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201 화 – 신과 아이.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201 화 – 신과 아이.
마찰의 신 백색 빛의 전류에
침투, 잠식해 오는 백금빛의 전류들.
그리고,
그에 따라 조금씩 파고드는 하얀 창.
“──···!!!”
위험을 느낀 마찰의 신은
‘반사’의 권능을 리아인을 향해 펼쳤다.
리아인은 반사의 힘에 밀리기 시작했지만,
다리에 발에 힘을 주어 버티면서
손에 쥔 하얀 창을 더욱 밀어붙이고 있었다.
“크윽─!!”
당연히 권능 ‘반사’로 인해
리아인이 밀어붙이는 힘은 고스란히 리아인한테로 되돌아오면서
힘을 주어 버티던 발이 다시 밀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리아인은 그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백금빛 전류를 강하게 응집해서는
날카롭게 형태로 바꾸어
하얀 창의 창촉에 덧씌웠다.
그렇게 마찰의 신을 상대하는 것이 아닌,
자기 자신과의 싸움 같은 형태가 되어버리며
힘겨루기에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쩌적── 파앙─!!!!!
뭔가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거칠게 폭발하는 굉음과 함께
리아인은 뒤로 튕기면서 나가 버렸다.
허공으로 몸이 붕 떠진 리아인은
자신의 운동신경을 적절히 발휘해 회전하며
바닥에 안전적으로 착지하는 듯하다가
그 상태 그대로 바닥을 박차며
마찰의 신한테로 빠르게 향해갔다.
“이런─···, 자꾸 이렇게 방해를 하면···.”
마찰의 신은 혼란을 주는 의문을 풀기 위해
검은 천사의 정체를 알아보려 하는 것을
자꾸만 악착같이 방해하는 리아인을 보며
손가락으로 미간을 잡아 구겨지려는 인상을 폈다.
“허우···.”
옅은 한숨을 쉰 마찰의 신은
일단은 리아인부터 굴복시켜 움직임을 막기로 했다.
마찰의 신은 손을 뻗어서는
리아인한테 다시 ‘반사’의 권능을 펼치면서
‘감금’의 권능도 펼치려 했다.
그런데 되지 않았다.
‘반사’의 권능이 펼쳐지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한테 달려드는 아이를 튕겨냈는데···.
권능이 사라진 것같이
아니, 사라진 것이 맞았다.
‘반사’의 권능이 느껴지지 않고 있었고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흔적조차도 없었다.
그러다,
리아인이 튕겨 나갈 때 울리며 들렸던
폭발하며 터지는 듯한 굉음.
단순히 힘과 반사된 힘이 충돌해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했다.
“설마···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런···.”
마찰의 신은
믿기지 않는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반사’의 권능을 펼치지 못해
어중간하게 펼쳐진 ‘감금’의 권능 사이로
리아인의 하얀 창이 뻗어오는 것을 보았다.
신의 몸체까지 찌를 듯한
날카로운 백금빛을 품은 채 자신한테로 향해오는 하얀 창.
마찰의 신은 몸을 틀어 피하면서
권능 ‘왜곡’의 힘을 펼쳤다.
리아인의 하얀 창이 아지랑이로 휘어지며
마찰의 신 옆을 스쳐 지나갔다.
끼기기─긱, 콰창-!!!
그러면서 느끼게 되었다.
어중간하게 펼쳐져 있던 ‘감금’의 권능이
리아인의 움직임을 감금하지 못한 채
하얀 창에 뚫리면서 부서지고 소멸이 되어가는 것을···.
마찰의 신은 ‘왜곡’ 권능을 펼친 여파로
잘 못 느낀 것인가 싶었다.
권능을 소멸시키다니···.
감각으로는 느낄 수 있으나,
보이지 않는 형태가 없는 손에 만질 수 없는
그러한 권능을 소멸시켰다.
마찰의 신은 이 이상하고 믿기지 않는
상식 밖의 의문투성이의 혼란이 가중되면서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그런 가운데
마찰의 신이 소유한 여러 권능 중 일부가
리아인의 하얀 창에 의해 소멸하는 것을
워스만과 벨드라엔은 느꼈다.
신의 권능을 소멸시킨다.
“허어─.”
워스만은 옆은 탄성을 흘리며
품에 잠들어 있는 류안을 바라봤다.
신 자체를 소멸시키는 것보다
더 힘들고 까다로운 권능만을 소멸시킨다.
감각으로나마 느낄 수 있는
무형의 신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것을···.
이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워스만이나 벨드라엔은 알고 있었다.
자신들이 보고 있는 어린 신은
상식을 벗어나고 뒤틀어버리는 존재였고,
권능만을 소멸시키는 것을 본 적은 없으나
류안에 의해 권능을 소멸당한 신을 알고 있었기에.
편안의 신. 페디로스.
권능이 소멸당하고
신의 자격을 잃지 않기 위해
뒤틀림까지 받아들이면서
검은 옷 조직의 측에 서며 조력해왔지만,
결국에는 검은 옷 조직의 하얀 창에
‘그분’이란 자가 가진 처형자의 하얀 창에
처형된··· 처참한 결말을 맞이한 신.
이 기억으로 인해
벨드라엔의 표정에 잠시 씁쓸함이 내려와 앉았다.
그러던 중,
파앙─ 콰자창-창!!!
마찰의 신 몸 중앙을 꿰뚫고 허공에 박혀있는 하얀 창을 볼 수 있었다.
마찰의 신은
몸에 두른 인형을 부수는 것을 넘어
신의 몸체에 상처가 난 것에 충격과 함께
그 상처를 통해 하얀 창에 깃들어 있던
검은 천사의 기운이 내부로 스며들며
자신 안에 있는 권능들을 갈아먹고 소멸시키는 것을 느꼈다.
“크으으─윽-!!!”
이질적인 고통에 마찰의 신은 신음하였고
그렇게 권능들이 하나둘 소멸이 되면서,
콰좌자자──자─작.
하얀 창이 박힌 허공에서부터
눈에는 보이지 않는 영역이
얇은 유리막이 깨지듯 부서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찰의 신의 영역이
여러 권능을 이용해 펼친 영역이 허무하리만치 힘없이 무너져 사라졌다.
마찰의 신은 뚫린 상처를 부여잡으며
‘치유’와 ‘복원’의 권능을 펼쳤다.
그리고는
권능을 소멸시키는 기운을 막기 위해
‘방어’와 ‘절단’의 권능도 펼쳤다.
그러면서 하나 더
‘속도’의 권능을 펼치면서
치유와 복원의 속도는 올리고,
권능을 갈아먹는 기운의 속도를 늦추어 방어
소멸의 진행 흐름을 절단했다.
“─······!”
그로 인해
마찰의 신은 몸에 상당한 무리가 오면서
권능의 형질이 불안해지고 굳어가는 것을 인지했다.
‘젠장···.’
마찰의 신은 ‘안정’의 권능을 펼쳐
불안한 권능을 진정시키고자 하였으나,
제 살 깎아 먹기가 되면서
일시적으로만 안정이 되는 듯하다가
그 이상으로 심하게 불안정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그때,
“후우-··· 후우-···.”
거친 숨소리가 들려와
마찰의 신은 시선을 움직여 숨을 몰아쉬고 있는 리아인을 봤다.
하얀 창에 깃든 기운의 도움을 받았다고 해도
창을 다루고 자신의 능력을 써가며
마찰의 신에 대응하였으니
리아인의 몸에 무리가 오는 것은 당연한 거였다.
“후우─······.”
리아인은 숨을 고른 후,
허공에 머물러 있던 하얀 창을 불러들여
손에 쥐어 잡았다.
마찰의 신한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주는
영역이 깨진 상태에서
인형과 몸체의 상처가 완전히 아물기 전,
마무리하기 위해.
파지직 파직- 파직!
하얀 창에서 다시 백금빛의 전류가 강하게 튕기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파직-! 파지지─지지- 기이이─잉.
전류는 다시 강하게 응집되고 응집되어서는
하얀 창에 빛의 창을 덧씌웠다.
“···아이야.”
나지막하면서 감미로운 목소리가
리아인을 불렀다.
하지만,
늘 그랬듯이 그런 마찰 신의 목소리는
리아인한테는 역겹게 들릴 뿐이었다.
“난 널 해치고 싶지 않다.”
“하-?”
리아인은 어이가 없었다.
자신을 굴복시키겠다며 공격할 때는 언제고
이제야 와서 뭔 헛소리를 하는 것인지.
리아인의 이런 생각을 아는 듯,
마찰의 신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쩔 수 없었다.”
“널 아이로 받아들이려는데 자꾸 거부하니.”
“강제로라도 할 수밖에.”
“그래야 네가 덜 힘들고 덜 다치게 될 테니 말이야.”
“아─?”
“이건 또 뭔 X 같은 소리야?”
“거부했으면 그냥 그걸로 땡이지, 뭘 날 위해 강제로 한다는 거야?”
리아인은 마찰의 신 말에
이로 말할 수 없는 불쾌감, 혐오, 경멸 등
온갖 안 좋은 감정들이 내부 깊숙한 곳에서부터 올라왔다.
“난 누구의 아이도 아니야.”
리아인은 단호하게 말했고
그와 동시에 예전 류안이 해준 말이 떠올랐다.
심연을 찾아 무의식에 들어갔을 때
힘이 들고 지쳤을 때
류안이 해준 말.
‘넌 신의 아이가 아니니까.’
‘빛에 휘둘리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돼.’
불쾌감이 가득했던 리아인의 얼굴에
슬쩍 미소가 감돌다 사라졌다.
그런 리아인의 모습을 보며
마찰의 신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구나.”
“???”
“왜 너의 말과는 다르게 나한테는 ‘아이’가 되고 싶은 갈망으로 보이는 거지?”
그 말에 리아인은 흠칫하며
자신도 모르게 움직이려는 시선을 겨우 멈춰 세웠다.
누군가의 ‘아이’가 되고 싶지 않은 것은
진심이었다.
그놈의 빌어먹을
‘아이’를 만들겠다고 내민 손길에 뒤틀리고
치가 떨리는···
이제는 더 이상 겪고 싶지 않은 일을 당해왔으니.
그러나, 바라는 것은 있었다.
리아인은 마찰의 신 상처 난 몸체에 시선을 고정하며 자세를 잡았다.
마찰의 신이 말을 거는 바람에 잠시 멈췄던
느리지만 저 상처가 아물기 전,
마무리하기 위해
자신이 바라는 바를 이루기 위해.
그러면서 다시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뭘 갈망하든 네 녀석과는 아무 상관이 없어.”
“나한테서 신경 꺼.”
그 말과 함께
하얀 창에 머금은 백금빛의 일부 빛이
리아인의 손을 따라 지나쳐 몸을 타고 발아래로 흘러가고는 바닥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순간,
콰라라랑-!!!
발아래에서 백금빛의 전류가 폭발하며
리아인은 순간 가속을 올렸고
하얀 창을 마찰의 신 상처가 난 곳을 겨누며 뻗었다.
마찰의 신은 온화한 미소를 짓던 것은 던져버리고 흉상을 드러내며
백색 빛의 전류를
자신의 몸이 하나의 번개가 된 듯,
거칠고 광대한 백색 빛의 전류 번개를 퍼트렸다.
콰르르르─릉- 콰과광─!!!
새하얀 섬광을 터트리면서
그 여파는 새하얀 신전을 부술 정도였고
신전 홀의 지붕과 벽면에 있는 석상들을 부수었다.
그러는 와중에
우습게도 제단 뒤 거대한 석상은 부서지지 않고 남아있었다.
그리고,
마찰의 신 백색 빛의 전류 번개는
전혀 수그러들지 않은 채,
하나의 영역이 된 것처럼
리아인의 하얀 창을 막고 있었다.
치리리리─릿.
이번에도 리아인의 백금빛 전류가
백색 빛의 전류 번개에 침투하며 잠식하려 했으나,
전류 번개에 깃든 권능의 힘에 저지되었다.
리아인은 그것에 당황하거나 실망하지 않고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미소와 함께.
콰가가─각!!!
리아인의 발밑에서 마찰의 신 주변 바닥에서
백금빛의 날카로운 빛의 창이 솟구쳐 올라와
백색 전류 번개를 거침없이 찔렀다.
콰가가가─가각!!! 콰가─각!!!!!
백금빛의 창은 거친 마찰음을 내면서
백색 빛 전류 번개 안 틈을 만들어 파고들었다.
이상했다.
'마찰'은 마찰의 신 권능.
그러한데
자신의 백색 빛의 전류 번개에 파고드는
백금빛 창의 마찰을 수하에 두고 통제할 수가 없었다.
이는 '마찰의 신'인 자신의 권능에 반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그때, 리아인의 하얀 창에서
백금빛의 전류 줄기들이 뻗어 나오며
백색 번개를 갈아먹기 시작했다.
파지지지지──.
마찰의 신은 이에 맞서 대응하기 위해
권능의 영역을 펼치려 했지만,
그러는 사이
수많은 권능 중 대부분이 소멸이 된 것인지
권능의 영역이 제대로 펼쳐지지 않았다.
그러면서
누군가의 영역 안에 있는 것을 새삼 인지했다.
누구의 영역인지 짐작은 가나,
믿기 힘들고 인정하고 싶은 않은 그 영역에
그나마 펼쳐지려던 영역마저 충돌을 일으키며 소실 되는 것을 느꼈기에.
마찰의 신은
남은 권능을 끌어모아 다시 영역을 펼치면서
그 누군가의 영역과 어마어마한 충돌을 일어났다.
─────!!!!!
그 충돌의 여파로
마찰의 신이 펼친 백색 빛의 전류 번개와 함께 무언가를 날려버리면서
리아인의 백금빛 전류와 빛의 창도 날려버렸다.
하지만,
리아인과 손에 쥔 하얀 창은 떨쳐내지 못했다.
그리고 마찰의 신은 보았다.
리아인의 하얀 창이
상처 난 자신의 몸에 꽂혀있는 것을···.
그러면서
하얀 창으로부터 백금빛 전류가 몸 안으로 퍼져 들어왔고
그와 함께 검은 천사의 기운이 흘러들어오며
그나마 남아있던 권능들을 소멸시키고
자신의 본래 권능인 ‘마찰’마저 소멸시키는 것을 느꼈다.
“허─억─···.”
마찰의 신은
숨이 막힐 것 같은 공포를 맞이해야 했고
소멸이 시작되어 가루로 변해가는···
상처 부위로부터 서서히 가루로 변해가는
자신의 몸을 바라보며
흠집 난 축음기 레코드판처럼 말을 버벅거리고 있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말도 안 되는 ···믿을 수 없는···.”
“난··· 절대자의 권능을··· 모든 신의 힘을··· 아우를 수 있는···.”
“난··· 절대자··· 신들을 아우르는···.”
“·········.”
마찰의 신은 얼굴까지 가루로 변해가며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하였고
흔들리는 눈동자로 리아인을 보다가
시선을 마주쳤다.
잠에서 깨어난 검은 천사와.
그 시선에 리아인은 몸을 돌렸고
눈을 뜬 류안을 보며 바로 발을 움직였다.
마찰의 신 따위는 이제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마찰의 신은 가루로 변해 흩어져가는 손을 부들거리며 뻗었다.
그 손길이 ‘아이’로 원했던 리아인을 향한 것인지
지금이라도 자신의 소멸을 막아줄지 모르는
정체가 의문인 검은 천사를 향한 것인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마찰의 신은 완전히 가루가 되어 소멸해 사라졌다.
절대자가 되고자,
혹은 다른 이유로 뒤틀림을 받아들였던
신들의 최후가 그랬듯
마찰의 신 마지막 모습도 허망함만을 보일 뿐이었다.
멍하니 있는 류안의 상태를 살펴보던
리아인은 홀가분함과 개운함에
그제야 시선을 잠시 옮겨
지금은 소멸해 사라진 마찰의 신이 있던
하얀 창만이 덩그러니 있는 바닥을 보았다.
“·········.”
하지만,
리아인은 이내 시선을 다시 돌려
류안을 바라봤다.
자신한테 손길을 내밀지 않은
자신이 선택한 신.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 작가의말
완결은 내고 동면에 들어가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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