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37 화 – 시작되었다.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137 화 – 시작되었다.
스체스 왕국의 수호자 뮤리나가
헨즈 공작 가문 저택에 왔다.
“안녕하세요? 뮤리나 입니다.”
뮤리나는 발랄하게 헨즈 공작부인을 보며 인사를 건넸다.
“그래, 오느라 고생 많았어. 수고 부탁하네.”
“맡겨만 주세요~.”
뮤리나는 아주 자신만만함을 보였다.
겸손과는 거리가 먼 그 모습은
다소 예의 없어 보일 수 있었으나,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미, 국경 마을 세 곳에 튼튼한 성벽을 세워주고 온 것이었으니까.
헨즈 공작부인은 그런 뮤리나의 모습에 흡족해했으며
새로이 성벽을 세우기 위해 바로 움직일 줄 알았으나, 아니었다.
“뮤리나 양, 성벽 세우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지?”
“음, 돌과 흙만 충분히 있으면··· 한 10분? 이면 가능해요”
레이쉴의 물음에
뮤리나는 답해 주었고,
“그렇게 빨리?”
그 말을 들은 헨즈 공작부인은 놀랐다.
“예, 기본 형태만 갖춘 성벽은 그래요. 크기와 정교함, 강도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뮤리나는 어려울 것 없다는 표정에
헨즈 공작부인은 말없이 미소만 지었다.
“외곽 시민들의 대피 현황은 어떻지?”
“예, 현재 병사들이 외곽에 거주 중인 시민들을 일일이 찾아가 한 집씩 조용히 대피소로 이동시키고 있습니다.”
공작 가문의 집사가 진행 상황을 보고했다.
“거기에 빈집임을 숨기기 위해 병사들이 시민인 척 각각 대기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우리도 가서 그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군.”
레이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벽 쪽 소파에 누워 자고 있을 류안을 봤다.
류안은 짧은 쪽잠을 잔 후,
어느새 일어나서는 차를 마시고 있었다.
“류안 군. 현재 타지헤 왕국 병력 위치를 알려줄 수 있나?”
“어······.”
류안은 멍하니 잠시 있다가 답했다.
“현재 숲을 거의 다 빠져나온 상태야. 한··· 세 시간이면 마을 외곽에 도착할 듯해.”
류안은 잠을 깨기 위해 기지개를 피다가
‘방’에 더부살이 중인 사념체 둘이 알려주는 말을 들었다.
“아, 그리고 국경 마을로 오던 병사들의 움직임이 빨라졌어.”
“빨라졌다고? 시선 끌기인가?”
레이쉴은 무슨 꿍꿍이인지 생각을 하려다 발을 움직였다.
“우선은 외곽으로 가도록 하지.”
* * *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두 대의 마차가 마을 외곽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텔레포트나 워스만이 전용통로를 열어 이동할 수 있었으나,
이곳에서의 움직임을 최대한 가리기 위해 평범하게 마차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 이유로
류안도 이곳에서는 영역을 펼치기는 했지만 엿보는 자를 튕겨내지 않았고
대신 다른 곳으로 엿보는 시선을 교묘히 옮겨버렸다.
굳이 예를 든다면
엿보고 있는 구멍에 다른 곳을 보여주는 영상화면을 갖다 대는 것으로
아주 간단한 꼼수만 쓰면 되기에 전혀 어려울 것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레이쉴은 마차 창문 커튼을 살짝 들쳐 마을 분위기를 살펴봤다.
마을 분위기는 조용했다.
적을 속이기 위해 혼란을 막기 위해
시민들한테는 적이 가까이 오고 있다는 것을 알리지 않은 상태였지만,
전쟁 선포가 있었던 것은 알고 있었기에 평소보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적은 상태였다.
마을 상황을 확인한 레이쉴은 커튼을 들춘 손을 내렸고
마차는 곧 마을 외곽에 도착했다.
* * *
마차에서 내린 이들이 바로 향한 곳은
적의 침입을 막는 용도라기보다는
마을 경계용으로 세워져 있는 크지 않은 성벽이었다.
레이쉴, 리아인과 류안, 다미엔과 워스만, 카르티아는 마을 병사인척 위장하고 성벽 위로 올라가 마을 밖을 살펴봤다.
드넓은 초원이 보였으며
그 너머로 작게 산이 보였다.
평소와 다름없이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하지만,
이제 곧 적들이 도착할 곳이었다.
레이쉴은 몸을 돌려 성벽 안쪽의 마을을 바라봤다.
마을 외곽,
성벽으로부터 500M 이내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모두 대피시킨 상태로
시민인 척하는 병사들만이 보였다.
그리고,
성벽에서 200M 떨어진 지점에는
스체스 왕국의 수호자 뮤리나가 하얀 창의 앤소다이트[Anthodite-동굴꽃]가 품은 투명한 돌에 깃든 돌 원소의 힘을 이용해 차근차근 성벽을 세우고 있었다.
그 옆에서는 사람으로 폴리모프 한 드래곤이 방음용 막을 펼쳐 소리가 주변으로 퍼지지 않게 도와주고 있었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면서
하늘은 붉은색이 되었다가 점점 어둠의 색을 품기 시작했다.
외곽성벽 위에서 마을 밖을 주시하던
류안이 입을 움직였다.
“왔어.”
그리고, 류안은 성벽 위에 있는 이들한테 시각 공유를 해 주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마을 밖.
어둠이 짙게 깔려있음에도 불구하고
류안이 시각 공유를 해 준 덕에
저 멀리 은신한 채 다가오고 있는 적들의 모습이 확실히 보였다.
적인 타지헤 왕국 병사들의 발걸음 소리도 선명하게 들렸다.
그 수는 대략 천 명.
경비병인 척 위장하고 있는 레이쉴은 다가오는 적들을 지그시 바라봤다.
거리도 있고
적들한테는 그저 임무에 맞게 밖을 살피는 경비병의 모습으로 보일 뿐이라 상관없었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착──···.
드넓은 초원에 도착한 적들.
타지헤 왕국의 병사들이 은신한 채 대열을 가다듬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며
마법사로 보이는 몇 명이 대형 텔레포트 진을 설치하는 모습도 보였다.
“흐음, 국경 마을로 향하고 있는 2만 명의 병사를 데리고 오려는 건가?”
국경 마을 ‘차디’로 천 명인 척 속이며 움직이고 있는 타지헤 왕국 병사 2만 명.
다른 두 국경 마을은 허상으로 실제 병력보다 많은 척하는 것과는 정반대였다.
전쟁의 신 워스만은
수많은 경험을 기반해 추론해 봤을 때,
병력이 적은 척하면서 상대방을 방심하게 만들고 허를 찔러 ‘차디’로 집중공격하기 위한 전략이라 볼 수 있겠으나,
눈앞에 보이는 적의 대형 텔레포트 진.
2만 명의 병사를 데리고 올 텔레포트로
다른 두 국경 마을로 오는 허상 병력은 이 전략을 가리기 위한 시선 돌리기와 상대방의 병력 분산용임이 거의 확실했고,
차디로 오고 있는 천 명의 병사도
은신한 2만 명의 병사를 가리기 위함이라는 것을 인지했다.
“음, 이거 생각보다 크게 전투가 벌어지겠는데.”
“어? 전투 커질 것 같다.”
워스만의 말과 동시에
류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워스만은 곧 류안의 말이
자신과는 다른 것을 보고 한 말임을 알았다.
“무슨 말이지?”
“하얀 창.”
“하얀 창? 그거야 창술사나 사냥꾼이 저 병사들 틈에 있을 테니 당연하지 않나?”
적들의 하얀 창에 대해 알고 대비하고 있기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그런데.
“처형자의 하얀 창.”
- !!!!!!!
“!!!!!”
“─!!!!!”
류안의 말에
외곽성벽 위 모두의 표정이 일순 굳어지며 무거운 공기가 내려앉았다.
또한, 누구보다도 먼저 반응한 류안의 ‘방’에 더부살이 중인 심판자의 사념체도 굳어있었다.
심판자가 자신의 아이인 처형자들한테 준 다섯 개의 하얀 창 중 마지막 하나이자,
검은 옷 조직에서 ‘그분’이라고 칭하는 자가 소유하고 있는 하얀 창.
-자네··· 그자의 얼굴을 자세히 봐 줄 수 있겠나?
심판자 사념체가 떨리는 목소리로 부탁했다.
류안은 어려울 것이 없어 그자를 바라봤다.
검은 옷 조직의 ‘그분’이라는 그자도 성벽 쪽을 보고 있어서
한순간 류안과 시선이 마주쳤다.
‘그분’이라는 자는 저도 모르게 움찔하며 경계했다.
하지만, 류안이 먼저 시선을 돌려
우연인가 생각한 ‘그분’이라는 자도 시선을 돌렸다.
심판자는 말이 없었으나,
안도했다는 것을 류안은 알 수 있었다.
“진짜 처형자가 아닌가 보네.”
“뭐─?”
옆에서 그 말을 들은 워스만이 의문을 던졌다.
“처형자의 하얀 창을 가진 자가 가짜라고?”
“음-, 진짜의 후손인가?”
-그럴 확률이 있긴 하지. 나의 아이였던 처형자들은 이미 오래전에 순리에 따라 생을 마감했으니까.
“그렇구나.”
워스만은 류안이 자신의 물음에 답해 준 것인 줄 알았으나,
계속되는 류안의 말에 누군가와 대화 중인 것을 알 수 있었으며
그건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인지했다.
-처형자가 사라지고 남은 하얀 창은 각자 봉인되어 동면에 들어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후손한테 전해진 모양이군. ···미안하네.
“응? 뭐가 미안해?”
-내가 심판을 끝내고 소멸을 선택한 후, 아이들의 처형자로써의 임무를 거둬들이고 하얀 창은 악용되지 않게 훗날, 2대 심판자가 필요해질 때를 대비해 아이들한테 적당한 장소에 봉인해 달라고 부탁했었는데···.
심판자 사념체의 말에
류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처형자가 문제 일으킨 건 아니잖아?”
-어? 그거야 처형자의 임무에서 벗어났기에 쓸 일 없는 하얀 창은 봉인만···!!!
“처형자의 후손인지 누구인지가 어떻게 우연히? 알고 봉인을 풀어 일을 이렇게 만든 거면 그놈이 잘 못 한 거지. 네 아이 탓이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
“저 마지막 하얀 창 내가 가져도 돼?”
-당연하네! 자네가 2대 심판자··· 크흠.
류안의 표정이 안 좋아지고 있는 것을 느낀
심판자의 사념체는 급하게 헛기침을 하며 말을 잠시 멈췄다가 다시 이어 말했다.
-암튼, 자네한테 소유권이 있으니, 자격 없는 저 자한테서 돌려받으시게!!!
“그래, 알았어.”
-고맙네.
“???”
류안은 심판자 사념체가 한 감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다가 아차 했다.
마지막 하얀 창을 가진 자가 선봉에 나서게 되면
자신도 저 하얀 창을 회수하기 위해 앞에 나서야 했기 때문이었다.
각자들 알아서 맞서라고 고생? 하면서 하얀 창을 만들어 준 것이었고
자신은 뒤로 빠질 요량이었는데···
정작 앞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류안의 표정이 급격히 뚱해졌다.
-역시, 자네가 하얀 창을 다룰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던 걸세.
심판자의 사념체 말에
류안의 표정은 더 뚱해졌다.
원래 자신의 권능은 이런 것이 아니었는데,
어쩌다 꼬여서 이렇게 된 것인지···
류안은 귀찮아진 생각은 관두고 하얀 창 회수에만 신경 쓰기로 했다.
나머지는 옆에 있는 이들이 알아서 할 테니까.
“너··· 지금 누구와 대화하고 있는 거지?”
대화를 끝낸 듯 보이는 류안을 보며
워스만이 의문을 표현했다.
“응? 말 안 해줬나? 내 ‘방’에 ㅅ···! 아, 시작된다.”
“!!!!!”
어둠 속,
기습공격을 하기 위해 은신하고 이곳으로 온 것인 만큼 날이 밝기를 기다리지 않고
적인 타지헤 왕국의 병사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우아아아─────!!!”
기선제압을 하려는 듯이
상대방을 위협하는 함성과 함께
은신을 풀은 천 명이 넘는 적의 모습이 외곽성벽 위 일반 병사들의 눈에도 보였다.
그 모습에 마을 ‘뉘스’의 병사들은 연기가 아닌 실제로 놀라면서
우왕좌왕했고 거의 공황에 빠지다시피 했다.
마을 병사들한테는 지금 일어난 상황에 대해 사전 통보를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었고
레이쉴은 그런 병사들의 모습에 조금 미안함이 들었다.
그러나,
이것 또한 작전의 일환이었기에
경비병으로 위장 중인 레이쉴은 일부러 허둥대면서 다음 행동을 보였다.
“기··· 긴급상황 발생. 어, 어서 영주님께 보고하라!!! 성벽 문을 봉쇄하라!!!”
레이쉴의 연기는 국왕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수준급이었고,
외곽성벽 아래에 있는 병사들이 서둘러 성벽 문에 거대한 나무 걸쇠를 걸면서 문을 봉쇄했다.
그 찰나의 직후.
콰아앙────!!!
성벽 문에 엄청난 충격이 가해지며
두꺼운 나무문이 들썩였다.
쾅!
콰앙─!!
콰아앙───!!!
콰직──!!!
몇 차례 성문에 큰 충격이 가해지는 것이 보이더니,
곧 성문에 커다란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으··· 으아아아───······.”
뉘스의 병사들은 공포가 극에 달하고 있었고
그것을 본 워스만이 충분하다가 여기며 큰소리로 외쳤다.
“후퇴하라─!!!”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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