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90 화 – 예언서를 찾아서···.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90 화 – 예언서를 찾아서···.
뒤틀려 있는 기록.
‘뒤틀려? ···─!!!’
뒤틀림이라고 하면
그 누구보다도 제일 먼저 생각나는 존재.
“이 문서 내가 갖고 가도 되나?”
워스만은 문서를 류안한테 보여줄 생각이었다.
“어, 그래. 가지도 가도 돼. 그럼, 볼일 끝난 건가?”
“일단 예언서에 관한 볼일은 끝났고, 다른 볼일이 하나 더 있지.”
“다른 볼일?”
“최근 태어난 어린 신의 기록을 봤으면 한다.”
“응? 어린 신?”
워스만의 말에 모제 뿐 아니라,
벨드라엔의 표정도 묘해졌다.
“최근이라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거지?”
“100년. 찾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지?”
“없어.”
“뭐?”
모제의 단답에 워스만은 순간 당황했다.
“찾고 말고 할 것도 없어. 근래 100년간은 태어난 신이 한 명도 없거든. 덧붙여 200년 전에 두 명의 신이 태어나긴 했지만, 그 이후로는 이례적일 정도로 태어난 신이 없어. 신이 필요 이상으로 많아져서 그런가···?”
모제는 필요 이상으로 주절주절 답해주고 있었다.
워스만은 필요 없는 말은 거르기 위해
다음 질문을 했다.
“200년 전에 태어난 두 신은 어디에 있지?”
모제는 뭔 질문을 하냐는 퀭한 얼굴을 하고
워스만을 봤다.
“어디에 있긴 각자의 영역에 있지?”
“각자의 영역?”
“그래, 아. 그 이상은 두 신의 동의 없이는 알려줄 수 없으니, 더 이상 묻지 마라.”
모제가 손사래를 치는 사이,
워스만은 생각이 깊어져 갔다.
류안은 외형과 상관없이 분명 어린 신이다.
그것도 태어나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상당히 어린 신.
그러한데,
이 세계에 태어난 기록이 없다.
‘혹시, 그 아이도···?’
워스만은 류안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면서
이상하게 그럴수록 그에 대한 감정이 커져만 가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한 대로라면···
어쩌면 ‘---- 아이’가 되어줄 것 같은.
덜컹.
“볼일 끝났으면, 이만 돌아가는 것이 어때?”
그의 표정에서 뭔가 이상함을 느낀 벨드라엔이 의자에서 일어나면서 말했고
워스만은 생각에서 빠져나오며
“···그러지.”
의자에서 일어났다.
끼이익───.
벨드라엔과 쌍둥이 둘이 먼저 서재 문을 열어 밖으로 나갔으며,
뒤이어 워스만이 나갔다.
“고생해라.”
탁─!
모제의 배웅의 말과 함께 문이 닫혔다.
그리고 그 문은 스르륵 사라졌다.
창고에서 나온 벨드라엔과 쌍둥이 둘,
뒤이어 나온 워스만의 손에는 ‘세월의 일기장’이란 책이 들려 있었다.
“안녕히 가십시오.”
점원의 인사를 받으며 서점을 나온 그들은
곧장 류안이 있는 오두막으로 향했다.
* * *
오두막 거실.
“어···?”
잠이 덜 깬 류안은 어벙한 소리를 내며 멍하니 의자에 앉아 워스만이 건네준 책.
‘세월의 일기장’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책을 펼쳐 책장 사이에 있는 문서를 집어 들었다.
류안의 짙은 회색 눈동자가
투명할 정도로 옅은 청회색으로 변했다.
“운명의 예언서.”
류안은 문서에 있는 문구를 읽었고
워스만, 벨드라엔은 조용히 류안을 주시했다.
리아인은 류안 뒤에서 그런 두 신을 못마땅한 눈으로 노려보듯 보고 있었다.
왠지 저 문서 때문에 이상한 일에 엮이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였다.
류안이 든 문서에서 희미하게 뒤틀린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더니 이내 사라졌고
뒤틀림이 사라진 문서에서는
가려져 있던 뭔가가 스르륵 생겨났다.
그것을 본 류안은
일순 잠이 깬 듯 두 눈을 깜박이더니.
“아─?”
어이없다는 듯한 이상한 소리를 냈다.
워스만, 벨드라엔은 뭔가 싶었으며
리아인은 긴장했다.
“뭐야? 잃어버렸다더니···, 감춰두어서 그런 것이었나?”
“뭐? 그럼, 그 예언서 어딨는지 알았어?”
워스만은 류안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며 문서를 확인했다.
문서에는 얼핏 지도인 듯한 것이 보였으나,
흐릿하면서 선들이 뒤틀려 있어 정확하게 어디를 나타내는 건지는 알 수가 없었다.
“넌 어디인지 알아볼 수 있는 건가?”
“·········.”
류안은 워스만의 물음에 묵묵부답하면서
주방에 있는 쇼트를 봤다.
쇼트는 류안의 시선에 절 부르는 것인가 싶어 거실로 발을 옮겼다.
“왜? 뭐 필요한 것이라도 있어?”
류안은 쇼트를 빤히 봤다.
쇼트는 그 시선에 뻘쭘하며 머리 위로 물음표만을 떠올렸다.
“???”
“미지의 숲.”
흠칫.
전혀 예상 못 한 류안의 말에
쇼트의 몸이 크게 움찔하더니··· 이내 몸도 표정도 굳어졌다.
“갈래?”
류안의 물음에 쇼트는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는···,
“···갈게.”
답했다.
“가다니? 어딜 간다는 거지?”
“미지의 숲에 있는 ‘덮음의 신’이 지냈던 저택.”
워스만의 물음에 류안은 답해주었고
벨드라엔과 쌍둥이 둘은 쇼트를 바라봤다.
그중 쌍둥이 네우가 걱정하면서 봤다.
쇼트는 그런 네우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난 괜찮아.”
* * *
수도 서쪽 성벽 문에서 성인의 보통 걸음으로 한나절 걸리는 곳에 자리한
미지의 숲.
그 숲의 깊숙한 곳
덮음의 신 ‘디케’가 머물렀던 저택.
행여나 그 저택에 검은 옷 조직이 설치해 놓은 마법 감지나 침입 감지 알림 장치가 있을 수 있었기에
리아인과 류안, 벨드라엔과 쌍둥이 둘, 워스만, 쇼트.
그들은 미지의 숲에서 좀 떨어진 장소로 텔레포트를 해서 은밀히 도착한 이후,
걸어서 저택으로 향했다.
쌍둥이 네우는 연신 쇼트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쇼트의 트라우마가 있는 곳.
쇼트는 겉으로는 표정 변화 없이 덤덤하게 앞장서 일행들을 저택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저벅. 저벅. 저벅. 바스락 저벅─.
울창하게 우거진 숲.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는 햇살.
여기저기 들리는 짐승들의 경계하는 소리.
미지의 숲 자체는
일반 숲과 별다를 것이 없었다.
다른 것이 있다고 하면
공간이나 지형 교란은 없는 상태에서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기이한 공기가 숲 전체에 흐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간이 큰 모험가나 개척자들이 이 숲으로 들어왔다가 길을 잃고 행방불명되기 일쑤였다.
그러한 이유로
개인 책임 서약서를 제출한 자들한테 한하여 숲에 들어가는 것을 허락해 주고 있었다.
출입금지로 막으면 이상하게 더 악착같이 꾸역꾸역 들어가려는 자들이 있었기에,
이곳을 빠져나왔던 쇼트가 안내해서인지
아니면 교란이나 허상이 통하지 않는 류안의 힘이나 길잡이의 신 위세라가 남겨준 힘이 작용한 것인지 길 헤맴 없이 숲을 지나고 있었다.
그렇게 수풀을 헤치며
미지의 숲 깊숙이 들어가 도착한 곳.
류안을 뺀 모두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중에서도 쇼트의 눈이 유독 커져 있었다.
있어야 할 화려한 3층 구조의 저택이 흔적도 없이 부서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왜 이렇게······.”
쇼트는 잔해만이 남아있는 것을 보면서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감정이 있었다.
홀가분.
‘쇼트’로 이름을 바꾸기 전,
‘쇼티스’였던 때 몸과 마음을 옥죄고 있던 괴로움, 고통, 슬픔 등 안 좋은 감정들이
눈앞의 부서지고 사라져 버린 건물처럼
부서지며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감정이 복받쳐 눈가가 촉촉해진 쇼트는
고개를 돌려 류안을 바라봤다.
이곳에 오는데······
굳이 안내인이 필요하지 않은 류안이 자신을 데리고 온 이유를 쇼트는 알 수 있었고
벨드라엔과 쌍둥이 둘, 리아인도 같은 심정으로 류안을 보고 있었다.
그러나,
류안은 그냥 아무런 의미 없이
쇼트와 관련된 곳이라 ‘갈래?’라고 물어봤을 뿐이었으며
쇼트가 ‘갈게’라고 답해서 같이 온 것이었다.
이렇게 날이 갈수록
류안은 아무 의미, 생각 없이 한 행동을
다른 이들은 각자의 생각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이면서 마음이 여리고 배려심이 깊다는 오해를 불러왔으며,
그 오해는 점점 깊어져 갔다.
“음─, 저택이 이 모양인 것을 보면, 덮음의 신은 도망간 것인가?”
“소멸[消滅]되었어.”
“!!!!!!!”
워스만은 쇼트에 대해 류안의 뒷바라지를 한다는 거 말고는 아는 것이 거의 없었고, 저들의 분위기에 낄 이유가 없었기에 혼잣말을 하던 중,
이에 답해준 말에 류안을 뚫어지게 봤다.
그리고 그 대답에
가장 큰 반응을 보일 듯했던 쇼트는
‘손길’을 강제로 주어 자신을 뒤틀리게 한 신. ‘디케’를 류안이 죽여주겠다고 약속해 줬던 것이라 고마움이 스쳐 지나갔을 뿐,
별 반응 없었다.
“네가 한 거냐?”
“응? 저택은 검은 옷 사냥꾼이 부숴 버린 거야.”
질문에 류안이 다른 답을 해주어
워스만은 다시 제대로 물었다.
“아니, 신 네가 소멸시켰냐고.”
“아, 응. 내가 소멸시키긴 했어. 쇼트한테 있던 신의 ‘손길’에 의한 뒤틀림을 하얀 창에 담아서.”
“언제─?”
“언제 한 거야?”
벨드라엔과 쌍둥이 둘이 놀라 동시에 물어보는 와중에
리아인은 짐작할 수 있었다.
류안이 처음으로 혼자 밤 외출하고 온 그때라는 것을.
“쇼트를 오두막에 데리고 온 그날 밤. 아니, 다음 날 새벽인가?”
류안이 답해주면서 밤인지 새벽인지 헷갈려 고민하는 모습에.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잖아.’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것 또한 중요한 것이 아니기에 벨드라엔과 쌍둥이 둘은 입을 닫고 있었다.
그러다
왜 말해주지 않았냐고 물어보려고 했으나,
그 당시 아무도 묻지 않았기 때문으로
류안은 묻지 않으면 말을 안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따지는 것도 상대와 때를 봐서 해야 하는 것이었기에.
“류안.”
리아인이 류안을 불렀다.
“이렇게 부서졌는데 찾을 수 있겠어?”
류안은 잔해만이 남은 곳을 바라보며
답을 했다.
“지하. 덮음의 신 디케가 덮어놓아서 그런 것인지 검은 옷 조직도 지하에 공간이 있는 줄은 몰랐었나 봐.”
“그렇단 말이지. 그럼, 힘 좀 써야겠군.”
워스만은 류안의 말에 바로 팔 거둬 붙였고
쌍둥이 네우는 부양 마법을 발동시켰다.
벨드라엔과 쌍둥이 제우도 지렛대를 손에 들고 거들기 시작했으며
리아인도 가세했다.
팍! 파박!! 콰직─ 쿵!!! 털퍽─!
류안과 쇼트를 뺀 모두가 잔해를 치우기 시작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지하로 통하는 입구 같은 구덩이에 커다란 돌덩이가 막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때,
철컥, 탕─!!!
벨드라엔이 머스킷을 쏘았다.
투명한 돌 탄환이 날아가 돌덩이에 박히더니 이내 부서져 사라지면서
지하로 내려가는 원형 계단이 보였다.
혹시라도 돌덩이가 사라지고 뒤틀린 기운이 흘러나올까 해서
벨드라엔이 자신의 권능인 멸[滅]의 기운이 깃든 투명한 돌 탄환을 이용한 것인데
다행히 계단 입구에서는 뒤틀린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타닥. 타닥. 타닥─.
벨드라엔이 먼저 원형 계단을 내려간 후,
워스만, 쇼트, 류안과 리아인 순으로 뒤따라 내려갔다.
쌍둥이 제우와 네우는 혹시 모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밖에 남았다.
그리고
네우는 교란 마법으로 입구를 가렸다.
타닥. 타닥. 타닥. 타닥. 타닥─.
어두운 원형 계단.
벨드라엔은 네우가 준 전등으로 앞을 밝혔고
맨 뒤에 있는 리아인도 전류 파편을 모아 빛 덩어리를 만들어 주변을 밝혔다.
설명을 덧붙이자면
리아인의 빛 덩어리는 지하 안에서 있을 수 있는 정체불명의 무언가와 마주쳤을 때 던져버릴 공격용이기도 했다.
타닥─. 탁.
다행히도
계단 끝까지 내려오는 동안 아무 일 없었고
계단 끝 바로 앞에 문이 보였다.
문에는 잠금장치가 없었지만,
뒤틀린 기운이 희미하게 감돌고 있었다.
벨드라엔과 워스만은 뒤를 돌아봤다.
그 시선에 뒤쪽에서 소리 없이 하품하던 류안이 앞으로 나와 문으로 다가갔다.
덜컹, 끼이익──···.
다들 긴장한 가운데,
류안이 문손잡이를 잡고 힘을 주어 밀자
문에 감돌고 있던 희미한 뒤틀림이 사라지면서 문이 열렸다.
문 안에는 작은 방이 있었다.
“뒤틀림 없어.”
류안은 방 안에 뒤틀린 기운이 없는 것을 모두에게 알려주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벨드라엔, 워스만, 쇼트, 리아인도
차례대로 문을 지나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낡은 책장, 책상과 의자, 대형 보관함.
용도를 알 수 없는 이상한 물건들.
흉물스러워 보이는 장식 가구들.
이가 빠지고 녹슬어 방치된 창과 검.
이런저런 잡다한 소품들 같은 온갖 잡동사니가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이런 곳에 중요한 것을 감춰뒀을까 싶지만,
오히려 그런 의구심을 이용해 중요한 것을 숨겨 놓았을 확률이 더 높았다.
“이거··· 시간이 좀 걸리겠는데.”
방에 들어온 모두가 원체 많은 양에 난감함을 보이며 안을 훑어보는 사이,
류안은 용도 불명의 물건들이 가득 쌓인 곳으로 갔다.
그리고
그 물건들 틈으로 한 손을 쑥 집어넣었다.
절그럭─.
“예언서는 왜 찾는 거야?”
“응?”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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