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59 화 – 움직이기 전….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59 화 – 움직이기 전···.
레쉬아 왕국의 왕궁.
구석진 정원에 있는 2층 오두막.
그곳의 앞마당.
예전에 워스만이 한번 길을 뚫은 적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 보호막과 텔레포트 금지마법을 강화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비웃듯이
듀아 왕국에서 이용한 여행용 대형마차가 통과할 정도로 커다란 검은 원형의 통로가 생겨나더니,
리아인과 류안, 쇼트, 워스만 그리고 살쾡이 수인 키사까지 탄 대형마차가 오두막 앞마당에 유유히 모습을 드러냈다.
다각. 다각. 다각. 다각─.
그런 그들을 맞이한
국왕 레이쉴, 벨드라엔과 쌍둥이 둘.
그리고 오두막을 관리 중인 루카테르.
끼익── 덜컹.
대형마차가 멈추자마자
쌍둥이 네우가 가장 먼저 움직였다.
쌍둥이 네우는 쇼트로부터 미리 전해 들은 것이 있었기에
검은 원형 통로가 생기기 전,
위치 추적 교란 마법을 오두막 주변에 펼쳐두고 있었으며 통로에서 마차가 나오자마자
마차의 말들한테로 다가가 목에 심어진 위치 추적 장치과 그 외 장치까지 모두 제거했다.
이곳은 ‘듀아’ 왕국이 아닌, ‘레쉬아’ 왕국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조치.
오두막 거실.
리아인은 잠든 류안을 침대에 눕히기 위해 2층에 올라가 있었고
국왕 레이쉴과 벨드라엔은 쇼트로부터 듀아 왕국에서 있었던 상황들을 전해 듣고 있었다.
레이쉴은 미간을 꽉 잡았다.
“스체스에서 투명한 돌을 만들고 있다고···? 그것이 가능한 것입니까?”
레이쉴은 물론 벨드라엔도 의문이 가득한 눈으로 워스만을 바라봤다.
“류안. 그 아이의 말에 의하면 가능하다고 하더군. 그래서 말인데, 스체스 왕국은 뭐 하는 어떤 곳이지?”
그 말에 레이쉴은 루카테르를 바라봤고
루카테르는 아공간에서 지도를 하나 꺼냈다.
“스체스 왕국은 제일 북쪽에 자리해 있는 왕국으로 영토는 대륙 내에서 제일 넓은 편이지만.”
레이쉴은 지도를 탁자 위에 펼쳐서는 스체스 왕국에 관해 찬찬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북쪽이다 보니 추운 기후와 험난한 산악지역이 영토의 2/3를 차지하고 있어서 채석업과 광물 수출, 보석 세공업이 발달한······.”
레이쉴은 설명을 하다 눈을 번뜩였다.
“확실히 스체스 왕국이라면 투명한 돌을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겠군요.”
벨드라엔과 워스만은 어서 설명해보라는 눈빛을 레이쉴한테 보냈다.
“최근 스체스 왕국은 채굴되는 광물의 양이 현저히 줄어들어 재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등급은 떨어지지만, 광석이나 원석을 인위적으로 만드는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되어 재정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죠.”
설명하는 레이쉴의 표정이 진중해졌다.
“그 기술을 투명한 돌에도 적용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 겁니다.”
“허─···.”
워스만의 입에서 어이없음과 동시에 감탄의 탄성이 흘러나왔다.
“아무래도 투명한 돌 자체가 구하기 힘든 것이다 보니, 차선책으로 고안해 놓은 방법 같은데─.”
“류안이 그 돌을 수집하고 다니면서 더 구하기 힘들어져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 것이군.”
“하, 이것들이 하얀 창에 이어 일회용이라고는 해도 투명한 돌도 대량 생산하는 것이면 이거 좀 위험하겠는데.”
워스만과 벨드라엔은 서로 말을 주고받으며 검은 옷 조직의 현 상황을 파악해가고 있었다.
“왕국 자체에서 검은 옷 조직에 협력하고 있는 것인지, 그 녀석들이 그 왕국 내에서 은밀히 활동하며 제작하고 있는 것인지. 스체스 왕국에 직접 가서 상황을 확인해 봐야겠군.”
워스만의 표정도 진중해지면서 레이쉴을 바라봤다.
“믿을 만한 무역상 있는가?”
“예, 있습니다.”
“그래, 그럼 스체스로 왕국으로 돌 구경하러 가보면 되겠군.”
“···워스만 님.”
워스만이 기분 좋게 미소짓고 있을 때,
레이쉴이 그를 불렀다.
“왜 그러지?”
“듀아 왕국의 무역상을 통해서 가셔도 될 것인데. 굳이 왜 이곳의 무역상을 찾으시는 것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아, 듀아 왕국에서도 조만간 왕실 전속 무역상을 앞세워 스체스 왕국으로 갈 거다. 허세와 겉치레가 심한 국왕이 좋아할 만한 보석 장식을 찾는다는 아주 좋은 명분을 내세워서 말이야.”
“네, 그렇군요. 그럼, 그 왕실 전속 무역상과 가시면 되실 텐데, 왜···.”
그 말에 워스만은 레이쉴을 빤히 쳐다봤다.
“류안.”
“네?”
갑자기 류안은 왜 언급하는지 의아할 때.
“솔직히 밝히자면, 듀아 왕국에서 갈 무역상은 시선을 돌리기 위한 ‘미끼’이지. 그리고 그 틈에 이곳에서 갈 무역상이 무역하는 척하며 스체스 왕국에 가서 만들어지고 있는 투명한 돌을 조사하려는 것이고, 그 적임자로는 류안. 그 아이뿐이지 않겠나?”
레이쉴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벨드라엔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XXX 자식아. 적임자이든 뭐든 그건 류안이 할 생각이 있을 때 얘기이지. 네가 이래라저래라할 게 아닐 텐데.”
벨드라엔은 사전 동의도 없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워스만을 보며 기가 차서 한소리 하기는 했지만,
류안이 나서준다면 괜찮은 계획이긴 했으며
투명한 돌과 관련된 것이라 그 돌을 다룰 수 있는 류안이 유일한 적임자이기도 했다.
레이쉴도 벨드라엔과 같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의 속은 심란했다.
어쩌다 사건에 엮어서 해야 하는 것과
이런 식으로 떠넘기는 것은 엄연히 다른 것인데···.
내심 류안이 나서주기를 바라는 자신에게 짜증과 불쾌감이 밀려왔다.
“물론, 이 계획은 그 아이가 동의해주었을 때의 얘기고, 나서준다면 내가 호위기사로서 같이 갈 것이다.”
“뭐─?”
벨드라엔은 워스만의 말에 놀랐다.
‘호위기사로서 같이 가겠다고? 전쟁의 신이?’
오래전부터 워스만을 봐온 벨드라엔은
워스만이 흥미나 재미로 누군가의 옆에 있어 주는 것은 종종 봤으나,
지켜주기 위해서 움직이는 것은 첨 보는 것이었다.
벨드라엔이 혼자 의아함을 가지는 와중에
워스만의 목소리가 들렸다.
“흠─, 근데 의외군.”
그러면서 벨드라엔을 보고 있던 워스만은 다시 레이쉴을 바라봤다.
“벨드라엔은 그렇다 치지만, 레이쉴 자네는 ‘신’이라도 요령껏 잘 구슬려 이용해서 이 계획에 별 부담 없이 찬성할 것이라 여겼는데.”
레이쉴은 잠시 멈칫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것은 이 왕국을 한 번에 초토화 만들 수 있는 신인데, 괜히 심기를 건드려 왕국을 위험에 빠트리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워스만은 전쟁의 신인 자신한테는 눈치를 안 보며 또박또박 의견을 말하면서도
류안. 그 아이의 눈치를 본다는 듯 말하는 그를 흥미롭게 보고 있었다.
“그래? 그런 것치고는 1 왕자 다미엔의 초대엔 신의 대리인으로 잘도 데리고 왔었군.”
“그거야, 연회장에서 그런 사태가 벌어질 줄 몰랐기에 위험한 일은 없을 거라고 여겨서 그런 것이지만, 스체스 왕국은 검은 옷 조직과 깊은 연관이 있을 수 있는 위험한···.”
레이쉴은 말을 하다 멈췄다.
자신의 말에 모순되는 점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흐음, 한 왕국을 초토화 만들 수 있는, 거기에다 뒤틀림과 투명한 돌을 다루는 신인데, 위험한 곳에는 보낼 수 없다고 말하는 건가?”
워스만이 그 모순을 꼭 집어 말했다.
그리고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보호 본능.
‘어린 소년의 외모가 한몫했을 수 있지만, 이것 역시 류안. 그 아이의 부속적인 능력 때문인 것 같은데···. 뭐, 나도 그 능력에 당해 호위기사로 나선다고 한 것이지만, 참 신기한 아이야.’
워스만이 혼자 생각하는 가운데,
레이쉴은 워스만의 말에 혼란스러움이 밀려와 아무 말 없이 멍하니 있었다.
그러던 중.
“스체스 왕국에 가는 거야?”
류안이 손으로 눈을 비비며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고
그 뒤로 리아인이 따라 내려왔다.
“다 들었나 보군.”
워스만의 말에
“응.”
류안이 답했다.
“굳이 억지로 갈 필요는 없어.”
벨드라엔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류안을 보며 말했고,
류안은 그 말에 상반되는 말을 했다.
“응? 아냐. 나도 가보려고 했어. 그래서 투명한 돌 만들어지는 곳이 어딘지 알아보려고 ‘그릇’한테 돌 빼주고 죽여준다고 한 거였어.”
“어? 뭐─?”
누굴 죽였다는 말에 놀란 벨드라엔이 두 눈을 깜박이며 되묻고 있을 때.
류안은 그것을 무시하고 워스만을 봤다.
“언제 어떻게 갈지는 정하지 않고 있었는데, 듀아 왕국과 양동 작전을 한다고 하니, 겸사겸사 가면 되겠네. 언제 가면 돼?”
“준비가 끝나는 대로 가면 돼. 그런데.”
워스만은 류안을 지그시 훑어봤다.
“저번 파에타 마을. 화원에서의 사태로 인해 네 외모가 검은 옷 조직 내에 알려줬을 것이란 말이지. 특히, 그 검고 긴 머리카락.”
류안은 워스만이 가리키는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겨 자신의 머리카락을 봤다.
“염색하거나 짧게 자르는 것이 어때?”
그 말에 류안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
“그럼, 둘 다 하면 되겠네.”
“뭐───?!!!”
리아인이 뒤에서 격하게 놀라자
류안도 놀라 뒤를 돌아봤다.
“그··· 염색만 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리아인은 불안해했고
그 이유를 모르는 류안은 갸웃거리며 말했다.
“음─···, 모습에 변화를 주려면 염색도 괜찮긴 하지만, 짧게 자르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은데.”
“아, 아깝잖아.”
“응?”
“아니, 그러니까··· 그렇잖아, 그 정도 길이로 기르려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릴 텐데···.”
리아인은 스스로 생각해도 어색한 이유였으나, 이것 외에는 달리 합당(?)한 말이 없었다.
“아, 괜찮아. 내가 원하면 언제라도 이 길이로 돌아와.”
류안의 말에 리아인의 불안감은 사라졌고 안도감이 자리했다.
“얼마만큼 짧게 자르려고?”
“음···.”
류안은 리아인을 빤히 봤다.
“너만큼?”
리아인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럼, 색은?”
류안은 잠시 고민하면서 시선을 돌려 쇼트를 봤다.
“흰색으로 할까? 그래, 완전히 대조되게 흰색이 좋겠네.”
이 말에 지금은 짙은 갈색이지만,
원래는 백발인 쇼트의 표정도 밝아지더니 대화에 동참했다.
“염색은 내가 해줘도 돼?”
“응? 어, 맘대로.”
“그럼, 머리카락 손질하는 것은 누가···.”
미용기술이 없는 리아인과 쇼트의 얼굴에 아쉬움이 자리할 즈음.
“그건 세이지 누님께 부탁하면 되네.”
레이쉴의 말에 류안이 순간 움찔했다.
류안의 반응에 레이쉴은 그 심정 안다는 듯이 웃으며 한숨을 쉬고는 말을 이었다.
“그래도 누님이 솜씨는 좋으셔.”
워스만과 벨드라엔이 각각 다른 표정으로 류안의 머리카락에 관한 얘기를 하는 그들을 보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적지일 수도 있는 곳에 가야 하는 상황에 진중했던 분위기가 어느새 바뀌어서는
가벼워져도 너무 가벼워졌기 때문이었다.
벨드라엔는 급격하게 변한 이 분위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해야 할지···
혼자 난감해하고 있을 때,
워스만은 전쟁의 신으로서의 경험상
계속 무거운 분위기에 놓이면 쉽게 지칠 수 있기에
이런 식의 분위기 변화도 괜찮아했다.
그리고
워스만은 분위기 변화의 중심에 있는 류안을 묘한 눈으로 바라봤다.
암튼,
그리 길지 않은 토론의 끝이 나고
레이쉴이 누님한테 통신 연락을 했다.
잠시 후,
그 연락을 받고 한걸음에 오두막으로 온 세이지는 오랜만에 류안의 머리카락을 손질해 준다는 기쁨을 맞이하는 것도 잠시,
짧게 자른다는 말에 평소 품위를 보이던 모습과는 달리 경악하는 소리를 내지르다가
금방 원래대로 돌아온다는 말에 안심하며,
온 정성을 들여 순식간에 류안의 머리카락을 짧고 귀엽게 손질해 주었다.
그 와중에도
안테나인지 더듬이인지···
류안의 머리카락 한 가닥은 뿅뿅 거리며 여전히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덧붙여
세이지는 류안의 자른 긴 머리카락이 아깝다며 가지려 했지만,
잘린 순간 검은 연기로 변하며 사라져 아쉬움의 눈물을 삼켰다.
이런 과정은 옆에서 본 이들은 왠지···
류안이 세이지의 이름이 언급되었을 때,
움찔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이와는 별개로
레이쉴은 류안한테 미안해하면서도 고마워하고 있었다.
누님 세이지는 꿰뚫어 보는 시선의 불쾌감과 거부감으로 인해······
임무를 위할 때가 아니면
누군가를 곁에 두지도, 그 곁에 있지도 못했다.
그런 누님의 시선을 평온하게 마주해주면서
다른 이들과도 평범한 일상처럼 함께할 수 있게 해주는 류안이
너무나 고마웠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