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212 화 – 뭘 하려고 하는 걸까···.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212 화 – 뭘 하려고 하는 걸까···.
류안은 리아인으로부터
워스만한테 당한 얘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강제 주입식 가르침.
리아인은 평소답지 않게
류안한테 투정 부리듯이 얘기한 것이었는데,
류안의 표정이 뭐라고 할까···
만족스러워하고 있었다.
류안의 표정에
리아인은 투정을 부린 것에 민망함이 와
괜스레 손가락으로 볼을 긁적였다.
그런 와중에
리아인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누군가가 입을 움직여 말했다.
“이야─, 누가 잘 못 들으면 내가 널 괴롭힌 줄 알겠어.”
그 누군가는 워스만 이었다.
워스만은 류안에 의해(리아인이 시켜서)
강제로 닫힌 자신의 전용 이동통로를 다시 열고 오두막 거실에 와 있었다.
류안이 하도 상식을 띄어 넘는 걸 보여주고
이젠 끝이 난
검은 옷 조직과 조력하는 신들과의 전쟁,
신전의 홀 안에서 보여준 어마어마한 것들에
자신의 전용 이동통로를 아무렇지 않게 닫아버린 것은 비교할 것이 아니었기에
놀라기는커녕,
그냥 그저 그러려니 하게 되었다.
암튼,
워스만은 리아인한테 억울한 누명 씌울 수 있는 말을 따지고 있었고
리아인도 지지 않고 맞대응했다.
육체적 폭력뿐 아니라,
정신적 폭력도 엄연한 폭력이라도 하면서.
둘의 으르릉거리는 모습을
류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가만히 보고 있었다.
‘음-, 다음에도 워스만한테 부탁해야겠다.’
워스만이 알아서
리아인한테 가르침을 주고 있는 것에 만족해
류안은 리아인에 대한 것은
아예 워스만한테 맡길까 생각하고 있었다.
부르르르──···.
리아인은 알 수 없는 소름과 오싹함에
온몸을 진동벨처럼 떨었고
고개를 좌우로 돌리면서 주변을 살펴봤다.
평소와 다름없는 오두막.
“·········?”
리아인은 정체불명의 싸함에
일단 워스만과의 투닥거림을 중단했다.
그러다가,
때마침 쇼트가 점심시간인 것을 알려주었고
리아인은 식탁 위에 놓인
따뜻한 스튜, 폭신하고 바삭한 빵, 신선한 샐러드, 달걀을 곁들인 스테이크, 달콤한 과일과 주스 등을 보며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맛있는 음식들을 먹으며 싸함을 치워버렸다.
그런 후, 며칠이 지나고.
리아인은 이번에는 류안 없이
오두막에서 벨드라엔과 마주하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벨드라엔의 옆에 있는 쌍둥이 제우와 네우.
이 둘의 얘기를 듣고 있어야 했다.
* * *
타지헤 왕국 일들이 얼추 마무리되고 돌아온
레쉬아 왕국의 국왕 레이쉴 덕에
벨드라엔은 재상들을 피해
오두막으로 도망쳐 와 있었다.
다른 곳으로 도망가 있으면
어떻게 아는 것인지
재상들이 악착같이 귀신처럼 찾아내 끌고 갔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붙잡히기 전 오두막으로 도망을 오면
알면서도 무인해 주고 있었다.
그런 벨드라엔은
류안한테 확인차 의문을 내보이고 있었다.
“어, 그러니까.”
“리아인을 잠시만 붙들고 있으라고?”
“응.”
리아인이 화장실에 간 사이,
류안이 벨드라엔한테 리아인을 한 시간 정도 붙들고 있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그 부탁을
옆에 같이 있는 쌍둥이 제우와 네우도 들었다.
늘 붙어 다니는 둘이었기에
류안의 행동에 묘한 의문이 들었으나,
그 이유를 묻지는 않았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류안의 행동이 어느 정도는 이해되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누구나 혼자만의 개인 시간이 필요한데
류안이라고 그런 시간이 필요 없을 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벨드라엔과 쌍둥이 둘은
류안의 부탁을 흔쾌히 수락해 주었다.
거기에 다가, 솔직히
이 둘은 좀 떨어져 있을 필요도 있었다.
리아인의 집착 탓이기는 하지만,
둘은 붙어있어도 너무 붙어있었다.
그렇게 벨드라엔과 쌍둥이 제우와 네우는
화장실에서 나온 리아인이 류안한테 가기 전
둘의 사이에 교묘히 끼어든 후,
그 행동에 리아인이 의문을 품을 새도 없이
류안한테 신경 쓸 틈조차 주지 않고
자신들이 잘 알고 있는 지식공격을 해갔다.
벨드라엔과 쌍둥이 둘이 공격한 지식은
워스만 때와는 다르게
리아인이 처음부터 흥미를 보이는 지식이라
쉽게 지식의 파도에 휩쓸리면서
류안을 잠시 잊게 되었다.
그 지식은 바로
쌍둥이 둘이 벨드라엔과 여행을 다닐 적
경험하고 습득, 축적된
아르바이트에 관한 지식과 여행에 관련된 지식이었다.
리아인은 이곳 세계 ‘가쉬’에 온 첫날.
마수의 숲에 있는 던전에서 취득한 보물들을 환전한 돈을 얼마 쓰지 않고 거의 그대로 가지고 있었고
헨즈 공작 가문의 후원,
검은 옷 조직과 조력해 주는 신들과의 전쟁에서 수고한 공으로 인한 포상금 후원 또한 있었기에
금전적인 면에서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사치를 부린다거나
도박중독에 빠지지 않는 이상,
평생 놀며 먹어도 되는 그런 수준이었다.
허나,
리아인은 아직 가지고 있는 바람이 있었다.
평범하게 류안과 함께 여행 다니기.
그리고,
나태해지지 않기 위해
여행 다니는 중간중간 아르바이트도 할 생각이었다.
그러하기에
리아인은 쌍둥이 둘의 얘기를 집중해서 경청하고 있었으며,
벨드라엔이 사회 물정을 몰라 사기당할 뻔한 얘기들도 나름대로 도움, 참고할만한 것들이었다.
그렇게
리아인이 벨드라엔과 쌍둥이한테 붙잡혀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류안은 조용히 스리슬쩍 오두막을 나와서는
왕궁 레이쉴의 집무실로 갔다.
류안의 뜻밖의 방문에
레이쉴은 조금? 아니 많이 놀라기는 했으나
반가이 맞이했다.
“리아인도 없이 무슨 일이지?”
레이쉴은 리아인을 용케 떼놓고 온
류안을 보면서 감탄했고
오면 언제든지 대접할 수 있게 마련해 둔
차와 다과를 류안한테 내어 주었다.
레이쉴이 ‘국왕’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 행동은 이상해 보일 수가 있었으나,
류안이 ‘신’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류안은 소파에 앉아
레이쉴이 준 다과를 하나 집어 기생 마수의 입에 넣어주면서 말을 했다.
“헨즈 공작 가문에서 아직도 리아인을 양자로 들이고 싶어 해?”
“응?”
전혀 예상하지 못한 류안의 말에
레이쉴은 마시려던 차를 멈추고는 찻잔 위에 내려놓았다.
뭐 때문에 하는 물음인지 궁금했으나,
레이쉴은 먼저 대답을 해 주었다.
“그래, 리아인 군이 원한다면 언제라도 바로 양자로 받아들이겠다고 잊을 만하면 와서 언질을 주고 있지.”
“그렇구나.”
“양자가 아니더라도.”
“사채보증 같은 것만 아니면 후원과 보증 역시 끝까지 책임지고 해 주겠다고 하더군.”
레이쉴의 말에
류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보이고는
자신 앞에 있는 차를 마저 마신 후,
소파에서 일어났다.
마련된 다과를 다 먹기도 전인데
평소와는 달리 빨리 일어나는 류안의 행동에
기생 마수는 짧은 앞발로 다과 하나를 집어 얼른 입안에 넣었다.
와자자─작.
류안은 그런 기생 마수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었고
기생 마수는 그 손길을 느끼며
스르륵 류안의 손등 안으로 스며 들어갔다.
레이쉴 역시
용건이 있어서 온 듯 보이는 것에 비해
빨리 일어나는 류안을 보며 말을 이었다.
“···할 말은 그게 다인가?”
“응.”
“그래?”
정확하게는 모르겠으나
무언가 준비하려고 하는 듯한 류안의 모습에
레이쉴은 다시 의문이 들었지만,
물을 수는 없었다.
류안의 표정이 이를 허락하지 않고 있었기에.
류안은 레이쉴의 집무실에서 나와
오두막을 돌아왔다.
오두막 거실에는 아르바이트하면서 있었던 경험담 얘기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너도 알고 있겠지만.”
“식당에서 주문을 받을 때는 손님한테 그 주문을 재차 확인할 필요가 있어.”
“안 그러면 나중에 주문한 것과 다르게 음식이 나왔다고 억지 부리며 음식값을 안 내려고 하는 진상이 들이 있거든.”
쌍둥이 네우는 말하면서도 치가 떨리는지
으- 거리며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그런 진상들 보면 꼭 음식은 다 먹어치우고 뒷말을 하지.”
“그래서 음식 나왔을 때 말하지 그랬냐고 하면, 자신들은 음식을 주길래 먹은 것뿐이라면서 뻔뻔하게 나와요.”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이렇게
쌍둥이 네우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 할 때의 요령과 함께 진상들의 얘기를 해 주었고
그 뒤,
쌍둥이 제우가 차례를 받아 말했다.
“맞아, 이상한 진상들이 있어.”
“난 예전 서점에서 알바 하고 있을 때.”
“처음 보는 중년의 여성이 와서는 잡지 부록을 주기로 했다면서 공짜로 내놓으라고 말도 안 되는 생떼를 부리는데··· 와-.”
쌍둥이 제우도 그때 일 생각하면
지금도 황당해서인지 말을 잠시 끊었다가
이어 말했다.
“그때, 네우가 방범용 영상저장 장치가 있다고 부록을 준다고 한 날이 언제냐 묻고 영상 확인해서 정말 그랬으면 주겠다고 하니까.”
“그 중년 여성은 입을 꾹 다물더니.”
“대뜸 ‘자신의 남편이 누군지 아냐?’라고 ‘변호사다.’라고 소리 지르고 화를 내면서 간 적이 있었지.”
“그리고 그 후는 코빼기도 안 보이더라.”
그렇게
쌍둥이 제우와 네우의 다양한 경험담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공감하고 있는 리아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 리아인을 보며
류안은 묘하면서 아련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미소를 벨드라엔이 보았다.
“·········?”
그 모습에 이상함과 의문이 들었으나
벨드라엔 역시 묻지는 못했다.
그러는 사이,
류안을 본 쌍둥이 제우와 네우는
말을 마무리하기 위해 리아인한테 질문을 했다.
“더 궁금한 것 있어?”
“어? 아, 아니. 충분히 잘 들었어.”
“알바 경험이 어마어마하군.”
“뭐, 벨드라엔 님과 같이 다니다 보니.”
“자연히 얻게 된 경험치라 할 수 있지.”
“음-, 너도 벨드라엔 님 못지않은 세상 물정과 담쌓으신 분이 옆에 있으니···.”
쌍둥이 둘의 말과 시선에
리아인은 어느새 옆에 와 있는 류안을 바라봤다.
리아인의 표정을 보아하니,
류안이 레이쉴한테 갖다가 온 것을 전혀 눈치채지는 못한 듯했다.
벨드라엔과 쌍둥이 둘은 서로 눈빛 교환으로
자신들이 할 일이 끝남을 인지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르바이트나 여행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
“아는 것은 모두 알려줄 테니까.”
“오-, 그거 고마운데.”
“알았어.”
리아인은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벨드라엔과 쌍둥이 제우와 네우가
쇼트의 배웅을 받으며 오두막을 나가고
잠시 침묵이 흐른 후,
리아인은 류안을 다시 바라봤다.
“·········.”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리아인은 아무 말 없이 있었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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