 파직─!!!
키아아아─악────!!
다시금 전류 줄기에 감전된 바다 수인들의 비명이 들려오는 가운데,
“크─헉──!!!”
드래곤 루카테를의 비명도 덤으로 들려왔다.
백금빛 전류 줄기들은 바다 수인들을 정확히 관통한 후, 바다 수면으로 떨어졌으며
전류의 여파가 바닷물에 퍼져가면서
크라켄한테로 흘러갔고,
또, 그 다리들을 타고 흘러가 잡혀 있는 드래곤 모습의 루카테르한테까지 전달된 것이었다.
“야, 너 이 자식! 나까지 감전시킬 셈이냐? 조심해─!!!”
루카테르는 별 타격을 입지는 않았지만,
따가웠기에 성질내며 소리쳤다.
별 타격을 입지 않은 것은 크라켄도 마찬가지인지 다리가 루카테르의 목까지 휘감아 조이기 시작하면서
힘겨루기의 연장전에 들어갔다.
“이 빌어먹을───!!!”
리아인은 루카테르의 악에 받친 외침은 깡그리 무시하며 갑판으로 기어 올라오고 있는 바다 수인들을 바라봤다.
몸에 퍼져있는 기묘한 빛 때문인지
전류에 면역이 생긴 것인지
전류 공격을 받고 비명을 지르면서 잠시 멈추기는 했으나, 이내 움직이며 갑판 안으로 기어 들어왔다.
킥킥킥, 꺄르르─ㄹ───······.
바다 수인들은 이제 리아인의 공격은 가소롭다는 듯 비웃음을 날리고 있는 그 순간.
서걱─!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바다 수인 한 명의 몸이 두 동강이 나면서 갑판 밖 아래로 떨어졌다.
풍덩─··· 풍.
키아아아─악───!!!
갑작스러운 공격에 바다 수인들은 놀라 또다시 괴성 같은 비명을 질러댔지만,
그것도 잠시 여전히 갑판으로 기어 올라왔다.
“참 징그러운 녀석들이군.”
워스만은 검을 손에서 한 바퀴 돌리며 고쳐 잡은 후, 다시 선을 그리듯 휘둘렀다.
서거─걱───!
풍덩. 풍덩. 풍덩─.
세 명의 바다 수인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몸에서 머리가 분리되며 바닷물 속으로 떨어졌다.
“하─···, 이것 참 짜증 나려고 하네.”
전쟁의 신답게 싸우는 것을 즐기는 워스만은
평소와 사뭇 다르게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