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97 화 – 이미 시작된 1차전.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97 화 – 이미 시작된 1차전.
지휘관의 ‘소각하라’는 명에
성벽 위에서 적을 향해 화염 마법으로 공격을 하고 있던 적색 로브의 마법사들은 잠시 망설이는 듯했으나···.
이내,
뒤틀린 병사들을 위해서라도
다른 병사들과 성벽을 지키기 위해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판단하고는
마음 굳게 다지며 화염 마법을 펼쳤다.
앞서 군청색 로브의 마법사가
뒤틀리는 병사들한테 방어막을 씌워 뒤틀린 기운이 주위로 퍼져나가지 않게 막아보려 했지만
뒤틀림으로 인해 방어막마저 뒤틀어 버려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
뒤틀림을 다룰 수 없는 그들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소각하여 처리하는 것.
화라라라라락─────······.
뒤틀리는 와중에도 의식이 살아있는 병사들은 자신들을 향해오는 화염을 겸허히 받아들였다.
검은 옷 조직이 전쟁 선포한 후,
스체스 왕국의 병사들한테 가장 먼저 숙지시킨 것이 뒤틀린 기운에 관한 것과
뒤틀림에 뒤틀려진 자들에 대한 처우였기에
그들은 각오하고 있었다.
그러나.
화르르르─륵──────.
“으아아악──!”
“아악!!!”
기괴하게 뒤틀려진 온몸이 타들어 가는 원초적인 고통으로 터져 나오는
비명을 막을 수는 없었다.
“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
“크악─!!!”
처참한 비명이 계속 이어지면서
지휘관의 미간이 구겨졌다.
그 모습을 본 참모장, 병사들과 마법사들의 얼굴 역시 일그러졌다.
아무리 훈련으로 전쟁 중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상황에 평정심을 유지하도록 익혔다고는 하나,
실제로 그 상황을 겪는 것은
훈련할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감당하기 힘든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 왕국의 수도를 지키는 지휘관이 그것을 그대로 표출할 수는 없는···
해서는 안 되는 것.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구겨진 얼굴을 애써 풀고 표정과 감정을 감춘 지휘관은
활을 꺼내 들었다.
구해주지 못하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그들을 한시라도 빨리 편안히 보내주기 위함과 함께
더 큰 이유로는
냉정하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고통에 찬 비명과 괴로워하는 그들의 모습에 아군이 받게 될 정신적 충격과
이로 인한 사기 저하는 전쟁의 승패에 크나큰 악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그것을 막기 위해
지휘관은 활시위에 활을 걸고 줄을 당겼다.
끼리리리─릭.
그리고
뒤틀림과 화염의 고통으로 괴로워하는 병사의 심장을 향해 정조준한 후,
망설임 없이 줄을 놓았다.
피융───······ 파팍!
정확하게 심장에 화살이 박힌 병사는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 않게 되면서 몸부림도 멈췄다.
그리고 화염에 서서히 검은 재가 되어 사라졌다.
피융──··· 피융──··· 피융──···.
파박! 팍!! 팍─!!!
몇 발의 화살이 지휘관의 손에서 발사되었고
뒤틀리고 화염에 휩싸인 병사들은 심장에 화살이 꽂히는 동시에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 상황을 보던 이들은 시선을 돌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런 비극을 만든 눈앞의 적.
검은 옷 조직의 무리를 상대해야 했으니까.
또한,
그 누구도 지휘관을 비난하거나 원망, 탓하지 않았다.
지금 제일 괴로운 자는
제 손으로 식솔 같은 병사들의 숨을 거둔 지휘관인 것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모든 원망과 분노는 검은 옷 조직 무리한테로 향했다.
저 극악무도한 자들이 이 성벽을 절대 넘어가지 못하게 하리라 다짐했다.
“성벽을 지킨다!!! 저 검은 것들이 이곳을 짓밟아 더럽히게 두지 않는다─!!!”
누군가의 각오를 다진 거친 외침에
아니, 그 누구라도 상관없었다.
모두 같은 마음이었기에.
“으아아아아아─────!!!!!”
전장을 울리는 우렁찬 함성과 함께
성벽 밖 병사들은 대응 자세를 가다듬었고
스체스 왕국의 방어 및 결계 담당 마법사들은 마정석과 왕국 자체에서 개발한 특수 마법석들을 최대한으로 발동시켜
성벽의 방어막과 결계를 더욱 강화했다.
쿠우우우우─────.
수많은 마법석들의 묵직한 발동 소리가 성벽 주변 전체에 울려 퍼지면서
겹겹이 펼친 방어 및 보호막과 결계막이 더욱 견고해지고 두꺼워졌다.
그 덕에 적인 검은 옷 조직 무리는 성벽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그런 막들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스체스 왕국의 병사들은 적을 섬멸하는 것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적과 아군의 공격과 방어가 서로 뒤엉키며
전투는 더욱더 치열해져 가던 그때.
콰창───!!!
첫 번째 방어막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산산이 부서져 사라지는 인공 투명한 돌들이 병사들의 눈에 보였다.
그리고.
“발사──.”
검은 옷 무리의 우두머리가 내린 명령에 적의 투석기에서 거대한 돌덩이가 발사되어서는
두 번째 방어막에 부딪혔다.
콰앙! 콰직─!!!
다행히도 그 공격에 두 번째 방어막은 첫 번째 방어막처럼 깨지지 않았으나,
군청색 로브의 마법사들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쩌적 쩍─!
와르르르─르───······.
돌덩이가 금이 가고 부서지면서
그 안에 있던 수많은 인공 투명한 돌이 바닥에 흩어져 나왔다.
그리고 흩어진 돌들은 이내 동시다발적으로 입을 벌리듯 쩍쩍 갈라지더니
그 틈으로 어둡고 거친 뒤틀린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에 성벽 위 마법사들이 대응하려 했으나,
뒤틀린 기운은 방어막에 스며들어서는
아래에서부터 야금야금 갉아먹듯이 뒤틀어버리면서 방어막을 무력하게 만들어 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어 및 보호막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고
그 뒤 결계막은 위태롭게 겨우겨우 버티고 있었다.
“우와아아아──···!”
기선을 제압하려는 듯이
이번에는 검은 옷 무리가 함성을 지르면서
키메라 마수들을 앞세워 성벽 문을 향해 돌진해 왔으며,
스체스 왕국의 병사들은 적들을 막기 위해 대응했지만······
뒤틀린 기운을 품은 키메라 마수가 걸림돌이 되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점점 뒤로 밀리고 있었다.
“화염 마법사는 키메라 마수들을 집중공격한다.”
지휘관의 말에 성벽 위의 적색 로브의 마법사들은 일제히 화염 마법을 펼치며 키메라 마수들을 공격했다.
화라라라락─────.
키메라 마수 한 마리가 화염에 휩싸이며
그 안의 뿜어져 나오려는 뒤틀린 기운도 태워 버렸다.
하지만,
키메라 마수 한 마리의 몸에 있는 뒤틀린 기운을 모두 없애버리기 위해서는
다섯 명의 화염 마법사가 힘을 합쳐야 했다.
백여 마리의 키메라 마수를
백여 명의 마법사들이 1:1로 상대해도 벅찬 상황이건만···
전장의 흐름이 너무 불리해져만 갔다.
스체스 왕국의 지휘관은 주먹을 꽉 쥐었다.
뒤틀린 기운에 대해서는
듀아 왕국의 1 왕자 다미엔을 통해 정보를 상세히 얻을 수 있었기에
그에 따라 철저히 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뒤틀림은 상상 이상으로 위험하고 두려운 것이었으며 대응하기 힘든 것이었다.
한낱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참모장, 다미엔 왕자의 지원은 언제 도착이지?”
“네, 오늘 중으로 도착할 수는 있을 거라 연락 왔습니다.”
“혹, 듀아 왕국의 수호신도 지원 오는 건가?”
“아뇨···, 검은 옷 조직을 조력하는 신이 먼저 움직여 공격하지 않는 이상, 듀아 왕국의 수호신은 참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역시 그런가······.”
지휘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듀아 왕국의 수호신이자 전쟁의 신의 힘을 빌릴 수 있을까 염치없이 희망하며 지원요청을 했으나,
병력지원과는 별개로
한 왕국의 수호신으로서 다른 왕국의 일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거절당했다.
단,
검은 옷 조직을 조력하는 신이 이 전쟁에 관여한다면
‘전쟁’이라는 자신의 영역. ‘전쟁의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기에
그때는 나서 줄 것이라 했다.
검은 옷 조직을 조력하며 온갖 만행을 저지르는 신이 이 전쟁에서는 뒤로 꼼수 부리며 조력할지언정,
직접 나서지 않고 조용히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가 있어서였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아무래도 저 키메라 마수의 뒤틀린 기운 때문에 생기는 난항이 너무 심각합니다.”
검은 옷 무리나 키메라 마수 자체는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참모장의 말마따나.
겨우 소각하는 것 말고는 대처할 방법이 없는
죽음보다도 더한 고통과 두려움을 안겨주며 모든 것을 뒤틀어버리는
뒤틀림은 엄청난 걸림돌이었다.
“레쉬아 왕국의 지원은?”
“예, 어떻게 오는 것인지 알 수 없으나, 레쉬아 왕국에서도 오늘 중으로 이곳에 도착할 것이라 했습니다.”
지휘관은 서쪽 하늘을 바라봤다.
아직 해가 지기 전의 오후.
“······버티기에 들어간다.”
“네, 알겠습니다.”
참모장은 발을 움직여 성벽 문 쪽으로 향했다.
지휘관은 병사들한테 목소리 높여 외쳤다.
“병사들은 전부 성벽 안으로 퇴각하라.”
지휘관의 명령에
스체스 왕국의 병사들은 공격을 멈추고는 일사불란하게 퇴각하기 시작했으며
성벽 위의 적색 로브와 군청색 로브의 마법사들은 각각 공격과 방어를 해주면서 병사들이 무사히 퇴각할 수 있게 도왔다.
쿠구궁─, 쿠구구─구────.
퇴각한 병사들이 성벽 안으로 들어옴과 함께
성벽 문틀 좌우 공간에서 족히 1m가 넘는 두께의 거대한 돌문이 묵직한 마찰음을 울리며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곧 모든 병사가 부상자들을 챙기며 성벽 안으로 들어왔고.
쿠구구구───······ 쿵─!!!!!
두 개의 돌문이 서로 교차하면서 이중으로 견고히 닫혔다.
그런 후,
역시나 엄청난 굵기와 무게를 자랑하는 쇠창살 문이 중력에 따라 거친 마찰음과 불꽃을 튕기며 내려와서는
성벽 입구를 완전히 막았다.
끼리리리─릭───······ 쿠궁─!!!
“결계 마법사들은 입구를 지켜라.”
군청색 로브의 마법사들은
성벽 전체가 아닌 출입구에 집중적으로
보호막, 방어막, 결계막 모두 이중 삼중을 넘어 겹겹이 펼쳐 씌웠다.
성벽은 암벽산 자체를 다듬어 만든 것으로
벽 일부를 흠집처럼 부술 수는 있어도 무너트릴 수는 절대 없었기에,
성벽 안 내부로 통하는 입구만 철저하게 지키면 버틸 수 있었다.
스체스 왕국의 병사들이 모두 퇴각하고
검은 옷 조직의 무리도 재정비에 들어간 것인지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으면서
전장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현재 상황은 어떤가?”
“예, 경상인 병사 천여 명. 중상자··· 이백여 명.”
“마법사 중 1/3 이상이 탈진.”
“사망자··· 백여 명···.”
위생병과 함께 병사들 상태를 살펴보던 참모장의 말끝이 흐려지고 있었다.
하지만, 곧 목소리를 제대로 내어 말을 이어갔다.
“마법사 포함 총 병력 삼천오백 명 중, 1/10 이상이 전투 불능상태입니다.”
“하··· 전쟁이 시작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건만······.”
지휘관은 밀려오는 두통에 한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았다.
혹여나 수도의 병력의 수가 삼천오백 명인 것이 너무 적은 거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겠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앞서 설명을 했듯이
외부 침략이 아닌 내부 침략.
스체스 왕국 곳곳에 주둔해 있는 검은 옷 조직이 수도에 병력이 모이는 것을 방해하고 있었고,
각 지역의 영주들도 전투는 벌이지 않고 있으나··· 검은 옷 조직과 서로 팽팽하게 견제하는 중이었기에 병력과 필요한 물자를 보내고 싶어도 보낼 마땅한 방법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잘못했다가는 오히려 지원물자는 파손되거나 뺏기고 병력에 동원된 사람들이 다치는 것을 넘어 죽을 수도 있었기에 선뜩 움직이지도 못했다.
그런 그들을 탓할 수는 없었다.
왕국의 수도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 지역의 영지를 지키는 것 또한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지휘관은 굳게 닫힌 성벽의 문을 보며
두 왕국의 지원이 도착할 때까지 이대로 버텨 주기를 바랐다.
이렇게 버티다가
검은 옷 조직과 여러 차례 부딪히면서
뒤틀린 기운에 잘 대처하고 있는 레쉬아 왕국과 듀아 왕국의 지원이 오면
한결 수월하게 적들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그리고 극비리에 입수한 정보.
레쉬아 왕국에 있다는 검은 천사.
왕국을 지키는 수호신이 아니기에 이 전쟁에 관여해 주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작게나마 품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지, 지휘관님.”
성벽 주변을 살펴보던 참모장이 황급히 다가와 귓속말을 했다.
“성벽 밖에··· 직접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지휘관은 바로 성벽 밖을 바라봤다.
아직 노을이 지지 않은 푸른 하늘 아래
검은 옷 조직의 무리로부터
하얀 창을 손에 쥔 검은 날개를 가진 자가 성벽 문을 향해 유유히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이런 젠장─···!!!”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