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28 화 – 타지헤 왕국.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128 화 – 타지헤 왕국.
단체의 단장으로부터 지시사항을 전해 듣고
각 왕국에서 문제 일으키지 않고 행동하던
2인조들은 언제부턴가 자신들을 감시하는 시선을 감지하고는 더욱 조심히 행동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타지헤 왕국의 외진 마을에 있던 2인조.
이 둘 역시 시선을 느끼고는
건장한 체격의 등에 창을 메고 있는 여성이
짝인 여리여리한 남성을 데리고 인적이 드문 구석진 공터로 슬그머니 갔다.
그 모습에
검은색 로브를 입고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세 명이 움찔하더니 뒤따라 움직였다.
그리고 공터 입구에 들어서자,
“───!”
아무도 없는 공터 한가운데 선 여성은
짝인 남성을 한 걸음 뒤로 물러서게 하고는 등에 멘 하얗게 도색 한 창을 꺼내 들었다.
“너흰 누구야? 누군데 우리 뒤를 쫓고 있는 것이지?”
“·········.”
여성의 질문에
대답 없는 검은색 로브의 세 명은
여성과 남성을 번갈아 보았다.
특히, 검고 긴 머리카락의 남성을 보고는 서로 대화를 하는 듯했다.
그 틈에 여성 뒤에 있던 남성은 몰래 단체의 단장한테 알림을 보냈다.
삐익───!
레쉬아 왕국의 국왕 레이쉴의 집무실로 알림이 울렸다.
사기꾼··· 아니,
국왕과 제대로 계약을 했으니 이젠 정식 단체가 된 단체의 직통 통신 장치의 알림으로
긴급 상황이 생기면 보내는 알림 소리였다.
“저··· 타지헤 왕국의 2인조가 검은 옷 조직과 접촉한 것 같은데요.”
단장의 말에
레이쉴은 조심히 류안을 봤다.
“류안 군··· 부탁하네.”
류안은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탁자 위에 있는 알림이 울렸던 영상장치에 손을 올렸다.
아무 영상장치를 이용해도 되었으나,
2인조의 위치를 찾는 수고를 덜기 위해
통신 좌표가 기록되어 있는 단체의 영상장치를 이용했다.
류안의 눈동자가 옅은 청회색으로 변하면서
영상장치에 시각 및 청각 공유를 했고,
영상장치에서 그림자가 비치더니,
곧 타지헤에 있는 2인조의 상황이 실시간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위이이이─잉──······.
영상장치 특유의 울림이 집무실에 흘렀고
타지헤 왕국의 2인조 상황을
검은색 로브의 세 명을 본 단장은 불안한 마음에 입을 움직였다.
“저··· 위험해 보이는데 도망가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저희 애들이 한 실력 하긴 하지만···, 검은 옷 조직과 직접 맞짱 뜨기에는 아무래도···.”
“검은 옷 조직 아냐.”
“네?”
단장이 놀라며 의문을 보이자,
류안은 졸린 듯 한쪽 눈을 손등으로 비비며 말을 계속했다.
“타지헤 왕국 수호신의 아이들이야.”
류안의 원래 기억력은 형편없었기에
다미엔의 초대로 듀아 왕국에 처음 갔을 당시 초대된 왕국들의 수호신에 대해 알아보고는
바로 까맣게 잊어먹은 상태였으나,
그 당시 ‘방’에 더부살이 중인 심판자의 사념체가 같이 보고 들은 것을 기억하고 있다가 알려준 것이었다.
류안의 말에
레이쉴은 듀아 왕국에 초대되었을 때 상황을 되새겼다.
“수호신의 아이들이라고? 그리고 보니, 듀아 왕국에서 수호신들을 초대했을 당시 타지헤 왕국은 ‘신의 아이’들만 보냈었지.”
그리고 바로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왜 2인조를 미행한 거지? 그때 연회장에서 너희 둘 얼굴을 봤으니, 저 2인조는 가짜라는 것을 알 텐데.”
류안은 그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한번 본 것 기억해?”
“응? 뭐, 사람마다 기억력이 다르니 단정할 수는 없지만···.”
‘눈에 띄는 얼굴 쉽게 잊을 수 있을까?’
라는 뒷말을 레이쉴은 하려다 말았고
그나마 산발에 가까운 긴 머리카락으로 얼굴 반 이상을 가리고 있어서 들 띄었던 것이라 짐작하며 결론을 내렸다.
잠깐 얘기가 딴 길로 새려던 사이,
영상장치에서 검은색 로브 세 명 중 한 명의 말소리가 들렸다.
-이런, 죄송합니다. 저희가 찾고 있는 분들과 많이 닮아 착각했습니다. 불편을 드린 점 사과드립니다.
검은 로브의 세 명은 허리 숙여 사과하고는 발길을 돌렸다.
2인조와의 거리가 멀어지고
어느 골목으로 들어간 검은 로브의 세 명은 속삭이듯이 대화를 했다.
하지만, 그 대화는
류안의 지켜보는 힘으로 인해 영상장치에서 고스란히 들려왔다.
-듀아 왕국에서 본 신의 대리인이신 검은 천사분인가 했는데··· 허탕이군.
-그러게 빨리 그분을 찾아야··· 우리들의 신을 구할 수 있을 텐데···.
검은 로브 세 명의 대화를 들어보면
리아인과 류안,
그중에서도 류안을 찾는 것이 확실했다.
“신을 구해?”
그렇지만,
레이쉴은 영상 속에서 들린 말 중 일부를 읊조리면서 다시 의문이 들었다.
“음,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해 착각했다고는 해도 이곳 레쉬아 왕국에서 신의 대리인으로 간 것은 알 터인데, 왜 여기로 직접 연락하지 않고 2인조를 미행한 것이지?”
레이쉴의 의문은
곧 영상 속 세 명의 대화로 풀렸다.
-역시, 레쉬아 왕국에 직접 도움 요청을 해야 하는 건가?
-어떻게? 이미 시도해 봤지만, 그 녀석들 때문에 실패했잖아.
검은 로브 세 명 중 한 명은 짜증 났는지
말투가 조금 거칠어지며 뒷말을 이었다.
-전에는 ‘신’이라는 것을 내세워 검은 천사와 접촉해 보라고 아주 성화를 부리더니, 이제는 검은 천사와의 접촉 자체를 못 하게 막고 있으니······.
-하아··· 뭐가 이렇게 꼬여버린 건지··· 애초에 왕국을 잘 못 선택한 것 같아.
-우호적으로 나와서 의심하지 않은 우리들의 부주의도 있어··· 아, 젠장.
영상 속 대화를 가만히 듣던 리아인은
레이쉴을 보며 물었다.
“타지헤 왕국은 어떤 곳입니까?”
“어, 타지헤 왕국은 다른 왕국들에 비해 심하게 신들한테 우호적인 왕국이지. 그것 외에는 평범해. 그런데···.”
레이쉴은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긴 했지만
지나친 생각으로 여겼다.
하지만,
그 걸리는 것이 적중하는 대화가 영상 속 세 명한테서 흘러나왔다.
-그나마 버티고 계시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한계가 오실 거야.
-지들이 먼저 신을 섬기겠다며 엄청나게 유난 떨면서 떠받들고 추켜세워주더니, 다른 왕국에서도 수호신을 내세우고 우리들의 신보다 상위의 신이 있을 것을 보더니, 태도가 싹 바뀌었어.
-게다가 그 녀석들이 이상한 제안을 해서 우리들의 신만 고생하고 있잖아.
-맞아, 이대로는 위험하다고.
-그러게. 이러다 뭔 일 생기거나···, 다른 신의 제물이 되기 전에 우리들의 신을 구해야 하는데···.
-아! 이런··· 그 녀석들이 눈치채기 전에 돌아가야겠어.
검은색 로브의 세 명은 손에 들린 뭔가를 보더니 서둘러 자리를 떠나 사라지고
영상장치에서는 빈 골목길만 비추어지고 있었다.
“음··· 신을 다른 신의 제물로 삼는다··· 라. 역시라고 해야 하나?”
“뭐가 있습니까?”
혼자 중얼거리듯이 말하는 레이쉴한테
리아인이 의문을 표했다.
“신에게 우호적인 타지헤 왕국. 그 이유가 신한테 선택받은 왕국이라는 자부심 때문이지.”
“신에게 선택이 돼요?”
“그래.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이곳 레쉬아 왕국이 불의 왕국으로써 전설이 있고 듀아 왕국도 나무의 왕국으로 그에 관한 전설이 있듯이. 타지헤 왕국도 신의 왕국이라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고 대륙의 정중앙에 타지헤 왕국이 자리하고 있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라고 하지.”
레이쉴은 미소를 지으며 뒷말을 이었다.
얼핏 어이없음이 묻어있는 미소였다.
“그러면서 대놓고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왕국 중 가장 우위에 서는 왕국은 대륙 중심에 있는 타지헤 왕국이라 은근히 드러내고는 있었지.”
“네? 무슨 그런···.”
리아인은 의아했다.
“신의 왕국이라고 우위에 섰다 하기에는 다른 왕국들에 비해서 그다지 뛰어나거나 좋다고 할만한 것이 없어 보이는데요.”
이곳 세계와 왕국들에 대해 아는 것은 별로 없는 리아인 이지만,
레쉬아 왕국이나 듀아 왕국, 스체스 왕국에서 타지헤 왕국에 대해 그다지 언급이 없었던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짐작은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 나쁘진 않지만, 더 좋다고 할 수도 없는 중간에 있는 왕국이지. 그래서 드는 생각인데.”
레이쉴은 신중히 말을 이어나갔다.
“어쩌면 타지헤 왕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신을 섬기고 있으면서 적당한 시기에 신을 내보여. 신의 왕국이라는 명분을 확고히 하고 우위에 서려고 하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그 비슷한 수호신을 내세우는 초유의 상황을 레쉬아 왕국의 레이쉴 국왕께서 먼저 하셨군요.”
리아인이 레이쉴의 말을 이어 말했다.
레이쉴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탓에··· 다른 왕국들에서도 수호신을 들였고, 타지헤 왕국은 어떤 신을 섬기고 있는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마침, 듀아 왕국에서 각 왕국의 수호신을 초대했지.”
“그래서, 티지헤 왕국에서도 각 왕국의 수호신을 알아보고 견제하기 위해 신의 아이들을 보냈겠지요.”
“그렇지만, 듀아 왕국의 수호신은 5대 원소의 신들과도 견줄만한 상위급의 ‘전쟁의 신’이었고.”
“거기에다가 이곳 레쉬아 왕국은 멸족되었다고 알려진 신의 대리인인 천사···를 데리고 있는 신이 있는 데다가.”
“그 신 역시 2대 심판자라는 우위를 논할 수 없는 위치의 존재였으니.”
레이쉴과 리아인은
영상 속 세 명의 신의 아이 대화로 추론한
서로 말을 번갈아 가며 하면서 타지헤 왕국의 상황을 유추해 갔다.
저리 대화하는 것 보면
리아인, 레이쉴 이 둘은 나름 죽이 잘 맞는 듯했다.
그런 둘의 대화 속 상황 외에
레쉬아, 듀아, 스체스 세 왕국은 ‘하얀 창’이라는 막강한 무기를 가지고 있으니
타지헤 왕국의 입지는 더 떨어졌을 터.
거기에 세 명이 말한 그 녀석들이
검은 옷 조직이라면
타지헤 왕국은 자신들이 섬기는 신을
다른 왕국의 수호신들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절대자로 만들려고 하거나,
아니면······
기대에 못 미치는 신을 미련 없이 버리고
다른 신의 제물로 바쳐서는
절대자를 자신들의 신으로 삼을 요량으로
검은 옷 조직을 조력해주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음··· 듀아 왕국과 스체스 왕국하고 한번 얘기를 나눠봐야겠어.”
레이쉴은 즉시 두 왕국에 긴급 영상회의 요청했다.
* * *
진중하고 무거운 공기가 내려앉은
국왕 레이쉴의 집무실.
영상장치를 통해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회의를 한 결과.
두 왕국도 레이쉴의 예측에 동의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군요. 하지만, 확실하다고 판단을 내릴 수는 없으니 일단은 예의 주시하면서 상황을 좀 더 파악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타지헤 왕국의 신이 어떤 상태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더군.”
듀아 왕국 1 왕자 다미엔이 신중함을 보이고
레이쉴이 앞으로 할 상황에 대해 말하던 중.
-류안과 리아인이 타지헤 왕국에 가는 건가?
다미엔 옆에서 회의를 듣고 있던
워스만이 얼굴을 들이밀면서 대화를 가로챘다.
-둘만 보내면 위험하니, 내가 같이 가서 경호해 줘야ㅎ···.
“쓸데없는 오지랖이다! 이 XX야!!!”
이번에는 있는 듯 없는 듯 가만히 있던
벨드라엔이 걸쭉한 욕과 함께 끼어들었다.
레이쉴이나 다미엔은 익숙했지만,
스체스 왕국의 국왕은 일반 사람들의 말싸움과 전혀 다를 바가 없는
두 신의 언쟁에 적응 못 해 뻘쭘함을 감추지 못했다.
- ·········.
“·········.”
집무실에서 나갈 때를 놓쳐
얼떨결에 회의를 듣고 있던 단체의 단장 역시 적응 못 하는 것은 마찬가지였으나,
자신의 신분이 가장 낮기에 입 꾹 다물고 가만히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두 신의 언쟁은 계속되고 있었다.
-검은 옷 조직이 둘을 노리고 있다는 것 너도 잘 알 텐데, 당연히 호위해 줄 내가 함께 가야 하지 않겠어?
“그러니까, 왜 네가 나서냐고. 이곳엔 나도 있고, 드래곤도 있어.”
워스만의 말대로 호위가 필요하기는 했다.
듀아 왕국과 스체스 왕국의 2인조는 검은 옷 조직의 습격을 받았기 때문으로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가짜라는 것을 알고 미수에 그쳤다는 것이다.
암튼,
당사자인 리아인과 류안의 의견은 무시한 채
싸우는 두 신을 어이없어하면서 보던
리아인이 입을 열었다.
“우선, 타지헤에 있는 2인조 보고 가짜 티 팍팍 내면서 돌아다니라고 해주십시오.”
“응? 뭐?”
- ·········?
벨드라엔은 워스만과의 언쟁을 멈추고
리아인을 봤다.
“그리고, 가짜 2인조를 타지헤 왕국에 더 투입 시켜 주십시오. 너무 많으면 역효과 날 수 있으니, 두 조 정도로 부탁드립니다.”
리아인은 벨드라엔과 영상통신 장치 속 워스만을 번갈아 보고는 말을 이었다.
“거기에 가짜 2인조 한 조당 벨드라엔 님과 워스만 님이 호위를 맡아주시고, 루카테르 님한테도 연락해 주십시오.”
리아인은 안 가는 것이 제일 좋지만,
분위기상으로 보면 류안이 가야만 상황을 알 수 있고 그에 맞춰 대처할 수 있을 것 같기에
타지헤 왕국으로 가기 전 준비계획을 차근차근 말했다.
리아인의 목소리는 평이했으나,
그 안에 짜증이 섞여 있음을 집무실에 있는 모두와 영상으로 보고 있는 모두가 느꼈다.
벨드라엔과 워스만은 언쟁을 슬쩍 끝내고
리아인의 말을 들은 모두는 군말 없이 계획을 실행하는 것에 동의하고 움직였다.
그런 와중에
류안은 태평하게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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