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70 화 – 또, 사고 치네···.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170 화 – 또, 사고 치네···.
열심히 말하는 류안을 보며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지만,
다들 티 나지 않게 들어주고 있던 와중에.
벨드라엔의 표정에 안쓰러움이 드리워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류안은 입을 다물었고
표정도 사라져갔다.
무표정해진 류안을 본 모두는 흠칫했다.
저기압 경보.
그리고,
다들 아차 하면서 잊고 있었던 것을 떠올렸다.
류안이 ‘검은 천사’라 불리는 것을 싫어했다는 아주 중요한 사실을···.
그러했기에
류안 앞에서는 검은 천사는 칭호를 가급적은 쓰지 않으려 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검은 옷 조직과 그들을 조력하는 신들을 상대하고
거기에다가
리아인, 워스만은 다른 세계에서까지
류안을 검은 천사라 칭하는 것을 들어서인지
그냥 자연스럽게 류안 앞에서 검은 천사를 말하고 있었다.
류안의 저기압 원인이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서
온 것임이 분명한 가운데
계속 검은 천사라 불러서인 것도 한몫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
아무런 말도 행동도 없는 이들을 본
류안은 식탁 의자에서 조용히 일어났다.
그리고는
천천히 주방 식당을 나가 거실을 지나서
2층 방으로 향해 계단을 올라갔다.
류안의 무표정에 잠시 얼어있던 리아인은
황급히 발을 움직여 2층으로 올라갔다.
“아··· 이런.”
워스만은 검은 옷 조직에 관한 얘기 외에
도망쳐온 신 때문에 류안을 데려가기 위해 여기에 온 것이었는데 차질이 생겨버렸다.
무엇보다 어린 신한테 실수를 했다.
워스만은
류안이 열심히 말한 것들을 되짚어 봤다.
뭘 말하고 싶었던 것인지 알아야지
달랠 수라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벨드라엔도 같은 생각을 하면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하아─.”
“후우-···.”
하지만, 한숨만 나왔다.
예언서라는 것이 원래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이런 식으로
누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정확한 날짜 표기가 없기에
예언의 일이 언제 일어날지 불분명한
두리뭉실한 것이었다.
그래야 미래를 보고 기록으로 남기실
생길 수 있는 반동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었는데.
그런 예언서이니
정확하게 ‘신’이라기 보다는
‘검은 천사’라 둘러서 표기한 것일 터,
류안은 이것이 이해되지 않는 듯했다.
그래서
자신은 예언서의 검은 천사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고
절대자가 될 신을 선택할 생각이 없기에
더더욱 그런 것이었을 거라···.
워스만은 이런 생각을 하며
의자 등받이 기대다가 두 눈을 깜빡거렸다.
선택할 생각이 없다.
류안이 검은 천사로 오해받기 이전에
절대자를 선택할 생각이 없었다.
중간에 생각이 바뀐 것도 아닌
애초에 선택할 이유도 선택해야 일이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류안이···
검은 천사가 절대자가 될 신을 선택한다는 예언서가 있는 거지?
예언이라는 것은 엄연히 미래에 일어나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류안이 절대자를 선택하는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다.
류안이 변덕이나
심경의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선택하지 않을 테니까.
또한,
이런 변수는 생기지 않을 거라는 것을
100% 확신할 수 있었다.
거기에 더해
워스만은 미래의 신 미후라가 한 말이 생각이 났다.
‘절대자는 없었다.’
미후라는 지금까지 자신이 본 미래에서는 절대자가 없었다고 했다.
그렇다는 것은
예언서가 거짓이거나,
예언서에 있는 검은 천사는 적어도
류안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하─···.”
워스만의 입에서 실소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 이거, 어떻게 사과하고 달래야 할지 난감한데···.”
어린 신이 나름대로 열심히 얘기해주었는데
그걸 알아듣지 못하고
오히려 상처 주는 모습을 보였으니···.
“하아-, 절대자를 선택할 생각도 없는데 자꾸 선택하는 검은 천사라고 했으니.”
“그 아이가 그리 짜증을 내고 자신은 검은 천사가 아니라고 얘기했는데···.”
워스만은 손으로 얼굴을 덮으며 중얼거렸고
그 중얼거림을 들은 벨드라엔도
류안이 했던 말의 의미를 뒤늦게 이해할 수 있었다.
예언서의 검은 천사에 중점을 두고
정작 검은 천사로 오해받고 있는 류안은 생각하지 않아 벌어진 실수.
워스만과 벨드라엔은 무거운 발을 움직여
2층으로 올라갔다.
닫혀 있는 2층 방문 앞에서
워스만은 손을 들어 문을 두들길까 하다가
손잡이를 잡고 조심히 움직여 봤다.
끼익─.
문은 잠겨있지 않아 쉽게 열렸다.
방안에 보이는 모습에
워스만은 소리 없이 한숨을 쉬었다.
류안은 예상대로
이불 속에 머리까지 파묻고 들어가 있었고
리아인은 그 옆에서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양손만 허공에 허우적거리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크흠, 그···.”
워스만은 답지 않게 헛기침하며
말을 더듬었다.
그 소리에 리아인은 침울한 얼굴로 워스만과 그 뒤에 있는 벨드라엔을 봤다.
하지만,
류안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크흠.”
워스만은 헛기침을 다시 했다.
사과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으나,
저기압인 류안을 어떻게 달래야 할지를
생각, 염두 해야 했기에
말 꺼내기가 쉽지가 않았다.
일단, 사과하는 것이 먼저.
“검은 천사가 아닌 너를 자꾸 검은 천사라고 한 것 미안하다.”
워스만의 사과의 말을 들은 리아인은
겨우 그런 거로 사과가 될지 의문을 들었다.
그런데, 그때.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이불 속에서 류안이 정전기로 검고 긴 머리카락이 잔뜩 산발이 된 채 얼굴을 내밀었다.
뚱한 표정을 하고서.
다행이었다.
무표정이 아닌 것을 보면 저기압은 아니라는 것이니.
류안한테 소멸당할 일은 없을 듯했다.
“크흠, 그래서 말인데.”
워스만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여기 온 목적을 이행하기로 했다.
“너한테 이런 안 좋은 오해를 불러일으킨 예언서 제대로 확인해 볼 생각 없나?”
“?????”
류안은 고개를 갸웃거렸고
워스만은 말을 이었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검은 옷 조직에서 도망쳐온 신이 듀아 왕국에 있으니.”
“그 신이면 우리는 거부해서 읽을 수 없은 예언서를 읽을 수 있을 거고.”
“그 예언서를 토대로 너의 그 검은 천사 오해를 풀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때?”
여전히 삐진 고양이처럼 이불 밖에 고개만 내밀고 있던 류안은 꼬물꼬물 나와서는
침대 턱에 앉았다.
그리고
말없이 워스만을 바라봤다.
워스만은 그 모습에 머릿속을 채우는 감정이 하나 있었다.
평소라면 나쁘지 않은 좋게 받아들이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긁어 부스럼 만들 수 있는 감정.
‘귀엽다’였다.
달래는 것이 힘들어서 그렇지.
토라진 어린 고양이 모습의 매력을 거부할 수가 있을까?
···무리일 것이다.
워스만은 실룩거리는 입꼬리를 자제시킨 후,
마저 말을 이었다.
“예언서를 부분만 아니라.”
“전체 끝까지 보면 그 검은 천사가 누굴 얘기하는 것인지 확실히 알 수 있을 테고.”
“그것을 알게 되면 너의 오해를 풀 수 있지 않을까 하는데.”
“·········.”
말없이 있던 류안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워스만은 밝게 미소지었다.
“그럼, 가자.”
“???”
류안이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우는 사이.
워스만은 류안 바로 앞까지 와서 손을 뻗었고
그대로 류안을 들어 올려서는
어깨 한쪽에 업었다.
마치, 어린아이 업듯이.
“오-, 요새 살이나 근육이 좀 붙었나?”
“전에 비하면 이젠 제법 무게감이 있는데.”
워스만은 실없는 소리를 하며
테라스 쪽으로 가서는 창문을 열었다.
2층 테라스 밖에는 언제 열어놓은 것인지
워스만의 전용 이동 통로가 열려 있었다.
워스만은 테라스로 나가
난간에 한 발을 올리던 그때.
“지금 뭐 하는 거야?”
리아인이 워스만을 거칠게 잡았다.
하지만,
리아인은 자신의 몸이 들리는 느낌을 받았고
워스만의 손에 허리가 들리면서
그대로 이동 통로 안으로 던져졌다.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어.”
“야이-, XX 같은 XXX 야─!!!”
“빌어먹을 XXX─!!”
“─···!”
이동 통로 안에서 리아인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점점 멀어져 가면서
도플러 효과가 일어났다.
그 뒤 곧이어
벨드라엔의 찰진 욕 소리가
워스만의 귀를 때렸다.
“이 XXX 같은 자식아!”
“류안한테 사과했으면 잘 달랠 것이지 지금 뭐 하는 거야?”
워스만은 그런 벨드라엔을 잠시 봤다.
‘맞다. 이 녀석 힘도 필요하지.’
벨드라엔은 류안이 듣고 있음을 알지만
계속해서 욕이 섞인 말을 하며
워스만을 저지하려 했다.
“저번에도 XX 같은 짓을 하더니.”
“대체 무슨 짓이야?”
“이 X 같은··· 컥?”
워스만은 벨드라엔의 멱살을 잡았고
그 순간.
쌍둥이와 쇼트가 안 좋은 감을 느끼고
2층으로 서둘러 올라왔다.
“벨드라엔 님, 무슨···.”
쌍둥이 둘은 눈앞의 광경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눈이 동그래진 채
굳어 있었다.
쇼트도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 그렇게 볼 것 없어.”
“너희 신 좀 잠깐 빌려 가는 거니까.”
“걱정하지 말도록.”
쌍둥이와 쇼트는 어이없음과 황당함의 동시 공격을 받았다.
류안은 납치되듯이 어깨에 들쳐져 있고
벨드라엔은 멱살이 잡혀 있으며
리아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지금 눈앞의 광경에 걱정하지 말라니
말문이 막혔다.
그런 와중에
워스만은 건장한 체격의 벨드라엔을 아주 가볍게 이동 통로 안으로 던졌다.
“야익- XXX 야─···!”
벨드라엔도 도플러 효과가 일어나는 욕을 내뱉으며 점점 멀어져 갔다.
그 뒤
워스만은 류안을 업은 채 유유히 이동 통로 안으로 들어갔고
통로는 스르륵 닫혔다.
얼이 빠지고 넋이 나가 있던 쇼트와 쌍둥이는
정신을 차리고는
각자 통신 장치를 꺼내고
텔레포트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국왕 레이쉴한테 긴급 상황을 알리고
사고가 생기기 전에 뒤쫓아가기 위해서였다.
* * *
듀아 왕국의 왕궁 한쪽에 자리한 정원.
그곳에 있는 오두막 앞마당에 열려 있는 이동 통로 안에서
워스만이 류안을 어깨에 업은 상태로
느긋하게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맞이해주는 이들을 볼 수 있었다.
하얀 창을 들고 있는 리아인.
머스킷을 겨누고 있는 벨드라엔.
잔뜩 화나 있는 듀아 왕국의 1 왕자 다미엔.
그리고 그런 광경을
오두막에 있는 온몸에 붕대를 감고 흰 로브를 입고 있는 신 한 명이
놀란 토끼 눈을 하고는 거실 창문으로 보고 있었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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