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81 화 – 움직이게 하는···.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181 화 – 움직이게 하는···.
워스만의 말을 듣고 있던
벨드라엔의 눈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뒤틀린 아이인 리아인.”
“그리고 그 곁에 있는 어린 신 ‘신의 학살자’.”
“자, 잠깐, 그러니까.”
“리아인을 미끼 삼아 류안이 신을 학살하게 한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맞냐?”
“뭐, 내 추론으로는 그래.”
“그리고, 단순히 신들의 수를 조절하려고 한다고 하기에는 뭐랄까.”
워스만은 팔짱을 낀 상태에서
한 손으로 턱을 매만지면서 계속 말을 이었다.
“신간이 좀 걸리기는 하겠지만,”
“현재 더 이상 태어나는 신도 없고, 영역 싸움을 하면서 그 과정에서 적지만 소멸하는 신들이 있어 나름 수 조절에 들어갔다고 할 수 있는데.”
“학살자가 태어났다.”
“아니, 이 세계에 나타났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군.”
“그 말은 넘치도록 많은 신의 수를 줄이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더 크게는 세계의 틀을 틀어버리려 하는 신들을 골라 학살하게 하기 위한 꼼수로 내가 이용당하고 있다는 말이군.”
자신이 하던 말에
갑자기 뒤를 이어 말하는 목소리가 들려와
벨드라엔이 놀라 뒤를 돌아보았고
워스만은 무심히 있었다.
목소리의 주인인
무표정한 얼굴의 리아인이 계단을 내려왔다.
“류안은···?”
“잠깐 일어났다가 다시 잠들었어.”
“그래?”
벨드라엔은 뒤늦게 워스만과 자신이 한 얘기를 모두 들었을 류안을 생각하며 아차 했다.
그러면서 그와 함께
리아인의 무표정한 얼굴에 걱정이 밀려왔다.
리아인은 평소처럼 움직여
벨드라엔의 옆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잠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계속해서 내려앉는 분위기에 이러다 땅 꺼지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
벨드라엔은 이런 침묵을 깨고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할 때,
리아인이 먼저 말을 했다.
“···짐작하고는 있었어.”
“류안을··· 끌어들이기 위해 날 미끼로 이용하고 있었다는 것.”
리아인은 여전히 표정 없는 얼굴로
워스만을 바라봤다.
“그러한데, ‘신’한테서 그 말을 들으니.”
“확인 사살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아주 X 같네.”
리아인의 말을 들은
벨드라엔은 씁쓸한 미안함이 있었다.
축-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벗어나고자 꺼내 말 때문에 아까와는 다른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게 되었으니···.
워스만은 리아인을 무심히 봤다.
류안을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열쇠이면서
발목을 잡는 족쇄와도 같은 존재.
워스만은 신의 발목을 잡는 족쇄는
과감히 없애버리고 싶었지만,
자신이 관여할 일이 아니기에 자제하고 있었다.
거기에다가
류안 스스로 그 족쇄를 풀기 위해 뭔가 하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기에
나서지 않고 있기도 했다.
워스만의 일순 적의가 담기 시선을 본
리아인은 미간을 구겼다.
평소 둘 사이에서 벌어지던 눈싸움과는 사뭇 다른 기류가 감돌고 있었다.
벨드라엔은 뭔가 심상치 않음에
둘을 말리려고 하던 그 순간.
삐이이─.
워스만의 통신 장치 알림음이 울렸다.
워스만은 통신 장치를 켰고
통신 장치에서는 당연히 듀아 왕국의 1 왕자 다미엔의 화난 얼굴이 보였다.
그러다 곧
다미엔은 해탈했다는 듯 평상심을 보이며 말했다.
-검은 옷 조직의 근거지를 발견했습니다.
“그래, 곧 가도록 하지.”
-네···, 알겠습니다.
다미엔은 할 말이 더 있긴 했지만,
통신 장치 너머로도 느껴지는 분위기에 말없이 통신을 종료했다.
통신이 종료된 것을 확인한
워스만은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 현관문으로 향했다.
“···도움 필요하냐?”
벨드라엔의 말에
워스만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현관문을 열며 말했다.
“됐어. 나 혼자서도 충분해.”
끼이이─ 탁.
워스만이 나가고
닫힌 현관문을 보던 벨드라엔은 괜스레 걱정이 밀려왔다.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워스만.
예전 이 비슷한 분위기였던 워스만이
권능하에 한 일이긴 하지만,
전쟁이 일어난 곳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과하다 싶을 정도로 영향력을 펼친 적이 있었었다.
그때의 모습은 마치,
잡생각을 떨쳐내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과도하게 일을 찾는 듯한 그런 모습이었었고,
지금 워스만의 모습이 그런 것 같아
벨드라엔은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때가 아마··· 길잡이의 신 위세라가 소멸한 직후였었지···.’
여전히 가라앉은 분위기 속.
쿠당탕-!!!
웬 덩어리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에
다들 소리가 난 곳을 봤다.
그곳에는
살쾡이 모습의 키사가 강아지풀 같은 것을 물고 떨어진 자세 그대로 뻘쭘하게 있었다.
살쾡이 수인 키사는
모두의 시선이 자신한테로 모이자
실수했나 싶어 삐질삐질 거리고 있었는데,
그때,
쌍둥이 네우가 입꼬리를 조심히 실룩거리며
굳어있는 키사를 들어 안으면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덕분에 분위기를 바꿀 계기가 되어 잘했다는 의미였다.
쇼트도 바뀐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말했다.
“리아인, 배고프지 않아?”
“지금 식사할래?”
식사시간이라고 하기에는 모호했지만,
아직 아침을 먹지 않은 리아인은 답했다.
“···어, 배고파. 부탁할게.”
“그래, 조그만 기다려.”
“아, 너희도 식사 할거지?”
쇼트는 쌍둥이 제우와 네우를 보며 식사 여부를 물었고
쌍둥이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쇼트는 고개를 움직여 벨드라엔을 봤다.
“벨드라엔 님, 식사는 어떻게···.”
“아, 난 괜찮아.”
“준비하지 않아도 돼.”
그리 말한 벨드라엔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먼저 왕궁에 가 있을 테니.”
“너희는 천천히 식사하고 와,”
“네.”
“알겠습니다.”
쌍둥이 둘의 대답들 들은 벨드라엔은
현관문을 열고는 오두막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왕궁으로 향했다.
도망가지 않고 자진해서 재상들한테 붙잡히러 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었다.
참고로
그릇 도프는 자꾸만 쇼트한테 질척거리려고 하는 투명한 액체를 잡아끌고는
뒤틀린 기운을 찾아 홀연히 떠난 상태였다.
* * *
콰과강!! 쾅! 콰광!!
“한 놈도 놓치지 마라!”
콰과가- 쾅!
“으악- 젠장.”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야?”
“커헉-!”
“으아아아-악!”
워스만의 지휘 아래
듀아 왕국의 병사들이 검은 옷 조직의 근거지 중 한 곳을 급습해 괴멸시키고 있었다.
검은 옷 조직원들도 이에 대응하며
근거지에 있는 무기들을 총동원해 맞섰고,
미완성인 키메라 마수들까지 끌고 와 대항하고 있었다.
하지만,
워스만의 지옥 같은 훈련을 버티고 이겨낸
듀아 왕국의 병사들 앞에선
바람 앞의 등불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할 뿐이었다.
콰과광-! 쾅! 쾅!!
“으아아-악!!!”
“도망쳐─ 크악!”
검은 옷 조직의 근거지는 파괴되고
조직원들의 처참한 비명이 난무하는 가운데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왔다.
“···네 녀석이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감히, 인간 따위가 신한테-.”
“감히? 그래서 뭐?”
듀아 왕국의 1 왕자 다미엔의 하얀 창 힘에
넝쿨 줄기들에 옭매인 세 명의 신이
다미엔한테 고래고래 소리치다가
워스만이 말하자 그 세 명은 입을 꾹 다물었다.
지금 이런 상황에
전쟁의 신 워스만한테 따질 수 없는 거고
듀아 왕국의 수호신으로 있기에
더 따질 수가 없었다.
자신보다 강한 자 앞에서는 입 다무는 약자의 모습이었다.
조용히 입 다물고 있는 신들을 본
워스만은 시선을 옮겨
다미엔이 손에 쥔 하얀 창을 봤다.
류안이 다미엔의 능력에 맞게
나무 원소 신의 힘을 투명한 돌에 깃들게 하고 결합해 만들어준 하얀 창.
뒤틀린 기운을 없애고
투명한 돌을 파괴할 수 있으면서
신까지도 포획할 수 있는 창.
하지만,
심판자가 만든 처형자의 하얀 창과는 다르게
신들을 상처입힐 수 있어도
소멸시킬 수는 없었다.
류안이 자신한테 귀속되지 않게
학살, 신을 소멸시킬 수 있는 능력은 일부러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날, 우리를 이렇게 잡았다고 해도.”
붙잡힌 세 명의 신 중 한 명이
워스만의 위압감을 겨우 몰아내면서 입을 열었다.
“너희가 우리한테 할 수 있는 건 없을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죽일 수 없으니까.
그리고,
이들을 통해 검은 옷 조직에 대한 정보를 더 알아낼 것도 없었다.
검은 옷 조직 내부를 뒤흔들기 시작한
그들로부터 은밀히 정보가 들어오고 있었기에.
듀아 왕국에 숨겨져 있던 근거지 위치도
그들이 아주 살짝 정보를 흘려주어
다미엔이 그 정보를 토대로 근거지를 알아낸 것이었다.
레쉬아 왕국은 인적 없는 외딴곳에
검은 옷 조직의 지하근거지가 있던 것에 반해
듀아 왕국에 있던 근거지는
귀족들도 소유할까 말까 한 엄청나게 으리으리하게 큰 저택이었다.
어쩌면 그러했기에
오히려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었다.
온갖 만행을 저지르는 해충과도 같은
왕국 자체의 견제를 받는 검은 옷 조직이
이렇게 눈에 띄는 곳에 근거지를 두었다고 짐작하기는 쉽지 않았기에.
“평생 우릴 잡아둔다 한들 너희한테 득 될 것은 없다.”
“아, 상관없어.”
“나나 이 녀석이 아닌 너희한테 볼일 있는 아이가 곧 올 거니까.”
“···아이라고?”
세 명의 신이
워스만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와중에.
“아, 그분이 오시는 건가요?”
“···저기압으로 기분이 안 좋은 것으로 아는데, ···괜찮으신 겁니까?”
검은 옷 조직과 관련되어 일어난 상황은
워스만이 모두 은밀히 영상장치에 저장해서
다미엔한테 알려주고 있었기에
다미엔도 류안이 부정의 신한테서 들은 말과
그 후 상황을 알고 있었다.
“뭐, 괜찮으니까. 여기 오는 걸 테니.”
“신경 쓰지 말고, 무심히 있어 주는 것이 더 좋을 거다.”
“···그렇군요.”
잠시 후,
다미엔한테 잡힌 신 세 명한테 볼일이 있는
두 명이 모습을 보였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 작가의말
앞부분을 삭제 수정해 이번 편도 글수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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