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51 화 – 뒤틀린 신.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151 화 – 뒤틀린 신.
류안의 무의식에 침입한 낯선 방문자.
예전 리아인이
무의식 속 심연에 가려고 했을 때
침입했던 그자였다.
무의식의 신.
“크윽-, 어떻게···?”
무의식의 신 말에
류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떻게 는 뭐가 어떻게야?”
“내 ‘방’에 무단 침입한 자를 잡는 것은 당한 것 아냐?”
류안의 말에
무의식의 신은 놀라고 말았다.
‘‘방’이라고?’
‘심연의 이곳이···?’
‘무의식의 신’.
명칭 그래도 그는 다른 신들과는 다르게
무의식의 세계 안에서만 존재하고 활동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다른 신들과 마찬가지로
허락, 동의 없이는 다른 신의 ‘방’에 출입할 수 없었다.
자신이 이곳에 올 수 있었다는 것은
이곳이 의심할 것 없이
무의식의 세계임이 분명하다는 것이었는데,
그것도 무의식의 맨 밑자락인 심연.
심연 자체가 ‘방’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신의 상식 안에서는···.
“음, 뭐 때문에 왔는지 모르겠지만.”
“잘 됐다고 해야 하나?”
“너한테 묻고 ㅅ···.”
“넌 왜 곁에 두고 있지?”
“?????”
류안은 자신의 말을 끊으며 다급히 말하는
신의 말이 뭔가 싶었다.
“뒤틀린 아이.”
“뒤틀린 아이가 너에게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알고는 곁에 두고 있냔 말이다.”
“·········.”
류안이 아무 말 없이 있자,
신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 아이는 널 뒤트는···.”
“갓 태어난 널 뒤틀어버리는 죄를 지었다.”
“·········.”
신은 여전히 말 없는 류안을 보며
입꼬리를 더 올렸다.
지금 상황의 주도권이 자신한테로 넘어온 것처럼 여겼기 때문이었다.
이대로 눈앞에 있는 어린 신.
류안의 심리를 뒤흔들어 자신 뜻대로 움직이게 할 심상이었으나,
착각이었다.
“그래서?”
“뭐···?”
“그래서 그게 뭐 어쩌라고?”
류안은 정말 별일이 아니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당시
그 뒤틀림을 충분히 거부할 수 있었으나
받아들였고
그 덕으로 인해
권능 ‘학살’에 제약을 걸어 부속적인 힘으로
부속적인 힘도 뭣도 아니었던
‘지켜보는 힘’을 권능으로 바꿀 수 있었다.
신의 올라갔던 입꼬리가 내려가면서
표정이 굳어지고 있을 때,
류안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너, 리아인의 무의식에 침범했을 때, 나와 리아인이 첨 만났던 그때를 본 거지?”
“그래서 내가 뒤틀린 것을 알고 있는 거고.”
류안의 미소를 보며
신은 겨우 억누르고 있던 공포가 다시 올라오며 몸을 부들거렸다.
“고맙다고 해야 하나?”
“?????”
“난 그때 기억이 없거든.”
류안은 리아인의 뒤틀림이 자신을 뒤튼 것을 알고 있었으나,
아직 눈을 뜨기 전의 일이라 그런지
자신의 형편없는 기억력 때문인지
그 당시의 기억이 없었다.
리아인을 찾아 이곳 세계에 왔을 때는
빛의 잔재를 이용한 것이지만,
그 이전의 세계에서 리아인과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리아인을 찾게 해준 뭔가가 있었다.
그리고,
그 뭔가의 실마리를 자신의 손에 목이 쥐어진 신을 통해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고마울 수밖에.
류안의 미소가 더 짙어졌다.
그와 동시에
류안의 손에 잡힌 신이 목에서부터 가루로 변하며 소멸이 시작되고 있었다.
“지금, 무··· 무슨 짓을···!!!”
소멸이 시작된 신은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변화에 두려움과 함께 인지한 것이 있었다.
“설마··· 내··· 내 기억을 보려는 것이냐?”
“그럼, 내가 말해줄 테니··· 다··· 당장 그만둬-!!!”
“음, 미안한데, 말로만 하는 설명은 부족하거든 그래서 내가 직접 보는 것이 나아.”
류안의 지켜보는 힘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생각이나 기억을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보는 방법이 하나 있었다.
겉을 파헤쳐
속에 있는 것이 드러나게 하면 되었다.
죽기 직전의 주마등처럼.
더군다나 무의식 속의 심연 안이라
주마등을 보기가 더 쉬웠다.
공포에 젖어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하고 어떻게든 자신의 손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치는
아주 느린 속도로 서서히 소멸하는 신을
류안은 투명할 만큼 옅은 청회색의 눈동자로
가만히 보고 있었고,
곧, 신의 주변으로 주마등이 펼쳐졌다.
무의식의 신이 그동안 다른 자들의 무의식에서 봐온 수많은 기억의 영상들이 어두운 심연의 ‘방’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영상들 안에서
리아인과 자신이 처음 만났을 때 기억의 영상을 어렵지 않게 찾았다.
신이 공포를 느끼는 와중에
자신과 리아인을 생각하고 있어서였는지
그 생각이 검색어가 된 듯,
리아인과 자신에 관한 기억의 영상이
유독 밝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류안은 그 기억의 영상을 꼼꼼하게 살펴봤고
리아인의 영혼을 찾을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냈다.
류안은 찾을 것을 찾아
신의 목을 쥔 손을 풀었고
신은 이미 소멸이 상당 수준 진행된 상태라 그대로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심연의 ‘방’에 펼쳐진 주마등들도 사라졌다.
신이 소멸하고 사라진 류안의 손에
당장이라도 끊어지고 꺼질 듯
얇디얇고 희미한 빛의 실이 보였고
그 실은 하늘거리며 어딘가로 향해 있었다.
류안은 손에 어둠을 짙게 머금었다.
그에 따라 희미했던 빛의 실이
조금은 선명해져 가는 것을 볼 수 있었고
류안은 기쁨의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잠시 후,
류안은 감고 있던 눈을 천천히 떴고
익숙한 천장과 마주했다.
* * *
“어? 뭐? 어딜 가겠다고?”
마을 뉘스가 아닌
수도 왕궁의 구석진 정원에 있는 오두막.
레이쉴이 수도로 돌아오면서
익숙한 곳에서 요양하는 것이 좋다고 하며
류안과 리아인을 데리고 온 것이었다.
헨즈 공작부인은 엄청 아쉬웠지만,
국왕의 말이기도 하면서
맞는 말이기에 그에 따랐다.
몸에 좋은 차와 아로마를 잔뜩 챙겨주면서.
은은한 허브향이 감도는 오두막의 거실.
레이쉴이 놀라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난감해하고 있었다.
류안으로부터 리아인의 영혼이 누군가한테 강탈되었다는 말을 들었고
놀라 정신을 추스를 새도 없이
영혼을 찾으러 간다는 말을 들었다.
벨드라엔과 쌍둥이도 놀라고 당혹스럽기는 매한가지였으나,
지금 중요한 것은 놀라는 것이 아닌
리아인의 영혼을 찾는 것.
달그락.
쇼트가 투명하고 맑게 우린 차를
류안 앞에 놓았다.
“고마워.”
류안은 쇼트가 준 차를 마셨고
쇼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방으로 갔다.
쇼트는 걱정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류안이라면 리아인의 영혼을 찾아올 것이라
믿어 의심하지 않았기에 안도했다.
평소와 별다름이 없는 류안의 모습을 보며
벨드라엔이 말을 하려던 그때,
“준비는 다 되었나?”
먼저 말을 하는 자가 있었고
워스만이었다.
* * *
전쟁의 신 워스만은 류안한테 가기에 앞서
순리의 신 히마를 찾아갔다.
히마의 아이들은 알아서 자리를 비켜주었고,
스체스 왕국의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 자리한
오두막의 거실에 워스만과 히마만이 있었다.
워스만이 무슨 말을 하러 왔는지 안다는 듯
히마는 상석 소파에 앉아 느긋하게 차를 마셨다.
“류안이라는 어린 신이 걱정되는 건가?”
“순리에서 벗어났다는 것이 정확하게 뭘 의미하는 거지?”
워스만은 히마의 물음에 답하는 대신
자신의 물음을 던졌다.
“음, 알고 있는 것 아니었나?”
“순리에서 벗어난 뒤틀린 존재.”
히마의 말에
워스만은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일순 눈썹이 들썩이는 것을 미처 막지 못했다.
“그리고, 예상했겠지만,”
“어린 신을 뒤튼 존재는 뒤틀린 아이지.”
히마는 다 마신 빈 찻잔을 내려놓고
다리를 꼬며 자세를 바꿨다.
아주 도도한 자세로.
“정말 대단해. 그런데도 나도 겨우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잘 가려주고 있고 본인의 뒤틀림도 가리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순리의 신께선 어떻게 할 생각인지 알려 줄 수 있나?”
워스만은 미래를 보는 신 미후라한테 말한 것이 있긴 했지만,
확실히 확인하고 싶었다.
“응?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내가 할 일은 없어.”
“그냥 두면 돼.”
“???”
워스만은 히마의 아무 거리낌이 없는 말에
오히려 의문을 드러냈다.
히마는 그런 워스만을 잠시 한심하게 보고는 말을 이었다.
“자네가 그때 내가 한 말을 일부만 듣고 흘려들은 것 같아 다시 얘기해주겠네.”
“분명, 어린 신은 순리에서 벗어난 뒤틀린 신이지만, 그 뒤틀림마저 순리로 받아들여졌어.”
“이런 모순된 것이 공존한다는 것이 아주 재미있지 않은가?”
“하아-.”
워스만은 한숨을 쉬었고
재미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류안 곁에 맴도는 이유 중 하나였기에.
그러면서도 안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조심하는 것이 좋을 거야.”
“조심하라고?”
“음, 혹시 어린 신이 지금의 이 상황에 때맞춰 나타났다는 생각한 적 없나?”
워스만은 반응을 보이지 않은 듯했으나,
히마의 눈에는 보였다.
“표정을 보아하니 맞는 모양이군.”
“아마, 자네뿐 아니라 어린 신을 봐온 자라면 다들 그런 생각을 했겠지.”
“당연한 걸 수 있어.”
“나 역시 그 어린 신의 덕을 봤으니까.”
히마는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조금 피곤하다는 듯이.
“그래서 조심을 해야 하는 거네.”
“그 어린 신도 그저 수많은 신 중 하나인데, 자꾸 중심에 있는 듯 대하게 되면 결국에는 족쇄가 되어버리게 돼.”
“내가 한 왕국에 묶여있게 됐던 것처럼.”
히마의 얼굴에 씁쓸함이 스쳐 지나갔다.
“···쓸데없는 걱정이야.”
“호, 그럼 다행이고.”
“어린 신이 하는 대로 그냥 두게.”
“뒤틀린 신이 세계를 뒤트는 것은 당연한 순리가 되었으니까.”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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