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51 화 – 남겨놓은···.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51 화 – 남겨놓은···.
듀아 왕국에서의 투명한 돌을 찾는 여행길에 오른 대형 마차.
여행용 대형 마차는
밀림 속 숲길을 따라 한참을 이동하더니,
고목 나무의 뿌리와 부서진 신전[神殿]이 멋들어지게 어우러져 오래된 세월의 경관을 자랑하는 유적지[遺跡地]에 도착했다.
멈춘 마차에서 내린 리아인은
저번에 버려진 신전[神殿]을 봤을 때처럼
이번에도 유적지[遺跡地]의 부서진 신전[神殿]을 보며 보물 찾는 영화에 나온 배경으로 유명했던 어떤 사원이 떠올랐다.
그렇게 풍경을 보며 감상에 물들고 있을 때,
“오랜만에 오는군.”
리아인보다 먼저 마차에서 나온 전쟁의 신 워스만이 신전[神殿]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새 아주 멋들어지게 변했어.”
류안도 마차에서 나와 신전[神殿]을 바라봤다.
“무덤이네.”
“오-, 바로 알아보는군. 그래, 맞아.”
무덤이라는 말에
리아인과 마부석에서 내려온 쇼트가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모두의 시선이 한 곳.
부서진 신전[神殿] 쪽으로 향할 때,
워스만은 이곳에서 스스로 소멸을 선택한 신에 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약 300년 전,
이곳에 차원의 틈이 벌어지더니
투명한 돌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그 돌은 주변의 뒤틀린 기운을 흡수하는 것과 반대로 비정상적인 뒤틀림이 흘러나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곳에 영역을 두고 있던 신. ‘위세라’.
위세라는 차원의 틈과 투명한 돌을 중심으로 자신의 힘이 깃든 신전[神殿]을 세워 그 뒤틀림이 주변으로 흘러가지 않게 막았다.
그리고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른 후,
차원의 틈은 자연적으로 닫혀 사라졌으나
남은 투명한 돌에서 나온 뒤틀림은 신전 내부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신전은 버티지 못하고 점점 부서져 갔으며
위세라 자신도 그 뒤틀림으로 인해 뒤틀릴 위험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대로 휩쓸려 뒤틀리게 되면 자신의 권능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을 넘어···
자신이 좋아하는 영역인 이곳을 위협하며 뒤틀어버리는 존재가 되기 싫었기에,
권능을 모두 이용해 뒤틀림과 함께 투명한 돌을 봉인하고 스스로 소멸하기로 선택했다.
그렇게 봉인한 투명한 돌은 누군가 잘 못 건드려 봉인이 깨지지 않게 마지막으로 자신의 힘을 심어두고는
그대로 소멸이 되었다.
그 후로 위세라의 ‘아이’였던 살쾡이 수인이 ‘지킴이’로서 이곳을 관리해 왔으며,
그 후손이 대를 이어 관리하고 있다고
워스만이 말했다.
거기에 덧붙여
고목 나무의 뿌리가 신전을 감싸버린 덕에 더 이상 부서지는 것을 막아 지금껏 이곳이 지켜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짧지 않은 얘기였지만,
이곳을 지키고 소멸한 신에 대한 예우[禮遇]로 다들 묵묵히 듣고 있었다.
그리고
워스만의 말이 끝나자 모두의 시선이 다시 신전으로 향했다.
숙연한 분위기가 내려앉던 그때,
주변의 공기가 일렁이면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유적지[遺跡地] 전체에 울리며 들려왔다.
· 이곳은 신의 영역.
· 일개 인간이 함부로 발을 들일 수 없는 곳.
· 화를 입기 전에 어서 나가라.
· 경고한다.
“음, 일개 인간이라.”
워스만은 피식하고 웃었다.
그러고는 아주 약하게 권능의 기운을 풍겼다.
“내 소개를 하지, 전쟁의 신 워스만 이다. 신전 안에 찾는 물건이 있어 잠시 들린ㄱ···.”
쿠당탕──! 콰당★!!
워스만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근처 나무에서 웬 덩어리가 바닥으로 뚝 떨어졌다.
“저··· 전쟁의 신··· 워스만 님께 이··· 인사 올립니다.”
고양이와 사람 중간쯤의 모습을 한
살쾡이 수인이 바닥에 납작 엎드려 달달 떨고 있었다.
“저··· 저는 4대째 이곳을 지키고 있는 지킴이 ‘키사’라고 합니다. 몰라뵈어 죄송합니다. 요··· 용서해 주십시오.”
워스만은 한숨을 쉬었다.
리아인처럼 건방진 모습은 좋아해도
이런 저자세 모습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일어나.”
“넵!!”
워스만의 말에
살쾡이 수인 키사는 냉큼 일어났다.
꼿꼿이 서 있는 듯했지만,
그의 다리는 사시나무 떨듯이 벌벌 떨고 있었다.
‘신이 한 명 더 있다는 것을 알면 아주 그냥 까무러치겠군.’
워스만은 키사를 지그시 봤다.
그 시선에 키사는 바짝 긴장했다.
“키사 라고 했나?”
“네!”
“지키느라 수고했다.”
“네? 아, 아닙니다. 제가 당연히 해야··· 아─앗!!!”
쑥스러운 듯하던 키사는
류안이 신전 안으로 들어가려는 것을 보고 놀라며 다급히 그를 말리려 했다.
“이, 이봐, 소년─! 기··· 기다려 신전에는 결계가······.”
하지만, 그 말이 무색하게
류안은 마치 결계 따윈 없다는 듯 아무렇지 않게 신전 안으로 유유히 들어갔고,
리아인과 쇼트도 뒤따라 들어갔다.
키사는 입 다물지 못하고 굳어있는 가운데
워스만도 신전 안으로 들어가며 키사한테 손짓했다.
“따라와.”
“네? 네!”
키사는 주춤거리다가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분명, 결계의 힘이 느껴지고 있었는데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어떻게······?’
키사는 의문과 신기함에 주변을 둘러봤고
신전 내부는 부서진 틈과 나무뿌리들 사이로 빛이 들어오면서 밝은 편이었다.
그러나,
곧 어두운 기운과 마주했다.
신전의 중심부에 도착하자
그들 앞에
어마어마한 뒤틀림이 뭉쳐있는 것이 보였다.
리아인과 쇼트는 휩쓸린 것 같은 두려움에 저도 모르게 뒤로 주춤 물러났으며,
워스만은 그 뒤틀림을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가져도 돼?”
류안은 그러면서 워스만을 바라봤다.
워스만은 류안의 시선을 받으며 참 희한한 힘이라고 생각했다.
별 의미 없이 그저 바라보는 시선임을 알고 있는데도 위로받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금 인지했다.
이 아이의 시선은
시선을 받는 자가 원하거나 필요한 감정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을.
그렇기에 이 아이의 시선을 갈구[渴求]하게 된다는 것을.
정작,
그 시선에는 아무런 감정이 없음에도···.
워스만은 류안의 물음에 답했다.
“그래, 오히려 네가 투명한 돌을 가져가 주면 더 좋아할 거야. 이곳이 뒤틀림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니까.”
류안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뭉쳐있는 뒤틀림을 응시하며 천천히 다가갔다.
뭉친 뒤틀림 가까이 다가가자
그 안 중심부에서 뒤틀림이 주변으로 퍼지지 않게 붙잡고 있는 강한 기운이 느껴졌고,
그런 기운이 깃들어 있는 물체가 보였다.
류안은 그 물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아, 안돼!!! 그것에 손을 댔다가는···.”
키사는 또다시 놀라며 다급히 소리치다가 흠칫했다.
뭉친 뒤틀림 속 그 물체에서 반짝이는 별빛 같은 작은 빛들이 흘러나오더니,
곧 류안의 손을 따고 온몸으로 퍼졌으며
뭉쳐있던 뒤틀림이 풀어지면서 그 작은 빛들을 따라 류안 주위를 휘감으며 둘러쌓기 시작했다.
뒤틀림의 움직임에 따라 흩날리는
류안의 검고 긴 머리카락과 작은 빛들.
마치,
밤하늘과 별빛 같았으며
길은 잃은 자가 별빛을 보며 길을 찾듯이
뒤틀림은 흩어지지 않고 작은 빛들에 둘러싸인 류안의 주위를 맴돌았다.
류안은 뒤틀림이 풀어지면서 뚜렷하게 보이는 물체를 잡았다.
낡은 콤팩트형의 나침반.
나침반의 뚜껑을 열자
그 안에 별을 닮은 투명한 돌이 있었다.
그 돌을 류안이 손으로 살며시 쓰다듬자
그의 몸을 감싸고 있던 작은 빛들이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듯이 돌 안으로 스며들었고
뒤틀림은 길을 찾았다는 듯,
그 뒤를 따라 돌 안으로 스며 들어가고 있었다.
류안은 몸 주위를 맴돌던 모든 뒤틀림이 돌에 스며들어 간 후,
나침반의 뚜껑을 닫았다.
그러고 난 후,
류안은 무슨 이유에선지 고개를 한 번 갸웃하고는 워스만을 바라봤다.
“위세라가 고맙데.”
“뭐?”
워스만은 류안의 말에 놀랐다.
“마지막 인사를 해주러 와서 고맙다고 전해달래.”
“하, 이런···.”
워스만은 뒷말을 잇지 않았다.
“신이라고 다 이기적이지는 않네요.”
조용히 보고 있던 쇼트는
류안도 그렇고 이곳을 지키고 소멸한 신도 그러한 모습을 생각하면서 저도 모르게 진심을 입 밖으로 내보냈다.
그 말에 워스만과 류안이 쇼트를 바라봤다.
쇼트는 두 신의 시선에 놀라
뭘 잘 못 말했나 싶어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런 모습에 워스만은 피식하고 웃었다.
“이기적인 것 맞아.”
“???”
“위세라는 저 좋아하는 것만 생각하는 아주 이기적인 놈이었어.”
“?????”
무슨 말인지 이해 못 하는 쇼트를 보며
워스만은 다시 피식하고 웃었다.
그리고
류안을 슬며시 봤다.
‘닮았다고 하면 화를 내려나.’
류안은 워스만의 시선에 왠지 기분이 나빠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는 와중에
키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 저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키사는 뒤틀림이 사라진 이 신전을 계속 지켜야 하는지 알 수 없어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워스만은 뭐 저런 질문을 하나 싶어 한심하게 그를 봤다.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이 신전은 이제 무덤으로써의 임무도 끝났으니, 자연에 맡기고 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워스만의 말에
키사는 잠시 말없이 있다가 류안을 봤다.
신. 위세라 님의 유품을 물려받은 소년.
그 시선에 류안은 별 반응이 없었고,
리아인은 불안감이 밀려왔다.
잠시 류안을 보던 키사는 결심했고
그 결심을 말하기 위해 입을 열려던 그때.
“밖에 손님이 왔네.”
류안이 신전의 출입구 쪽을 보며 말했고,
“그럼, 손님을 맞이하러 가야겠군.”
워스만이 미소진 얼굴로 그 말에 호응했다.
류안, 워스만, 리아인과 쇼트. 그리고 키사까지 신전 출입구 밖으로 나오자,
검은 옷의 무리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놀라며 경계하기 시작했다.
“저, 저놈들 또 왔어.”
워스만은 짜증 내며 말한 키사를 봤다.
그 시선에 키사도 워스만을 보다 흠칫했다.
서늘한 눈동자에 살기가 서려져 있었다.
“말해봐.”
“네! 얼마 전부터 이곳에 와서 들쑤시고 있는 녀석들로, 그때마다 제가 길을 못 찾고 헤매게 해서 내쫓았는데도 불구하고 또 왔네요.”
“그래? 그랬단 말이지.”
워스만이 짙고 무거운 미소를 보였다.
그 미소에 검은 옷 무리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끼고 물러서려고 했다.
하지만,
“막아.”
워스만은 키사한테 명령을 했고
키사는 지형 교란을 일으켜 퇴로를 막았다.
도망칠 수 없게 된 검은 옷 무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하며 워스만한테 맞섰으나,
어림도 없었다.
너무 일방적이고 압도적이라 학살에 가까웠다.
“화 많이 나셨나 보네.”
쇼트의 말에
“화 날만 하지.”
리아인이 맞장구쳤다.
친구의 무덤을 어지럽히려 했는데
당연히 화나지 않겠는가.
류안은 묘한 표정으로 워스만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검은 옷 무리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워스만의 모습에 슬며시 자신의 모습이 겹쳐져 보이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에 아무런 감흥도 감정조차 없었다.
길지 않은 시간이 흐르고
검은 옷 무리는 단 한 명만을 남긴 채,
모두 목숨을 잃었다.
워스만은 그 남은 한 명을 냉기 서린 눈빛으로 봤다.
“네놈들이 이곳을 어떻게 알고 왔는지 모르겠으나, 이곳에 네놈들이 원하는 것은 없다. 전쟁의 신인 나와 전면전하고 싶지 않으면 얌전히 숨죽이고 있으라고 전해라.”
워스만의 말에 리아인과 쇼트는
문득 생각이 난 것이 있었으나, 고개를 가로저으며 생각을 지워버렸다.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기에.
공포에 얼어붙어 꼼짝 못 하는 한 명을 향해 워스만은 낮게 깔린 목소리도 말했다.
“꺼져.”
그 한 명은 크게 흠칫하며 황급히 텔레포트 스크롤을 꺼내 찢어 사라졌다.
워스만은 묘한 표정의 류안을 보더니,
“저런 녀석들 때문에 구태여 마음 쓸 필요 없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그리고 그의 머리를 톡톡 쓰다듬었다.
류안은 ‘뭔 소리야?’라는 표정을 지으며 머리 위의 손을 떨쳐냈다.
그런 모습에
워스만은 미소를 지었고
그 미소에 류안은 기분이 나빴다.
그때.
“류안, ···졸리지 않아?”
“응?”
리아인은 걱정하면서도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고
뭔 말인지 의아해하던 류안은
곧 그 의미를 인지하고는 미간이 구겨지며 급격히 어두워졌다.
“이런, 젠장··· 또···?”
류안은 이 무슨 시간차 공격인지 짜증이 올라옴과 동시에 눈이 감기면서 앞으로 쓰러졌다.
그 모습에 리아인은 바로 부축했다.
잠이 들어가는 류안의 머릿속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니? 미안해. 그리고 투명한 돌 가져가 줘서 고마워.
누군가의 목소리는 걱정과 미안해하면서도
정말 고마워하고 있었다.
투명한 돌과 뒤틀림이 없어진 덕분에
영역으로 묶여 있던 이곳이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아이’의 후손이 ‘지킴이’라는 무거운 짐 또한 내려놓을 수 있었기에.
-고마움의 답례하고 하기엔 좀 부족하겠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나침반에 남겨놓은 힘은 너에게 줄게.
이 말에 놀란 류안은
잠으로 빠져드는 무의식 속에서 소리쳤다.
‘필요 없어─!!!’
-후훗~, 언젠가 너에게 큰 도움이 될 거야. 그리고··· 워스만 곁에 있어 주어서 고마워.
‘이건 또 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야?’
류안은 황당함에 무의식 속에서 소리쳤으나,
듣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누군가의 목소리.
위세라의 목소리는 제 할 말이 끝났는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사념체로서 말한 것이 아닌
콤팩트형 나침판에 남겨놓은 힘에 깃들어 남아있던 의지였기에 할 말만 하고 사라진 것이었다.
암튼,
류안은 그날 하루 동안
또 원치 않았던 힘을 받아들이느라 고생해야 했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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