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72 화 – 잊을 뻔한 할 일.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172 화 – 잊을 뻔한 할 일.
류안은 구겨진 예언서를 손에 들고는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는
돌돌 말아서는 리본으로 묶었다.
그런 후,
워스만을 보며 손을 내밀었고
워스만은 예언서가 들어있었던 빈 유리병을 류안한테 주었다.
류안은 그 병을 받아 예언서는 넣고는
봉인하듯이 코르크 마개를 끼워 닫았다.
“뭐 알아낸 거라도 있나?”
“음-, 어느 정도는?”
워스만의 물음에
류안은 예언서를 넣은 작은 유리병을 손가락 위에 올리고 빙글빙글 돌리면서 답해주었다.
워스만은 잠시 침묵하면서
류안을 가만히 바라봤다.
예언서에 있는 문장을 모두 보면
검은 천사가 누구를 가리키는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있을 듯했는데,
오히려 류안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이 더 확실해 졌다.
“예언서의 검은 천사··· 아무래도 너를···.”
“음, 그런 것 같기는 해.”
예상과는 달리 류안은
검은 천사가 자신을 칭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럼, 예언서는 일단 진짜라는 건데.”
“무슨 미래를 봤길래···.”
“어- 아냐.”
“진짜라고 하기에는 좀 이르다고 해야 하나?”
“뭐? 이르다니? 무슨 말이야?”
“간단히 말하자면 진짜가 되려는 가짜?”
“진짜가 되려는 가짜라고?”
“일단 난 절대자를 선택하지 않을 거라.”
“이 예언서에 있는 예언은 실현되지 않기에 지금은 가짜라고 할 수 있지.”
“그럴 일이 없는 것은 알지만.”
“혹, 네가 어떤 이유에 의해 선택해야 할 상황이 생기지는 않겠어?”
“미래라는 것이 불확실하니까.”
워스만의 말에
류안은 고개를 한쪽으로 갸웃하고는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그런 귀찮은 선택할 이유 없지만.”
“행여나 어쩔 수 없는 그런 상황이 생긴다 해도 난 선택하지 않아.”
“그냥 소멸시키는 쪽이 더 편하니까.”
선택할 바에야,
그 신을 소멸시키겠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류안을 보며
격식의 신만이 경악할 뿐,
다른 이들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군, 그럼 이 예언서의 예언을 진짜로 만들기 위해 뭔가 꼼수가 있었다는 건데.”
“그렇다고는 하나.”
“검은 옷 조직도 그렇고 조력하는 신들도 그렇고 순진한 바보가 아닌 이상.”
“예언서의 예언만 믿고 행동했다기에는 뭔가 미심쩍은데···.”
워스만은 말을 하다 문득 생각한 것이 있었다.
예언서에서 뻗어 나왔던 금빛 실들.
자신들을 엮으려는 듯이 덮쳐왔던 금빛 실.
그와 더불어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마리오네트.
“하-, 그런 거냐?”
“아직 확신하기에는 그렇지만.”
“다른 신들의 반응을 좀 더 확인해보면 확실해질 것 같아.”
“다른 신들이라면 검은 옷 조직을 조력하는 신들?”
“응, 금빛 실뭉치를 내가 없애버렸으니.”
“새로 확인할 방법은 없고.”
“이 예언서를 보고 금빛 실에 엮인 신들을 통해 확인해봐야지.”
“···확인해보고 네가 알아낸 그것이 맞는 거라면?”
“흐음─.”
류안은 잠시 침음을 하고는
얼음처럼 싸늘한 눈을 하고서 답했다.
“아주 X 같은 욕 나오는 상황인 거지.”
류안의 말의 의미를 인지한 것과는 별개로
리아인, 벨드라엔은 움찔하며 눈이 커지고 동그래져서는 굳어져 버렸다.
드물게 류안의 입에서 거친 욕이 나왔기에.
“류안···.”
“응?”
리아인은 조심히 류안을 불렀다.
분명 한 말이 있어서
류안을 부르기는 했으나···.
리아인은 더 이상 말하지 못하고 있었다.
원인은 워스만이 제공했다고 해도
자신들은 그렇게 욕을 해댔는데
류안한테 되도록 욕을 하지 말라고 말할 자격이 있나 싶어서였다.
그런 리아인의 모습에
류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 시선을 돌려 워스만을 봤다.
“이 예언서 내가 보관해도 되지?”
“그래, 애초에 네가 찾아낸 것이니.”
“네 맘대로 해.”
“이걸로 검은 옷 조직 뒤통수를 좀 쳐볼까 했는데, 딱히 그럴만한 내용도 없어 보이고.”
워스만은 조금 허탈한 감을 보이며
팔짱을 끼며 등받이에 기대었다.
그러던 중.
멀뚱히 바라보고 있는 격식의 신이 눈에 들어왔다.
“아, 맞다.”
“저 녀석 껍데기를 없애주기로 했었지?”
“···잊지 않고 말해주어 고맙군.”
격식의 신은 안도하면서도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워스만은 류안, 벨드라엔을 봤고
벨드라엔은 류안을 바라봤다.
“응? 왜?”
인형 수리사 메디아의 공방에 찾아왔던
신의 섞어가는 껍데기를 제거해 줄 때,
벨드라엔의 멸[滅]의 기운이 깃든 투명한 돌의 가루를 이용해 류안이 없애 주었었다.
자신을 보는 시선의 의미를 인지한
류안은 말했다.
“그냥 총으로 쏴도 돼.”
그 말에 격식의 신은 식겁했다.
총으로 쏘라니.
뭐, 총에 맞는다고 해도
심판자의 하얀 창이나
눈앞에 있는 검은··· 머리카락의 어린 신이 그 권능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같은 신의 힘으로 소멸당하지 않지만,
'기분'이라는 것이 있었다.
총살당하는 경험을 하고 싶지 않은 격식의 신은 한마디 하려던 중.
벨드라엔이 먼저 말을 했다.
“류안, 그래서 말인데.”
“씨앗 탄환이 다 떨어져 가···.”
류안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리아인의 영혼을 찾아 다른 세계 갔을 당시
남겨진 육체를 노리고 습격한 자들이 있었고
벨드라엔과 다미엔이 처리했다고 들었었다.
그리고 그때,
상당수의 씨앗 탄환을 소비한 듯했다.
“혹, 여분으로 가진 것 있어?”
“─···.”
류안은 대답 대신 생각에 잠겼다.
현재 가지고 있는 투명한 돌을 품을 씨앗은 없었다.
찾으려고 하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지만,
탄환으로 쓸 수 있게 처리하는 과정이 좀 번거로우면서 귀찮았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음-, 총을 개량해야 하나?”
“개량해?”
“응, 제우 좀 여기로 오라고 할 수 있어?”
“어, 뭐. 오라고 하면 바로 올 거야.”
그때,
삐──.
벨드라엔의 통신 장치가 울렸다.
쌍둥이 네우가 한 통신 요청이었고
이곳 오두막으로 텔레포트가 되지 않아
텔레포트를 허용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그 요청을 들은 워스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곳에 신의 신변 보호 중이라
텔레포트를 허락해줄 수 없어서였다.
워스만은 앞마당으로 나가서는
전용통로를 열었고
잠시 후,
쌍둥이 제우와 네우를 짐짝처럼 양 옆구리에 끼고 왔다.
덤으로 쇼트도 따라왔다.
짐짝처럼 들려와서는
오두막 한자리에 자리한 쌍둥이 제우는 어안이 벙벙한 채로 말했다.
“어- 머스킷을 개량해야 한다고 어떻게?”
류안은 제우한테 설명했고
제우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경청했다.
“그러니까, 투명한 돌 자체를 머스킷에 장착해 일반 탄환을 사용해도.”
“씨앗 탄환을 쓸 때와 같은 효력을 내려고 하는 거라고?”
“응, 탄환에 벨드라엔의 멸[滅]의 기운을 깃들게 하고 쏘면.”
“그때 투명한 돌 일부가 깎여 탄환에 흡착되면서 씨앗 탄환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거야.”
“음, 투명한 돌만 잘 관리할 수 있으면 개량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는 않은데.”
“류안 네 말대로 잘 작용할지는···.”
“그거야, 연습해 보면 되는 거고.”
“마침, 연습 대상도 있으니까.”
류안의 말에
오두막에 있는 모두는 한 사람.
아니, 한 명의 신.
격식의 신을 바라봤다.
그 시선들에 격식의 신은 크게 움찔했고
언성을 높여 말했다.
“이, 이봐. 난 총살당하기 싫네!!!”
“아, 그래?”
“그래! 아무리 죽지는 않는다고 해도.”
“그런 기분을 당해야 하는 내 입장도 좀 고려해 주게.”
격식의 신 말에
다들 아무런 말 없이 있었다.
격식의 신은 아무리 자신이 도움이 필요한 처지하고는 해도
너무한 대우라는 생각에 서러움이 밀려왔다.
“음-, 그럼 총 대신에 방법이···.”
다른 방법을 생각하고 있는 류안의 모습에
격식의 신은 안도하려 했지만,
오히려 충격적인 말을 들어야 했다.
“창은 좀 그렇고.”
“단검 형태로 만들어서 사용하면 되려나?”
류안은 투명한 돌 자체를 단검 형태로 만들어
벨드라엔의 멸[滅]의 기운을 깃들게 해
상대방한테 자상을 입혀 사용하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이건,
제우가 아닌 류안이 직접 만들어야 하는 거라 순간 귀찮았지만,
나중을 생각하면 만들어 주는 것이 나을 듯했다.
“일단은 총도 개량하고.”
“단검도 만들어 봐야 하겠네.”
이말에 격식의 신은 눈앞이 하얘지는 것을 느꼈다.
이러나저러나
결국에는 총살 아니면 척살을 당하는 경험을 해야 할 판이었다.
“자, 잠깐.”
“그런 방법 말고도 있지 않나?”
“좀 더 인도적인 방법 말이야.”
“·········.”
류안은 말없이 격식의 신을 바라봤다.
분명 있긴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자신이 중간에서 조율해줘야 했다.
이런 비슷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해줄 수는 없기에
벨드라엔이 혼자서도 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드는 것인데
그 형태가 무기 형태일 뿐이었고
그게 효율적으로 높기도 했다.
그래서 류안은 이런 이유를
고대로 설명해 주었다.
벨드라엔을 포함해 다른 이들도 납득을 하며 고개를 끄덕일 때.
격식의 신만을 그러지 못했다.
자신한테까지는 그 인도적인 방법을 해주고
그다음에 성능을 시험해도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분위기를 보아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온몸에 감은 붕대 아래로 섞어가고 있는 껍데기를 보고 한숨을 쉬면서
그냥 지금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절실하고 조급한 것은 자신이니,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어 시간만 허비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류안은 단검을 만들고
쌍둥이 제우는 머스킷을 개량해야 하는
이틀의 시간 동안
워스만의 거처용 오두막에서 지냈다.
왔다 갔다 하기 귀찮기도 했고
중간에 생길 수 있는 일에 대비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그리고, 완성된 당일.
류안이 투명한 돌을 가공해 만든
투명한 검날의 단검.
물론, 손잡이에 투명한 돌에 영향을 받지 않게 조치를 해두었고
덤으로 봉인용 검집도 만들었다.
거기에 더해
제우가 개량한 장거리용 장총과
단거리용 단총.
“호오-.”
벨드라엔은 두 눈을 반짝이면서
자신을 위한 무기들을 바라보고 있었고
워스만도 맘에 드는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처럼 보다가
부러움을 비추며 류안을 봤다.
자기 것 만들어 줄 생각 없냐는 의미로.
류안은 예전에도 그랬듯
알아서 잘하고 있는데 뭐가 필요하냐며 무시했다.
그 말에 워스만은 아쉬움을 뒤로 했고
반대로 벨드라엔은 알아서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지만,
벨드라엔 본인도 인정하고
쌍둥이 제우와 네우 역시 공감하기에
신경 쓰지 않았다.
“자-, 골라봐.”
류안의 말에
사형수가 된 듯한 격식의 신은 해탈한 듯 골랐다.
류안이 만든 단검으로···.
총살 느낌이 확실히 나는 머스킷보다는
단검은 단순 상처 나는 것으로 끝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한가지 신경에 거슬리는 것이 있었으니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어 구경거리가 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모여있는 것이라
워스만이 신경 쓰지 말라고 했으나,
어떻게 신경 쓰지 않을 수 있냐고
반문하려던 격식의 신은 이내 포기했다.
벨드라엔은 투명한 날의 단검을 손에 쥐고
절제된 동작을 보이면서
격식의 신 몸에 두르고 있는 썩어가는 껍데기에 자상을 남겼고
그 상처로부터 시작해 멸[滅]의 기운이 섞어가는 껍데기를 없애 갔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껍데기는 모두 사라지고 신의 몸체가 드러난
격식의 신은 만족감을 보였다.
그리고 감사의 말을 전한 후,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상황이 일단락되고
오두막에 침묵이 잠깐 내려오려던 중,
워스만이 입을 움직여 말했다.
“저 신 녀석 구린 짓 하지는 않겠지?”
워스만은 전쟁의 신으로서 그동안의 경험에
격식의 신한테서 느낀 찜찜함이 있었다.
“아, 그거라면 걱정하지마.”
“내가 제약을 걸은 멸[滅]의 기운을 심어 두었으니까.”
벨드라엔이 당당하게 말했다.
“‘방’에서 잘 자숙하고 있으면 별일 없을 거지만, 뭔 짓을 하려는 순간.”
“멸[滅]의 기운이 발휘되면서 행동에 제약을 주어, 없애버리지는 못해도 구린 짓 하지 못하게 막을 수는 있어.”
“호오-, 아주 맘에 들어.”
“잘했어.”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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