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96 화 – 출발.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96 화 – 출발.
바다.
류안의 말에 레이쉴은 의아했다.
“바다를 통해 가면 너무 느리지 않나?”
그도 그럴 것이
해상로를 이용해 스체스 왕국으로 가는데 걸리는 시일은 최소 일주일.
그것도 날씨 계속 좋다는 조건이 있을 때 가능했다.
그런 상황에서
배에 마법 동력을 추가해 속도를 최대한 높인다 해도 닷새 정도의 시일이 걸렸다.
거기에 다가
마법 동력의 마정석 같은 연비가 너무 많이 들어가는 것은 일단 둘째 치더라도
일반적인 작은 배를 이용할 경우 마정석을 사용할 시 발생하는 반동을 버티지 못하고 배가 부서지는 위험이 있기에
특수 제작된 요트를 이용해야 하는데,
그러면 요트 자체로도 눈에 띄는 동시에
마법 동력으로 속도까지 높여 이동하면 누가 봐도 심상치 않기에 예의주시하며 경계에 들어갈 것이었다.
현재 스체스 왕국의 수도는
전쟁 선포한 검은 옷 조직과 전쟁 준비 중
어쩌면 이미 시작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
그리고
검은 옷 조직은 외부에서 침략한 것이 아닌
내부에 주둔해 있던 녀석들이 속에서부터 갉아먹어 들어가기를 하고 있었다.
‘영악한 녀석들 같으니라고.’
스체스 왕국 수도 왕실에서도 기본적으로 전쟁에 대응할 것들을 갖추고 있었지만,
워낙 척박한 땅의 왕국이라 기본적인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여 오래 버티기 힘들 것이었다.
게다가 검은 옷 조직이 내부 침략을 하면서
수도로 모일 주변 영주들의 지원을 모두 방해하고 있어 더 힘든 상태로
스체스 왕국은 승리는커녕 방어만으로 겨우 버티다 얼마 못 가 함락될 수 있는 위기에 직면할 것이 확실했다.
참고로 덧붙여서
검은 옷 조직이 외부 침략을 하지 않는 건
내부에서 수도를 먼저 함락시킨 후,
수도 탈환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동시에
내부에서부터 외부로 확장 점령해 들어가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조직으로써 왕국 곳곳에 은밀히 주둔하고 있어 가능한 기생충 전략.
또한, 외부 침략을 먼저 할 경우
각 왕국에 주둔해 있는 검은 옷 조직의 수상한 움직임을 그냥 두고 볼 왕국은 없을 것이며,
조력해 주고 있는 왕국이 있다 해도
이 시국에 스체스 왕국의 침략을 돕는다는 것은 검은 옷 조직을 조력하는 왕국임을 자수하는 것과 함께
세계에 있는 전 왕국의 적이 되겠다고 선포하는 것과 같은 것이기에 적절치 못한 것이었다.
대신 각 왕국이 스체스 왕국을 지원하는 것을 교묘히 방해하고 있었으니,
다른 왕국보다는 자신의 왕국 안위를 더 우선하라는 세치 혀로 중립을 내세우며 동조시키고 있었다.
그 흐름을 만든 왕국이 어디인지는 알아내지 못했지만···.
그렇게 검은 옷 조직의 계획대로
스체스 왕국 전체를 함락하는 순간,
신[神]도 굴복시키려 하는 녀석들은 멈추지 않고 다른 왕국을 침략하러 들 것이며
그 왕국은 내부와 외부에서 동시에 공격받게 되어 더 분리한 상황에 빠지게 되면서
쉽게 함락이 될 확률이 높아지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함락한 후,
검은 옷 조직이 또다시 다음 왕국을 노리는
이런 악순환을 막기 위해
그로 인해 이곳 세계가 전쟁으로 피폐해지기 전.
시발점[始發點]이 될 수 있는 스체스 왕국은
기필코, 반드시, 무슨 일이 있어도 검은 옷 조직과의 전쟁에서 이겨야 했으며
그러기 위해선 지원이 제때 도착해야만 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바다를 통해 가는 것은 너무 늦을 수 있었다.
이에 대해 레이쉴이 류안한테 말해주려던 그때.
“3일.”
“?????”
류안이 손가락 3개를 보이며 말을 했고
레이쉴은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스체스 왕국과 검은 옷 조직의 전쟁을 그저 관전하고 있는 왕국이라고 해도 그 안에서 도움을 줄 한두 명은 있지 않아?”
류안의 말대로 각 왕국에서 도움을 줄 자들을 찾고자 하면 얼마든지 찾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몇 명 되지 않는 그 적디적은 수의 인원으로 어떻게 3일 안에 스체스 왕국으로 간다는 것인지······.
“해안가가 있는 각 왕국의 도움을 줄 수 있는 자한테 공해[公海]에다가 작은 배 두세 척만 버려 달라고 해.”
류안의 말을 듣고 있던
레이쉴의 눈동자에 이채가 감돌았다.
“설마······.”
“응, 그 작은 배들을 징검다리 삼아 텔레포트 해서 갈 거야. 움직이는 배의 좌표는 걱정할 필요 없으니 공해[公海] 아무 데나 버려주면 돼.”
맞다.
류안의 지켜보는 힘이면 움직인다 한들
바다 위 배 좌표를 보는 것쯤은 전혀 어려울 것 없었다.
“거기에 텔레포트 한 것을 들켰다고 해도 배를 몰고 그 자리를 떠나버리면 쉽게 찾지 못할 것이고, 배가 들키면 다음 배로 텔레포트 해 버리면 그만이야.”
“하─···.”
너무나 기막힌 방법에
레이쉴은 뭐라 말할 것이 없었다.
넓디넓은 바다 위에 난파선이나 표류하는 배가 있는 것은 흔하디흔한 일.
검은 옷 조직의 ‘엿보는 자’나 조력하는 ‘신’이라 해도 망망대해 위의 모든 배를 일일이 감시하지는 못할 것이고
감시한다고 한들,
류안은 그 모든 감시를 피해갈 수 있었다.
“곧 움직일 수 있게 조치해 주도록 하지.”
레이쉴의 입가에 미소를 넘어서 웃음을 잔뜩 머금고는 오두막을 나가기 위해 움직였다.
그러다 문손잡이를 잡았고는 멈춰 섰다.
“아─, 다미엔한테 내가 연락해 줄까?”
“응, 부탁해.”
류안이 다미엔을 찾는 것은
레이쉴이 이 오두막으로 온 이유와 같은 완성된 하얀 창 때문이라는 것을 알기에
다미엔한테 간략하게 긴급문자를 보냈고
다미엔을 위한 하얀 창을 보고 갈까 잠시 멈칫했지만, 한시 빨리 움직여야 하기에
레이쉴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오두막을 나갔다.
레이쉴이 오두막을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두막 거실 현관문이 활짝 열리면서
어떻게 해야 이렇게까지 빨리 움직일 수 있는지 의문일 정도의 엄청난 속도로
다미엔이 워스만을 꼽사리로 끼고 오두막.
류안한테로 왔다.
듀아 왕국의 1 왕자 다미엔은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표정 관리를 전혀 못 하고 헤실거리고 있었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 * *
“안녕하십니까?”
수려한 외모의 백발 노년의 남성이
국왕 레이쉴한테 인사를 건넸다.
“예, 반갑습니다. 이렇게 도움을 받게 되어 영광입니다. 드래곤 수장 카르티아 님.”
“아니요. 저야말로 이 망나니를 잘 보살펴 주어 감사드립니다.”
“어, 왜 이래? 아저씨. 나 나름대로 수호 드래곤으로써 잘하고··· 으악-!!”
드래곤 수장 ‘카르티아’는
역정을 내는 루카테르의 머리를 한 손으로 꾹 눌러 허리 숙이게 했다.
“큰 도움은 아니지만, 그곳에 무사 도착할 수 있게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저흰 큰 도움이 됩니다.”
레쉬아 왕국의 왕실 대형 연무장에서
레쉬아 국왕과 드래곤 수장이 서로 존대하며 훈훈한 인사말을 교환하는 사이.
이천 명의 병사들이
백 명씩 무리 지어 질서정연하게 대기하고 있었다.
지원병으로 모집된 병사 이천 명.
너무 적은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으나,
전쟁이 치러지는 장소를 생각하면 적절한 수였다.
카르티아와 루카테르는
각 병사 무리를 이동시킬 스무 개의 소형 텔레포트 진과
그것을 보조할 전체 대형 텔레포트 진을 준비했다.
“이곳은 걱정하지 말고 무사 귀환 기원한다.”
레이쉴과 루카테르가 왕궁을 비우는 사이
혹시 모를 검은 옷 조직의 뒤통수 치기를 방지하기 위해 수호신으로서 남기로 한
벨드라엔이 쌍둥이 둘과 함께
신분을 감추기 위해 금발로 염색한 레이쉴을 배웅했다.
레이쉴은 미소를 지어 보였으며
후방 지원으로 자신보다 한발 늦게 출발할
리아인과 류안, 쇼트.
그리고
텔레포트를 담당할 드래곤 ‘제드마’를 바라봤다.
“조심하고, 잘 부탁한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격려하는 레이쉴의 말에
리아인은 자리인 만큼 예의를 갖춰 답했다.
“호오-.”
드래곤 수장 카르티아는 눈동자를 반짝이며
리아인과 류안을 향해 호기심을 보였다.
“그치? 신기하지?”
루카테르가 카르티아한테 귓속말을 했다.
“그래, 정말 신기하군. 저 검은 머리카락의 소년이 ‘신[神]’이고, 거기에 신을 죽일 수 있단 말이지.”
“그렇다니까. 전혀 그렇게 안 보이지? 짐작도 못 하겠지?”
카르티아는 옆에서 까불 듯이 계속 조잘거리고 있는 루카테르는 무시한 채,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루카테르는 왕국이든 검은 옷 조직이든 인간들의 일에 관여하지 않고 중립을 고집하는
드래곤 수장 카르티아를
특이한 것을 넘어 진귀한 존재를 만날 수 있다고 살살 꼬드겨 협조를 받아내는 것에 성공했다.
시선을 느낀 류안은
같이 있는 두 드래곤을 바라봤고,
그 시선에 카르티아는 의미심장했던 미소에서 어느새 온화한 미소로 바꿔서는
류안을 바라봤다.
“준비 끝나셨습니까?”
“예, 끝났습니다.”
레이쉴의 말에
카르티아와 루카테르는 합동으로 텔레포트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우우우우웅───······.
백 명씩 무리 지은
이천 명의 병사 발밑에 있는 스무 개의 소형 텔레포트 마법진과 대형 텔레포트 마법진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출발─!!!”
레이쉴은 우렁찬 목소리로 출발을 알렸다.
그 말을 신호로
소형 텔레포트 마법진 위의 병사들은 한 무리씩 순차적으로 텔레포트 되어 사라졌고,
그 뒤 마지막으로
국왕 레이쉴, 드래곤 수장 카르티아와 루카테르가 대형 텔레포트 마법진과 함께 사라졌다.
모두 무사히 텔레포트 된 것을 본
리아인이 입을 움직였다.
“그럼, 우리도 출발하죠.”
“예, 도착지까지 편안히 모시겠습니다.”
리아인의 말에
드래곤 제드마는 정중하면서도 장난기 어린 말로 답했다.
그리고
리아인과 류안, 쇼트, 제드마의 발밑에 텔레포트 마법진이 생겨나더니,
곧 빛을 발하며 발동되어 갔다.
“조심히 잘 다녀와라.”
“위험하면 내가 준 마법 장치 아끼지 말고 팍팍 써.”
“잘하고 무사히 돌아와.”
벨드라엔과 쌍둥이 네우, 제우의 배웅을 받으며
리아인과 류안, 쇼트, 제드마도
텔레포트 되어 사라졌다.
* * *
스체스 왕국의 수도. ‘체즈’.
땅의 왕국.
산악지역이 많은 왕국답게
왕국 최북단의 제일 험준하고 높은 산에 자리한 수도.
수도 앞쪽 성벽은 해발 고도에 따라 삼중 계단식으로 층층이 세워져 있었으며
뒤쪽으로는 90° 이상으로 깎아지르는 절벽에 그 아래로는 암초가 가득하고 거친 소용돌이 휘몰아치는 바다가 자리해 있었기에
수도 자체가 난공불락[難攻不落]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런 수도의 첫 번째 성벽.
그 성벽을 지키기 위해
스체스 왕국과 검은 옷 조직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채앵─. 카강. 쾅. 쾅───!!!
으아아아─악───!
크악-!!
으아아──···.
귀를 긁는 거친 금속 소리와 폭발음.
사람들의 비명이 울려 퍼지고 있는 가운데
스체스 왕국의 병사들과 마법사들은 최선을 다해 검은 옷 조직의 무리를 막고 있었다.
서로 막상막하인 듯─
아니, 검은 옷 조직원들 자체는 충분히 상대하고도 남았으나
검은 옷 조직에서 내세운 뒤틀린 기운을 폭탄처럼 품은 키메라 마수로 인해 대응하기가 힘들었다.
난항을 겪고 있었다.
채앵! 팍─!!!
스체스 왕국 측 병사 한 명이 방패로 키메라 마수의 공격을 가까스로 막아내고
다른 한 명이 검을 휘둘러 키메라 마수의 몸에 상처를 내던 그 순간.
크아아아악─────!
괴성을 지르는 키메라 마수의 몸에서 어두운 기운의 뒤틀림이 새어 나오기 시작하더니
이내.
퍼걱 펑─!!!
키메라 마수의 몸속 투명한 돌이 폭탄처럼 터져버리면서 거친 뒤틀린 기운이 뿜어져 나왔고
그 주변에 있는 병사들을 그대로 뒤틀어버렸다.
“으아아악───!”
“아악──···.”
뒤틀린 기운은 비명을 지르는 스체스 왕국의 병사들을 뒤틀어버릴 뿐 아니라
검은 옷 무리가 있는 쪽으로도 퍼져 갔으나
곧 빈껍데기의 그릇들이 앞으로 나와서는 퍼져오는 뒤틀림을 몸에 담아
전혀 위협이 되지 않고 있었다.
“젠장···.”
이를 성벽 위에서 지켜보던
스체스 왕국 지휘관의 입에서 거친 욕이 튀어나왔다.
“크으으윽──······.”
“커억─!”
“으윽······.”
뒤틀리며 괴로워하고 있는 병사들을 본 지휘관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리고,
명령을 내렸다.
“화염 마법사 앞으로─!”
지휘관 명에 따라
적색 로브를 입은 마법사들이 앞으로 나왔다.
“지금 당장 뒤틀림을 소각한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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